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의 비밀, 데이터로 찾은 최적의 ‘생육 환경’에 있죠”

[커버스토리 : 농촌에서 꽃피는 '혁신 DNA' 한국의 스마트 파머들③]
-스마트 팜 자동화로 ‘고품질 꽃’ 생산하는 홍해수 HS플라워 대표



[한경비즈니스 이천=이명지 기자] 지난 10월 10일 찾은 경기도 이천시의 ‘HS플라워’. 이 농장에서는 2월부터 제라늄이, 4월부터 카네이션이 만개한다.

10월이 되자 국화가 제라늄과 카네이션의 뒤를 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유리 온실 안에서는 제철을 맞아 활짝 핀 국화를 정리하는 직원들이 손길이 바빠 보였다.

HS플라워는 식물 200여 종을 0.7헥타르(ha)의 유리 온실에서 재배하고 있다. 주요 품목은 카네이션과 제라늄이고 최근엔 국화 시범 재배에도 돌입했다. 꽃뿐만 아니라 떡갈나무·뱅갈고무나무 등 가정에서 키우기 쉬운 화분도 판매한다.

HS플라워는 화훼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에겐 고품질의 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화훼인들 사이에서는 첨단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화훼 농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장주의 의지가 만들어 낸 첨단 화훼 농장



해수(34) HS플라워 대표가 스마트 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3년이다. 전자상거래학을 전공한 홍 대표는 첨단 정보기술(IT)을 화훼에 적용해 보자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부모님의 화훼 농업 종사로 이미 농업에는 친숙했던 홍 대표였다.

때마침 농업진흥청에서 스마트 팜 보급 사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심도 있는 IT 지식과 열정을 인정받아 시범 사업자로 선정됐다.

홍 대표의 HS플라워는 △스마트 팜 자동화 시설 △식물 공장 △벤치 재배(테이블 위에서 이뤄지는 식물 재배) 시설 △근권(根圈 : 식물 뿌리 부분 주위) 난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스마트 팜 자동화로는 유리 온실에 설치돼 있는 모든 전기 시설을 한 번에 컨트롤할 수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온실의 상태를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온실의 외부 환경을 조절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와 습도 등 식물이 잘 자라는 데 필요한 모든 데이터가 포함된다. 수분을 공급하는 것도 식물의 상태에 따라 시간과 양을 조절해 자동으로 분사한다.

이 중 홍 대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온도와 습도의 자동 조절이다. 꽃의 품종과 시기에 따라 최적의 온도와 습도는 천차만별이다. 가장 아름다운 꽃을 틔우기 위한 ‘표준 모델’은 HS플라워만의 데이터가 없으면 만들 수 없다.

홍 대표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해야 발화 상태가 가장 좋을지 데이터를 모으며 최적화 기준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수로 식물의 뿌리 부분의 온도를 높이는 ‘근권 난방’은 온실 전체를 난방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C자로 구부러진 관 위에 심지를 꽂은 화분을 두고 물을 흘려보내는 ‘C형관 재배법’으로는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홍 대표의 적극적인 의지로 도입한 스마트화 시설은 HS플라워를 화훼 농가의 모범 사례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HS플라워는 설치된 스마트화 시설을 통해 매년 온실 온습도와 식물 생육 사진을 데이터화해 개화 시기와 생육을 예측한다.

또 작물의 생육 단계별 변온 관리, 비료 양, 광 관리를 자동화했다. 지난해 설치를 완료한 식물 공장을 통해서는 연중 생산도 가능해졌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 만약 한겨울 밤, 온실의 보일러가 고장 난다면 섭씨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한파를 견디지 못해 식물이 다 죽게 된다. 이렇게 온실에서 생길 수 있는 돌발 상황에도 시시각각으로 알람이 온다.

농사로 생길 수 있는 여러 ‘변수’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홍 대표는 크게 만족한다고 밝혔다.

스마트 팜 도입 후 HS플라워에서 재배되는 꽃들의 상품성은 더욱 좋아졌다. 꽃은 색깔이 선명하고 잎이 풍성할수록 좋은 상품으로 여겨진다. 꽃의 화려한 외관을 결정짓는 것은 통기성이다. 공기가 정체되면 곰팡이가 생기는데 이것이 꽃에는 치명적이다. 이러한 통기성을 스마트화 시설을 통해 시시각각 컨트롤함으로써 양질의 꽃을 피울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식물 공장도 설치했다. 컨테이너에 냉난방 시설을 도입해 외부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한다. 자연광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대체하고 식물이 제일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홍 대표는 “비나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는 생산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식물 공장이 이러한 고민을 덜어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꽃은 도매’ 편견 깨고 온라인몰로 성공 거둬



HS플라워는 홍 대표가 경영주로 나서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홈페이지를 통해 스마트 팜으로 재배한 꽃들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경로를 개척했다. 홍 대표의 부모님만 해도 꽃은 무조건 도매로 판매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농업인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부모님을 설득해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했고 전자 상거래 판매 비율을 70%까지 높였다. 특히 홍 대표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꽃의 재배 과정을 포스팅하며 ‘온라인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날 농장 한쪽에서는 직원들이 택배로 소비자들을 찾아갈 꽃들을 포장하고 있었다. 요즘과 같은 당일 배송 시대에는 꽃이 시들지 않고 양질의 상태 그대로 배송된다. 여기에 HS플라워만의 꼼꼼한 포장 기술은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제라늄은 이미 90%가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다. 도매가 당연시됐던 카네이션도 온라인 판매 비율이 차차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 팜이 아무리 자동화를 기반으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노력은 꼭 필요하다. 홍 대표는 하루에도 수시로 컴퓨터 앞에 앉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온실의 데이터를 입력한다.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야만 최적의 기준을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품목을 재배하는 농장이라도 위치에 따라 최적화의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같은 유리 온실 내부에서도 벤치 재배 시설이 어디에 놓였는지에 따라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데이터의 기준이 다르다.

이처럼 농업의 ‘스마트화’는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시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농업인의 지식과 노력이 꼭 필요하다.

홍 대표는 “기술 도입을 도와주는 IT 업체들은 숙련된 농업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며 “농장주 스스로가 농업과 신기술을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주변에는 스마트 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농업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 홍 대표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보다 좀 더 편리하게 농장을 운영하는 것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충고한다.

부모님 때부터 이어져 온 화훼 가업은 30대 젊은 농부의 애정과 지식을 기반으로 시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4호(2018.10.15 ~ 2018.10.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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