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희망’… 디트로이트 시내 곳곳에 건설 크레인

[커버스토리='한국판 러스트벨트' 회생프로젝트, 부활하는 디트로이트 현장을 가다] -‘Q라인’ 타고 부동산 투자 붐, ‘폐허의 상징’ 미시간중앙역은 미래차 허브로



[디트로이트(미국)=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제조업의 몰락과 함께 도시민들의 삶마저 황폐화돼 버린 ‘러스트 벨트’의 상징과도 같았던 미국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시가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월 7일 디트로이트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2018년 디트로이트의 분위기는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텅 비어 있던 길 위엔 다시 사람들이 걸어다니기 시작했고 버려진 집들과 건물들 사이사이 새롭게 재건축을 준비 중인 곳이 적지 않다. 떠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이 도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고 도시 구석구석엔 낙관론이 흘러넘친다.

디트로이트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Q라인’이다. 2017년 설립된 Q라인은 우드워드 애비뉴의 남과 북을 연결해 주는 지상전철로, 우드워드 애비뉴는 디트로이트 주변의 위성도시에서부터 다운타운까지 연결된 이 도시의 가장 크고 중심이 되는 도로 중 하나다.

◆2017년 개통된 지상전철 ‘Q라인’

도로 한가운데 전철 레일이 깔려 있지만 이 레일 때문에 일반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가 비좁아지는 결과는 없다. 레일을 일반 도로와 따로 구별, 구역을 분리하지 않고 도로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해 놓았기 때문이다.

전철이 다니지 않을 때는 일반 차량들이 레일 위를 지나다닌다. Q라인 또한 차량들 사이에 뒤섞여 도로 위를 운행한다. 그 덕분에 도로의 면적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악명이 자자한 디트로이트의 대중교통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디트로이트에 부활의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그중에서도 Q라인은 디트로이트의 풍경을 본격적으로 바꾸기 시작한 방아쇠가 됐다. Q라인을 따라 인근의 주택가들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비어 있는 집을 리모델링하는 부동산 투자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Q라인 가장 북쪽에 자리한 정차역인 그랜드대로(Grand Blvd.) 인근의 주택가. 드문드문 들어서 있는 집들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그 옆 잡초만 무성한 텅 빈 땅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런데 이 오래된 주택 사이사이 누가 봐도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멋들어진 집들이 군데군데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 호튼스트리트에 살고 있는 케빈과 안잘리 카델 부부는 1년 전 이 지역(Q라인 인근, 브러시파크와 햄트램크 사이)의 오래된 주택을 자신들이 직접 재건축했다. 남편인 케빈 씨는 디트로이트에서 나고 자랐다. 안잘리 씨는 남편과 함께 디트로이트로 이사 온 지 이제 막 1년이 됐다.

케빈 씨는 지난해 디트로이트에 돌아오기까지 10년 정도 디트로이트를 떠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들어 디트로이트에 남아 있거나 돌아온 친구들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돈을 많이 벌었고 내게도 디트로이트로 돌아오라고 권유를 많이 했었다”며 “무엇보다 이곳의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싸기 때문에 지난해 집을 구매하면서 이곳에 다시 돌아와 정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부동산 판매 사이트에 따르면 올해를 기준으로 디트로이트 내 주택의 중위가격(집값을 일렬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가격)은 대략 5만9000달러(약 6000만원) 정도다. 그중에서도 케빈 씨의 주택이 자리한 지역은 현재를 기준으로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약 3000만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미국 전체의 중위 집값이 20만 달러(약 2억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정도 가격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가치 상승 속도도 최근 들어 가팔라졌다. 디트로이트 주택 중위가격은 디트로이트시가 파산한 2013년을 기준으로 3만8000달러에서 지난해 2017년 5만2750달러로 상승했다. 이 가격은 올해 초 5만3500달러로 올랐고 불과 3개월여 만에 5만9000달러까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커지는 낙관론, 부동산 가치 ‘17년 만에 반등’

안잘리 씨는 “텍사스에서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하고 현재 미국 대형 가구 업체의 기업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만약 디트로이트가 아닌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LA)였다면 우리 같은 사회 초년생이 집을 구입하는 것은 평생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오랫동안 방치된 집이 많아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최근 들어 곳곳에 리모델링하는 집들이 많아지고 실제로 거주 환경도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케빈 씨에 따르면 이미 그의 친구들 중에는 이런 방식으로 디트로이트 내 주택 4~5채에 투자한 이들이 적지 않다. 케빈 씨는 “요즘은 어딜 가나 사람들이 모이면 부동산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부동산 투자를 위해 디트로이트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디트로이트의 주택 부동산 시장은 케빈 씨와 같은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자양분 삼아 빠른 속도로 세를 불려 나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 낙관론에는 얼마나 ‘근거’가 있을까.

먼저 수치로 살펴보자. 미국 제조업이 꽃피던 1950년대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18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이후 줄곧 내리막을 그리기 시작했고 2016년 67만 명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디트로이트 인구는 그리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새로운 인구 통계조사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2017년을 기준으로 67만3104명이다.

의미 있게 봐야 할 것은 하락세가 드디어 안정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디트로이트 인구에 대해 처음으로 낙관적인 전망치가 제시되기도 했다. 사회·경제 정책 연구 기관인 ‘도시 연구소(the urban institute)’는 최근의 인구 조사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2040년까지 디트로이트의 인구가 6만 명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트로이트 도시권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조금 더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준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바닥을 찍었던 디트로이트의 GDP는 이후 꾸준한 상승 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2009년 1860억 달러에서 2017년 2600억 달러까지 올랐다. 미국 경제분석청 자료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의 GDP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2.1% 성장했다. 미국 평균 성장률 1.5%를 웃도는 수치다.



디트로이트 내 가구 소득도 증가 추세다. 2015년 2만8099달러에서 2016년 2만5980달러로 1년 새 8.16% 증가했다. 2016년 기준 미국 평균 가구 소득 5만7617달러(전년 대비 3.3% 증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지만 그 증가율은 미국 전체 평균과 비교해 훨씬 가파르다. 2017년 디트로이트의 가구 소득도 3만344달러로 증가했다.

디트로이트시의 마이크 더건 시장은 지난 2월 “17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디트로이트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했다”며 “이는 디트로이트의 발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발표했다. 2008년을 기준으로 88억 달러 수준이던 디트로이트 내 부동산 자산 가치는 지난해 28억 달러까지 줄곧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올해 이 수치가 30억 달러로 상승하며 그래프의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디트로이트 개발 마중물 부은 ‘댄 길버트’

하지만 이와 같은 숫자보다 디트로이트 곳곳에 돈이 흘러들고 있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도시 어디를 가든 들리는 공사 현장의 소음이다. 지금 디트로이트는 그야말로 온 도시가 ‘공사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디트로이트의 풍경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두 개의 건물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먼저 Q라인이 지나가는 우드워드 애비뉴에 자리한 ‘허드슨 사이트’다. 원래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였던 ‘허드슨백화점’이 있던 장소다. 1998년 백화점이 철거된 후 디트로이트시는 이곳을 지하 주차장으로 만들었지만 이후 지금까지 줄곧 빈 공간으로 방치돼 있었다.

현재 이 부지에는 10억 달러(약 1조원)의 대규모 자본을 들여 2020년까지 800피트(약 243m)의 대형 쇼핑몰과 오피스·이벤트홀 등이 들어서는 복합건물을 완공할 계획이다. 쉽게 말해 먹고 자고 일하고 즐기는 모든 공간을 한 건물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도시 안의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야망이다.

이 재개발 프로젝트는 현재 댄 길버트 퀴큰론즈 회장이 소유한 부동산 개발 업체인 ‘베드록(Bedrock)’이 진행 중이다.



길버트 회장은 디트로이트의 부활을 얘기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디트로이트 출신인 그는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지켜봐야 했다. 그는 디트로이트를 기반으로 모기지 금융회사인 퀴큰론즈를 창업하고 지금은 미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업체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가 지금까지 디트로이트의 부활에 쏟아부은 투자금만 56억 달러에 달할 정도다. 모두가 디트로이트를 빠져나가는 데 혈안이 돼있던 2010년 그는 오히려 퀴큰론즈의 본사를 디트로이트로 옮겼다. 2011년 부동산 개발 업체인 베드록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디트로이트 전역에 투자한 부동산만 100여 개가 넘는다. 지난해부터 운행을 시작한 Q라인 역시 길버트 회장이 통 큰 투자로 디트로이트 도로 위를 달릴 수 있었다.

디트로이트의 지역 경제에 길버트 회장이 미친 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퀴큰론즈와 베드록을 포함해 그가 소유한 금융 기업들은 현재 디트로이트 내에서도 가장 많은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로 손꼽힌다. 총 1만7000여 명의 직원이 고용돼 있고 이들에게 지급하는 월급만 51억 달러다. 그리고 이들 직원이 디트로이트에 내는 세금 규모만 16억 달러에 달한다.

베드록의 홍보를 맡고 있는 샘 웨스트 매니저는 “이 밖에 베드록은 디트로이트 지역의 스타트업 문화 진흥과 소상공인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특히 허드슨 사이트는 미래 디트로이트의 랜드마크로, 수많은 비즈니스와 관광객들을 이 도시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트로이트에 투자하는 포드

길버트 회장의 투자가 ‘디트로이트 부활’의 마중물을 부었다면 ‘디트로이트 부활’의 완성을 보여주는 것은 포드의 미시간중앙역 재건축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트로이트에 뿌리를 둔 포드는 지난 6월 미시간중앙역을 매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드는 향후 이 건물을 자율주행 기술을 포함해 미래차 기술 개발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포드 직원 5000여 명이 사용하게 될 이 건물에는 쇼핑과 레스토랑은 물론 직원들을 위한 거주 공간이 함께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의 새로운 ‘둥지’로 낙점된 미시간중앙역은 오랫동안 디트로이트의 쇠락을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은 건물이었다. 1913년 문을 연 이 오래된 기차역은 당시 미국 제조업의 번영을 집약해 놓은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중앙역이 처음 문을 열던 당시만 해도 전 세계 가장 높은 65피트 건물의 당당한 위용을 자랑했다. 디트로이트를 드나들던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던 역 내부는 아치형의 대리석 천장에 아름다운 벽화를 수놓아 한껏 화려함을 뽐냈다.

하지만 1988년 기차역이 문을 닫은 이후 화려하던 시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후 불 꺼진 창문과 다 무너져 가는 건물은 디트로이트의 쇠락을 보여주는 건물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됐다.

포드는 2020년까지 리모델링을 완성할 계획이다. 포드는 건물을 부수고 다시 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의 형태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재건축할 것으로 계획했다. 아직 리모델링 공사를 위한 첫 삽을 뜨기도 전이지만 포드가 미시간중앙역을 매입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이 건물이 자리한 코크타운 지역 전체가 들썩이는 중이다.



올해 2월까지만 하더라도 코크타운 내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중위 가격은 15만 달러에서 19만 달러 정도였다. 이 금액은 6월을 기점으로 그야말로 수직 상승해 현재 73만 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불과 몇 달 사이에 3배 이상 가격이 뛰어오른 셈이다.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디트로이트 다운타운과 코크타운 상권 또한 빠르게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최근 1~2년 사이 새롭게 문을 연 레스토랑들이 적지 않다. 1년 전 이곳에 이탈리아 델리 카페 ‘라 페코라 네라(la pecora nera)’를 오픈한 한 가게 주인은 “아직은 다운타운과 외곽 지역의 온도 차가 큰 편이지만 다운타운은 확실히 변화의 기운이 느껴진다”며 이와 같은 기대감이 이곳에 가게 문을 여는데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운타운 내 건물 임대료 등을 고려할 때 최근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내 다른 대도시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보다시피 아직까지는 주변이 공사 중이고 개발 중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하지만 가게를 유지할 만큼은 손님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며 “앞으로 디트로이트가 개발될수록 가게 운영 또한 더 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미니인터뷰-디트로이터들이 말하는 ‘디트로이트의 과거와 현재’

지금 디트로이트는 미래에 대한 낙관이 가득 차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만난 사람들 중 몇몇은 ‘개발에 따른 부가 오직 부자들에게만 돌아갈 것’이라며 걱정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변화하고 있는 디트로이트’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오랫동안의 힘들었던 과거를 지나온 바로 직후이기 때문에 이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 보였다. 디트로이트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들이 말하는 ‘디트로이트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통해 디트로이트의 미래를 읽었다.

1) 디트로이트 모타운 관광회사 사장 딜도라 다미시(Dildora Damisch)
디트로이트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투어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트로이트 모타운 관광 회사를 운영 중인 딜도라 다미시 사장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다. 그는 자동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던 독일인 남편과 함께 1990년대 디트로이트로 이주해 왔다. 그는 “당시만 해도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와 관련해 전 세계인이 모여드는 국제적인 도시였다”고 기억했다. 이후 디트로이트가 쇠락하며 다미시 사장 역시 독일로 이주해 갔지만 2011년 무렵 남편과 사별 후 다시 디트로이트로 옮겨 왔다.

그가 다시 디트로이트로 돌아온 이유는 단순했다. 이곳에 그의 친구들이 있고 예술이 꽃피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디트로이트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예술가들이 먼저 들어와 도시에 개성을 심었다. 또한 지금은 유명한 셰프들이 디트로이트에 식당을 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하이델베르그라는 디트로이트 내 예술가 단체를 후원하며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다미시 사장은 “5년 전만 하더라도 디트로이트 다운타운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자전거와 세그웨이를 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나로서는 저런 모든 장면이 다 새로운 것들”이라고 말했다.

2)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사진작가 칼렙 모스(Caleb Moss)

20대 청년인 칼렙 모스 씨는 디트로이트 출신이다. 대학에 진학하며 디트로이트를 떠났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가 디트로이트에 돌아온 이유는 두 가지다. 생활비가 싸고 직장을 얻을 기회가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었다.

현재 그는 대중교통 관련 서비스 업체에서 일하며 밤에는 프로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는 친구들 대부분은 뉴욕과 같은 대도시로 향한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 조금씩 디트로이트로 오길 고려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퀴큰론즈에서 특히 많은 젊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고 또 최근에는 구글 등의 대기업이 디트로이트에 새롭게 사무실을 열면서 일자리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특히 젊은이들이 디트로이트를 ‘삶의 터전’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데는 디트로이트 다운타운 내의 공원 등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여름에는 공원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예전의 황량하고 버려진 도시의 이미지를 지우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래된 건물들을 활용해 새롭게 갤러리나 호텔로 운영하는 곳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디트로이트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쿨하고 힙한’ 도시로 여겨지고 있다”며 고향의 변화에 대해 뿌듯함을 표했다.

3) 디트로이트 중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 제레미 하인(Jeremy Hein)

디트로이트 교외에 거주하는 제레미 하인 씨는 디트로이트 내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다. 20년 넘게 디트로이트 인근에서 살며 그 변화 과정을 지켜 본 하인 씨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며 “축구 경기와 같은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만 다운타운에 나왔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다운타운은 정말 텅텅 비곤 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확실히 사람들이 많아져 적어도 다운타운이 살아나는 것은 분명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하지만 다운타운에서 시작된 열기가 서서히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갈 것으로 기대 중이다. 그는 “디트로이트 전체를 놓고 보면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적어도 미드타운과 다운타운에는 더 많은 인구가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트로이트의 위기를 설명하는 책들이 많은데 이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1966년 사이에 디트로이트 내에서 사라진 자동차 공장 관련 일자리만 14만 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결국 디트로이트 부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포드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디트로이트에 진출하며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4) 코크타운 부티크 호텔의 매니저 닉 나이트(Nick Knight)

트럼블앤포터호텔은 젊은층이 많이 찾은 명소다. 디트로이트 내 첫 부티크 호텔인 이곳에서 호텔 매니저로 일하는 닉 나이트 씨는 “실제로 최근에는 관광객과 비즈니스맨 등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호텔을 찾아온다”며 “손님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디트로이트의 경기가 얼마나 빠르게 활성화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요즘 코크타운은 ‘미시간의 브루클린’으로 불린다. 코크타운이 ‘힙한 동네’가 되기까지 물론 포드의 미시간중앙역 매입이 불씨를 키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디트로이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쌓아 온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코크타운뿐만 아니라 디트로이트 도심 곳곳엔 벽화가 많다. 디트로이트 내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최근에는 특히 디트로이트가 개발 열풍에 휩싸이며 지역 내 예술가들을 후원하기 위한 논의도 늘어나고 있다. 나이트 매니저와 인터뷰한 그날 역시 트럼블호텔에선 지역 내 예술가를 후원하기 위한 파티가 열렸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예술가들이 쫓겨나는 등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디트로이트의 개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훨씬 우세한 분위기다.

나이트 매니저는 “디트로이트가 지금처럼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디트로이트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고 그 개성을 만든 것은 결국 예술가들이라는 걸 디트로이트 사람들도 알고 있다”며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여서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디트로이트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성공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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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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