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제조업 재도약의 열쇠, 스마트 공장이 답이다]
-스마트 공장 선진국 ‘4국 4색’…중국은 산업용 로봇업체 적극 육성 중
[한경비즈니스=나준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독일은 이미 2011년부터 정부 주도로 산학연이 긴밀히 협력해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해 왔다.
독일은 자동차·기계·부품 산업의 탄탄한 제조 경쟁력을 활용해 21세기형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고객 맞춤화 시대를 선도하는 새로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멘스·보쉬·아우디·쿠카 등 독일 기업들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제조 방식을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의 탈피, 설비·공장의 적극적 연결, 가상과 현실의 결합,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대표적인 추진 방향이다.
◆국가 주도 독일 vs 기업 주도 미국
최근 독일 스마트 공장업계에서는 △연속 공정으로의 확산 △국제적 기술 협력 강화 △스마트 서비스 시도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을 대표하는 화학의 바스프(BASF), 철강의 티센크루프 등 연속 공정 기업들도 스마트 공장 도입에 나서고 있다. 연속 공정은 공장 전체가 거대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 기업과 같이 지속적인 제조 혁신의 노력으로 독일 기업들의 제조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기업들이 스마트 공장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는 기존 제조 혁신을 뛰어넘어 또 한 번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독일은 과거에 자국 중심적이었지만 최근엔 국제 기술협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인더스트리 4.0 협력 국가를 프랑스·이탈리아·호주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협회가 미국의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호 세력을 늘려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향후 글로벌 표준을 장악하자는 의도다.
나아가 독일에서는 스마트 공장의 연장선상에서 스마트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스마트 서비스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고객 서비스와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멘스는 전 사업 영역에서 기존 고객들에 대한 원격 유지 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케이저(Kaeser)는 원래 압축 공기 컴프레서 제조사이지만 요즘은 공기 서비스(Air-as-a-Service)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컴프레서 장비를 파는 것이 아니라 리스 형태로 제공하고 공기 압축 사용량에 따라 대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독일과 달리 스마트 공장 추진에 정부의 역할이 약하고 제너럴일렉트릭(GE)·록웰 등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전 산업에 개방된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IIC)을 구성해 시장 기반의 표준을 만들려고 한다.
또 미국은 생산성 개선, 유지비용 절감, 품질 개선 등 당장 체감 가능한 사업상 추가 이익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차세대 생산 체제 구축이라는 원대한 비전보다 새로운 수익 창출이라는 현실적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의 스마트 공장 동향에서 주목할 점은 △플랫폼 구축 강화 △유스 케이스(use case) 확대 △인공지능(AI) 등 최신 ICT의 적극적 결합이다.
무엇보다 미국 스마트 공장 기업들은 마치 ICT 기업들처럼 플랫폼을 구축,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플랫폼은 수집된 현장 데이터를 축적, 분석하며 현장을 그대로 본뜬 가상 공정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작동하며 다양한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오는 공간이다. 플랫폼 강화에 주력하는 이유는 손쉽게 세력을 확대하고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GE의 프레딕스는 이미 가장 널리 알려진 산업용 플랫폼이 됐다. 록웰도 유사하게 팩토리 톡(Factory Talk)이라는 브랜드 명으로 관련 애플리케이션 및 플랫폼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 미국 기업들은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을 통해 전 세계 기업과 협력하며 유스 케이스를 확대, 축적하고 있다. 유스 케이스는 실제 활용 사례로, 어떻게 스마트 공장을 도입할지 일반 기업들에 좋은 벤치마킹 가이드가 된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업·통신·에너지·헬스케어·물류·철도 등 다양한 산업에서 유스 케이스를 만들고 있다. 스마트 공장 기술의 적용 범위를 더욱 확대해 전 산업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장 기회를 선점하려고 하는 것이다.
비록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미국 기업들은 AI와 증강현실(AR) 같은 최신 ICT를 스마트 공장에 결합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특히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CT 기업들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IBM은 AI 왓슨을 현장 빅데이터 분석이나 머신 비전 능력 향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클라우드·AI 플랫폼인 애저와 AR 기술인 홀로렌즈를 활용한 스마트 공장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도 스마트 공장 구축에 힘쓰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일본은 ICT가 중시되는 스마트 공장의 도입에 다소 보수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를 만든다는 일본의 물건 만들기 철학) 기술국이라는 자부심, 현장 인력 중심의 생산성 개선 성향 때문이었다.
◆에지 컴퓨팅에 힘 싣는 일본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은 국가나 기업 모두 스마트 공장에 전향적으로 변했다. 정부도 미래 비전인 소사이어티 5.0 구현의 4대 전략 분야 중 하나로 제조 생산성을 지목하고 공장의 스마트화를 본격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스마트 공장을 활발히 도입, 온라인으로 공개된 유스 케이스만 160건이 넘었다.
또한 일본 스마트 공장 공급사들은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에 초점을 맞춰 미국·독일과 차별화하고 있다. 에지 컴퓨팅은 현장 데이터를 멀리 떨어진 중앙집중식 플랫폼까지 보내지 않고 현장의 기계나 공정에서 직접 분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반응속도가 빨라지고 네트워크 부하도 줄어든다.
게다가 에지 컴퓨팅에는 현장 장비나 시스템의 스마트화가 필수적이므로 공급사들은 자연스럽게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낙의 최신 산업 로봇들은 내장된 에지 컴퓨팅 모듈로 현장에서 학습해 스스로 작업 속도를 개선한다.
일본의 동향 중 흥미로운 점은 기계·자동화 기업들뿐만 아니라 전자 기업들도 스마트 공장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고 하는 것이다.
스마트 공장은 기계 기술에 ICT가 접목된 것이다. 한국과 중국 전자 기업들의 시장 위협을 피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 기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전자 부품사인 TDK는 자동차·스마트 공장을 겨냥해 센서를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파나소닉도 내부의 인쇄회로기판(PCB) 장비 사업을 확대해 스마트 공장 솔루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디지털 격차 해소에 초점 맞춰야
한편 중국의 행보는 스마트 공장 분야에서도 매우 빠르다. 2015년 중국이 발표한 ‘제조 2025 전략’은 이미 산업 정책의 핵심이 됐다.
여기서는 차세대 ICT, 산업 로봇, 항공·우주, 미래 자동차, 바이오·의약, 신소재 등 10대 핵심 산업을 육성하고 핵심 기술과 부품·소재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노동집약적인 저기술·저부가가치 ‘제조업 대국’에서 고기술·고부가가치 중심의 ‘제조업 강국’으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장 자동화는 제조 2025의 중요한 축이다. 노동생산성 증가의 한계와 인건비 상승 문제를 극복하고 고질적인 품질 이슈를 해결하는 묘안이기 때문이다. 이
미 중국의 자동화는 빠르게 진전 중이다. 산업용 로봇만 보더라도 2016년 중국이 도입한 수량은 8만7000대로 세계 판매량의 30%에 달한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수탁 생산 업체인 폭스콘은 향후 5년 내 노동자의 80%를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공장 자동화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자국 로봇·자동화 업체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중국의 메이디그룹은 세계 4대 로봇 업체 중 하나인 독일의 쿠카를 2016년 인수했다. 중국 내 로봇 관련 기업은 1000여 개 회사로 크게 증가했다.
물론 집중적인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술 수준은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미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내수 잠재력에 힘입어 시아순·아이푸터·캉리유란 등 토종 로봇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및 관련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예상보다 빨리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각국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한국은 무엇보다 스마트 공장 시장 확대를 한국 기계·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계·장비 산업은 전체 제조업 발전의 기반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의 기계·장비 산업 경쟁력은 청년들의 3D 직종 기피와 맞물려 답보 상태에 놓여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기계 분야의 우수 기술 인력 수급 및 양성 체계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기계 기업들도 전자 기업들과 적극 협력, 연계해 ICT를 빠르게 습득해 차별화의 무기로 삼아야 한다.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측면에서는 기업 간 디지털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산업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디지털 기술 도입 격차가 크게 벌어져 생산성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진행 중인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정책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실효성 있게 전개해야 한다.
[커버스토리 : ‘제조업 재도약의 열쇠, 스마트 공장이 답이다’ 기사 인덱스]-“IoT 센서로 쇳물 상태 실시간 파악”...스마트 공장으로 진화하는 포스코-‘스마트 공장’을 움직이는 9가지 핵심기술-스마트 공장의 두뇌, ‘플랫폼’을 선점하라-‘모노즈쿠리(장인 정신)의 나라’ 일본도 스마트 공장 도입 ‘봇물’-“아디다스, 동남아 하청 접고 독일로 ‘유턴’...스마트 공장이 일자리 늘렸죠”-스마트 공장, 이렇게 시작하라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
-스마트 공장 선진국 ‘4국 4색’…중국은 산업용 로봇업체 적극 육성 중
[한경비즈니스=나준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독일은 이미 2011년부터 정부 주도로 산학연이 긴밀히 협력해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해 왔다.
독일은 자동차·기계·부품 산업의 탄탄한 제조 경쟁력을 활용해 21세기형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고객 맞춤화 시대를 선도하는 새로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멘스·보쉬·아우디·쿠카 등 독일 기업들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제조 방식을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의 탈피, 설비·공장의 적극적 연결, 가상과 현실의 결합,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대표적인 추진 방향이다.
◆국가 주도 독일 vs 기업 주도 미국
최근 독일 스마트 공장업계에서는 △연속 공정으로의 확산 △국제적 기술 협력 강화 △스마트 서비스 시도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을 대표하는 화학의 바스프(BASF), 철강의 티센크루프 등 연속 공정 기업들도 스마트 공장 도입에 나서고 있다. 연속 공정은 공장 전체가 거대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 기업과 같이 지속적인 제조 혁신의 노력으로 독일 기업들의 제조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기업들이 스마트 공장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는 기존 제조 혁신을 뛰어넘어 또 한 번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독일은 과거에 자국 중심적이었지만 최근엔 국제 기술협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인더스트리 4.0 협력 국가를 프랑스·이탈리아·호주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협회가 미국의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호 세력을 늘려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향후 글로벌 표준을 장악하자는 의도다.
나아가 독일에서는 스마트 공장의 연장선상에서 스마트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스마트 서비스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고객 서비스와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멘스는 전 사업 영역에서 기존 고객들에 대한 원격 유지 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케이저(Kaeser)는 원래 압축 공기 컴프레서 제조사이지만 요즘은 공기 서비스(Air-as-a-Service)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컴프레서 장비를 파는 것이 아니라 리스 형태로 제공하고 공기 압축 사용량에 따라 대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독일과 달리 스마트 공장 추진에 정부의 역할이 약하고 제너럴일렉트릭(GE)·록웰 등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전 산업에 개방된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IIC)을 구성해 시장 기반의 표준을 만들려고 한다.
또 미국은 생산성 개선, 유지비용 절감, 품질 개선 등 당장 체감 가능한 사업상 추가 이익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차세대 생산 체제 구축이라는 원대한 비전보다 새로운 수익 창출이라는 현실적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의 스마트 공장 동향에서 주목할 점은 △플랫폼 구축 강화 △유스 케이스(use case) 확대 △인공지능(AI) 등 최신 ICT의 적극적 결합이다.
무엇보다 미국 스마트 공장 기업들은 마치 ICT 기업들처럼 플랫폼을 구축,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플랫폼은 수집된 현장 데이터를 축적, 분석하며 현장을 그대로 본뜬 가상 공정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작동하며 다양한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오는 공간이다. 플랫폼 강화에 주력하는 이유는 손쉽게 세력을 확대하고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GE의 프레딕스는 이미 가장 널리 알려진 산업용 플랫폼이 됐다. 록웰도 유사하게 팩토리 톡(Factory Talk)이라는 브랜드 명으로 관련 애플리케이션 및 플랫폼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 미국 기업들은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을 통해 전 세계 기업과 협력하며 유스 케이스를 확대, 축적하고 있다. 유스 케이스는 실제 활용 사례로, 어떻게 스마트 공장을 도입할지 일반 기업들에 좋은 벤치마킹 가이드가 된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업·통신·에너지·헬스케어·물류·철도 등 다양한 산업에서 유스 케이스를 만들고 있다. 스마트 공장 기술의 적용 범위를 더욱 확대해 전 산업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장 기회를 선점하려고 하는 것이다.
비록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미국 기업들은 AI와 증강현실(AR) 같은 최신 ICT를 스마트 공장에 결합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특히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CT 기업들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IBM은 AI 왓슨을 현장 빅데이터 분석이나 머신 비전 능력 향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클라우드·AI 플랫폼인 애저와 AR 기술인 홀로렌즈를 활용한 스마트 공장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도 스마트 공장 구축에 힘쓰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일본은 ICT가 중시되는 스마트 공장의 도입에 다소 보수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를 만든다는 일본의 물건 만들기 철학) 기술국이라는 자부심, 현장 인력 중심의 생산성 개선 성향 때문이었다.
◆에지 컴퓨팅에 힘 싣는 일본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은 국가나 기업 모두 스마트 공장에 전향적으로 변했다. 정부도 미래 비전인 소사이어티 5.0 구현의 4대 전략 분야 중 하나로 제조 생산성을 지목하고 공장의 스마트화를 본격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스마트 공장을 활발히 도입, 온라인으로 공개된 유스 케이스만 160건이 넘었다.
또한 일본 스마트 공장 공급사들은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에 초점을 맞춰 미국·독일과 차별화하고 있다. 에지 컴퓨팅은 현장 데이터를 멀리 떨어진 중앙집중식 플랫폼까지 보내지 않고 현장의 기계나 공정에서 직접 분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반응속도가 빨라지고 네트워크 부하도 줄어든다.
게다가 에지 컴퓨팅에는 현장 장비나 시스템의 스마트화가 필수적이므로 공급사들은 자연스럽게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낙의 최신 산업 로봇들은 내장된 에지 컴퓨팅 모듈로 현장에서 학습해 스스로 작업 속도를 개선한다.
일본의 동향 중 흥미로운 점은 기계·자동화 기업들뿐만 아니라 전자 기업들도 스마트 공장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고 하는 것이다.
스마트 공장은 기계 기술에 ICT가 접목된 것이다. 한국과 중국 전자 기업들의 시장 위협을 피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 기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전자 부품사인 TDK는 자동차·스마트 공장을 겨냥해 센서를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파나소닉도 내부의 인쇄회로기판(PCB) 장비 사업을 확대해 스마트 공장 솔루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디지털 격차 해소에 초점 맞춰야
한편 중국의 행보는 스마트 공장 분야에서도 매우 빠르다. 2015년 중국이 발표한 ‘제조 2025 전략’은 이미 산업 정책의 핵심이 됐다.
여기서는 차세대 ICT, 산업 로봇, 항공·우주, 미래 자동차, 바이오·의약, 신소재 등 10대 핵심 산업을 육성하고 핵심 기술과 부품·소재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노동집약적인 저기술·저부가가치 ‘제조업 대국’에서 고기술·고부가가치 중심의 ‘제조업 강국’으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장 자동화는 제조 2025의 중요한 축이다. 노동생산성 증가의 한계와 인건비 상승 문제를 극복하고 고질적인 품질 이슈를 해결하는 묘안이기 때문이다. 이
미 중국의 자동화는 빠르게 진전 중이다. 산업용 로봇만 보더라도 2016년 중국이 도입한 수량은 8만7000대로 세계 판매량의 30%에 달한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수탁 생산 업체인 폭스콘은 향후 5년 내 노동자의 80%를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공장 자동화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자국 로봇·자동화 업체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중국의 메이디그룹은 세계 4대 로봇 업체 중 하나인 독일의 쿠카를 2016년 인수했다. 중국 내 로봇 관련 기업은 1000여 개 회사로 크게 증가했다.
물론 집중적인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술 수준은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미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내수 잠재력에 힘입어 시아순·아이푸터·캉리유란 등 토종 로봇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및 관련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예상보다 빨리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각국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한국은 무엇보다 스마트 공장 시장 확대를 한국 기계·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계·장비 산업은 전체 제조업 발전의 기반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의 기계·장비 산업 경쟁력은 청년들의 3D 직종 기피와 맞물려 답보 상태에 놓여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기계 분야의 우수 기술 인력 수급 및 양성 체계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기계 기업들도 전자 기업들과 적극 협력, 연계해 ICT를 빠르게 습득해 차별화의 무기로 삼아야 한다.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측면에서는 기업 간 디지털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산업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디지털 기술 도입 격차가 크게 벌어져 생산성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진행 중인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정책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실효성 있게 전개해야 한다.
[커버스토리 : ‘제조업 재도약의 열쇠, 스마트 공장이 답이다’ 기사 인덱스]-“IoT 센서로 쇳물 상태 실시간 파악”...스마트 공장으로 진화하는 포스코-‘스마트 공장’을 움직이는 9가지 핵심기술-스마트 공장의 두뇌, ‘플랫폼’을 선점하라-‘모노즈쿠리(장인 정신)의 나라’ 일본도 스마트 공장 도입 ‘봇물’-“아디다스, 동남아 하청 접고 독일로 ‘유턴’...스마트 공장이 일자리 늘렸죠”-스마트 공장, 이렇게 시작하라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