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기 불황 탈출 성공…집권 6년 차 맞아 악화된 분배 지표에 ‘반대’ 목소리도 커져
[한경비즈니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아베 정권은 경제만큼은 승자로 기록될 확률이 높다. 복합 불황이라는 전대미문의 장기 침체에서 일본 경제를 탈출시킨 것은 팩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빈 수레였던 이전 정부와 달리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워 ‘불황→호황’의 상황 반전을 이끌어 냈다. 경제 이슈를 뺀 나머지가 낙제점이라고 해도 불황 탈출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는다. 디플레 탈출의 구원투수라기보다 숫자 놀이의 생색내기일 뿐이란 악평도 그렇다.
핵심은 일본 경제가 그의 등판 이후 간만에 자신감을 찾고 마이너스 경제 현상을 플러스로 돌려놓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를 둘러싼 평가는 다양하다. 정책 자체의 정합성과 관련된 논란이 많은데다 유례없이 한 방향만 줄곧 향하니 반론거리가 그만큼 많다.
최근엔 그나마 커진 파이를 한쪽만 독점한다는 식의 차별 분배론을 내세운 찬반양론도 뜨겁다. 성장 통계는 분명 늘어났는데 개별 가계에 배분된 몫이 적다는 게 대표적이다. 추진 기간이 길어지면서 걱정거리가 하나둘 늘어난다. 아베노믹스는 올해 6년 차로 일본의 정치 지형에선 희귀한 장기 버전이다. 모두가 웃는 정책은 없듯이 부작용은 당연지사다.
이렇듯 아베노믹스는 동네북 신세다. 완결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인데다 행여나 정책이 수정되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갑론을박의 논조가 그만큼 거세다. 결국 아베노믹스의 오늘을 한마디로 평가하는 것은 힘들다. 선거 승리로 2021년까지 정책 유지가 확실해 시간을 두고 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면 판세 독법이 좀 낫다. 우리로선 비교적 쉽게 아베노믹스의 중립적인 평가와 그 속에서 교훈을 추출할 수 있다. 일본처럼 인구변화와 맞물린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정책 카드→한계 대응’의 비교 학습과 간접 적용도 기대해 볼 수 있다.
◆‘3개의 화살’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패키지
아베노믹스는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 패키지다. 금융완화·재정투입·성장전략의 화살 3개로만 이해하면 곤란하다. 대표선수일 뿐 그 밖에도 다양한 중·장기 경기 부양책이 포함된다. 경기 귀추를 좌우하는 주요한 ‘보이는 손’답게 실천 수단은 상황 논리에 맞춰 달라진다.
공식적으로는 2013년 △금융 완화 △재정 투입 △성정 전략 등 3개 화살이 2년 예정으로 시행됐고 뒤를 이어 201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600조 엔 △희망 출산율 1.8% △간병 퇴직 제로 등 새로운 화살 3개로 세분화된다. 각각 아베노믹스 1.0과 2.0으로 명명된다. 화살 변경은 1.0의 정책 선회라기보다 2.0을 통한 구체화로 보는 게 맞다. 1.0을 버리지 않은 채 수혜 변방에 가중치를 둔 게 2.0이기 때문이다.
1.0과 2.0의 뒤를 잇는 것은 2017년 발표된 ‘미래 투자 전략 2017’이다. ‘소사이어티(society) 5.0’으로 잘 알려져 있고 근로 방식의 개혁 목표다. 일본 정부는 2017년 경제 재정 백서에서 최우선적인 공식 의제로 ‘기술혁신과 근로 방식의 개혁에 따른 새로운 성장’을 내놓았는데, 이는 아베노믹스의 연장선상의 추구 목표다.
결국 1.0과 2.0 그리고 소사이어티 5.0은 동일선상의 실천 목표다. 각각 2년씩의 집중 과제로 소사이어티 5.0은 2018년까지 커버한다. 최종 목표는 전원 참가형 사회 구현을 통해 2.0의 강력 경제, 양육 지원, 사회 보장을 제조 혁명과 생산성 혁명으로 달성하겠다는 게 소사이어티 5.0이다.
1.0이 거시정책의 총동원이라면 2.0은 소득 재분배와 인재 투자 등 사람 배려 강화 정책이고 이게 미래 투자, 생산성 혁명, 근로 개혁, 인재 육성 등의 소사이어티 5.0으로 연결된다. 정권 유지 덕분에 철제 체인처럼 강력히 연결된 정책 수행의 실행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아베노믹스 1.0이 내놓은 정책 목표는 간단 명료하다. 디플레이션으로부터의 탈피 선언이다. 그래서 필요한 숫자 목표는 2·2다. 실질성장률과 근원소비자물가(CPI)를 각각 2% 달성해 디플레를 탈출한다는 전략 제시다.
문제는 6년 차가 다 됐는데도 목표 숫자 2·2의 동시 달성이 부정적이란 점이다. 후반 3년은 전반 3년과 달리 우왕좌왕 대신 2%를 향해 긍정적인 면모를 보였지만 달성까지는 성적 미달이다.
그러면 실패로 봐야 할까. 엇갈리지만 중간 세평은 나쁘지 않다. 적어도 경제정책만큼은 난세의 영웅 대접 분위기다. 먹고사는 민생 문제는 그만큼 민감하고 절실하다. 그러니 선거 연승은 당연지사다.
◆‘에너지’로 침체 경제 반전시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베 정권이지만 열도 내부로 시선을 돌리면 그의 약발은 먹혀들었다. 엄청난 에너지와 방향성의 엔저 유도로 한국 경제엔 근린 궁핍화의 불편한 그을음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열도 경제는 확실히 반전 기회를 잡아냈다. 경제 성적표에 한정하면 드라마틱하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다.
운까지 등에 업었다. 경제 과목 고득점은 아베노믹스 덕도 있지만 얻어 걸린 외부 효과도 만만치 않다. 실업 개선과 수익 확대는 아베 이전부터 시작됐는데, 성적 집계가 집권 시기와 맞물려 호평을 받았다. 특히 미국 경기 등 세계경제의 견조한 상승 반전이 일본 경제를 뒷받침해 줬다.
체제 전환(paradigm shift)을 이뤘다는 점은 과거 정부와 확연히 나뉘는 호평 포인트다(일본총연, 2018년). 소비자물가와 명목 GDP의 반전 상승이 체제 전환의 대표적 근거다. 소비자물가는 2000년부터 하락, 이후 10년 이상 계속 아래로만 떨어졌다.
그랬던 게 아베 등판 이후 바닥을 찍고 회복된다. 적어도 만성적이던 디플레로부터 벗어난 것 아니냐는 평가 배경이다. 명목 GDP도 비슷한 추세다. 아베노믹스 이후 갈수록 점진적인 상승 추세다. 2.0 때 구체 전략으로 GDP를 500조 엔대에서 600조 엔으로 높였는데 현재 속도라면 곧 달성될 전망이다. 목표치까지 못 가 그렇지 ‘잃어버린 20년’의 탈피는 우호적인 평가다. 체제 전환이다.
각종 통계는 아베노믹스의 정책 효과에 긍정적이다. 활황 축제를 즐길 만큼 공식 목표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고무적인 회복 경로를 보였다. 성장률 2%는 못 돼도 꽤 가깝게 다가섰다.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2016년, 즉 3년 차 이후부터 2017년까지 2년이 상승세다. 수출 확대를 내세워 8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잠재성장률 0%에서 일궈낸 성적표로 흔들림 없는 정책 실행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명목 GDP는 아베 등판 이전인 2012년 494조 엔에서 2017년 546조 엔대로 뛰었다. 사상 최고치다. 실질 GDP도 2016년부터 플러스다.
다만 2018년 들어서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민간소비·설비투자가 내리막을 주도한다. 일본은행의 성장 전망도 2019년부터는 보수적이다. 실질 GDP 전망을 2019년 1.3~1.5%에서 2019~2020년 0.6~0.9%로 내려잡는다.
기업은 아베노믹스 환경 수혜로 물을 만났다. 특히 수출 기업은 환차익으로 앉아서 곳간을 불린다. 아베 정권 이전 달러당 80엔대였던 엔화 환율이 한때 달러당 120엔대를 넘기며 가격 채산성을 개선시켰다. 지금도 110엔대니 괜찮다. 그 덕분에 기업 순익은 2016년 50조 엔으로 아베 정권 이후 2.6배나 늘었다. 엔화 약세로 무역수지도 흑자로 돌아섰다. 엔화 약세가 해외 관광객을 불러들인 일등 공신인 것은 불문가지다. 2012년 840만 명에서 2017년 2600만 명으로 3배나 불었다. 관광 대국의 꿈을 실현한 셈이다. 앉아서 돈 버는 파생효과를 낳은 결과다. 그덕분에 닛케이지수는 한때 조정받았지만 확연히 고점을 향해 치닫는다. 아베 등판 당시 8000대였던 지수는 2018년 10월 현재 2만3000대에 육박한다.
물가는 GDP보다 상승세가 약하다. GDP는 연율 기준 한때 2%를 달성하기도 했지만 물가는 한 번도 2%를 넘긴 적이 없다. 디플레의 늪이 그만큼 고질적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제로 금리 속에서 이(異)차원적 양적 완화라는 비전통적인 방식까지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인상이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나마 CPI는 1% 턱밑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신선식품·에너지 가격을 빼면 0%대 전반에 머무른다. 물가 2%는 요원한 골칫거리가 됐다. 통화 당국도 물가의 목표 달성(2%)을 사실상 포기했다. 긴축보다 양적 완화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정책 지속성을 높여 물가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으로 중점 목표를 수정했다. 2018년 1.0~1.2%였던 것에서 2019년 1.3~1.6%로 소폭 상향에 그쳤다.
◆아베노믹스의 그림자 ‘체감 못 하겠다’
문제는 ‘그럼에도…’에서 출발한다. “좋아졌다지만 그럼에도 나는 체감 못하겠다”는 불평·불만이 아베노믹스의 어두운 그림자다.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상승 전환에 동의해도 결국 주머니사정이 개선되지 않은 가계 부문의 경계론이 대표적이다. 경기가 회복됐어도 체감하는 가계수입·고용환경은 그만그만하거나 되레 나빠졌다는 인식 공유다.
매출액·경상이익 등 기업 실적이 버블기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고 넓다. 가계경제와 직결되는 실업률만 해도 공감 불능이다. 통계상 실업률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수준이다.
2017년 2.8%로, 2017년 2월~2018년 8월의 19개월 연속 2%대 실업률이다. 경제학에선 사실상 완전고용으로 칭하는 숫자다. 한때 잘나갔던 1980년대 후반 버블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윗목 대 아랫목’의 차별적 회복 체감의 문제다. 누구든지 마의 목표 숫자 2·2에 닿지 못했다고 아베노믹스를 실패했다고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다. 골칫거리였던 디플레가 아닌 것만 해도 호평이다.
따라서 디플레에서의 탈출이 아닌 ‘디플레가 아닌 상황’이 더 정확한 중간 평가라는 분석도 있다(미즈호종합연구소, 2018년). 일정 성과는 냈지만 본격적인 경제 부활은 반환 지점을 돌았을 뿐이란 이유다.
아베노믹스 평가절하의 최전선은 내수 소비에서 확인된다. 분명 지표상으로는돈을 벌고 또 늘었는데 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아베노믹스는 그 논리 구조가 ‘양적 완화→실적 회복→임금 인상→소비 확대’의 지향이었다. 이론대로라면 디플레 탈출과 순환 경제가 가능한 셈법이다.
이때 관건은 ‘실적 회복→임금 인상’ 연결고리의 작동 여부다. 성공 여부를 가릴 중대 지점으로 정책 초기부터 의문시되던 포인트였다. 낙수효과의 노림수다. ‘20(수출) 대 80(내수)’의 GDP 기여 비율을 볼 때 수출 주도적인 경기 회복 기대였지만 상황은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불발에 그친 임금 인상 때문이다.
역으로 엔저 유도 때문에 수입 물가 인상분이 염려될 정도다. 강력한 리더십의 아베 정권이 임금 인상에 열심인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제자리걸음이다. 낙수효과는 없었고 임금은 동결·하락했다는 불만이다.
2017년 명목임금은 0.4% 올랐지만 실질임금은 오히려 0.6% 떨어졌다. 기업 실적이 임금 인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증거다. 현금 급여 총액이 좀 늘어도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분을 잡아먹는다. 그러니 소비가 늘어날 리 없고 디플레 마인드를 버릴 수도 없다.
결국 미국 등 해외시장이 좋아 기업 실적이 늘었을 뿐 절대 비율의 내수 확대는 골치 아픈 두통거리다. 적어도 2018년 현재 기준으로 디플레 탈출 선언이 쉼표이지 마침표가 아닌 이유다.
아베노믹스의 성과 과장 지적까지 나온다. 통계 방식을 바꿔 좋아 보일 뿐 실제 성장은 미미하다는 얘기다. 2016년 12월 일본 정부가 GDP 계산 방식을 변경, 지금까지 뺐던 연구·개발 투자를 추가하고 건설투자 금액 추계 데이터를 변경한 것이 빌미를 줬다. 이에 따라 2015년 명목 GDP가 32조 엔 늘어 532조 엔이 됐고 이를 토대로 계산해 목표치 600조 엔 달성이 가까워진 것처럼 호도했다는 의미다. 분식(粉飾) 경기에 불과하다는 혹평이다.
설사 국제 기준에 맞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착각일 뿐 체감 괴리를 숨기지는 못한다는 주장이다. 비슷한 논리로 정부의 무차별적인 개입으로 돈을 흩뿌려 일으킨 관제(官製) 시황일 뿐 시장 자체의 체질 개선 등이 미흡해 구조적 불안감은 계속될 것이란 평가다.
◆아베노믹스 관전 지점
6년 차 아베노믹스는 기로에 섰다. 기대와 염려의 고빗사위에서 그 앞날이 초미의 관심사다. 아베노믹스로 이미 2위 호황기(1965년 11월~1970년 7월, 57개월)를 추월했고 2019년부터는 1위(2002년 2월~2008년 2월, 73개월) 기록까지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확실한 회복 판단이 서거나 상당 수준의 부작용·실망감이 아니면 수정 확률은 낮아 보인다. 미세 조율과 순위 조정이 예상된다. 초기 거시 전략에서 최근 미시 정책 쪽으로 바뀐 게 그렇다. 유아·고교 무상화, 대기 아동 해소 등 가계 부담 경감 조치도 가시적이다.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가를 추가적인 이슈 예고는 수두룩하다. 사실상 일본 시스템의 전체적인 개혁 과제와 맥락이 연결된다. △소비 증세 △재정 건전화 △금융정책 △성장 전략 △사회 보장 △고용 추세 △지방 창생 △방재·국토 강인화 △농정 개혁 △외교·통상 △헌법 개정 등이다(미즈호경제연구소, 2018년). 당장은 2019년 10월의 소비 증세(8%→10%) 역풍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16개 민간 연구소의 종합 추계를 보면 2019년 4분기 GDP는 연율 마이너스 2.6%까지 예상된다(니혼게이자이신문).
재정 곳간의 거대 지출 때문에 2020년 올림픽까진 확장 경기가 이어져도 이후엔 소비 침체와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회 종료로 건설 경기 침체가 시작돼도 내수 불씨는 사그라진다.
장기 관건은 인플레 확인 여부로 모아진다. 디플레에서의 탈출 선언이 아베노믹스의 마침표란 의미다.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중앙은행조차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장기·복합 불황의 원흉이 디플레란 점에서 물가 상승은 불황 탈출의 상징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아직 2%까지는 못 미친다.
외부에서 핑계거리를 찾는 ‘웃픈’ 해프닝까지 나왔다. 인터넷 쇼핑 회사인 아마존을 낮은 물가의 주범으로 꼽는 중앙은행 보고서가 그렇다. 아마존의 저가 전략이 가격 인하 경쟁을 낳았고 그게 물가 상승을 가로막았다며 ‘아마존 효과’란 신조어를 내놓았다.
비슷한 논리로 영토 확장 중인 드러그스토어도 물가 상승의 복병이다. 가격을 낮춰도 팔릴까 말까 한 상황에서 할인 경쟁이 정부 정책의 적으로까지 비난받는 셈이다.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만큼 디플레 마인드는 현재 진행형이다. 엔화의 평가절하 차원에선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도 걸림돌이다. 미·중 분쟁이 격화하면 안전 자산인 엔화 가치가 높아진다. 엔화 강세를 재정 투하로 이겨냈던 일본으로선 고민거리다.
◆돋보기
장기집권 이어 가는 아베 총리…민심은 아직 정권의 편
그래도 민심은 아베 정권 편에 가깝다. 반론이 없지 않지만 이렇다 할 반대도 없다. 갈아탈 말도 없지만 갈아타본들 구관이 명관이란 해석이다.
그 결과가 선거 승리다. 내각제 장점을 극대화한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당선, 2021년 9월까지 총리 임기가 보장됐다. 2019년 11월이면 전후 최장기간 집권 총리의 신기록도 세운다.
일등 공신은 경제다. 2013년 시작된 아베노믹스가 자칭 “가장 중시하는 정책”이듯 그의 장기 집권을 완성하는 훌륭한 지지 기반이었다. 여느 총리였다면 일찌감치 사표를 받았음직한 강력한 악재 스캔들도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극복해 냈다.
경제가 정치를 이겼다. 아베노믹스는 순항 중이다. 3연임 후 아베노믹스와 관련된 현재의 정책 기조를 이어 갈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승리 이후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운 지속적인 개혁 추진”을 공식화했다.
내각 구성도 확실한 친정 체제로 구축했다. 앞서 단행된 2018년 연초의 중앙은행 멤버 구성(금융정책결정회의)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연임을 필두로 금융 완화주의인 비둘기파로 채워졌다. 돈을 풀어 ‘디플레→인플레’로의 국면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중앙은행의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세간의 훈수를 오히려 출구 봉쇄라는 강경 카드로 되받아친 셈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아베 정권은 경제만큼은 승자로 기록될 확률이 높다. 복합 불황이라는 전대미문의 장기 침체에서 일본 경제를 탈출시킨 것은 팩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빈 수레였던 이전 정부와 달리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워 ‘불황→호황’의 상황 반전을 이끌어 냈다. 경제 이슈를 뺀 나머지가 낙제점이라고 해도 불황 탈출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는다. 디플레 탈출의 구원투수라기보다 숫자 놀이의 생색내기일 뿐이란 악평도 그렇다.
핵심은 일본 경제가 그의 등판 이후 간만에 자신감을 찾고 마이너스 경제 현상을 플러스로 돌려놓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를 둘러싼 평가는 다양하다. 정책 자체의 정합성과 관련된 논란이 많은데다 유례없이 한 방향만 줄곧 향하니 반론거리가 그만큼 많다.
최근엔 그나마 커진 파이를 한쪽만 독점한다는 식의 차별 분배론을 내세운 찬반양론도 뜨겁다. 성장 통계는 분명 늘어났는데 개별 가계에 배분된 몫이 적다는 게 대표적이다. 추진 기간이 길어지면서 걱정거리가 하나둘 늘어난다. 아베노믹스는 올해 6년 차로 일본의 정치 지형에선 희귀한 장기 버전이다. 모두가 웃는 정책은 없듯이 부작용은 당연지사다.
이렇듯 아베노믹스는 동네북 신세다. 완결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인데다 행여나 정책이 수정되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갑론을박의 논조가 그만큼 거세다. 결국 아베노믹스의 오늘을 한마디로 평가하는 것은 힘들다. 선거 승리로 2021년까지 정책 유지가 확실해 시간을 두고 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면 판세 독법이 좀 낫다. 우리로선 비교적 쉽게 아베노믹스의 중립적인 평가와 그 속에서 교훈을 추출할 수 있다. 일본처럼 인구변화와 맞물린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정책 카드→한계 대응’의 비교 학습과 간접 적용도 기대해 볼 수 있다.
◆‘3개의 화살’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패키지
아베노믹스는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 패키지다. 금융완화·재정투입·성장전략의 화살 3개로만 이해하면 곤란하다. 대표선수일 뿐 그 밖에도 다양한 중·장기 경기 부양책이 포함된다. 경기 귀추를 좌우하는 주요한 ‘보이는 손’답게 실천 수단은 상황 논리에 맞춰 달라진다.
공식적으로는 2013년 △금융 완화 △재정 투입 △성정 전략 등 3개 화살이 2년 예정으로 시행됐고 뒤를 이어 201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600조 엔 △희망 출산율 1.8% △간병 퇴직 제로 등 새로운 화살 3개로 세분화된다. 각각 아베노믹스 1.0과 2.0으로 명명된다. 화살 변경은 1.0의 정책 선회라기보다 2.0을 통한 구체화로 보는 게 맞다. 1.0을 버리지 않은 채 수혜 변방에 가중치를 둔 게 2.0이기 때문이다.
1.0과 2.0의 뒤를 잇는 것은 2017년 발표된 ‘미래 투자 전략 2017’이다. ‘소사이어티(society) 5.0’으로 잘 알려져 있고 근로 방식의 개혁 목표다. 일본 정부는 2017년 경제 재정 백서에서 최우선적인 공식 의제로 ‘기술혁신과 근로 방식의 개혁에 따른 새로운 성장’을 내놓았는데, 이는 아베노믹스의 연장선상의 추구 목표다.
결국 1.0과 2.0 그리고 소사이어티 5.0은 동일선상의 실천 목표다. 각각 2년씩의 집중 과제로 소사이어티 5.0은 2018년까지 커버한다. 최종 목표는 전원 참가형 사회 구현을 통해 2.0의 강력 경제, 양육 지원, 사회 보장을 제조 혁명과 생산성 혁명으로 달성하겠다는 게 소사이어티 5.0이다.
1.0이 거시정책의 총동원이라면 2.0은 소득 재분배와 인재 투자 등 사람 배려 강화 정책이고 이게 미래 투자, 생산성 혁명, 근로 개혁, 인재 육성 등의 소사이어티 5.0으로 연결된다. 정권 유지 덕분에 철제 체인처럼 강력히 연결된 정책 수행의 실행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아베노믹스 1.0이 내놓은 정책 목표는 간단 명료하다. 디플레이션으로부터의 탈피 선언이다. 그래서 필요한 숫자 목표는 2·2다. 실질성장률과 근원소비자물가(CPI)를 각각 2% 달성해 디플레를 탈출한다는 전략 제시다.
문제는 6년 차가 다 됐는데도 목표 숫자 2·2의 동시 달성이 부정적이란 점이다. 후반 3년은 전반 3년과 달리 우왕좌왕 대신 2%를 향해 긍정적인 면모를 보였지만 달성까지는 성적 미달이다.
그러면 실패로 봐야 할까. 엇갈리지만 중간 세평은 나쁘지 않다. 적어도 경제정책만큼은 난세의 영웅 대접 분위기다. 먹고사는 민생 문제는 그만큼 민감하고 절실하다. 그러니 선거 연승은 당연지사다.
◆‘에너지’로 침체 경제 반전시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베 정권이지만 열도 내부로 시선을 돌리면 그의 약발은 먹혀들었다. 엄청난 에너지와 방향성의 엔저 유도로 한국 경제엔 근린 궁핍화의 불편한 그을음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열도 경제는 확실히 반전 기회를 잡아냈다. 경제 성적표에 한정하면 드라마틱하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다.
운까지 등에 업었다. 경제 과목 고득점은 아베노믹스 덕도 있지만 얻어 걸린 외부 효과도 만만치 않다. 실업 개선과 수익 확대는 아베 이전부터 시작됐는데, 성적 집계가 집권 시기와 맞물려 호평을 받았다. 특히 미국 경기 등 세계경제의 견조한 상승 반전이 일본 경제를 뒷받침해 줬다.
체제 전환(paradigm shift)을 이뤘다는 점은 과거 정부와 확연히 나뉘는 호평 포인트다(일본총연, 2018년). 소비자물가와 명목 GDP의 반전 상승이 체제 전환의 대표적 근거다. 소비자물가는 2000년부터 하락, 이후 10년 이상 계속 아래로만 떨어졌다.
그랬던 게 아베 등판 이후 바닥을 찍고 회복된다. 적어도 만성적이던 디플레로부터 벗어난 것 아니냐는 평가 배경이다. 명목 GDP도 비슷한 추세다. 아베노믹스 이후 갈수록 점진적인 상승 추세다. 2.0 때 구체 전략으로 GDP를 500조 엔대에서 600조 엔으로 높였는데 현재 속도라면 곧 달성될 전망이다. 목표치까지 못 가 그렇지 ‘잃어버린 20년’의 탈피는 우호적인 평가다. 체제 전환이다.
각종 통계는 아베노믹스의 정책 효과에 긍정적이다. 활황 축제를 즐길 만큼 공식 목표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고무적인 회복 경로를 보였다. 성장률 2%는 못 돼도 꽤 가깝게 다가섰다.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2016년, 즉 3년 차 이후부터 2017년까지 2년이 상승세다. 수출 확대를 내세워 8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잠재성장률 0%에서 일궈낸 성적표로 흔들림 없는 정책 실행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명목 GDP는 아베 등판 이전인 2012년 494조 엔에서 2017년 546조 엔대로 뛰었다. 사상 최고치다. 실질 GDP도 2016년부터 플러스다.
다만 2018년 들어서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민간소비·설비투자가 내리막을 주도한다. 일본은행의 성장 전망도 2019년부터는 보수적이다. 실질 GDP 전망을 2019년 1.3~1.5%에서 2019~2020년 0.6~0.9%로 내려잡는다.
기업은 아베노믹스 환경 수혜로 물을 만났다. 특히 수출 기업은 환차익으로 앉아서 곳간을 불린다. 아베 정권 이전 달러당 80엔대였던 엔화 환율이 한때 달러당 120엔대를 넘기며 가격 채산성을 개선시켰다. 지금도 110엔대니 괜찮다. 그 덕분에 기업 순익은 2016년 50조 엔으로 아베 정권 이후 2.6배나 늘었다. 엔화 약세로 무역수지도 흑자로 돌아섰다. 엔화 약세가 해외 관광객을 불러들인 일등 공신인 것은 불문가지다. 2012년 840만 명에서 2017년 2600만 명으로 3배나 불었다. 관광 대국의 꿈을 실현한 셈이다. 앉아서 돈 버는 파생효과를 낳은 결과다. 그덕분에 닛케이지수는 한때 조정받았지만 확연히 고점을 향해 치닫는다. 아베 등판 당시 8000대였던 지수는 2018년 10월 현재 2만3000대에 육박한다.
물가는 GDP보다 상승세가 약하다. GDP는 연율 기준 한때 2%를 달성하기도 했지만 물가는 한 번도 2%를 넘긴 적이 없다. 디플레의 늪이 그만큼 고질적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제로 금리 속에서 이(異)차원적 양적 완화라는 비전통적인 방식까지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인상이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나마 CPI는 1% 턱밑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신선식품·에너지 가격을 빼면 0%대 전반에 머무른다. 물가 2%는 요원한 골칫거리가 됐다. 통화 당국도 물가의 목표 달성(2%)을 사실상 포기했다. 긴축보다 양적 완화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정책 지속성을 높여 물가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으로 중점 목표를 수정했다. 2018년 1.0~1.2%였던 것에서 2019년 1.3~1.6%로 소폭 상향에 그쳤다.
◆아베노믹스의 그림자 ‘체감 못 하겠다’
문제는 ‘그럼에도…’에서 출발한다. “좋아졌다지만 그럼에도 나는 체감 못하겠다”는 불평·불만이 아베노믹스의 어두운 그림자다.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상승 전환에 동의해도 결국 주머니사정이 개선되지 않은 가계 부문의 경계론이 대표적이다. 경기가 회복됐어도 체감하는 가계수입·고용환경은 그만그만하거나 되레 나빠졌다는 인식 공유다.
매출액·경상이익 등 기업 실적이 버블기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고 넓다. 가계경제와 직결되는 실업률만 해도 공감 불능이다. 통계상 실업률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수준이다.
2017년 2.8%로, 2017년 2월~2018년 8월의 19개월 연속 2%대 실업률이다. 경제학에선 사실상 완전고용으로 칭하는 숫자다. 한때 잘나갔던 1980년대 후반 버블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윗목 대 아랫목’의 차별적 회복 체감의 문제다. 누구든지 마의 목표 숫자 2·2에 닿지 못했다고 아베노믹스를 실패했다고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다. 골칫거리였던 디플레가 아닌 것만 해도 호평이다.
따라서 디플레에서의 탈출이 아닌 ‘디플레가 아닌 상황’이 더 정확한 중간 평가라는 분석도 있다(미즈호종합연구소, 2018년). 일정 성과는 냈지만 본격적인 경제 부활은 반환 지점을 돌았을 뿐이란 이유다.
아베노믹스 평가절하의 최전선은 내수 소비에서 확인된다. 분명 지표상으로는돈을 벌고 또 늘었는데 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아베노믹스는 그 논리 구조가 ‘양적 완화→실적 회복→임금 인상→소비 확대’의 지향이었다. 이론대로라면 디플레 탈출과 순환 경제가 가능한 셈법이다.
이때 관건은 ‘실적 회복→임금 인상’ 연결고리의 작동 여부다. 성공 여부를 가릴 중대 지점으로 정책 초기부터 의문시되던 포인트였다. 낙수효과의 노림수다. ‘20(수출) 대 80(내수)’의 GDP 기여 비율을 볼 때 수출 주도적인 경기 회복 기대였지만 상황은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불발에 그친 임금 인상 때문이다.
역으로 엔저 유도 때문에 수입 물가 인상분이 염려될 정도다. 강력한 리더십의 아베 정권이 임금 인상에 열심인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제자리걸음이다. 낙수효과는 없었고 임금은 동결·하락했다는 불만이다.
2017년 명목임금은 0.4% 올랐지만 실질임금은 오히려 0.6% 떨어졌다. 기업 실적이 임금 인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증거다. 현금 급여 총액이 좀 늘어도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분을 잡아먹는다. 그러니 소비가 늘어날 리 없고 디플레 마인드를 버릴 수도 없다.
결국 미국 등 해외시장이 좋아 기업 실적이 늘었을 뿐 절대 비율의 내수 확대는 골치 아픈 두통거리다. 적어도 2018년 현재 기준으로 디플레 탈출 선언이 쉼표이지 마침표가 아닌 이유다.
아베노믹스의 성과 과장 지적까지 나온다. 통계 방식을 바꿔 좋아 보일 뿐 실제 성장은 미미하다는 얘기다. 2016년 12월 일본 정부가 GDP 계산 방식을 변경, 지금까지 뺐던 연구·개발 투자를 추가하고 건설투자 금액 추계 데이터를 변경한 것이 빌미를 줬다. 이에 따라 2015년 명목 GDP가 32조 엔 늘어 532조 엔이 됐고 이를 토대로 계산해 목표치 600조 엔 달성이 가까워진 것처럼 호도했다는 의미다. 분식(粉飾) 경기에 불과하다는 혹평이다.
설사 국제 기준에 맞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착각일 뿐 체감 괴리를 숨기지는 못한다는 주장이다. 비슷한 논리로 정부의 무차별적인 개입으로 돈을 흩뿌려 일으킨 관제(官製) 시황일 뿐 시장 자체의 체질 개선 등이 미흡해 구조적 불안감은 계속될 것이란 평가다.
◆아베노믹스 관전 지점
6년 차 아베노믹스는 기로에 섰다. 기대와 염려의 고빗사위에서 그 앞날이 초미의 관심사다. 아베노믹스로 이미 2위 호황기(1965년 11월~1970년 7월, 57개월)를 추월했고 2019년부터는 1위(2002년 2월~2008년 2월, 73개월) 기록까지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확실한 회복 판단이 서거나 상당 수준의 부작용·실망감이 아니면 수정 확률은 낮아 보인다. 미세 조율과 순위 조정이 예상된다. 초기 거시 전략에서 최근 미시 정책 쪽으로 바뀐 게 그렇다. 유아·고교 무상화, 대기 아동 해소 등 가계 부담 경감 조치도 가시적이다.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가를 추가적인 이슈 예고는 수두룩하다. 사실상 일본 시스템의 전체적인 개혁 과제와 맥락이 연결된다. △소비 증세 △재정 건전화 △금융정책 △성장 전략 △사회 보장 △고용 추세 △지방 창생 △방재·국토 강인화 △농정 개혁 △외교·통상 △헌법 개정 등이다(미즈호경제연구소, 2018년). 당장은 2019년 10월의 소비 증세(8%→10%) 역풍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16개 민간 연구소의 종합 추계를 보면 2019년 4분기 GDP는 연율 마이너스 2.6%까지 예상된다(니혼게이자이신문).
재정 곳간의 거대 지출 때문에 2020년 올림픽까진 확장 경기가 이어져도 이후엔 소비 침체와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회 종료로 건설 경기 침체가 시작돼도 내수 불씨는 사그라진다.
장기 관건은 인플레 확인 여부로 모아진다. 디플레에서의 탈출 선언이 아베노믹스의 마침표란 의미다.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중앙은행조차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장기·복합 불황의 원흉이 디플레란 점에서 물가 상승은 불황 탈출의 상징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아직 2%까지는 못 미친다.
외부에서 핑계거리를 찾는 ‘웃픈’ 해프닝까지 나왔다. 인터넷 쇼핑 회사인 아마존을 낮은 물가의 주범으로 꼽는 중앙은행 보고서가 그렇다. 아마존의 저가 전략이 가격 인하 경쟁을 낳았고 그게 물가 상승을 가로막았다며 ‘아마존 효과’란 신조어를 내놓았다.
비슷한 논리로 영토 확장 중인 드러그스토어도 물가 상승의 복병이다. 가격을 낮춰도 팔릴까 말까 한 상황에서 할인 경쟁이 정부 정책의 적으로까지 비난받는 셈이다.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만큼 디플레 마인드는 현재 진행형이다. 엔화의 평가절하 차원에선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도 걸림돌이다. 미·중 분쟁이 격화하면 안전 자산인 엔화 가치가 높아진다. 엔화 강세를 재정 투하로 이겨냈던 일본으로선 고민거리다.
◆돋보기
장기집권 이어 가는 아베 총리…민심은 아직 정권의 편
그래도 민심은 아베 정권 편에 가깝다. 반론이 없지 않지만 이렇다 할 반대도 없다. 갈아탈 말도 없지만 갈아타본들 구관이 명관이란 해석이다.
그 결과가 선거 승리다. 내각제 장점을 극대화한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당선, 2021년 9월까지 총리 임기가 보장됐다. 2019년 11월이면 전후 최장기간 집권 총리의 신기록도 세운다.
일등 공신은 경제다. 2013년 시작된 아베노믹스가 자칭 “가장 중시하는 정책”이듯 그의 장기 집권을 완성하는 훌륭한 지지 기반이었다. 여느 총리였다면 일찌감치 사표를 받았음직한 강력한 악재 스캔들도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극복해 냈다.
경제가 정치를 이겼다. 아베노믹스는 순항 중이다. 3연임 후 아베노믹스와 관련된 현재의 정책 기조를 이어 갈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승리 이후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운 지속적인 개혁 추진”을 공식화했다.
내각 구성도 확실한 친정 체제로 구축했다. 앞서 단행된 2018년 연초의 중앙은행 멤버 구성(금융정책결정회의)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연임을 필두로 금융 완화주의인 비둘기파로 채워졌다. 돈을 풀어 ‘디플레→인플레’로의 국면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중앙은행의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세간의 훈수를 오히려 출구 봉쇄라는 강경 카드로 되받아친 셈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