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4대 그룹 AI 혈전]-대부분 주력 업종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 AI 인재 모시기 ‘총성 없는 전쟁’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의 미래 투자가 빨라지고 있다. 공통분모는 인공지능(AI)이다. AI는 정보기술(IT)부터 가전·통신·자동차까지 현재 각 그룹 주력 시장의 경쟁 구도를 뿌리째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AI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이끌고 있는 것은 4대 그룹의 ‘젊은 리더’들이다. 지난 7월 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LG 회장은 만 40세(1978년생)다. 지난 9월 14일 수석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49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0세다. 이들 중 나이가 많은 편인 최태원 SK 회장이 1960년생으로 만 57세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쟁을 벌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 초 집행유예로 풀려난 직후부터 수차례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AI 등 미래 사업을 직접 챙겼다. 지난 9월 10일에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을 방문해 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AI 등 신성장 동력 사업 연구 현황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이 사업부가 아닌 종합기술원을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 뉴욕에 6번째 AI 연구센터 열어
삼성전자는 9월 초 미국 뉴욕에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개설했다. 서울과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이은 6번째 AI 연구센터다.
미국 동부 지역은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프린스턴대 등 미국 인재의 요람으로 불리는 대학들이 위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한국 AI 총괄 연구개발센터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주요 국가에 글로벌 거점을 세우고 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미국·영국·캐나다·모스크바 등 해외 글로벌 AI 연구 거점에 2020년까지 1000명의 인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한국·미국·이스라엘 등 3개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니션 센터를 올 연말까지 중국과 독일에도 설립 할 예정이다.
센터를 통해 현대차는 AI·자율주행·전동화 등 자동차 관련 신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내부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하던 국내 자동차 업계의 관행과는 사뭇 달라진 행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를 위해 작년 5월 직접 이스라엘을 찾아 자율주행 기술 업체 모빌아이의 암논 샤슈아 창업자와 만났다. 모빌아이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분야 센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 카메라 영상 인식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에 8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딥 체인지’를 통해 AI 강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최 회장은 2016년부터 그룹 내 AI 사업을 직접 챙기며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2017년에는 SK텔레콤에 AI 사업을 전담하는 대표이사 직속 AI사업단을 신설했다.
또 그는 작년 8월 열린 ‘이천포럼’을 통해 그룹 임원진들에게 AI를 비롯한 과학 기술 등을 학습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딥 체인지 2.0’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SK 임직원부터 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최 회장의 제안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구광모 회장의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방문이었다. 지난 9월 12일, 구 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진행 중인 성장 사업과 미래 사업 분야의 융·복합 R&D 현황을 점검했다. 또 계열사 경영진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와 빅데이터·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의 기술을 육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 말하며 글로벌 선도 기업과 전략적 차원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8월 초 캐나다에 ‘토론토 AI 연구소’를 열었다. 해외에 처음 설립한 AI 전담 연구소다.
◆AI 시대, 게임의 법칙이 바뀐다
AI의 성장 전망은 매우 밝다. 시장조사 업체 IDC는 전 세계 AI 시장 규모가 작년 80억 달러(8조5000억원)에서 2022년 1000억 달러(약 16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AI 시장 전망이 밝은 이유로는 AI가 다양한 산업군에 접목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은 ‘AI 플랫폼 기술시장동향보고서’를 통해 “AI는 전자·IT 산업뿐만 아니라 제조·금융·의료·자동차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AI 플랫폼을 활용하면 벤처나 중소기업들도 적은 R&D 비용으로 신뢰성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 그 확장성이 어마어마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대기업들은 기술력을 갖춘 벤처나 스타트업들을 인수함으로써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2015년 이른바 ‘알파고 쇼크’에 휩싸였던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가전과 정보통신·전장 등 한국 기업들이 전력을 가하고 있는 모든 산업군에서 AI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전 분야에서 라이벌 구도를 유지해 왔던 삼성과 LG의 다음 격전지도 AI로 꼽힌다.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모빌리티 혁신 기업으로의 진화에 나선 현대차에도 AI는 필수 성장 동력이다. AI를 활용해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SK텔레콤, SK C&C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해 AI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수출을 책임지는 반도체 산업의 ‘투 톱’ 삼성과 SK는 ‘넥스트 반도체’를 찾는 것에 분주하다.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4조8000억원 중 반도체가 무려 82%(12조2000억원)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45%를 책임진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아진 반도체 의존도는 기업에 있어선 고민거리다. 지금의 호황이 가라앉으면 기업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I는 유력한 ‘넥스트 반도체’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반도체, 통신, 가전, 자동차 전장 등 4대 기업의 경쟁이 이뤄질 산업군에서도 AI는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하드웨어를 발판으로 성장했던 과거와는 달리, 소프트웨어 기술력의 확보가 산업의 경쟁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AI를 둘러싼 인재 확보전도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4대 기업의 ‘AI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mjlee@hankyung.com
[커버스토리 : 4대 그룹 AI 혈전 기사 인덱스]
-젊어진 4대 그룹 리더들…“AI 투자에 사활” 한 목소리
-삼성, 글로벌 연구센터·플랫폼으로 AI ‘新초격차’ 이룬다
-현대차, 순혈주의 버리고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최태원 SK 회장의 '딥 체인지', AI 기술로 '업그레이드'
-LG, 에어컨에서 청소기까지 AI 가전으로 '게임 체인지'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2호(2018.10.01 ~ 2018.10.07)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의 미래 투자가 빨라지고 있다. 공통분모는 인공지능(AI)이다. AI는 정보기술(IT)부터 가전·통신·자동차까지 현재 각 그룹 주력 시장의 경쟁 구도를 뿌리째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AI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이끌고 있는 것은 4대 그룹의 ‘젊은 리더’들이다. 지난 7월 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LG 회장은 만 40세(1978년생)다. 지난 9월 14일 수석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49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0세다. 이들 중 나이가 많은 편인 최태원 SK 회장이 1960년생으로 만 57세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쟁을 벌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 초 집행유예로 풀려난 직후부터 수차례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AI 등 미래 사업을 직접 챙겼다. 지난 9월 10일에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을 방문해 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AI 등 신성장 동력 사업 연구 현황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이 사업부가 아닌 종합기술원을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 뉴욕에 6번째 AI 연구센터 열어
삼성전자는 9월 초 미국 뉴욕에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개설했다. 서울과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이은 6번째 AI 연구센터다.
미국 동부 지역은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프린스턴대 등 미국 인재의 요람으로 불리는 대학들이 위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한국 AI 총괄 연구개발센터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주요 국가에 글로벌 거점을 세우고 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미국·영국·캐나다·모스크바 등 해외 글로벌 AI 연구 거점에 2020년까지 1000명의 인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한국·미국·이스라엘 등 3개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니션 센터를 올 연말까지 중국과 독일에도 설립 할 예정이다.
센터를 통해 현대차는 AI·자율주행·전동화 등 자동차 관련 신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내부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하던 국내 자동차 업계의 관행과는 사뭇 달라진 행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를 위해 작년 5월 직접 이스라엘을 찾아 자율주행 기술 업체 모빌아이의 암논 샤슈아 창업자와 만났다. 모빌아이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분야 센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 카메라 영상 인식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에 8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딥 체인지’를 통해 AI 강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최 회장은 2016년부터 그룹 내 AI 사업을 직접 챙기며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2017년에는 SK텔레콤에 AI 사업을 전담하는 대표이사 직속 AI사업단을 신설했다.
또 그는 작년 8월 열린 ‘이천포럼’을 통해 그룹 임원진들에게 AI를 비롯한 과학 기술 등을 학습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딥 체인지 2.0’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SK 임직원부터 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최 회장의 제안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구광모 회장의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방문이었다. 지난 9월 12일, 구 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진행 중인 성장 사업과 미래 사업 분야의 융·복합 R&D 현황을 점검했다. 또 계열사 경영진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와 빅데이터·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의 기술을 육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 말하며 글로벌 선도 기업과 전략적 차원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8월 초 캐나다에 ‘토론토 AI 연구소’를 열었다. 해외에 처음 설립한 AI 전담 연구소다.
◆AI 시대, 게임의 법칙이 바뀐다
AI의 성장 전망은 매우 밝다. 시장조사 업체 IDC는 전 세계 AI 시장 규모가 작년 80억 달러(8조5000억원)에서 2022년 1000억 달러(약 16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AI 시장 전망이 밝은 이유로는 AI가 다양한 산업군에 접목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은 ‘AI 플랫폼 기술시장동향보고서’를 통해 “AI는 전자·IT 산업뿐만 아니라 제조·금융·의료·자동차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AI 플랫폼을 활용하면 벤처나 중소기업들도 적은 R&D 비용으로 신뢰성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 그 확장성이 어마어마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대기업들은 기술력을 갖춘 벤처나 스타트업들을 인수함으로써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2015년 이른바 ‘알파고 쇼크’에 휩싸였던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가전과 정보통신·전장 등 한국 기업들이 전력을 가하고 있는 모든 산업군에서 AI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전 분야에서 라이벌 구도를 유지해 왔던 삼성과 LG의 다음 격전지도 AI로 꼽힌다.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모빌리티 혁신 기업으로의 진화에 나선 현대차에도 AI는 필수 성장 동력이다. AI를 활용해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SK텔레콤, SK C&C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해 AI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수출을 책임지는 반도체 산업의 ‘투 톱’ 삼성과 SK는 ‘넥스트 반도체’를 찾는 것에 분주하다.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4조8000억원 중 반도체가 무려 82%(12조2000억원)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45%를 책임진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아진 반도체 의존도는 기업에 있어선 고민거리다. 지금의 호황이 가라앉으면 기업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I는 유력한 ‘넥스트 반도체’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반도체, 통신, 가전, 자동차 전장 등 4대 기업의 경쟁이 이뤄질 산업군에서도 AI는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하드웨어를 발판으로 성장했던 과거와는 달리, 소프트웨어 기술력의 확보가 산업의 경쟁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AI를 둘러싼 인재 확보전도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4대 기업의 ‘AI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mjlee@hankyung.com
[커버스토리 : 4대 그룹 AI 혈전 기사 인덱스]
-젊어진 4대 그룹 리더들…“AI 투자에 사활” 한 목소리
-삼성, 글로벌 연구센터·플랫폼으로 AI ‘新초격차’ 이룬다
-현대차, 순혈주의 버리고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최태원 SK 회장의 '딥 체인지', AI 기술로 '업그레이드'
-LG, 에어컨에서 청소기까지 AI 가전으로 '게임 체인지'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2호(2018.10.01 ~ 2018.10.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