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맨해튼 투어,이젠 ‘씨티 바이크’로 여유있게

[글로벌 현장]
-뉴욕시가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거치대 없는 모델’도 계획 중



[뉴욕(미국)=김현석 한국경제 특파원 ] 뉴욕 맨해튼의 복잡한 길거리를 걷다 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은 ‘씨티 바이크’를 타고 있을 것이다.

씨티 바이크는 뉴욕시가 만든 자전거 셰어 프로그램이다. 주요 스폰서인 씨티은행의 이름을 따 씨티 바이크라고 불린다.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공유 자전거 ‘따릉이’가 바로 씨티 바이크에서 아이디어를 빌린 것이라고 보면 된다.

봄부터 가을까지 뉴욕을 여행한다면 씨티 바이크를 체험해 볼만하다. 복잡한 맨해튼에서 가장 빨리 단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지하철과 달리 센트럴파크 등 뉴욕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도 하다. 다만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 뉴욕에 온다면 씨티 바이크는 확실히 ‘비추’다.

◆뉴욕판 따릉이, ‘씨티 바이크’

씨티 바이크 서비스는 2013년 5월 처음 시작됐다. 뉴욕을 상징하는 관광 명물로 자리매김하는 등 운영 성과가 좋다는 평가 속에 서비스가 계속 확대돼 현재 맨해튼·브루클린·퀸스뿐만 아니라 인근 뉴저지 주의 저지시티 등에 750곳의 스테이션이 있다. 이곳에는 모두 1만2000대의 자전거가 비치돼 있다. 2018년 7월 현재 연간 회원이 25만 명을 넘었고 씨티 바이크 프로그램은 2017년 10월 총 5000만 건의 탑승 기록을 세웠다.

씨티 바이크를 빌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스테이션에 설치돼 있는 키오스크를 사용해 패스를 살 수 있다. 또 씨티 바이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도 빌릴 수 있다. 키오스크에서는 한국말도 지원한다.

1회권은 3달러, 하루권은 12달러다. 하루권을 사면 24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자건거를 빌릴 수 있다. 3일권은 24달러다. 72시간 동안 지속된다. 연간 회원권은 169달러인데, 연간 회원에 가입하면 30분이 아닌 1회 45분간 쓸 수 있다. 결제하려면 반드시 크레디트카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전거를 빌릴 때마다 결제에 썼던 카드가 필요하다. 카드가 열쇠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결제를 마치면 라이드 코드를 받을 수 있다. 코드를 거치대에 입력하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발급받은 코드를 5분 내에 입력하지 않으면 다시 키오스크에서 라이드 코드를 받아야 한다, 처음 사용할 때는 자전거를 거치대에서 잘못 뺄 수도 있는데, 자전거 좌석 부분을 위로 살짝 든 뒤 빼면 쉽게 빠진다.

주의할 점은 자전거는 한 번에 30분까지만 탈 수 있다는 점이다. 30분을 넘기면 이후 15분마다 4달러가 추가로 청구된다. 하지만 빌리는 횟수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주변의 스테이션을 찾아 타던 자전거를 반납하고 다른 자전거로 바꿔 타면 된다.

자전거를 반납할 때는 거치대에 끼운 뒤 파란 불을 확인해야 한다. 파란 불이 켜지지 않으면 반납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30분 내에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추가 요금을 물게 된다. 만약 누군가 반납 처리가 안 된 자전거를 가져가기라도 한다면 도난으로 간주돼 대당 1200달러 이상이 추가 청구될 수 있다. 실제 도난 된 씨티 바이크가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씨티 바이크를 타려면 앱을 설치하는 게 가장 편하다. 패스를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스테이션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또 대여 시간 30분이 넘기 전 푸시 알람을 통해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사고 예방 위해 무겁게 설계

씨티 바이크를 빌려보면 생각보다 자전거가 크고 무겁다. 무게가 20kg에 달한다. 일반적인 알루미늄 자전거의 무게가 10kg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 무겁다. 높이는 좌석 높이를 7단계로 조절해 맞출 수 있지만 자전거 무게와 크기 때문에 동양 여성들은 버거워할 수도 있다. 안전 문제와 고장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타이어 넓이를 일반 자전거보다 더 넓게 만드는 등 전반적으로 튼튼하게 만들었고 자전거를 관리하기 위해 각종 전자장치 등도 달았기 때문이다.

또 자전거 속도도 시간당 평균 8.3마일(시속 13.4km) 수준으로 설계해 일반 자전거의 평균속도인 시속 11~12마일보다 느리다. 고속으로 부딪쳐 큰 사고가 날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씨티 바이크는 불편한 점도 있지만 개선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씨티 바이크는 9월부터 전기자전거(E-바이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최고 시속 18마일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이 전기자전거는 기존 자전거와 동일한 방법으로 대여할 수 있다. 대여료도 추가 요금 없이 기존 씨티 바이크와 같다. 일반 자전거보다 힘을 덜 들이고 이용할 수 있어 장거리를 갈 때 유리하다. 뉴욕시는 우선 200대를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윌리엄스버그 브리지 주변을 중심으로 배치했다. 주변 전철 터널 보수 공사가 내년 4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년까지는 1000대가 배치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거치대가 필요 없는 자전거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지난 7월부터 브롱크스 포드햄대 인근 지역에서 거치대 없는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거치대 없는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은 이처럼 거치대에서 자전거를 픽업해 다시 반납해야 하는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전거의 자동 잠금·해제가 가능하고 정해진 거치대 없이 원하는 곳에 반납할 수 있다.

씨티 바이크는 뉴욕시가 기획하고 지도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미국 최대 자전거 공유 서비스 회사인 ‘모티베이트(Motivate)’에 맡기고 있다.

지난 7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리프트(Lyft)’는 모티베이트를 약 2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경쟁사인 우버가 지난 4월 약 2억 달러에 전기자전거 공유 스타트업인 ‘점프’를 인수하면서 자전거 공유 사업에 뛰어든데 이은 것이다. 리프트 측은 모티베이트를 ‘리프트 바이크’로 이름을 바꿨고 뉴욕·시카고 등 6개 대도시와 모티베이트 간의 기존 계약을 승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씨티은행의 후원 계약이 끝나면 씨티 바이크의 이름이 ‘리프트 바이크’로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realist@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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