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늘어난다고 행복해질까…스마트홈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거주자의 삶’
[정동훈 광운대 교수] 스마트폰·스마트TV·스마트그리드·스마트카 등 스마트가 붙지 않는 것이 없다. 여기저기 ‘스마트’가 붙어 있다 보니 딱히 대단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대체 ‘스마트’는 뭘까. ‘스마트’는 유행어가 됐다. 그 출발점은 역시 스마트폰이다. 전 세대의 이동전화와 차별화하기 위해 만든 용어가 스마트폰이다. 전화기이지만 컴퓨터와 같은 기능이 있어 똑똑해졌다는 의미의 ‘스마트’라는 용어를 붙였다.
‘스마트’가 처음 사용된 이후 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환경에 적용함으로써 그 의미는 스마트폰에서 스마트 카와 스마트홈, 더 나아가 스마트 시티로 점차 확대됐다.
‘스마트’는 ‘통신으로 연결(connected)돼 있고 센서에 의해 수집된 데이터 기반(data-driven)의 자율적(autonomous)으로 기능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스마트홈이라는 말을 들으면 직관적으로 무엇인지 대충 그려지지만 이렇게 정의하다 보니 각종 기술 용어로 혼돈스럽다.
◆‘스마트’의 3요소 ‘통신·센서·AI’
‘스마트’는 중요한 기술을 반드시 포함한다. 통신과 센서 그리고 인공지능(AI)이다. 스마트홈은 집 안에 있는 기기들이 무선통신으로 연결돼 있고 각종 센서가 기기나 집에 설치돼 정보를 수집, AI에 의해 분석돼 개개인에게 맞는 개인화된(personalized) 환경을 자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마트홈은 스마트 기기가 집 안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집 자체가 스마트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기술별로 분류해 더 자세히 설명해 보면 먼저 통신을 들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이미 와이파이나 롱텀에볼루션(LTE)과 같은 통신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스피커에 연결하거나 TV에 연결해 사용한다. 이것이 모두 통신이다. 이러한 통신 기술이 기기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확대하면 사물인터넷(IoT) 또는 만물인터넷(IoE)이 된다.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물을 연결했다는 의미다. 디지털 세상에서 연결이란 용어는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센서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원리는 빛이 카메라 렌즈를 통과해 센서로 전달되면 이것을 전자신호로 변환하고 이미지 프로세서가 이 신호를 사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즉 렌즈 자체는 센서가 아니지만 카메라 안에 있는 이미지 센서가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사진의 품질이 좌우된다. 센서는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시킨다. 즉 이제부터 컴퓨터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홈의 확산 여부는 결국 센서가 결정할 것이다. 가전기기마다 센서가 있어야 연결하든 작동하든 할 테니 말이다. 물론 하나하나가 다 돈이다. 매년 1조 개의 센서가 필요하다는 ‘1조 개의 센서 세상(trillion sensor world)’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센서의 수요는 엄청나다. 반면 만일 가정에 있는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하나 또는 몇 개의 범용 센서가 만들어진다면 스마트홈의 등장과 확산은 훨씬 빨라질 것이다.
다음은 자율화(autonomy)다. 이 용어는 자동화(automation)와 함께 혼돈스럽게 사용하기도 한다. 자동과 자율을 구분 짓는 핵심어는 판단과 행동이다. ‘자동’은 인간이 사전에 입력한 프로그램대로 작동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화’는 공장이나 실험실과 같은 제한된 환경에서 인간이 명령한 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거나 스스로 행동할 수 없다.
반면 ‘자율’은 스스로 판단해 행동할 수 있다. 자동화의 차원을 넘는 것으로 개방적이면서도 비구조화된 실제 환경에서 AI 알고리즘에 의해 수준 높은 판단을 통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스마트홈은 센서에 의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에 살고 있는 거주자가 원하는 환경을 스스로 판단해 제공한다.
◆아직 오지 않은 AI 시대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스마트홈을 영어로는 홈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이라고 한다. 앞에서 설명한 정의에 따르면 자동화다. 처음에 스마트홈의 개념이 만들어졌을 때는 기기 간의 연결과 원격조작 등을 주로 고려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AI의 발달로 밖의 온도와 습도에 더해 운동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나 감기에 걸렸을 때 체온을 고려해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알아서 판단하는 기기도 나왔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홈오토메이션보다 홈오토노미가 적절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AI를 이야기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AI 이야기를 하니까 벌써 AI의 시대가 온 것 같지만 사실 AI가 제대로 구현되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터를 말하면 무조건 빅데이터를 갖다 붙이며 마치 이전과 다른 새로운 것인 양 소개하는 것처럼 AI 역시 마치 AI 시대가 온 것처럼 소개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은 기업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약간의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뿐인데도 AI 서비스라고 마케팅하는 것이다.
AI 서비스가 되려면 개인의 속성을 파악해 개인화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지금 나오는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다. 기술이 사용자에 맞춰져야 하는데 사용자가 기술에 맞추는 식이다. 이러한 마케팅이 AI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를 무너뜨릴까 염려될 정도로 여전히 빅데이터와 AI는 갈 길이 먼 미완성 분야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홈오토메이션을 살펴보면 가장 친숙한 것은 역시 AI 스피커를 들 수 있다.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사실 AI 스피커란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가 스피커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니 사용자는 스피커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요청하는 식이다.
이런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아마존의 ‘에코(Eco)’와 구글의 ‘구글 홈’이, 한국에서는 네이버의 ‘프렌즈’,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KT의 ‘기가지니’, SK텔레콤의 ‘누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면 가정에서 왜 AI 스피커가 스마트홈의 대표적인 기기가 됐을까.
스마트홈의 허브 역할을 어떤 기기가 맡으면 좋을지 정보기술(IT)과 가전업계는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기기를 통해 테스트를 해 왔다. 처음에는 TV와 컴퓨터가 대결했다. TV는 대부분의 가정에 모두 설치돼 있다는 점에서, 컴퓨터는 복잡한 명령을 잘 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각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두 기기 모두 사용성과 가격 면에서 부적절했다. 그러다가 나타난 게 게임 콘솔 기기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홈오토메이션의 허브가 되고자 했다. 냉장고도 도전했다. 늘 전원이 켜 있다는 점과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점에서 스피커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늘 전원이 켜져 있고 음악을 듣는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10만원대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거주자 삶에 녹아들 스마트홈의 미래
스마트홈의 허브가 무엇이 될지 아직까지 불확실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미래의 스마트홈 허브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하는 가장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이다. 서로 마주하며 대화를 하는 식이다.
스마트홈 허브의 역할은 인간과 집에 있는 모든 기기를 연결해 주는 커뮤니케이션의 대상물이 된다. 어떻게 하면 인간과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그 숙제를 푸는 기기가 스마트홈의 허브가 될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스마트홈에 각종 기기와 센서가 설치된다고 해서 인간의 행복감이 그 숫자만큼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스마트홈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고 에어컨이 꺼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홈에 사는 사람이 어떻게 스마트홈을 활용해 행복해질 수 있느냐다.
집이 갖고 있는 의미는 단지 ‘산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추억을 만들고 행복하게 지내며 자아를 실현하는 공간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의미를 스마트홈이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홈은 집의 역할에 더해 일터가 될 수 있고 학교가 될 수도 있다. 원격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될 수 있고 극장이 될 수도 있다.
스마트홈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순전히 기술을 활용하려는 우리의 몫이다. 기술이 준비된 곳을 채우는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다. 스마트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집에서 사는 사람, 바로 거주자다. 이것을 사용자 관점이라고 한다.
사용자 경험(UX)을 통해 개인의 가치가 투영된 집이 돼야 한다. 스마트홈이 어떻게 거주자의 삶에 녹아들 수 있을지 보이지 않는 컴퓨팅의 미래가 기대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6호(2018.10.29 ~ 2018.11.04) 기사입니다.]
[정동훈 광운대 교수] 스마트폰·스마트TV·스마트그리드·스마트카 등 스마트가 붙지 않는 것이 없다. 여기저기 ‘스마트’가 붙어 있다 보니 딱히 대단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대체 ‘스마트’는 뭘까. ‘스마트’는 유행어가 됐다. 그 출발점은 역시 스마트폰이다. 전 세대의 이동전화와 차별화하기 위해 만든 용어가 스마트폰이다. 전화기이지만 컴퓨터와 같은 기능이 있어 똑똑해졌다는 의미의 ‘스마트’라는 용어를 붙였다.
‘스마트’가 처음 사용된 이후 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환경에 적용함으로써 그 의미는 스마트폰에서 스마트 카와 스마트홈, 더 나아가 스마트 시티로 점차 확대됐다.
‘스마트’는 ‘통신으로 연결(connected)돼 있고 센서에 의해 수집된 데이터 기반(data-driven)의 자율적(autonomous)으로 기능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스마트홈이라는 말을 들으면 직관적으로 무엇인지 대충 그려지지만 이렇게 정의하다 보니 각종 기술 용어로 혼돈스럽다.
◆‘스마트’의 3요소 ‘통신·센서·AI’
‘스마트’는 중요한 기술을 반드시 포함한다. 통신과 센서 그리고 인공지능(AI)이다. 스마트홈은 집 안에 있는 기기들이 무선통신으로 연결돼 있고 각종 센서가 기기나 집에 설치돼 정보를 수집, AI에 의해 분석돼 개개인에게 맞는 개인화된(personalized) 환경을 자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마트홈은 스마트 기기가 집 안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집 자체가 스마트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기술별로 분류해 더 자세히 설명해 보면 먼저 통신을 들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이미 와이파이나 롱텀에볼루션(LTE)과 같은 통신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스피커에 연결하거나 TV에 연결해 사용한다. 이것이 모두 통신이다. 이러한 통신 기술이 기기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확대하면 사물인터넷(IoT) 또는 만물인터넷(IoE)이 된다.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물을 연결했다는 의미다. 디지털 세상에서 연결이란 용어는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센서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원리는 빛이 카메라 렌즈를 통과해 센서로 전달되면 이것을 전자신호로 변환하고 이미지 프로세서가 이 신호를 사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즉 렌즈 자체는 센서가 아니지만 카메라 안에 있는 이미지 센서가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사진의 품질이 좌우된다. 센서는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시킨다. 즉 이제부터 컴퓨터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홈의 확산 여부는 결국 센서가 결정할 것이다. 가전기기마다 센서가 있어야 연결하든 작동하든 할 테니 말이다. 물론 하나하나가 다 돈이다. 매년 1조 개의 센서가 필요하다는 ‘1조 개의 센서 세상(trillion sensor world)’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센서의 수요는 엄청나다. 반면 만일 가정에 있는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하나 또는 몇 개의 범용 센서가 만들어진다면 스마트홈의 등장과 확산은 훨씬 빨라질 것이다.
다음은 자율화(autonomy)다. 이 용어는 자동화(automation)와 함께 혼돈스럽게 사용하기도 한다. 자동과 자율을 구분 짓는 핵심어는 판단과 행동이다. ‘자동’은 인간이 사전에 입력한 프로그램대로 작동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화’는 공장이나 실험실과 같은 제한된 환경에서 인간이 명령한 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거나 스스로 행동할 수 없다.
반면 ‘자율’은 스스로 판단해 행동할 수 있다. 자동화의 차원을 넘는 것으로 개방적이면서도 비구조화된 실제 환경에서 AI 알고리즘에 의해 수준 높은 판단을 통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스마트홈은 센서에 의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에 살고 있는 거주자가 원하는 환경을 스스로 판단해 제공한다.
◆아직 오지 않은 AI 시대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스마트홈을 영어로는 홈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이라고 한다. 앞에서 설명한 정의에 따르면 자동화다. 처음에 스마트홈의 개념이 만들어졌을 때는 기기 간의 연결과 원격조작 등을 주로 고려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AI의 발달로 밖의 온도와 습도에 더해 운동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나 감기에 걸렸을 때 체온을 고려해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알아서 판단하는 기기도 나왔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홈오토메이션보다 홈오토노미가 적절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AI를 이야기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AI 이야기를 하니까 벌써 AI의 시대가 온 것 같지만 사실 AI가 제대로 구현되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터를 말하면 무조건 빅데이터를 갖다 붙이며 마치 이전과 다른 새로운 것인 양 소개하는 것처럼 AI 역시 마치 AI 시대가 온 것처럼 소개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은 기업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약간의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뿐인데도 AI 서비스라고 마케팅하는 것이다.
AI 서비스가 되려면 개인의 속성을 파악해 개인화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지금 나오는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다. 기술이 사용자에 맞춰져야 하는데 사용자가 기술에 맞추는 식이다. 이러한 마케팅이 AI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를 무너뜨릴까 염려될 정도로 여전히 빅데이터와 AI는 갈 길이 먼 미완성 분야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홈오토메이션을 살펴보면 가장 친숙한 것은 역시 AI 스피커를 들 수 있다.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사실 AI 스피커란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가 스피커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니 사용자는 스피커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요청하는 식이다.
이런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아마존의 ‘에코(Eco)’와 구글의 ‘구글 홈’이, 한국에서는 네이버의 ‘프렌즈’,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KT의 ‘기가지니’, SK텔레콤의 ‘누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면 가정에서 왜 AI 스피커가 스마트홈의 대표적인 기기가 됐을까.
스마트홈의 허브 역할을 어떤 기기가 맡으면 좋을지 정보기술(IT)과 가전업계는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기기를 통해 테스트를 해 왔다. 처음에는 TV와 컴퓨터가 대결했다. TV는 대부분의 가정에 모두 설치돼 있다는 점에서, 컴퓨터는 복잡한 명령을 잘 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각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두 기기 모두 사용성과 가격 면에서 부적절했다. 그러다가 나타난 게 게임 콘솔 기기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홈오토메이션의 허브가 되고자 했다. 냉장고도 도전했다. 늘 전원이 켜 있다는 점과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점에서 스피커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늘 전원이 켜져 있고 음악을 듣는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10만원대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거주자 삶에 녹아들 스마트홈의 미래
스마트홈의 허브가 무엇이 될지 아직까지 불확실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미래의 스마트홈 허브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하는 가장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이다. 서로 마주하며 대화를 하는 식이다.
스마트홈 허브의 역할은 인간과 집에 있는 모든 기기를 연결해 주는 커뮤니케이션의 대상물이 된다. 어떻게 하면 인간과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그 숙제를 푸는 기기가 스마트홈의 허브가 될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스마트홈에 각종 기기와 센서가 설치된다고 해서 인간의 행복감이 그 숫자만큼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스마트홈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고 에어컨이 꺼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홈에 사는 사람이 어떻게 스마트홈을 활용해 행복해질 수 있느냐다.
집이 갖고 있는 의미는 단지 ‘산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추억을 만들고 행복하게 지내며 자아를 실현하는 공간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의미를 스마트홈이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홈은 집의 역할에 더해 일터가 될 수 있고 학교가 될 수도 있다. 원격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될 수 있고 극장이 될 수도 있다.
스마트홈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순전히 기술을 활용하려는 우리의 몫이다. 기술이 준비된 곳을 채우는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다. 스마트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집에서 사는 사람, 바로 거주자다. 이것을 사용자 관점이라고 한다.
사용자 경험(UX)을 통해 개인의 가치가 투영된 집이 돼야 한다. 스마트홈이 어떻게 거주자의 삶에 녹아들 수 있을지 보이지 않는 컴퓨팅의 미래가 기대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6호(2018.10.29 ~ 2018.11.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