“인수 후 100% 고용 승계…‘캄보디아에서 성장 원한다’ 설명했죠”

[커버스토리 : 동남아 금융벨트를 가다, 은행들의 신남방 전략]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2~3년 후 상업은행 전환 계획

[한경비즈니스=프놈펜(캄보디아) : 정채희 기자] 우리은행이 캄보디아에 2개의 깃발을 꽂았다. 하나는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WFC), 다른 하나는 WB파이낸스다.

우리은행은 2014년 WFC로 캄보디아에 첫 진출했다. 이후 올해 6월 전국망을 보유한 현지 금융사인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인수해 WB파이낸스를 추가 설립했다. 우리은행은 두 금융사의 시너지를 본격 가동해 현지 1등 금융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WB파이낸스 인수 후 2개월. 두 회사의 역량을 이끌어 내기 위해 미카엘 존 스핑글러 WB파이낸스 법인장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을 만나 인수·합병(M&A)의 뒷얘기와 향후 전략에 대해 물었다.

김 부법인장은 우리은행 자금부장·외환업무센터장을 거친 ‘재무통’으로 현재 WB파이낸스의 최고재무관리자(CFO)를 담당하고 있다.



-캄보디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캄보디아의 최근 5개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약 7%로 매우 높은 반면 은행 계좌 보유 고객 수는 인구의 22%에 불과할 정도로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금융시장 성장률이 매년 30%에 달해 잠재력이 충분한 시장이죠. 자금 조달만 잘하면 금방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을 정도로 시장 여건도 좋고요.”

-캄보디아에 2개의 법인을 갖게 됐는데요.

“2014년 WFC를 세우면서 캄보디아에 첫 진출했습니다. WFC는 소액대출 회사(MFI)로 프놈펜 시내를 중심으로 여신 영업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출범한 WB파이낸스는 예금 수신이 가능한 소액 대출 기관(MDI)입니다. 수도 프놈펜은 물론이고 전국에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비전펀드를 인수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지 1등 은행을 바로 인수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전국적으로 조직망을 갖춘 곳을 인수해 고객 기반과 현지 직원을 늘릴 필요가 있죠. 기존 WFC가 프놈펜 시내를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데 그친 반면 비전펀드는 캄보디아 전역에 106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계 은행 중 전국적인 점포망을 인수한 곳은 우리은행이 처음입니다. 이번 인수로 우리은행은 비전펀드의 기존 여신 고객 13만6000명과 수신 고객 8만3000명이라는 큰 자산을 갖게 됐어요. 내년 상반기에는 두 법인을 합병(가칭 ‘WB파이낸스’)해 시너지를 더할 계획입니다. WFC와 WB파이낸스가 중복되는 업무 없이 시너지를 냄으로써 전략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MDI가 아닌 상업은행을 바로 인수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상업은행은 투자은행(IB) 업무와 큰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는데, 지금 캄보디아에는 대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상업은행보다 리테일 분야에서 전국망을 갖고 있는 곳을 인수해야겠다고 판단했죠. 이곳 로컬 은행들도 마이크로파이낸스에서 시작해 상업은행으로 전환했습니다. 우리은행 역시 우선 MDI 분야에서 성장하고 이른 시일 내 상업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할 계획입니다.”

-M&A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빠른 현지화를 위해 비전펀드의 임직원 1400명을 100% 재고용했습니다. M&A가 진행되면서 고용 불안을 걱정하는 직원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은행은 훨씬 더 큰 은행이고 좋은 은행이니 걱정하지 말라. 우리는 이곳에서의 성장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인원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어요. 실제 자산 규모만 비교해도 캄보디아의 전체 금융자산이 337억 달러인데 우리은행은 금융자산이 3000억 달러에 달하죠.”

-문화적 차이는 없습니까.

“우리가 인수한 비전펀드는 미국과 영국에 기반을 둔 비전펀드인터내셔널의 자회사로 미국인이나 영국인 임원들이 많았습니다. 그에 따라 회의 체계나 경영 구조 등 내부 시스템이 캄보디아에 있는 다른 금융사에 비해 잘 정비돼 있는 편입니다.”



-캄보디아 금융시장에서 우리은행의 현재 위치는 어느 정도입니까.

“캄보디아 금융시장에는 상업은행을 제외하고 마이크로파이낸스 회사만 70여 개 업체가 있습니다. 이들을 다 합쳐도 규모가 6억 달러 정도로 작습니다. 이 중 WFC는 작년 말 자산 기준으로 3위였는데, 지난 3월 2위로 올라섰습니다. 아직 공식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7월 말 기준으로 1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됩니다. MDI 시장의 전체 자산 규모는 약 40억 달러이고 7개 업체가 있습니다. 인수전 비전펀드는 순위가 다소 낮았지만 우리은행의 자금 조달을 통해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우리은행이 인수하기 전인 상반기에는 대출 자산이 800만 달러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인수 후에는 7월 500만 달러, 8월 600만 달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지 리스크는 없습니까.

“캄보디아는 전체적으로 규제 리스크가 크지 않은 편입니다. 연체율 역시 1% 초반대로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입니다. 다만 캄보디아의 산업 특성상, 전국을 영업망으로 하는 WB파이낸스의 특성상 농업 분야의 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지난해 가뭄으로 ‘카사바’란 작물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연체율이 뛴 곳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농업 대출 비율을 축소하고 우량한 소기업 중심으로 대출(스몰비즈니스론) 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향후 중점을 둘 분야는 무엇입니까.

“MDI는 신용카드나 해외 송금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여신에서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여신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핵심 인력인 여신 심사 인력과 대출 상담 직원을 확충해 우량 자산을 빠르게 늘릴 계획입니다. 우리은행의 고객 중심 문화, 성과 보상 강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우리은행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위비’를 활용할 계획은 없습니까.

“캄보디아의 모바일 금융 활용도가 아직은 저조한 편이기 때문에 당분간 (‘위비’ 대신) 기존 비전펀드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한 ‘윙(WING)’ 등 현지 핀테크 업체들과의 제휴도 늘릴 계획입니다. 과거에는 직접 방문해 대출을 회수했는데 지금은 70% 정도를 윙을 통해 회수하고 있습니다. 현재 윙을 포함한 4개 업체와 제휴하고 있는데, 2개 업체와 더 추가 제휴할 계획입니다.”

-중·장기 계획은 무엇입니까.

“현재 캄보디아의 MDI 시장 1위 업체는 ‘프라삭’이란 로컬 은행입니다. 자산 규모가 약 10억 달러로, 상업은행을 포함해도 자산 순위가 3위에 달할 만큼 규모가 월등히 큽니다. WB파이낸스 역시 자산 10억 달러, 영업수익 1억 달러, 당기순이익 30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는 WFC와 WB파이낸스를 합병하고 2~3년 후 상업은행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전국망을 기반으로 한 로컬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은행으로 진출한 곳보다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약력 : 1960년생. 1986년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1986년 우리은행 입행. 2012년 자금부장. 2015년 강남1본부장. 2015년 외환업무센터장. 2018년 WB파이낸스 부법인장(현).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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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8호(2018.09.03 ~ 2018.09.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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