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금융 진출, 해법은 ‘현지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커버스토리 = 은행들의 신남방 전략]
-현지 은행과의 적극적 제휴 필요…‘한국 금융’에 대한 신뢰 쌓아야


[한경비즈니스=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행법학회 연구이사)]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에서 아세안 지역의 교류와 투자를 확대하는 ‘신남방정책’이 선언된 이후 금융 분야에서도 상호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들이 고안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 금융회사의 현지 진출이 활발하고 금융 감독 기관 간에도 금융 협력 파트너십 구축이 마련된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요구된다. 다만 국내 금융사들이 베트남과 같은 특정 국가에 몰려 진출하는 경향이 있어 경쟁 심화와 최근 신흥국 변동성 확대로 리스크 증대 가능성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의 진출 기회 요소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적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소비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인구수도 늘어나고 있어 소비 시장은 물론 경제성장에 필요한 노동력의 공급 또한 풍부하다. 이는 향후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게 하는 요인이다.

금융시장도 점차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초기 성장 단계에 진입하고 있어 이에 발맞춰 사업 기회와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확실·불명확’ 제도가 가장 큰 위협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은 자본시장의 발전 수준이 높지 않고 은행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무엇보다 신용 관리 시스템이 구비돼 있지 않은 점에서 상대적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발휘될 여지가 있다.

또한 국내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데에도 은행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외 영업점을 둔 은행은 해외에 진출한 기업의 수요가 큰 자금 조달과 외환 리스크 관리 등 금융 측면에서의 지원 외에도 현지에서 판매처 확보나 현지 인재의 확보·육성·관리 등 비금융 측면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업무 제휴를 하거나 해외 자회사나 유관 업무 기관들과 다양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양상이었다면 향후 중소기업들과 핀테크 기업들도 동남아 시장으로의 진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들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수익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3월 말 기준으로 전체 해외 점포 중 은행이 전체의 43%(186개), 금융 투자사 37%(116개), 보험사 19%(84개), 여신전문 금융회사 10%(45개)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은 특히 엄격한 자본 규제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 위험 요소가 있는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은 법·제도·규제 면에서 차이가 많다. 또한 불확실·불명확한 제도로 법적 리스크가 크고 시장 인프라가 미비하다.

무엇보다 자국의 금융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차별화 정책을 시행하는 곳이 많고 대외 의존도가 높아 해외발 이슈에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금융 규제의 장벽이 높고 감독 기관의 태도나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 본인 확인과 신용 정보 관리 제도가 미약해 정보의 부재나 불확실성 또한 크다.

대표적으로 태국은 정부가 국내 은행의 강화와 육성을 목적으로 외국 은행의 진입과 영업 활동을 제한하고 외국 은행의 지점 개설도 규제하고 있다. 베트남은 시장 규모에 비해 은행이 많고 정부의 영향력도 크다.

2014년 8월 기준으로 베트남의 국영 은행은 5개, 민영 상업은행 35개, 합작 투자은행 4개, 외국계 은행 5개, 외은 지점 50개가 영업하고 있다. 또한 신용 관리 시스템이 미비해 부실채권 관리가 어려운데다 규제 리스크도 매우 높다.

또 다른 동남아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금융 분야의 경쟁력이 아세안 지역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아 성장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고 기업금융 분야 역시 자본시장보다 은행 부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산업은 국영 은행이 차지하는 자산 비율이 매우 높고 독과점 상태이며 외국인 지분에 대한 제한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또한 국민의 은행 계좌 보유율이 35.9%에 불과하고 신용 정보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다. 국민의 신용카드 보유율도 매우 낮아 여신 판단이 쉽지 않고 위험관리 능력도 미흡하다.

◆‘충분한 자본’ 뒷받침돼야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국내 은행이 더 이상 해외 진출에 소극적일 수는 없다. 그간 국내 수익에 상당히 기여해 온 예대마진 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동남아 국가는 국제 수준의 규제가 정비돼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아직까지는 진출이 쉬운 환경이지만 갈수록 규제 수준이 국제 수준으로 정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최근 이들 국가의 금융시장 개방 움직임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무엇보다 현재 이들 국가들은 심각한 금융 문제에 직면해 있어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때 국내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신상품과 서비스로 비즈니스화하면 상호 윈-윈하며 갈수록 커지는 소비 시장과 경제성장 잠재력에 따른 수익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기회가 현실적으로 수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국내 은행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축적한 지식과 경험이 충분히 활용돼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국내외 법인들에 투자와 대출 등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품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종합 국제 업무가 가능해야 하고 글로벌 금융회사라는 이미지와 신뢰가 쌓여야 한다.

한편 소매시장에 진출해 대출을 추진할 때는 현지화와 위험관리 등에 대한 태세를 충실히 갖춰야 한다. 지점형태로 하면 현지에서 예금을 모집하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은행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독 내지 현지 은행과 제휴해 법인을 설립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문 인력과 현지 인재 양성도 필수고 리스크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동남아 국가에선 해외 은행의 진출에 따른 경쟁이 심해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출 국가에서 수요가 있고 적합하며 글로벌화에도 맞는 해외 비즈니스를 찾아내야 한다. 또 국내외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출국의 감독 기관과 국내 감독 기관과의 상호 협력과 지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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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8호(2018.09.03 ~ 2018.09.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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