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임대차계약 파기 사유 될까

[법으로 읽는 부동산]
-임대차 목적물 내 반려견 사육을 희망하지 않는다면 계약 문구로 명시해야



[한경비즈니스=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변호사]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알지 못했던 반려견 사육을 이유로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임대차계약 이행을 거부하면서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의 판결을 소개한다. 최근 언론에도 많이 소개된 사건(2017나63995)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차인이 승소했다. 1심 판결에선 500만원 배상을 인정했고 2심 판결에선 여기에 700만원이 늘어난 1200만원이 인정됐다.

◆사회 통념상 어긋나지 않는 ‘반려견 사육’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2017년 2월 임차인과 임대인은 보증금 2억원에 계약 기간 2년의 임대차계약을 했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계약금으로 4000만원을 지급했다. 임대차계약서 제7조엔 ‘손해배상에 대해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임차인은 반려견 3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임대인은 이 사실을 임대차계약 체결 후 알게 됐다. 임대인은 원고에게 내용증명 우편으로 ‘반려견들과 함께 거주하는 조건인 이상 원고에게 위 건물을 인도할 수 없다’며 ‘계약금을 수령할 계좌 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이를 공탁하겠다’고 보냈다. 이후 임대인은 4000만원을 공탁했고 임차인은 이를 수령했다.

임대인은 위 임대차 계약상 원고가 반려견 3마리를 기른다는 사실을 고지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고 이는 계약상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 또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 행위라고 주장했다. 즉 이에 따라 임대차 계약을 해제한 것이기 때문에 이행 거절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원칙적으로는 부동산 거래 시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할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또 그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만 아니라 널리 계약상·관습상·조리상의 일반 원칙에 의해서도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임대차계약서상 반려견에 관한 기재가 전혀 없고 임대차계약 시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것이 위 임대차계약의 조건’이라고 고지하지 않은 점 △현재 사회 통념상 아파트·다세대주택 등과 같은 공동주택이라고 하더라도 반려견을 기르는 것이 터부시되지 않는 점 △원고가 기르는 반려견이 3마리이기는 하지만 모두 소형견인 점 등에 주목했다.

그 결과 결국 법원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소형견 3마리를 기른다는 사실이 사회 통념상 고지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임대인의 일방적인 이행 거부는 임대차계약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임대인의 이행 거부가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고 임차인에게 큰 손해가 없다는 점을 감안, 계약금 상당의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정해진 4000만원에서 대폭 감액한 1200만원만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4000만원의 손해배상 예정에도 불구하고 500만원만 인정한 1심 판단은 소송비용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적은 금액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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