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효과’가 붙들어 맨 미국 정책금리

[머니 인사이트]
-온라인 유통 발달하며 인플레 압력 낮아져…금리 인상 속도 조절 들어갈 듯



[한경비즈니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보·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미국 국채 10년 금리가 3.07%까지 상승하면서 넉 달 만에 다시 3% 위로 올라섰다. 표면적으로는 대규모 회사채 발행과 이탈리아의 재정 지출 확대 우려가 완화됨에 따라 독일 국채 10년 금리가 약 2주 만에 17bp(1bp=0.01%) 올라 0.49%까지 급반등한 영향이라는 해석이 주류다.

이번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눈치다. 미 국채 10년 금리는 지난 5월에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우려로 3.11%까지 상승했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앉은 전력이 있다.

현재 2.00%인 기준금리는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포함해 향후 두세 차례 금리를 더 인상하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모두 자극하지 않는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 경기확장기 후반부(late cycle)를 지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위치를 고려하면 향후 Fed의 금리 인상 행보는 더뎌질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다. 현재 미 국채 수익률 곡선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2019년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이 멈출 것이라는 컨센서스와 향후 3년 안에 최대 두세 차례의 금리 인상 전망이 반영돼 있다.

◆완화적 기조로 바뀐 Fed의 통화정책

글로벌 금융시장의 일반적인 평가와는 달리, Fed의 통화정책은 8월 말 와이오밍주 잭슨홀 연설을 기점으로 완화적 기조로 전환됐다고 판단한다.

첫째,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불확실한 추정치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1960~1980년대와는 달리 조심스러웠던 1990년대 Fed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0~1980년대 Fed가 자연실업률이라는 불확실한 경제지표 추정치에 의존하다 대대적인 인플레를 야기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현재 자연실업률을 근거로 긴축적인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에 대한 반론이다.

둘째,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독립전쟁 당시 벙커힐 전투에서 미국 민병대에 내려진 ‘적의 눈동자 흰자위가 보일 때까지 발포하지 말라’는 명령을 인용해 인플레 조짐이 보일 때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그린스펀 전 의장은 미국이 정보기술(IT) 발달로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실업률은 낮아지면서 인플레 위험은 없는 ‘신경제(new economy)’를 경험하고 있다고 직감했기 때문이다.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는 유통혁명을 기반으로 한 ‘아마존 효과’가 인플레 안정의 키워드로 제시됐다. 잭슨홀 심포지엄 마지막 날, 알베르토 카발로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 교수는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s)’를 더욱 깊이 파헤쳤다. 아마존 효과란 알고리즘에 근거한 가격 결정 기술이 발달하고 인터넷으로 가격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격이 더 빠르게 재설정되고, 지역별로 다른 가격을 제시했던 유통업체들이 전국적으로 가격을 비슷하게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존과 같이 기술에 기반한 온라인 유통업체가 유통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인플레 압력이 낮아지는데, 이는 1990년 인터넷 보급에 의한 생산성 증가로 인플레 압력이 낮아졌던 것과 유사하다. 카발로 교수는 아마존 효과 분석을 통해 파월과 Fed가 왜 지나치게 긴축하면 안 되는지, 왜 조심스럽게 통화정책을 펼쳐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금리 안정에 주식 상승세 이어갈 듯

9월 FOMC 이후 Fed는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다. 현재 0.20%포인트대 초반의 미국 장단기 금리 차(10~2년)는 9월 금리 인상 직후 0.10%포인트 안팎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12월 추가 인상은 장단기 금리 차 역전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논란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플레 조짐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Fed가 서둘러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할 이유는 없다. 9월 인상 이후 Fed은 장단기 금리 차를 포함한 금융시장 반응과 인플레 지표를 동시에 확인하면서 조심스러운 금리 인상 행보를 보일 것이다.

연내 두 차례의 FOMC를 통해 점도표상 중립금리와 9월에 처음 공개될 2021년 점도표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Fed가 제시해 온 2020년 점도표 3.375%가 현실화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두세 차례의 금리 인상만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채권시장은 2020년이나 그 이후의 점도표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고 완화적인 속도의 금리 인상은 역설적으로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 기대를 높여 장기 금리를 끌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미 국채 10년 금리는 3.0~3.3% 수준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될 것이다.

큰 틀에서 Fed의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로 전환된 것이지만,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은 이를 매파적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포트폴리오의 두 축인 미국 주식(환 노출)과 한국 채권에 주는 시사점은 반대다. 최근 하락 속도가 가팔랐던 국내 국고 10년 금리는 미국 장기 금리 반등을 따라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인 반등 이후에는 국내 경제 둔화 전망을 반영해 2019년 상반기 중 2.0%까지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다.

반면 미국 주식에는 긍정적이다. 중립금리 인상은 장기 성장성과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000억 달러의 관세 부과가 단행됐다. 관세율은 예상했던 25%보다 낮은 10%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관세가 연말 소비 시즌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더라도 미·중 무역 갈등이 미국 경제에 누적되는 영향은 조금씩 나타날 것이다. Fed의 긴축 강도도 단기적으로 높게 인식될 수 있다. 누적된 달러 강세의 부담과 관세의 영향은 내년 초 경기와 기업이익의 모멘텀 둔화로 나타날 수 있다. 4분기 증시 상승에 편승하더라도 S&P500 기준 3000포인트 이상에서는 중장기 추격 매수의 강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2호(2018.10.01 ~ 2018.10.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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