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사이언스파크, 1만7000명 연구인력 ‘북적’…롯데·코오롱·에쓰오일도 입주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도시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논과 밭으로 가득 찬 곳.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10년 동안 지하철이 정차하지 않았던 곳. 서울 강서구에 자리한 ‘마곡지구’의 과거 모습은 이러했다.
하지만 최근 마곡지구에서는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가 그려 왔던 마곡지구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핵심은 ‘마곡산업단지’다. 2009년 첫 삽을 뜬 마곡산업단지는 첨단 연구·개발(R&D) 중심의 산업·업무 거점으로 계획됐고 현재 기반 시설 공사가 대부분 완료됐다. 이에 맞춰 지난 4월부터 LG·코오롱 등이 신사옥의 문을 열며 ‘R&D의 심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찾은 마곡지구. 곳곳에서 건설 중인 상업 시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길거리로 눈을 돌리니 업무를 위해 마곡지구를 방문한 비즈니스맨들과 투자자들을 기다리는 공인중개사들이 모여 있었다.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마곡은 들썩들썩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마곡이 더욱 주목받게 된 것은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미래를 이끌어 갈 R&D의 기지로 ‘마곡산업단지’를 택했기 때문이다. LG·롯데·코오롱 등 주요 대기업이 연구 인력들을 이전하며 마곡은 지금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거듭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도 마곡에서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R&D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 이전으로 불붙은 마곡지구 조성
기업들의 R&D센터 이전으로 마곡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정차역’이었던 5호선 마곡역은 출퇴근 시간이면 여느 지하철역처럼 직장인들로 붐빈다. 여기에 새로운 수요를 고려해 지난 9월 29일 공항철도 마곡나루역도 개통됐다. 한산했던 마곡역을 기억하는 마곡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상전벽해’인 셈이다.
여러 기업들 가운데 LG그룹은 마곡산업단지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LG사이언스파크’를 통해 R&D 시대를 빠른 속도로 열어가고 있다. 총 4조원을 투자해 조성된 LG사이언스파크는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약 5만 3000평) 부지에 총면적 11만여㎡(약 33만7000평) 규모로 20개 연구동이 들어섰다. 총면적 기준으로는 여의도 총면적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LG사이언스파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를 표방했다. 직접 방문한 LG사이언스파크는 새로 문을 연 시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정돈된 모습이었다. 곳곳에는 푸르른 조경 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보행로를 따라 LG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바삐 다른 연구동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사이언스파크 내부에 자리 잡은 휴식 공간에서는 마곡지구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2018년 10월 LG사이언스파크에는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하우시스·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 CNS 등 8개 계열사의 R&D 연구 인력 1만7000여 명이 집결해 있다. 2020년까지 LG그룹의 모든 R&D 인력이 집결하면 총 입주 인력은 2만2000여 명으로 확대된다.
LG그룹이 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계열사들 간의 연구 융합이었다. 과거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었던 각 연구 인력들은 이제 마곡이라는 한지역에 모이면서 큰 이점을 갖게 됐다.
‘집적성’은 물리적 거리를 단축한 것 이상의 힘을 갖는다. 인재들을 한곳에 모으고 활발한 협업을 장려해 신사업을 창출한다. LG그룹 또한 주요 계열사의 연구 인력들을 한곳에 모음으로써 활발한 R&D를 독려하고 있다.
이호영 LG사이언스파크 통합지원팀 팀장은 “지난해만 해도 서울 가산과 인천 청라 등에 흩어져 있었던 LG전자의 전장(VC)과 모바일(MC) 부서 연구 인력들이 근거리로 모이면서 직원들의 편리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곳에 모인 R&D센터로 ‘집적성’ 높여
이러한 의도는 LG사이언스파크 내부 설계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전자·화학·통신 등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는 계열사들을 근거리에 모아둠으로써 접근성을 향상시켰다.
단지 중앙을 관통하는 일직선의 보행로, 각각의 연구동을 연결하는 지하 통로, 연구동 사이를 이어 주는 공중 다리는 계열사 간 연구원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대학이나 연구실에서 함께 공부했던 연구원들이 졸업 후 각각 다른 LG 계열사에 입사했다가 우연히 구내식당이나 공중 다리에서 만나기도 한다.
사이언스파크의 중심에는 ‘통합지원센터’와 ‘공동실험센터’가 들어섰다. 통합지원센터는 LG사이언스파크를 구성하고 있는 8개 계열사가 공동 투자했다.
LG그룹 계열사들의 신제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노베이션 갤러리’는 사이언스파크를 찾는 방문객들의 필수 코스다.
해외 바이어들과 업무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간단한 다과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글로벌 라운지’도 있다. 특히 통합지원센터 1층에는 어린이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자리잡았다. 최신 시설을 갖추고 근무지와도 가까워 벌써부터 치열한 입소 경쟁이 예고됐다.
통합지원센터 맞은편에 들어선 공동실험센터는 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LG화학 등 네 개의 회사가 공동 투자해 설치한 대형 팹이 있다. 이곳에는 R&D를 위해 필요한 고성능의 실험 장비가 갖춰졌다.
융·복합 연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대규모 3D 프린트실, 물성 분석 장비 등 첨단 장비를 구비해 놓았다. 한 번의 실험을 위해 고가의 실험 장치를 구매하기 전 각 계열사 간 보유 장비 목록을 먼저 살펴보고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호영 팀장은 “각 계열사가 각각 실험 장치를 보유하면 공동 사용이 어려운데 공유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계열사들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동의 지하 공간에는 인력들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각종 편의 시설이 밀집돼 있다. 최신 운동 기구를 갖춘 헬스장부터 공중파 방송에도 소개됐던 구내식당이 눈에 띄었다.
특히 헬스장은 체력을 단련하려는 연구 인력들 사이 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오세은 LG사이언스파크 통합지원팀 선임은 “사이언스파크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모든 볼일을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 곳곳에 마련된 ‘엘 카페’에는 특별한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든다. 이곳에서는 LG전자의 자회사이자 장애인 표준 사업장인 ‘하누리’의 직원들이 바리스타로 활약 중이다.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500원, 라테류가 1000원대로 기존 카페들보다 훨씬 저렴하다. 연구 인력들은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구매할 수 있고 자회사들은 안정적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융합’이 이뤄진 셈이다.
LG 사이언스파크의 곳곳에 심어진 조경들 중에서 곤지암 화담 숲에서 온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일부 조경은 화담숲을 본떠 조성됐다.
이러한 친환경적인 시설은 단지 겉모습에만 그치지 않는다. LG사이언스파크는 설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절감형 연구 단지로 지어졌다.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부터 저장,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해 에너지 절감을 실증한 대규모 테스크베드로의 역할도 수행 중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기존 계열사별로 연구소를 운영하는 데 소요됐던 에너지 비용과 비교할 때 38%, 연간 21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밀은 옥상에 있다. 전체 20개 연구동 중 18개 동의 옥상과 산책로에는 LG전자의 고효율 태양광 모듈 8300개가 설치돼 전기를 만든다. 또 약 400가구의 하루 전력량인 4MW 규모의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설치해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 소모가 집중되는 이른바 ‘피크타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최초의 ‘R&D 전문’ 산업단지
기업이 연구 기지를 한 번에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LG를 비롯해 기업들이 연구단지의 이전을 선뜻 결정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마곡의 교통 여건이 한몫했다.
마곡지구는 지하철 5호선·9호선·인천공항철도·공항로가 내부를 통과한다. LG사이언스파크만 해도 마곡역·발산역·마곡나루역·양천향교역 등 네 개 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남측으로는 남부 순환로가, 북측으로는 올림픽대로가 인접해 있다. 기존 시가지와도 근접해 양호한 주거 환경을 갖췄다.
여기에 마곡은 ‘글로벌 기지’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김포공항과는 2km, 인천공항과는 40km로 상당히 가깝다. 해외에서 온 바이어들의 이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곡산업단지는 올 들어 더 활기가 가득 채워지고 있다. 올해 4월을 기점으로 대기업들의 R&D 기지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R&D 기지 이전은 마곡을 R&D 클러스터로 거듭나게 한다. 글로벌 인터넷 산업의 성지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유사한 업종을 수행하는 기업과 연구 기관들이 한곳에 모이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 근처에는 비정형으로 세워진 예술적인 형태의 건물이 있다. 이곳은 코오롱그룹이 올해 4월 마곡산업단지에 문을 연 ‘코오롱 원앤온리(One&Only)타워’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글로텍이 입주했다. 서울 식물원을 가리지 않기 위해 비정형으로 설계됐고 보행자 통로를 확보해 조경을 해치지 않았다.
코오롱원앤온리타워는 각 사의 R&D·영업·지원 기능이 한곳에 모이는 지식 융합의 허브로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한곳에 모인 3개 계열사 연구진은 회사별 고유 연구뿐만 아니라 공동 과제를 수행해 협업의 의미를 더한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텍 등 화학 소재 사업 분야의 핵심 연구 인력들과 세계 최초로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출시해 바이오산업계에서 주목받은 코오롱생명과학 연구진이 서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 원앤온리타워도 태양광과 자연 복사열, 지열 등을 이용해 냉난방을 하는 등 에너지 절감 빌딩으로 설계됐다.
롯데는 지난해 이미 마곡에 R&D 둥지를 틀었다. 롯데중앙연구소의 신축 연구소인 ‘롯데 R&D센터’는 건립 기간 2년, 총 2247억원을 투자해 완공됐다. 지하 3층, 지상 8층 건물에 총면적 8만2929㎡(2만5086평)로 기존 양평연구소보다 5배 이상 규모가 크다.
롯데중앙연구소는 이곳으로 연구소를 이전함으로써 연구 인력을 현재 300명에서 430여 명으로 확대해 식품 연구·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롯데 R&D센터의 설계 방향도 융합과 소통, 미래에 맞춰졌다.
다양한 식품 콘텐츠의 융합을 위해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리아 등 롯데그룹 내 식품 계열사의 통합 연구 활동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시너지를 도모한다. 또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연구와 건강기능성 식품, 바이오 분야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팀 운영을 통해 연구 활동을 장려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에쓰오일도 마곡에 R&D 기지를 건설 중이다. 에쓰오일은 2014년 마곡에 2만9099㎡의 연구소 부지를 확보한 후 ‘기술개발센터(TS&D)’를 짓고 있다. 기술개발센터에서는 자동차용·산업용 윤활유 제품 개발과 품질관리를 수행하는 윤활실험동, 석유화학 기초 유분을 이용해 고부가가치의 석유화학 소재 관련 기술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화학실험동으로 이뤄진다.
이랜드도 ‘이랜드 글로벌 R&D센터’를 건설 중이며 2020년 하반기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밖에 귀뚜라미·한국도레이그룹도 R&D센터를 건설 중이다.
한국엔 여의도·강남·광화문 등 3대 오피스 타운과 제조 공장들이 모여 있는 여러 산업단지가 있다. 하지만 ‘R&D’를 전면에 내세운 산업단지는 마곡이 최초다. 마곡산업단지에는 전자·바이오·정보통신·유전공학·에너지 등 5대 분야의 국내외 우수 기업들이 입주를 확정지었다.
서울시는 마곡산업단지를 첨단 R&D 중심 산업·업무 거점으로 키워내 ‘R&D 융·복합 혁신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를 위해 입주 기업과 시설이 마곡산업단지 용도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하는 ‘전문관리단’을 출범시킴으로써 마곡산업단지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어마어마한 중공업 장비와 높은 굴뚝에서 배출된 짙은 연기로 가득 찬 산업단지는 이제 옛말이다. 친환경 에너지 건물과 최첨단 연구 장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여기에 곧 마곡으로 이전할 ‘LG아트센터’와 새로 개관할 코오롱그룹의 ‘스페이스K 마곡미술관’은 연구 인력들과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 전망이다.
지난 10월 13일부터 임시 개장된 국내 최대 규모 ‘서울 식물원’은 친환경적인 요소까지 더한다. R&D의 심장을 목표로 조성된 마곡산업단지는 이전의 산업단지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돋보기1
주거·산업·상업 골고루 발전하는 마곡지구
신도시에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선 주거·산업·상업 시설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조성돼야 한다. 기업 본사를 이전하거나 대형 쇼핑몰의 입점 하나만으로 북적이는 도시를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마곡은 그런 점에서 도시 발전의 단계를 착실히 밟아 나가고 있다. 우선 주거단지 조성이 막바지에 와있다. 서울시는 2019년까지 마곡에 공동주택 1만1821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1~7단지는 2014년, 8·10-1·11·12단지는 2016년 입주를 완료했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9단지는 내년 2분기 공급될 예정이다. 마곡지구가 주목받으며 부동산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마곡산업단지 배후에 자리한 한 아파트는 실거래가가 2년 사이 두 배로 뛰어올랐다. 여기에 마곡 스타필드·이마트·이대서울병원 등 각종 편의 시설의 입점으로 향후 상업 및 편의 시설이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변신에 가속도를 내고 있지만 개발의 첫 삽을 뜨기 전까지 마곡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서울시는 1990년대 초부터 마곡의 개발을 시사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개발은 몇 차례나 미뤄졌다. 그렇게 마곡은 서울에서 유일한 ‘미개발 지역’으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R&D 기지를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마곡지구의 개발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우선 마곡 도시 개발 사업을 지휘하는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마곡산업 단지 내에 총 136개 기업의 입주를 유치했다. 대기업이 46곳, 중소기업이 90곳이다. 이 중 41개 기업은 일부 준공을 마치고 입주를 끝냈다.
◆돋보기2
스타트업 성장의 요람 될 마곡
‘테헤란밸리(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판교 테크노밸리(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의 뒤를 이어 마곡산업단지가 스타트업들의 육성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마곡산업단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시는 마곡을 강소기업 발전의 전진기지로 활용해 신사업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마곡에 입주하는 강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지원센터(M-허브센터)’를 짓고 있다. 이 센터는 2021년 완공되며 재정상 어려움으로 마곡에 진입하기 어려운 기업들에 성장 기회를 마련해 준다.
마곡산업단지 중심에 들어설 공공지원센터는 지하 4층~지상 8층, 총면적 2만1425㎡ 규모로 건립된다. △R&D 중심 강소기업 입주 공간 △스타트업 발굴·육성 공간 △비즈니스 지원 공간 △국제회의실로 조성된다.
특히 강소기업 입주 공간 40개와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할 연구 공간 30개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 산업 간 융·복합 연구를 할 수 있는 R&D 환경을 제공한다. 이렇게 마곡으로 이전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은 타 기업들과의 네트워킹과 공동 작업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대기업들도 마곡을 사내외 스타트업 육성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LG그룹은 LG사이언스파크를 스타트업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추천한 스타트업 중 유망 업체를 선정해 웹OS 개발 노하우를 전수하고 LG사이언스파크 내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LG CNS는 전문 심사위원과 회사 임직원으로 꾸린 청중 평가단이 참가자의 기술력을 평가해 옥석을 가린 뒤 파격적인 지원에 나서는 ‘스타트업 몬스터 2018’을 진행 중이다.
또 LG는 국내외 스타트업 액셀레이터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LG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할 유망 스타트업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특히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최대 5곳을 연내 추가로 발굴할 예정이다. LG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따른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각 사의 미래 성장 동력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창업 초기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지원이 적재적소에서 이뤄져야 한다. 마곡은 민·관이 함께 스타트업의 육성과 자립을 돕는다는 점에서 양질의 환경을 갖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또 R&D 기업들이 근거리에 있으면 스타트업들의 인재 영입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도시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논과 밭으로 가득 찬 곳.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10년 동안 지하철이 정차하지 않았던 곳. 서울 강서구에 자리한 ‘마곡지구’의 과거 모습은 이러했다.
하지만 최근 마곡지구에서는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가 그려 왔던 마곡지구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핵심은 ‘마곡산업단지’다. 2009년 첫 삽을 뜬 마곡산업단지는 첨단 연구·개발(R&D) 중심의 산업·업무 거점으로 계획됐고 현재 기반 시설 공사가 대부분 완료됐다. 이에 맞춰 지난 4월부터 LG·코오롱 등이 신사옥의 문을 열며 ‘R&D의 심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찾은 마곡지구. 곳곳에서 건설 중인 상업 시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길거리로 눈을 돌리니 업무를 위해 마곡지구를 방문한 비즈니스맨들과 투자자들을 기다리는 공인중개사들이 모여 있었다.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마곡은 들썩들썩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마곡이 더욱 주목받게 된 것은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미래를 이끌어 갈 R&D의 기지로 ‘마곡산업단지’를 택했기 때문이다. LG·롯데·코오롱 등 주요 대기업이 연구 인력들을 이전하며 마곡은 지금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거듭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도 마곡에서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R&D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 이전으로 불붙은 마곡지구 조성
기업들의 R&D센터 이전으로 마곡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정차역’이었던 5호선 마곡역은 출퇴근 시간이면 여느 지하철역처럼 직장인들로 붐빈다. 여기에 새로운 수요를 고려해 지난 9월 29일 공항철도 마곡나루역도 개통됐다. 한산했던 마곡역을 기억하는 마곡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상전벽해’인 셈이다.
여러 기업들 가운데 LG그룹은 마곡산업단지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LG사이언스파크’를 통해 R&D 시대를 빠른 속도로 열어가고 있다. 총 4조원을 투자해 조성된 LG사이언스파크는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약 5만 3000평) 부지에 총면적 11만여㎡(약 33만7000평) 규모로 20개 연구동이 들어섰다. 총면적 기준으로는 여의도 총면적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LG사이언스파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를 표방했다. 직접 방문한 LG사이언스파크는 새로 문을 연 시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정돈된 모습이었다. 곳곳에는 푸르른 조경 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보행로를 따라 LG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바삐 다른 연구동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사이언스파크 내부에 자리 잡은 휴식 공간에서는 마곡지구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2018년 10월 LG사이언스파크에는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하우시스·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 CNS 등 8개 계열사의 R&D 연구 인력 1만7000여 명이 집결해 있다. 2020년까지 LG그룹의 모든 R&D 인력이 집결하면 총 입주 인력은 2만2000여 명으로 확대된다.
LG그룹이 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계열사들 간의 연구 융합이었다. 과거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었던 각 연구 인력들은 이제 마곡이라는 한지역에 모이면서 큰 이점을 갖게 됐다.
‘집적성’은 물리적 거리를 단축한 것 이상의 힘을 갖는다. 인재들을 한곳에 모으고 활발한 협업을 장려해 신사업을 창출한다. LG그룹 또한 주요 계열사의 연구 인력들을 한곳에 모음으로써 활발한 R&D를 독려하고 있다.
이호영 LG사이언스파크 통합지원팀 팀장은 “지난해만 해도 서울 가산과 인천 청라 등에 흩어져 있었던 LG전자의 전장(VC)과 모바일(MC) 부서 연구 인력들이 근거리로 모이면서 직원들의 편리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곳에 모인 R&D센터로 ‘집적성’ 높여
이러한 의도는 LG사이언스파크 내부 설계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전자·화학·통신 등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는 계열사들을 근거리에 모아둠으로써 접근성을 향상시켰다.
단지 중앙을 관통하는 일직선의 보행로, 각각의 연구동을 연결하는 지하 통로, 연구동 사이를 이어 주는 공중 다리는 계열사 간 연구원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대학이나 연구실에서 함께 공부했던 연구원들이 졸업 후 각각 다른 LG 계열사에 입사했다가 우연히 구내식당이나 공중 다리에서 만나기도 한다.
사이언스파크의 중심에는 ‘통합지원센터’와 ‘공동실험센터’가 들어섰다. 통합지원센터는 LG사이언스파크를 구성하고 있는 8개 계열사가 공동 투자했다.
LG그룹 계열사들의 신제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노베이션 갤러리’는 사이언스파크를 찾는 방문객들의 필수 코스다.
해외 바이어들과 업무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간단한 다과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글로벌 라운지’도 있다. 특히 통합지원센터 1층에는 어린이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자리잡았다. 최신 시설을 갖추고 근무지와도 가까워 벌써부터 치열한 입소 경쟁이 예고됐다.
통합지원센터 맞은편에 들어선 공동실험센터는 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LG화학 등 네 개의 회사가 공동 투자해 설치한 대형 팹이 있다. 이곳에는 R&D를 위해 필요한 고성능의 실험 장비가 갖춰졌다.
융·복합 연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대규모 3D 프린트실, 물성 분석 장비 등 첨단 장비를 구비해 놓았다. 한 번의 실험을 위해 고가의 실험 장치를 구매하기 전 각 계열사 간 보유 장비 목록을 먼저 살펴보고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호영 팀장은 “각 계열사가 각각 실험 장치를 보유하면 공동 사용이 어려운데 공유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계열사들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동의 지하 공간에는 인력들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각종 편의 시설이 밀집돼 있다. 최신 운동 기구를 갖춘 헬스장부터 공중파 방송에도 소개됐던 구내식당이 눈에 띄었다.
특히 헬스장은 체력을 단련하려는 연구 인력들 사이 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오세은 LG사이언스파크 통합지원팀 선임은 “사이언스파크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모든 볼일을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 곳곳에 마련된 ‘엘 카페’에는 특별한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든다. 이곳에서는 LG전자의 자회사이자 장애인 표준 사업장인 ‘하누리’의 직원들이 바리스타로 활약 중이다.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500원, 라테류가 1000원대로 기존 카페들보다 훨씬 저렴하다. 연구 인력들은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구매할 수 있고 자회사들은 안정적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융합’이 이뤄진 셈이다.
LG 사이언스파크의 곳곳에 심어진 조경들 중에서 곤지암 화담 숲에서 온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일부 조경은 화담숲을 본떠 조성됐다.
이러한 친환경적인 시설은 단지 겉모습에만 그치지 않는다. LG사이언스파크는 설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절감형 연구 단지로 지어졌다.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부터 저장,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해 에너지 절감을 실증한 대규모 테스크베드로의 역할도 수행 중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기존 계열사별로 연구소를 운영하는 데 소요됐던 에너지 비용과 비교할 때 38%, 연간 21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밀은 옥상에 있다. 전체 20개 연구동 중 18개 동의 옥상과 산책로에는 LG전자의 고효율 태양광 모듈 8300개가 설치돼 전기를 만든다. 또 약 400가구의 하루 전력량인 4MW 규모의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설치해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 소모가 집중되는 이른바 ‘피크타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최초의 ‘R&D 전문’ 산업단지
기업이 연구 기지를 한 번에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LG를 비롯해 기업들이 연구단지의 이전을 선뜻 결정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마곡의 교통 여건이 한몫했다.
마곡지구는 지하철 5호선·9호선·인천공항철도·공항로가 내부를 통과한다. LG사이언스파크만 해도 마곡역·발산역·마곡나루역·양천향교역 등 네 개 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남측으로는 남부 순환로가, 북측으로는 올림픽대로가 인접해 있다. 기존 시가지와도 근접해 양호한 주거 환경을 갖췄다.
여기에 마곡은 ‘글로벌 기지’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김포공항과는 2km, 인천공항과는 40km로 상당히 가깝다. 해외에서 온 바이어들의 이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곡산업단지는 올 들어 더 활기가 가득 채워지고 있다. 올해 4월을 기점으로 대기업들의 R&D 기지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R&D 기지 이전은 마곡을 R&D 클러스터로 거듭나게 한다. 글로벌 인터넷 산업의 성지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유사한 업종을 수행하는 기업과 연구 기관들이 한곳에 모이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 근처에는 비정형으로 세워진 예술적인 형태의 건물이 있다. 이곳은 코오롱그룹이 올해 4월 마곡산업단지에 문을 연 ‘코오롱 원앤온리(One&Only)타워’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글로텍이 입주했다. 서울 식물원을 가리지 않기 위해 비정형으로 설계됐고 보행자 통로를 확보해 조경을 해치지 않았다.
코오롱원앤온리타워는 각 사의 R&D·영업·지원 기능이 한곳에 모이는 지식 융합의 허브로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한곳에 모인 3개 계열사 연구진은 회사별 고유 연구뿐만 아니라 공동 과제를 수행해 협업의 의미를 더한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텍 등 화학 소재 사업 분야의 핵심 연구 인력들과 세계 최초로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출시해 바이오산업계에서 주목받은 코오롱생명과학 연구진이 서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 원앤온리타워도 태양광과 자연 복사열, 지열 등을 이용해 냉난방을 하는 등 에너지 절감 빌딩으로 설계됐다.
롯데는 지난해 이미 마곡에 R&D 둥지를 틀었다. 롯데중앙연구소의 신축 연구소인 ‘롯데 R&D센터’는 건립 기간 2년, 총 2247억원을 투자해 완공됐다. 지하 3층, 지상 8층 건물에 총면적 8만2929㎡(2만5086평)로 기존 양평연구소보다 5배 이상 규모가 크다.
롯데중앙연구소는 이곳으로 연구소를 이전함으로써 연구 인력을 현재 300명에서 430여 명으로 확대해 식품 연구·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롯데 R&D센터의 설계 방향도 융합과 소통, 미래에 맞춰졌다.
다양한 식품 콘텐츠의 융합을 위해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리아 등 롯데그룹 내 식품 계열사의 통합 연구 활동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시너지를 도모한다. 또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연구와 건강기능성 식품, 바이오 분야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팀 운영을 통해 연구 활동을 장려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에쓰오일도 마곡에 R&D 기지를 건설 중이다. 에쓰오일은 2014년 마곡에 2만9099㎡의 연구소 부지를 확보한 후 ‘기술개발센터(TS&D)’를 짓고 있다. 기술개발센터에서는 자동차용·산업용 윤활유 제품 개발과 품질관리를 수행하는 윤활실험동, 석유화학 기초 유분을 이용해 고부가가치의 석유화학 소재 관련 기술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화학실험동으로 이뤄진다.
이랜드도 ‘이랜드 글로벌 R&D센터’를 건설 중이며 2020년 하반기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밖에 귀뚜라미·한국도레이그룹도 R&D센터를 건설 중이다.
한국엔 여의도·강남·광화문 등 3대 오피스 타운과 제조 공장들이 모여 있는 여러 산업단지가 있다. 하지만 ‘R&D’를 전면에 내세운 산업단지는 마곡이 최초다. 마곡산업단지에는 전자·바이오·정보통신·유전공학·에너지 등 5대 분야의 국내외 우수 기업들이 입주를 확정지었다.
서울시는 마곡산업단지를 첨단 R&D 중심 산업·업무 거점으로 키워내 ‘R&D 융·복합 혁신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를 위해 입주 기업과 시설이 마곡산업단지 용도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하는 ‘전문관리단’을 출범시킴으로써 마곡산업단지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어마어마한 중공업 장비와 높은 굴뚝에서 배출된 짙은 연기로 가득 찬 산업단지는 이제 옛말이다. 친환경 에너지 건물과 최첨단 연구 장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여기에 곧 마곡으로 이전할 ‘LG아트센터’와 새로 개관할 코오롱그룹의 ‘스페이스K 마곡미술관’은 연구 인력들과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 전망이다.
지난 10월 13일부터 임시 개장된 국내 최대 규모 ‘서울 식물원’은 친환경적인 요소까지 더한다. R&D의 심장을 목표로 조성된 마곡산업단지는 이전의 산업단지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돋보기1
주거·산업·상업 골고루 발전하는 마곡지구
신도시에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선 주거·산업·상업 시설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조성돼야 한다. 기업 본사를 이전하거나 대형 쇼핑몰의 입점 하나만으로 북적이는 도시를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마곡은 그런 점에서 도시 발전의 단계를 착실히 밟아 나가고 있다. 우선 주거단지 조성이 막바지에 와있다. 서울시는 2019년까지 마곡에 공동주택 1만1821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1~7단지는 2014년, 8·10-1·11·12단지는 2016년 입주를 완료했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9단지는 내년 2분기 공급될 예정이다. 마곡지구가 주목받으며 부동산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마곡산업단지 배후에 자리한 한 아파트는 실거래가가 2년 사이 두 배로 뛰어올랐다. 여기에 마곡 스타필드·이마트·이대서울병원 등 각종 편의 시설의 입점으로 향후 상업 및 편의 시설이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변신에 가속도를 내고 있지만 개발의 첫 삽을 뜨기 전까지 마곡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서울시는 1990년대 초부터 마곡의 개발을 시사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개발은 몇 차례나 미뤄졌다. 그렇게 마곡은 서울에서 유일한 ‘미개발 지역’으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R&D 기지를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마곡지구의 개발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우선 마곡 도시 개발 사업을 지휘하는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마곡산업 단지 내에 총 136개 기업의 입주를 유치했다. 대기업이 46곳, 중소기업이 90곳이다. 이 중 41개 기업은 일부 준공을 마치고 입주를 끝냈다.
◆돋보기2
스타트업 성장의 요람 될 마곡
‘테헤란밸리(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판교 테크노밸리(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의 뒤를 이어 마곡산업단지가 스타트업들의 육성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마곡산업단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시는 마곡을 강소기업 발전의 전진기지로 활용해 신사업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마곡에 입주하는 강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지원센터(M-허브센터)’를 짓고 있다. 이 센터는 2021년 완공되며 재정상 어려움으로 마곡에 진입하기 어려운 기업들에 성장 기회를 마련해 준다.
마곡산업단지 중심에 들어설 공공지원센터는 지하 4층~지상 8층, 총면적 2만1425㎡ 규모로 건립된다. △R&D 중심 강소기업 입주 공간 △스타트업 발굴·육성 공간 △비즈니스 지원 공간 △국제회의실로 조성된다.
특히 강소기업 입주 공간 40개와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할 연구 공간 30개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 산업 간 융·복합 연구를 할 수 있는 R&D 환경을 제공한다. 이렇게 마곡으로 이전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은 타 기업들과의 네트워킹과 공동 작업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대기업들도 마곡을 사내외 스타트업 육성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LG그룹은 LG사이언스파크를 스타트업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추천한 스타트업 중 유망 업체를 선정해 웹OS 개발 노하우를 전수하고 LG사이언스파크 내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LG CNS는 전문 심사위원과 회사 임직원으로 꾸린 청중 평가단이 참가자의 기술력을 평가해 옥석을 가린 뒤 파격적인 지원에 나서는 ‘스타트업 몬스터 2018’을 진행 중이다.
또 LG는 국내외 스타트업 액셀레이터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LG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할 유망 스타트업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특히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최대 5곳을 연내 추가로 발굴할 예정이다. LG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따른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각 사의 미래 성장 동력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창업 초기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지원이 적재적소에서 이뤄져야 한다. 마곡은 민·관이 함께 스타트업의 육성과 자립을 돕는다는 점에서 양질의 환경을 갖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또 R&D 기업들이 근거리에 있으면 스타트업들의 인재 영입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