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개발 이어 그린벨트까지…김현미 국토부 장관 vs 박원순 시장 ‘설전’
입력 2018-10-10 09:44:15
수정 2018-10-10 09:44:15
- 부동산 정책 주도권 놓고 팽팽한 신경전…'파워 게임' 양상까지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이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큰 정책 발표 때마다 주거니 받거니 딴죽을 걸고 있다. ‘용산·여의도 개발’에서는 김 장관이 ‘서울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는 박 시장이 막아섰다.
이 두 컨트롤타워의 마찰이 계속되는 사이 서울 지역 집값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용산·여의도 개발 발표 때는 해당 지역의 집값이 수일 만에 폭등과 폭락을 오고갔고 그린벨트 해제 발표 때에도 예상 지역의 집값이 크게 요동쳤다.
그런데도 이 싸움은 좀처럼 끝날 분위기가 아니다. 서로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발표와 발표를 주고받으며 ‘파워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박 시장과 김 장관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책은 그린벨트 해제 문제다. 김 장관은 지난 9월 21일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풀어 면적 330만㎡(100만 평) 이상의 신도시 4~5곳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1차로 서울 등 신규 택지 17곳에 3만5000채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스페인을 방문 중인 박 시장은 지난 9월 30일(현지 시간) 기자 간담회에서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국토부의 방침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도심 업무 빌딩 안에 주택을 짓자고 역제안했다.
그러자 이번엔 김 장관이 또 다른 카드를 꺼냈다. 10월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지자체가 수용하지 않으면 국토부가 가진 그린벨트의 해제 물량을 독자적으로 활용하되 지자체와의 협의를 긴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말한 ‘국토부가 가진 그린벨트 해제 물량’은 결국 국토부 직권으로 해제 가능한 그린벨트를 의미한다. 면적 30만㎡ 이하는 국토부 장관이 시·도지사에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위임한다.
다만 국가 계획과 관련된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할 때는 면적과 관계없이 국토부 장관이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 국토부 장관이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총량은 40㎢ 정도다.
이에 대해 아직 박 시장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만약 김 장관의 계획에 반박을 가한다면 서울시와 국토부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김 장관과 박 시장이 주택 정책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김 장관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주거 복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공적주택 100만 가구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김 장관은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역세권 등 요지에 가격이 저렴하고 임대료가 싼 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수요가 가장 집중된 서울 지역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1만5000~2만 가구의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희망타운 공급 계획도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시는 난색을 표했다. 국토부는 서울시 측에 “그린벨트를 해제해 달라”고 계속 압박했지만 서울시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 놓아야 한다”며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발표된 신혼희망타운 지역 중 서울 물량은 서울 양원과 수서역세권 2곳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박 시장과 김 장관 사이의 갈등이 폭발하게 된 계기는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이다. 박 시장이 서울 용산과 여의도를 2대 도심으로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보란 듯이 김 장관이 반대했다.
집값 폭등을 주요 이유로 내세웠지만 ‘중앙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내용’이라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의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박 시장은 집값 폭등이 현실화되면서 추진 동력을 잃게 됐고 사업을 전면 보류하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이때의 상황을 놓고 박 시장과 김 장관의 갈등을 미래 권력이 되기 위한 박 시장과 현재 권력을 최대한 지키려는 문재인 정부 사이의 힘겨루기로 해석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편 국토부 장관과 서울시장 간 충돌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야당 소속이던 이명박 서울시장과 그 뒤를 이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개발이나 강남 재건축 용적률과 각종 규제 완화 여부 등을 둘러싸고 당시 건설교통부와 빈번히 충돌했다.
당시에는 여당 아래 국토부와 야당 출신 서울시장의 충돌이었지만 이번엔 둘 다 같은 편인 여권 성향의 국토부 장관과 서울시장이란 점이 특이하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3호(2018.10.08 ~ 2018.10.14)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이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큰 정책 발표 때마다 주거니 받거니 딴죽을 걸고 있다. ‘용산·여의도 개발’에서는 김 장관이 ‘서울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는 박 시장이 막아섰다.
이 두 컨트롤타워의 마찰이 계속되는 사이 서울 지역 집값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용산·여의도 개발 발표 때는 해당 지역의 집값이 수일 만에 폭등과 폭락을 오고갔고 그린벨트 해제 발표 때에도 예상 지역의 집값이 크게 요동쳤다.
그런데도 이 싸움은 좀처럼 끝날 분위기가 아니다. 서로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발표와 발표를 주고받으며 ‘파워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박 시장과 김 장관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책은 그린벨트 해제 문제다. 김 장관은 지난 9월 21일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풀어 면적 330만㎡(100만 평) 이상의 신도시 4~5곳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1차로 서울 등 신규 택지 17곳에 3만5000채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스페인을 방문 중인 박 시장은 지난 9월 30일(현지 시간) 기자 간담회에서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국토부의 방침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도심 업무 빌딩 안에 주택을 짓자고 역제안했다.
그러자 이번엔 김 장관이 또 다른 카드를 꺼냈다. 10월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지자체가 수용하지 않으면 국토부가 가진 그린벨트의 해제 물량을 독자적으로 활용하되 지자체와의 협의를 긴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말한 ‘국토부가 가진 그린벨트 해제 물량’은 결국 국토부 직권으로 해제 가능한 그린벨트를 의미한다. 면적 30만㎡ 이하는 국토부 장관이 시·도지사에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위임한다.
다만 국가 계획과 관련된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할 때는 면적과 관계없이 국토부 장관이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 국토부 장관이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총량은 40㎢ 정도다.
이에 대해 아직 박 시장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만약 김 장관의 계획에 반박을 가한다면 서울시와 국토부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김 장관과 박 시장이 주택 정책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김 장관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주거 복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공적주택 100만 가구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김 장관은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역세권 등 요지에 가격이 저렴하고 임대료가 싼 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수요가 가장 집중된 서울 지역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1만5000~2만 가구의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희망타운 공급 계획도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시는 난색을 표했다. 국토부는 서울시 측에 “그린벨트를 해제해 달라”고 계속 압박했지만 서울시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 놓아야 한다”며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발표된 신혼희망타운 지역 중 서울 물량은 서울 양원과 수서역세권 2곳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박 시장과 김 장관 사이의 갈등이 폭발하게 된 계기는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이다. 박 시장이 서울 용산과 여의도를 2대 도심으로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보란 듯이 김 장관이 반대했다.
집값 폭등을 주요 이유로 내세웠지만 ‘중앙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내용’이라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의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박 시장은 집값 폭등이 현실화되면서 추진 동력을 잃게 됐고 사업을 전면 보류하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이때의 상황을 놓고 박 시장과 김 장관의 갈등을 미래 권력이 되기 위한 박 시장과 현재 권력을 최대한 지키려는 문재인 정부 사이의 힘겨루기로 해석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편 국토부 장관과 서울시장 간 충돌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야당 소속이던 이명박 서울시장과 그 뒤를 이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개발이나 강남 재건축 용적률과 각종 규제 완화 여부 등을 둘러싸고 당시 건설교통부와 빈번히 충돌했다.
당시에는 여당 아래 국토부와 야당 출신 서울시장의 충돌이었지만 이번엔 둘 다 같은 편인 여권 성향의 국토부 장관과 서울시장이란 점이 특이하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3호(2018.10.08 ~ 2018.10.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