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성 시대, ‘닥공’이 최우선 전략이다

[경영전략]
-카카오가 애니메이션 강국 일본에서 ‘닥치고 공짜’에 공들이는 이유


(사진) 세계 28개국 59개 스타벅스 매장 소비자의 이야기를 엮은 미니 다큐멘터리. /유튜브 캡처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닥공’이라는 단어가 있다. 원래 이 단어는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의 공격적 축구 스타일을 뜻하는 ‘닥치고 공격’의 준말이었다. 최근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맹활약 중인 박성현 선수의 공격적 골프 스타일을 얘기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최근 닥공은 다른 의미로도 사용된다. ‘닥치고 공짜’가 그것이다.

◆소비자 참여 활성화 방안 고민해야

‘토스’라는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밥값 n분의 1’로 대표되는 간편 송금에서부터 신용 관리, 금융 상품 판매 중개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앱이다. 이 앱은 다른 금융사는 유료인 이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닥공 전략 덕에 2015년 2월 서비스 개시 이후 40개월 만에 가입자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 시장에서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현지 시장 3위로 올라선 카카오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도 상징적이다. 이 앱의 성공 비결도 일종의 닥공이다. 기다리면 공짜라는 콘셉트를 적용해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 화를 바로 보고 싶으면 돈을 내야 하는 기존 웹툰과 달리 하루나 이틀을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화제를 이어 가고 있다.

기업들은 왜 공짜를 향해 달려갈까. 세계적 저널리스트 크리스 앤더슨은 저서 ‘프리(free)’에서 세상에는 공짜와 공짜가 아닌 두 가지 가격이 있고 이 두 가격이 만들어 내는 시장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공짜에 집착하는 이유는 공짜에 의한 소비자의 획득과 참여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예전에는 공짜를 통한 소비자의 획득과 참여에 공을 들이지 않았을까. 아마도 당시에는 소비자 개인의 참여로부터 얻는 이익이 공짜에 들어가는 비용을 상쇄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연결성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 하나하나의 가치가 달라졌다. 소비자 개개인이 온전히 세계와 연결돼 있어 그들의 연결의 가치가 훨씬 더 커졌다.

공짜 외에 소비자의 참여를 활성화할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마케팅에는 가격을 포함한 ‘4P’라는 개념이 있다. 제품을 만드는(Product) 것부터 제품에 맞는 가치(Price)를 결정하고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Place)하며 마지막으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알리는(Promotion) 일이 그것이다.

이런 4P에 대해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연결성의 혁명으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소비자가 적극적·사회적인 소비자로 변했고 이러한 관점에서 수동적 소비자를 전제로 한 4P가 소비자 참여를 좀 더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개념의 4P의 의미와 사례를 소비자 참여의 관점에서 하나씩 살펴보자.

◆자동차 제작에 소비자 끌어들인 로컬모터스

첫째는 공동 창조다. 공동 창조와 관련한 대표적 기업은 미국 자동차 회사 로컬모터스다. 이 회사는 2007년 제프 존스와 제이 로저스가 피닉스에서 설립했다. 두 사람이 창업 후 1년 반 동안 한 일은 디자인 스쿨과 협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의 열정을 공유하고 전파하며 디자인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이후 첫째 자동차의 디자인을 공모한다. 로컬모터스의 첫 작품 ‘랠리 파이터’는 100개국이 넘는 서로 다른 국가 출신 2900명의 커뮤니티 구성원이 내놓은 3만5000개의 디자인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디자인을 내지 않더라도 보팅의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 개선에 참여·협업했다.

랠리 파이터의 구매자가 되는 과정도 재미있다. 약 9만9000달러짜리 랠리 파이터의 주인이 되려면 돈이 다가 아니다. 최소 2주 동안 금·토·일 사흘간 랠리 파이터를 만드는 가까운 마이크로 팩토리에 가서 제작에 참여해야 한다. 현재 로컬모터스 커뮤니티는 4만3100명으로 구성돼 있다. 31개 프로젝트에 6000개 디자인과 2000개 아이디어를 가지고 함께 작업한다. 이렇게 나온 디자인은 오픈 소스 형태로 공개된다.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전체 과정을 오픈함으로써 각 단계별로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하고 각 개인은 그들의 세계에 로컬모터스를 가져오는 네트워크의 역할을 하게 된다.

둘째, 호텔이나 항공권처럼 소비자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탄력적 가격제도 개념이다. 이 모델은 소비자 참여라는 측면에서 훨씬 더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요즘의 온라인 게임처럼 대부분 기본은 무료이고 아이템 구입에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법이나 유튜브처럼 기본은 무료지만 ‘유튜브 레드’라는 프리미엄 버전을 만들어 비용을 받는 등 소비자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가격 전략이 확실히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료를 넘어 참여만으로 보상을 주는 ‘스티밋’이라는 사이트도 생겼다. 페이스북처럼 자기가 올린 글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은 물론 자기가 누른 ‘좋아요’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는 식이다.

셋째는 커뮤니티나 소비자를 유통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제품을 만들고 가치를 결정하며 제품을 전달하는 유통에 소비자와 커뮤니티를 참여시키라는 이야기다.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가장 전형적 사례다.

에어비앤비는 단순히 방을 빌려주던 호텔업의 가치를 넘어 빈방에 집주인의 경험과 세월을 녹임으로써 숙소를 우리 집처럼 여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에어비앤비의 숙소는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곳에서 오래 살아왔던 것처럼 메뉴가 필요 없는, 카페나 긴 골목 끝에 숨겨진 클럽이나 가이드북에 나타나지 않는 미술관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즉 유통 과정에 판매자로서의 소비자와 그가 속한 커뮤니티를 참여시킴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경험을 창조했다. 다시 그 경험에 소비자들의 경험과 얘기가 더해져 이제 그 집은 하나의 상품이 아닌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다.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선 애플도 유통에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시도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애플의 리테일을 책임진 안젤라 아렌츠 애플 수석부사장은 애플 스토어라는 기존 이름을 과감히 버리고 ‘타운스퀘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 기존에 제품을 팔던 애플 스토어를 광장과 같이 만들어 소비자를 더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스스로 제품에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유통은 이제 단순히 제품만 전달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와 커뮤니티의 참여를 통해 제품 이상의 가치와 연결의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소비자의 스토리를 마케팅에 활용한 스타벅스

마지막 넷째 전략은 프로모션이 아닌 소비자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더 나아가 소비자의 참여를 전제로 한 대화(conversation)다. 2014년 스타벅스가 제작한 기업 광고가 화제를 모았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대신 2014년 9월 29일 전 세계 28개국 59개 스타벅스 매장에 온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미니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웹사이트에 올려 놓은 일종의 기업 광고였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스타벅스 매장의 청각 장애인 모임에서 친구를 찾은 이야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스크랩북을 만들기 위해 매장을 찾은 두 여인의 스토리 등 총 59개의 에피소드는 소비자 본인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찾고 공감하고 거기에서 본인만의 스타벅스의 의미를 찾도록 제작됐다.

이 미니 다큐멘터리를 모아 놓은 웹사이트에 많은 소비자가 접속하고 또한 그들만의 스타벅스 이야기를 더함으로써 경험이 풍성해졌고 연결이 강화됐다.

기업은 때에 따라 소비자와 직접 대화하기보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사람을 가운데 두고 소통할 수도 있다. 유튜버의 대표적인 뷰티 인플루언서로 145만 명의 팬을 지닌 ‘씬님’이 대표적이다. 그는 화장법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주로 언제 어떤 화장을 하는지 얘기한다.

그의 유튜브 방송을 보면 제품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 “할로윈데이에는 어떤 화장을 해야 하는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특정 화장품이 나쁘지 않더라”는 식으로 툭 치고 나간다. 제품은 부차적인 것이고 화장법을 이야기하는 중에 제품이 스쳐 지나가는 정도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씬님의 콘텐츠에 열광한다.

연결성 시대다. 소비자 한 명은 온 세계와 연결돼 있고 참여를 통한 연결의 가치는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그 어떤 비용보다 클 수 있다. 따라서 제품을 만들고 가치를 결정하며 제품을 전달하고 알리는 마케팅의 4P도 소비자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