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놓친 화웨이, KT·LG유플러스 잡기 ‘사활’

-이통사, 5G 장비 선정 10월 중 마무리…‘보안논란’에 파격조건 내걸어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이 ‘5G 시대’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르면 내년 3월 본격적으로 5G 서비스가 상용화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5G가 2030년 한국에 47조8000억원의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안겨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고 용량의 통신인 5G는 이동통신업계에도 새로운 먹거리다. 그런데 5G를 둘러싸고 중국 기업 화웨이의 장비를 택하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웨이에 KT ‘부정적’, LG유플러스 ‘긍정적’

가장 먼저 장비 업체를 선정한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14일 5G 장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측은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5G 주도권 경쟁 상황에서 3사가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생태계 활성화에 필요한 역량을 갖췄다”며 “투자비용 등 재무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남은 관심사는 KT와 LG유플러스가 ‘화웨이’의 장비를 선택할지다. 이들은 10월 중 5G 장비 공급사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만 보면 KT는 ‘부정적’, LG유플러스는 ‘긍정적’이다. KT는 4G LTE망에서는 SK텔레콤과 동일하게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의 장비를 이용했다. 따라서 SK텔레콤처럼 이 업체들의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5G를 상용화한다고 해서 4G LTE 장비를 모두 교체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초반에는 기존 4G LTE 장비들과 호환해 서비스가 시작된다. SK텔레콤이 장비 선정 기준으로 밝힌 ‘투자비용과 재무적 요소’도 기존 장비들과의 호환으로 상쇄될 비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는 4G LTE 서비스에서 서울과 수도권 북부, 강원 지역에서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호환성을 고려하면 화웨이 장비를 택하는 게 당연하다. 지난 6월 권영수 당시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에서 “이변이 없는 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화웨이 장비 도입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이 부담이다. 이는 ‘보안’ 때문이다. 2012년 미국에서 화웨이 장비를 둘러싸고 보안 문제가 불거졌다. 화웨이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의회 보고서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현재 미국 통신 시장에서는 화웨이 장비가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미국 버라이즌과 AT&T는 세계 통신 시장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 업체다. 5G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들 기업들은 주파수 할당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모두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을 장비 공급 업체로 이미 선정했다.

화웨이는 지난 수십 년간 보안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해 인도·일본 등에서 장비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유플러스엔 부정적인 여론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019년 지나야 모습 보일 장비 경쟁력

5G 장비는 안테나·소프트웨어·기지국 등을 모두 포함한다.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은 화웨이와 에릭슨이 각각 28%, 27%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노키아는 23%, 삼성전자는 3%다.

한국은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다. 박종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을 시작으로 통신 3사의 장비 공급 업체 선정이 곧 마무리되면 10월 중 삼성전자와 노키아가 5G 장비 공급을 시작하고 4분기 내에는 삼성전자와 퀄컴의 5G 단말 칩(NSA) 생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5G에 가입하는 시기는 2019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통신사들은 10월 내에 5G 장비 선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현재 중국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ZTE는 미국에서 사실상 ‘보이콧’을 당한 상태다. 호주와 일본도 화웨이 사용을 꺼리고 있다. 화웨이로서는 한국 시장에서의 입찰 성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동남아 공략을 준비하고 있는 SK텔레콤 입찰에 사활을 걸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KT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가 기존 통신사들이 사용하던 4G 장비를 자사 장비로 교체하는 비용까지 지불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문제는 화웨이라는 기업 자체보다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중국 정부가 통신 장비를 통해 쌓인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요구하면 과연 화웨이가 이를 거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군사시설이 밀집된 지역은 중국 기업의 장비 사용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한편에선 화웨이의 높은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이통 3사가 5G 도입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금액은 20조원에 달한다. 초기에만 10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가격 조건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화웨이는 에릭슨과 노키아보다 한 발 앞선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5G 상용화를 서둘러야 하는 통신사로서는 외면하기 힘들다.

정부는 일단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10월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화웨이는 과기정통부에 5G 이동통신 장비 적합 인증을 신청했다. 정부는 장비 선정과 보안 검증은 모두 통신사가 책임지고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5G의 품질을 좌우하는 장비의 경쟁력은 상용화와 동시에 곧바로 검증이 가능할까. 장비 업체들의 기술력을 둘러싼 ‘진검 승부’는 2019년이 지나야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2017년 글로벌 통신 기술 연합인 3GPP는 NSA(Non-Standalone) 기술 표준을 결정했다.

NSA 기술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4G LTE 기술과 혼용된다. 5G만의 단독 기술인 SA(Standalone) 표준은 2019년 말 확정된다. 장비 업체들은 현재 NSA 형태로 구축된 초기 5G 장비를 향후 SA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 시기가 지나봐야 5G 장비의 품질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3호(2018.10.08 ~ 2018.10.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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