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2012년 한국야쿠르트로부터 분리 후 지속 성장…‘종합식품 유통기업’ 목표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원조 비빔라면 ‘비빔면’과 전통 음료 ‘비락식혜’로 유명한 팔도가 2012년 1월 한국야쿠트르에서 법인 분리된 이후 쾌속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2013년 3235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4233억원으로 늘었다. 수출 실적도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다.
팔도의 지난해 수출액은 6100만 달러(695억원)로, 전체 매출의 16.4%를 차지한다. ‘도시락’ 등 라면 제품과 어린이 음료 ‘뽀로로’가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러시아 사업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팔도의 러시아법인인 ‘코야(KOYA)’는 지난해 89억4100만 루블의 매출을 거뒀다. 코야의 전체 매출에서 도시락이 차지하는 비율은 90% 이상이다. 도시락은 러시아 용기면 시장점유율 60%의 부동의 1위 제품이다.
팔도는 향후 브랜드 강화와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종합 식품 유통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세계 80여 개국에 수출되는 팔도 라면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는 1983년 11월 라면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초기 수출은 한국 교포가 많은 미주 시장에 집중됐다. 팔도는 사업 첫해인 1983년 말 약 5만 달러의 물량을 수출했다. 1986년부터 일본·동남아시아·중동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했다.
팔도가 해외 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1991년 12월 ‘도시락’ 2만1000박스를 러시아에 처음 수출하면서부터다.
도시락은 팔도가 1986년 출시한 첫 용기면이다. 국내 최초로 별도의 뚜껑이 달린 사각 용기를 적용한 제품이다. 사발과 컵 모양 두 종류만 있던 시장에서 일대 혁신으로 평가 받으며 모양에서부터 이름까지 어린 시절 추억을 재현해 인기를 끌었다.
도시락의 초기 러시아 수출 실적은 미미했다. 하지만 당시 부산항을 드나들던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에 의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상륙한 도시락은 러시아 선원이 사용하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한 사각 형태 용기면으로 주목받았다.
도시락은 원형의 다른 컵라면과 달리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먹기에 편했다. 칼칼한 맛은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했다. 시베리아 지방의 추위를 달래줄 수 있는 먹거리로 인식되면서 1994년 들어 공식 수출 이외에도 부산 지역을 드나드는 러시아 보따리상이 가져가는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팔도는 러시아 시장에 사활을 걸기로 하고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업소를 열었다. 러시아 진출 초기 현지인의 반응을 확인한 팔도는 기존 도시락 외에 추가 신제품 출시를 추진했다. 국내에서 파견된 팔도 연구원이 러시아 마트 등을 돌아다니며 현지인이 선호하는 맛을 조사했다.
팔도는 덜 맵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러시아인의 입맛을 고려한 ‘도시락 치킨맛’을 개발해 현지 시장에 내놓았다. 이 제품은 한국 라면 특유의 빨간 국물이 아닌 닭육수 베이스의 하얀 국물 라면이다. 육류 중 닭을 즐겨 먹는 현지인의 식습관도 감안했다.
팔도는 이후에도 버섯·새우 등 다양한 맛의 도시락을 출시했다. 젓가락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인이 제품을 보다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용기 안에 포크를 함께 담아 두기도 했다. 그 결과 러시아인들은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로 꼽게 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러시아 지역에 수출되는 도시락의 수량은 연간 2억 개에 육박했다.
팔도는 러시아 현지에 라면 공장을 만들어 제품을 생산·판매하기로 결정했다. 2005년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시 9만9174㎡(3만 평) 부지에 용기면 3개 생산 라인과 봉지면 1개 생산 라인을 갖춘 현지법인 ‘코야’를 준공했다. 팔도는 러시아 공장 설립 이후에도 현지 생산량이 수요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자 용기면 생산 라인 1개를 늘리기도 했다.
도시락의 지난해 러시아 시장 내 누적 판매량은 47억 개에 달한다. 일부 러시아인은 라면 자체를 도시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시락은 러시아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브랜드 가치에 ‘도시락 봉지면’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
팔도 관계자는 “2015년 600만 개에 머무르던 국내 도시락 판매량은 지난해 1700만 개로 3배 정도 증가했다”며 “미국 등 세계 3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인 국내 생산 제품을 유럽 등으로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83년 ‘팔도라면’으로 라면 사업 시작
팔도는 1983년 9월 17일 ‘팔도라면’을 선보이며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 라면 시장은 삼양과 농심이 양분하고 있었다. 팔도 이후 빙그레(1986년)와 오뚜기(1987년)가 시장에 가세했다.
팔도는 라면 사업 추진 계획을 확정한 1982년부터 경기도 이천군 부발읍 무촌리 일대의 토지를 매입하고 1983년 이곳에 공장을 준공했다.
팔도의 최초 라면은 ‘팔도라면’이었다. 팔도는 ‘깨끗하고 담백한 라면’을 콘셉트로 제품을 출시했다. 팔도라면 3종(쇠고기·크로렐라·참깨) 중 ‘팔도라면 참깨’는 국내 최초로 페이스트 스프를 도입한 제품이었다.
당시 라면 스프는 양념류를 건조한 분말스프가 주를 이뤘다. 페이스트스프는 효소 분해법을 통해 육류를 추출한 것으로, 분말스프에 비해 고기의 본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국내 ‘여름 계절면’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팔도 비빔면(이하 비빔면)’이 탄생한 시기는 1984년이다. 비빔면은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던 기존 라면의 고정관념을 깬 제품이자 여름철 라면 시장의 비수기를 없앤 제품이기도 하다.
팔도는 매콤·새콤·달콤한 황금 비율 소스를 구현하기 위해 당시 유명한 비빔냉면집과 비빔국숫집을 모조리 돌아다녔다. 원재료를 그대로 갈아 만든 액상스프 기술력과 최고의 원료를 사용한 것이 비빔면의 흥행 성공 원인이라는 것이 팔도의 설명이다.
비빔면 등으로 국내 라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팔도는 라면 사업 시작 7년 만에 한 차례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89년 2월 불거진 ‘팔도 설렁탕면 수입 사골 사건’때문이었다. 팔도 설렁탕면에 사용되는 원료가 공업용 우지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제품 판매가 금지되고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같은 해 10월 설렁탕면 판매가 재개됐지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새겨진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팔도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전략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판매가 부진한 제품은 생산을 중단했고 기존 제품의 품질을 개량함과 동시에 고급면 중심의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라면 사업 매출은 점차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팔도의 구원투수는 대형 용기면 ‘왕뚜껑’이었다. 1990년 8월 출시된 왕뚜껑은 넓은 용기와 함께 국내 최초로 대접 모양 뚜껑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뚜껑에 라면과 김치 등을 덜어 먹을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 제품이었다. 왕뚜껑은 용기면이 300원대 시장에서 500원대 시장으로 진입하는데 선두 주자 역할을 하며 팔도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팔도 관계자는 “왕뚜껑의 성공에 발맞춰 1991년 이후부터 저가면 생산을 중단하고 중·고급면에 집중했다”며 “그 결과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고 라면 사업도 점차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1995년 ‘비락식혜’로 음료 시장 진출
라면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팔도는 1995년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해 음료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팔도의 음료 대표 제품은 ‘비락식혜’다.
비락식혜는 전통 음료인 식혜를 제품화한 원조 식혜 음료다. 출시 당시 콜라와 사이다 등 탄산음료가 주도했던 시장에서 새로운 콘셉트의 음료로 각광 받았다. 신토불이 열풍 등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한때 2500억원까지 성장한 식혜 시장을 이끈 제품이다.
비락식혜의 성공 비결은 출시 이후부터 지켜온 제조 방식에 있다. 밥과 엿기름을 따로 숙성해 식혜 본연의 맛과 향을 구현했다. 주원료인 멥쌀과 엿기름 추출물은 국내산을 사용해 농가 수익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카페인·합성보존료·색소가 들어가지 않고 간편하게 가정식 식혜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비락식혜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식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여 년 동안 약 4억8000만 리터가 판매됐고 238mL 캔으로 환산하면 20억 개에 이른다. 국민 1인당 약 38캔씩 마신 셈이다.
팔도의 음료 사업은 2007년 출시한 ‘귀여운 내친구 뽀로로(이하 뽀로로 음료)’ 시리즈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뽀로로 음료는 높은 캐릭터 인지도로 어린이 음료 시장에서 40% 이상을 점유하며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뽀로로 음료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뜨겁다. 지금까지 해외에서만 2억 개 이상 판매됐고 누계 매출액은 800억원에 달한다. 올해 7월 기준 뽀로로 음료의 누계 수출액은 이미 2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는 지난해 수출액 220억원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2007년 첫 수출 이후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뽀로로 음료는 인도네시아에서 특히 인기다. 2011년 6400만원이던 인도네시아 수출액은 지난해 50억원으로 80배 정도 증가했다. 올해 또한 7월 기준 35억원 정도의 수출 실적을 거두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팔도 관계자는 “귀여운 내친구 뽀로로는 최근 국내 어린이 음료 최초로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인증(MUI)을 완료했다”며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해 해외시장 매출 비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해외사업 확대 주력
팔도는 향후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종합 식품 유통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신규 투자와 신제품을 바탕으로 라면과 음료 등 주력 사업 분야를 더욱 견고히 하고 주요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추진 중이다.
팔도는 우선 비빔면과 비락식혜를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아이스크림바 형태의 ‘얼음동동 식혜바’와 휴대가 간편한 스틱형 ‘비락식혜 스틱’을 연이어 선보였다.
팔도가 지난해 9월 선보인 ‘팔도 만능 비빔장’은 비빔면의 액상스프를 따로 구매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요청을 현실화한 제품이다. 비빔면에 들어있는 액상스프에 마늘과 홍고추 등을 추가한 요리용 특제 소스다. 삼겹살·골뱅이 등 어느 요리에나 어울리고 휴대가 간편해 인기다. 특히 해외여행 등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휴가철에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팔도가 1차 생산한 만능 비빔장 15만 개는 판매 시작 22일 만에 완판됐고 현재까지 약 3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출시 당시 월평균 15만 개 정도 팔리던 것이 최근 70만 개로 판매량이 늘었다는 게 팔도의 설명이다. 팔도는 튜브형 등 다양한 형태의 만능 비빔장을 출시해 간편 소스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팔도는 기존 비빔면 중량을 20% 늘린 ‘팔도 비빔면 1.2’를 한정판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한 개는 양이 부족하고 두 개는 많다는 고객의 의견을 받아들인 제품으로, 면과 액상스프의 양을 늘렸음에도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 확장을 통해 비빔면 매출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비빔면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6년 대비 8% 이상 증가한 490억원에 달한다. 판매량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 연간 9900만 개 정도 판매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6500만 개 정도 판매되며 연간 판매량 1억 개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 정도 늘어난 것으로 1초에 4개꼴로 판매한 셈이다. 여름철 판매량이 집중됐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연중 고르게 판매되는 것도 특징이다. 팔도에 따르면 비빔면의 지난해 동절기 매출은 전면 대비 약 30% 성장했다.
팔도는 최근 35년 액상스프 기술력을 담은 ‘팔도비빔밥 산채나물’과 ‘팔도비빔밥 진짜짜장’ 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비빔밥 산채나물은 곤드레·취나물·도라지 등을 넣은 담백한 나물밥이다. 고추장 대신 ‘팔도비빔장’을 별첨했다. 비빔밥 진짜짜장은 춘장과 푸짐한 건더기로 만든 액상 짜장 소스가 특징이다.
손방수 팔도 마케팅 상무는 “‘팔도비빔밥’은 팔도의 차별화한 액상 소스 제조 노하우를 활용해 만든 색다른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관련 신제품을 늘려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
-2012년 한국야쿠르트로부터 분리 후 지속 성장…‘종합식품 유통기업’ 목표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원조 비빔라면 ‘비빔면’과 전통 음료 ‘비락식혜’로 유명한 팔도가 2012년 1월 한국야쿠트르에서 법인 분리된 이후 쾌속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2013년 3235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4233억원으로 늘었다. 수출 실적도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다.
팔도의 지난해 수출액은 6100만 달러(695억원)로, 전체 매출의 16.4%를 차지한다. ‘도시락’ 등 라면 제품과 어린이 음료 ‘뽀로로’가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러시아 사업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팔도의 러시아법인인 ‘코야(KOYA)’는 지난해 89억4100만 루블의 매출을 거뒀다. 코야의 전체 매출에서 도시락이 차지하는 비율은 90% 이상이다. 도시락은 러시아 용기면 시장점유율 60%의 부동의 1위 제품이다.
팔도는 향후 브랜드 강화와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종합 식품 유통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세계 80여 개국에 수출되는 팔도 라면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는 1983년 11월 라면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초기 수출은 한국 교포가 많은 미주 시장에 집중됐다. 팔도는 사업 첫해인 1983년 말 약 5만 달러의 물량을 수출했다. 1986년부터 일본·동남아시아·중동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했다.
팔도가 해외 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1991년 12월 ‘도시락’ 2만1000박스를 러시아에 처음 수출하면서부터다.
도시락은 팔도가 1986년 출시한 첫 용기면이다. 국내 최초로 별도의 뚜껑이 달린 사각 용기를 적용한 제품이다. 사발과 컵 모양 두 종류만 있던 시장에서 일대 혁신으로 평가 받으며 모양에서부터 이름까지 어린 시절 추억을 재현해 인기를 끌었다.
도시락의 초기 러시아 수출 실적은 미미했다. 하지만 당시 부산항을 드나들던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에 의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상륙한 도시락은 러시아 선원이 사용하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한 사각 형태 용기면으로 주목받았다.
도시락은 원형의 다른 컵라면과 달리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먹기에 편했다. 칼칼한 맛은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했다. 시베리아 지방의 추위를 달래줄 수 있는 먹거리로 인식되면서 1994년 들어 공식 수출 이외에도 부산 지역을 드나드는 러시아 보따리상이 가져가는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팔도는 러시아 시장에 사활을 걸기로 하고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업소를 열었다. 러시아 진출 초기 현지인의 반응을 확인한 팔도는 기존 도시락 외에 추가 신제품 출시를 추진했다. 국내에서 파견된 팔도 연구원이 러시아 마트 등을 돌아다니며 현지인이 선호하는 맛을 조사했다.
팔도는 덜 맵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러시아인의 입맛을 고려한 ‘도시락 치킨맛’을 개발해 현지 시장에 내놓았다. 이 제품은 한국 라면 특유의 빨간 국물이 아닌 닭육수 베이스의 하얀 국물 라면이다. 육류 중 닭을 즐겨 먹는 현지인의 식습관도 감안했다.
팔도는 이후에도 버섯·새우 등 다양한 맛의 도시락을 출시했다. 젓가락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인이 제품을 보다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용기 안에 포크를 함께 담아 두기도 했다. 그 결과 러시아인들은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로 꼽게 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러시아 지역에 수출되는 도시락의 수량은 연간 2억 개에 육박했다.
팔도는 러시아 현지에 라면 공장을 만들어 제품을 생산·판매하기로 결정했다. 2005년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시 9만9174㎡(3만 평) 부지에 용기면 3개 생산 라인과 봉지면 1개 생산 라인을 갖춘 현지법인 ‘코야’를 준공했다. 팔도는 러시아 공장 설립 이후에도 현지 생산량이 수요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자 용기면 생산 라인 1개를 늘리기도 했다.
도시락의 지난해 러시아 시장 내 누적 판매량은 47억 개에 달한다. 일부 러시아인은 라면 자체를 도시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시락은 러시아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브랜드 가치에 ‘도시락 봉지면’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
팔도 관계자는 “2015년 600만 개에 머무르던 국내 도시락 판매량은 지난해 1700만 개로 3배 정도 증가했다”며 “미국 등 세계 3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인 국내 생산 제품을 유럽 등으로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83년 ‘팔도라면’으로 라면 사업 시작
팔도는 1983년 9월 17일 ‘팔도라면’을 선보이며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 라면 시장은 삼양과 농심이 양분하고 있었다. 팔도 이후 빙그레(1986년)와 오뚜기(1987년)가 시장에 가세했다.
팔도는 라면 사업 추진 계획을 확정한 1982년부터 경기도 이천군 부발읍 무촌리 일대의 토지를 매입하고 1983년 이곳에 공장을 준공했다.
팔도의 최초 라면은 ‘팔도라면’이었다. 팔도는 ‘깨끗하고 담백한 라면’을 콘셉트로 제품을 출시했다. 팔도라면 3종(쇠고기·크로렐라·참깨) 중 ‘팔도라면 참깨’는 국내 최초로 페이스트 스프를 도입한 제품이었다.
당시 라면 스프는 양념류를 건조한 분말스프가 주를 이뤘다. 페이스트스프는 효소 분해법을 통해 육류를 추출한 것으로, 분말스프에 비해 고기의 본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국내 ‘여름 계절면’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팔도 비빔면(이하 비빔면)’이 탄생한 시기는 1984년이다. 비빔면은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던 기존 라면의 고정관념을 깬 제품이자 여름철 라면 시장의 비수기를 없앤 제품이기도 하다.
팔도는 매콤·새콤·달콤한 황금 비율 소스를 구현하기 위해 당시 유명한 비빔냉면집과 비빔국숫집을 모조리 돌아다녔다. 원재료를 그대로 갈아 만든 액상스프 기술력과 최고의 원료를 사용한 것이 비빔면의 흥행 성공 원인이라는 것이 팔도의 설명이다.
비빔면 등으로 국내 라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팔도는 라면 사업 시작 7년 만에 한 차례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89년 2월 불거진 ‘팔도 설렁탕면 수입 사골 사건’때문이었다. 팔도 설렁탕면에 사용되는 원료가 공업용 우지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제품 판매가 금지되고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같은 해 10월 설렁탕면 판매가 재개됐지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새겨진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팔도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전략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판매가 부진한 제품은 생산을 중단했고 기존 제품의 품질을 개량함과 동시에 고급면 중심의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라면 사업 매출은 점차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팔도의 구원투수는 대형 용기면 ‘왕뚜껑’이었다. 1990년 8월 출시된 왕뚜껑은 넓은 용기와 함께 국내 최초로 대접 모양 뚜껑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뚜껑에 라면과 김치 등을 덜어 먹을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 제품이었다. 왕뚜껑은 용기면이 300원대 시장에서 500원대 시장으로 진입하는데 선두 주자 역할을 하며 팔도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팔도 관계자는 “왕뚜껑의 성공에 발맞춰 1991년 이후부터 저가면 생산을 중단하고 중·고급면에 집중했다”며 “그 결과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고 라면 사업도 점차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1995년 ‘비락식혜’로 음료 시장 진출
라면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팔도는 1995년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해 음료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팔도의 음료 대표 제품은 ‘비락식혜’다.
비락식혜는 전통 음료인 식혜를 제품화한 원조 식혜 음료다. 출시 당시 콜라와 사이다 등 탄산음료가 주도했던 시장에서 새로운 콘셉트의 음료로 각광 받았다. 신토불이 열풍 등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한때 2500억원까지 성장한 식혜 시장을 이끈 제품이다.
비락식혜의 성공 비결은 출시 이후부터 지켜온 제조 방식에 있다. 밥과 엿기름을 따로 숙성해 식혜 본연의 맛과 향을 구현했다. 주원료인 멥쌀과 엿기름 추출물은 국내산을 사용해 농가 수익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카페인·합성보존료·색소가 들어가지 않고 간편하게 가정식 식혜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비락식혜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식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여 년 동안 약 4억8000만 리터가 판매됐고 238mL 캔으로 환산하면 20억 개에 이른다. 국민 1인당 약 38캔씩 마신 셈이다.
팔도의 음료 사업은 2007년 출시한 ‘귀여운 내친구 뽀로로(이하 뽀로로 음료)’ 시리즈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뽀로로 음료는 높은 캐릭터 인지도로 어린이 음료 시장에서 40% 이상을 점유하며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뽀로로 음료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뜨겁다. 지금까지 해외에서만 2억 개 이상 판매됐고 누계 매출액은 800억원에 달한다. 올해 7월 기준 뽀로로 음료의 누계 수출액은 이미 2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는 지난해 수출액 220억원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2007년 첫 수출 이후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뽀로로 음료는 인도네시아에서 특히 인기다. 2011년 6400만원이던 인도네시아 수출액은 지난해 50억원으로 80배 정도 증가했다. 올해 또한 7월 기준 35억원 정도의 수출 실적을 거두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팔도 관계자는 “귀여운 내친구 뽀로로는 최근 국내 어린이 음료 최초로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인증(MUI)을 완료했다”며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해 해외시장 매출 비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해외사업 확대 주력
팔도는 향후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종합 식품 유통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신규 투자와 신제품을 바탕으로 라면과 음료 등 주력 사업 분야를 더욱 견고히 하고 주요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추진 중이다.
팔도는 우선 비빔면과 비락식혜를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아이스크림바 형태의 ‘얼음동동 식혜바’와 휴대가 간편한 스틱형 ‘비락식혜 스틱’을 연이어 선보였다.
팔도가 지난해 9월 선보인 ‘팔도 만능 비빔장’은 비빔면의 액상스프를 따로 구매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요청을 현실화한 제품이다. 비빔면에 들어있는 액상스프에 마늘과 홍고추 등을 추가한 요리용 특제 소스다. 삼겹살·골뱅이 등 어느 요리에나 어울리고 휴대가 간편해 인기다. 특히 해외여행 등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휴가철에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팔도가 1차 생산한 만능 비빔장 15만 개는 판매 시작 22일 만에 완판됐고 현재까지 약 3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출시 당시 월평균 15만 개 정도 팔리던 것이 최근 70만 개로 판매량이 늘었다는 게 팔도의 설명이다. 팔도는 튜브형 등 다양한 형태의 만능 비빔장을 출시해 간편 소스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팔도는 기존 비빔면 중량을 20% 늘린 ‘팔도 비빔면 1.2’를 한정판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한 개는 양이 부족하고 두 개는 많다는 고객의 의견을 받아들인 제품으로, 면과 액상스프의 양을 늘렸음에도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 확장을 통해 비빔면 매출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비빔면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6년 대비 8% 이상 증가한 490억원에 달한다. 판매량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 연간 9900만 개 정도 판매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6500만 개 정도 판매되며 연간 판매량 1억 개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 정도 늘어난 것으로 1초에 4개꼴로 판매한 셈이다. 여름철 판매량이 집중됐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연중 고르게 판매되는 것도 특징이다. 팔도에 따르면 비빔면의 지난해 동절기 매출은 전면 대비 약 30% 성장했다.
팔도는 최근 35년 액상스프 기술력을 담은 ‘팔도비빔밥 산채나물’과 ‘팔도비빔밥 진짜짜장’ 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비빔밥 산채나물은 곤드레·취나물·도라지 등을 넣은 담백한 나물밥이다. 고추장 대신 ‘팔도비빔장’을 별첨했다. 비빔밥 진짜짜장은 춘장과 푸짐한 건더기로 만든 액상 짜장 소스가 특징이다.
손방수 팔도 마케팅 상무는 “‘팔도비빔밥’은 팔도의 차별화한 액상 소스 제조 노하우를 활용해 만든 색다른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관련 신제품을 늘려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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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