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부동산 개발의 새 트렌드 ‘초고층 전망대’

-사교모임 아지트에서 부동산 수익원으로 변신…‘엠파이어스테이트 넘어서라’







[김현석 한국경제 뉴욕 특파원]뉴욕에는 ‘하늘을 긁는 빌딩’이란 뜻의 초고층 빌딩 ‘스카이스크래퍼’ 수십 동이 있다. 이들 초고층 빌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바로 전망대다. 구름 위로 솟구친 초고층에서 세계를 내려다보는 그 기분은 그 어디에 비할 수 없이 상쾌하다.


맨해튼에는 초고층 빌딩 전망대가 세 곳 있다. 2015년 개장된 원월드트레이드센터, 뉴욕의 상징과도 같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억만장자 록펠러가 1930년에 건설한 록펠러센터에서 뉴욕의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들은 각각 맨해튼의 남쪽·중간·북쪽을 차지하고 각각 다른 뷰를 보여준다.


이들 빌딩엔 한 해 900만 명이 넘는 세계 관광객이 방문한다. 한 사람당 입장료가 평균 30달러가 넘고 기념품·음료·음식값을 더하면 한 해 2억7000만 달러(약 3001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수익성 좋은 사업을 뉴욕의 비즈니스맨들이 놓칠 리 없다. 뉴욕에는 2020년과 2021년, 새로운 초고층 전망대 두 곳이 추가로 생긴다.





◆뉴욕을 상징하는 ‘스카이스크래퍼’


기존 초고층 전망대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다. 지난해 무려 420만 명이 찾았다. 1931년에 지어진 고딕 양식 건물로 지상 102층, 1250피트(381m) 높이의 마천루다.


주 전망대는 86층에 있다. 뉴욕에서 가장 높은 실외 전망대다. 센트럴파크와 허드슨강, 브루클린 다리, 타임스퀘어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102층에도 최상층 전망대가 있다. 센트럴파크 전체가 보이고 맑은 날에는 고층 건물 숲 너머 80마일(129km) 거리까지 볼 수 있다.


둘째는 록펠러센터 70층에 있는 ‘톱오브더록’ 전망대다. 연간 300만 명 정도가 찾는다.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뒤 중간에 내려 록펠러센터와 관련된 전시를 본 뒤 셔틀 엘리베이터로 70층 전망대로 향한다.


3개 전망 층 중 2곳은 유리로 보호 난간을 설치했고 가장 위층은 가슴 높이부터 사방이 트여 있다. 남쪽을 보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그 뒤로 원월드트레이드센터까지 보인다.


원월드트레이드센터는 2001년 9·11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건설됐다. 미국이 독립된 1776년을 상징하는 높이(1776피트)로 지어졌다. 높이 541m로 시카고 윌리스타워(442m)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전체 빌딩 높이는 108층으로, 전망대는 100~102층에 있다. 맨해튼 북쪽에는 조지워싱턴브리지·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브루클린 시가지까지, 남쪽으로는 자유의 여신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뉴욕에선 과거 대부분의 초고층 빌딩 최상층이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개인적 장소로 쓰이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의 회원제 사교클럽인 클라우드클럽은 1970년대 후반에 문을 닫았다. 별달리 인기가 없다는 뜻이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이 공간을 활용하는 옵션으로 초고층 전망대가 부상한 것은 2011년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소유한 회사인 엠파이어스테이트리얼티트러스트가 기업공개(IPO)의 일환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재무제표를 신고하면서부터다.


지난해 공시 서류에 따르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전망대는 총 1억2710만 달러(1436억9900만원)의 매출을 올려 건물 전체 수익의 40.4%를 차지했다. 꼭대기 전망대가 수십 개 층을 차지한 사무실 공간만큼이나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전망대 설치엔 생각보다 큰 자금이 소요된다. 맨해튼에서 초고층 빌딩에 전망대를 지으려면 통상 1억 달러 이상의 건설비가 추가로 소요된다. 전용 초고속 엘리베이터들과 전용 입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 회사들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사례에서 멋진 전망을 판매하는 것이 사무실이나 아파트 등을 파는 것보다 때로는 수익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초고층 전망대, 세계에서 10년 새 20개 늘어나


전 세계 초고층 전망대는 10여 년 전까지 30여 개 수준이었지만 최근 50개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 로스앤젤레스와 런던에서 새 전망대가 문을 열었고 마이애미에서도 곧 한 곳이 개장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건설 중인 세계 최초의 km(3281피트) 높이의 건물인 제다타워에 약 55마일 떨어진 메카 너머까지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지어지고 있다.


맨해튼 내에서 초고층 전망대를 짓고 있는 곳은 두 곳이다. 미드타운 서부의 거대한 허드슨야드를 개발 중인 부동산 개발사 릴레이티드컴퍼니는 공사 중인 1296피트(395m) 높이의 타워 꼭대기에 2020년 전망대를 개장할 계획이다.


이 전망대가 개장되면 맨해튼 서부에서 맨해튼 전체를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맨해튼 서부엔 고층 빌딩이 그리 많지 않은 만큼 탁 트인 전망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1년에는 SL그린리얼티가 맨해튼의 한복판 그랜드센트럴터미널 옆에 현재 짓고 있는 1401피트(427m) 규모의 오피스 타워인 원밴더빌트에 전망대의 문을 연다. 미트타운 빌딩 등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높이로 지어지는 빌딩인 만큼 뷰도 탁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버트 시퍼 SL그린 전무는 “뉴욕 관광 시장에는 전망대 방문을 원하는 놀라운 잠재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한 해 7500만 명에 달한다.


더 많은 개발업자들이 전망대 사업에 뛰어들면서 더 나은 편의 시설을 제공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숨 막힐 듯한 경치와 함께 동전을 넣고 볼 수 있는 몇 쌍의 망원경을 제공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2015년 개장된 원월드트레이드센터의 전망대가 대표적이다. 초고층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47초 만에 102층을 오른다. 올라가는 도중 엘리베이터 내부에선 500년의 뉴욕 역사를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준다. 이후 전망대에 도착하면 눈앞의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탁 트인 뉴욕의 전망이 눈앞에 펼쳐진다.


엠파이어스테이트리얼티트러스트는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2019년까지 시설 업그레이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먼저 입장권 발권과 엘리베이터 탑승을 위한 긴 줄을 줄이기 위해 만든 새로운 전용 출입구가 개장됐다.


방문객들이 빌딩 사용자들과 별로도 분리된 새 전용 출입구로 들어가면 25피트(7.6m) 높이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모델을 볼 수 있다. 이 모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웅장한 계단을 올라가면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역사를 알게 된다.


다만 모두가 초고층 전망대로 쉽게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원월드트레이드센터 전망대는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보고 많은 투자를 했지만 현재 연간 방문객은 250만 명에 그치고 있다.


realist@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3호(2018.10.08 ~ 2018.10.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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