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변두리였던 기장군을 ‘핫 플레이스’로…아난티 코브의 마법

[스페셜리포트 Ⅱ: 국내 최대 규모 휴양시설…지역 가치도 함께 상승]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지금, 부산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해운대나 광안리가 아니다. 부산의 변두리 해안 마을이었던 기장군이 부산의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기장군을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다. 복합 리조트 단지 ‘아난티 코브’ 때문이다.
부산을 관광하기 위해 아난티 코브에 가는 사람보다 아난티 코브에 가기 위해 부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행을 위해 숙박을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과 리조트가 여행의 목적이 된 것이다.


부산역에서 광안대교를 지나 40여 분을 달리자 ‘아난티 코브’가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7월 기장군 기장읍 해안로에 문을 연 아난티 코브는 1km가 넘는 해안가를 따라 약 7만6033㎡(2만3000평) 규모의 대지 위에 들어섰다.

단일 휴양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지만 높이는 10층 규모로, 주변 풍광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바로 앞에 마주한 해안가의 곡선을 따라 만들어진 흰색 외관은 마치 하얀 파도를 연상시킨다. 바로 옆에 있는 동암마을과 바다, 자연과 어우러져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는다.

아난티 코브에 도착하면 자동차와 도로, 도시 소음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해운대와 불과 15분 떨어져 있지만 마천루가 즐비한 해변과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방파제 대신 수많은 바위가 파도를 막아주고 바다 앞에 조성된 아난티 타운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든다.

‘아난티 코브’는 국내 유일의 고급 리조트 개발사 아난티의 넷째 프로젝트다.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마을’을 콘셉트로 아난티 코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난티 코브를 이루고 있는 시설은 크게 세 가지다.

아난티가 위탁운영을 맡긴 호텔 ‘힐튼 부산’과 회원제 리조트인 ‘아난티 펜트하우스’, 15개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모인 복합공간 ‘아난티 타운’이 한데 모여 있다. 이 밖에 6612㎡(2000평) 규모의 온천 시설 ‘워터하우스’, 1653㎡(500평) 규모의 대형 서점 ‘이터널 저니’, 야외 공연장과 해변 산책로가 아난티 코브를 이루고 있다. 아난티 코브 내부에서 숙박부터 휴식, 쇼핑, 식사까지 모두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아난티 코브 내에 있는 호텔 힐튼부산은 올여름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 여름 개관했지만 확실한 정체성으로 평균 80% 이상의 객실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성수기 때는 주변 호텔에 비해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만실 행진을 이어 가며 부산 호텔 중 이례적으로 오픈 첫해 흑자를 기록했다.
◆힐튼부산, 국내 호텔 중 가장 넓은 야외 수영장



힐튼부산에 도착하자 로비는 물론이고 내부로 들어가는 문도 찾기 힘들었다. 높은 흰 벽 앞에 서자 벽으로 생각했던 문이 열렸다. 하나의 문이 더 열리자 고요함 속에서 동굴 같은 통로가 길게 펼쳐졌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외부와 연결되는 다른 호텔의 입구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힐튼부산 입구에 들어서는 즉시 외부와는 차단되고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힐튼부산은 체크인할 수 있는 호텔 프런트가 10층에 있다. 1층에서 10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통해 바로 연결되고 10층으로 갈 때까지 방문객은 외부를 전혀 볼 수 없도록 설계됐다. 체크인을 위해 10층에 도착하면 길게 뻗은 통 유리창 밖으로 탁 트인 동해가 펼쳐진다.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1층에 여러 형태로 꾸며진 터널은 일상생활에 지친 방문객들이 휴식공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여유를 갖도록 하기 위해 설계된 공간”이라며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아난티만의 유머 코드”라고 설명했다.

가장 높은 층인 10층에 수영장·라운지·레스토랑이 있고 2층부터 9층까지가 객실이다. 힐튼부산의 모든 객실은 60㎡ 이상이고 오션 스위트 룸은 120㎡에 달한다. 동급의 다른 호텔보다 모든 객실 크기가 약 1.2배 크다. 힐튼부산은 대통령 등 VIP를 위한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과감히 없애고 일반 객실의 공간을 확 늘렸다. 객실엔 테라스가 있어 방 안에서도 일출이나 별을 관찰하며 바다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기장 해안은 동부산에 자리한 만큼 부산에서 가장 빠른 일출을 볼 수 있다. 객실에 누워 있다가 새벽에 눈을 뜨면 해가 떠오르기 전 새빨갛게 물든 지평선을 볼 수 있다. 침대 역시 일반 킹사이즈보다 큰 할리우드 킹베드를 모든 객실에 배치했다.



힐튼부산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수영장이다. 야외 수영장인 오션인피니티 풀은 39m 규모로 국내 특급 호텔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10층엔 상부와 앞면이 통 유리창으로 돼 있는 맥퀸즈 풀이 있어 해안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힐튼부산을 관통하는 테마는 ‘책’이다. 힐튼부산 곳곳에는 서가와 책이 비치돼 있다. 층의 메인 로비 ‘맥퀸즈 라운지’에도 수백 권의 책이 가득하다. 1층 복도와 미팅 룸, 레스토랑 ‘다모임’ 역시 서가 콘셉트로 꾸며져 있어 어디서든 책을 접할 수 있다.

부산 지역 호텔 중 가장 넓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은 힐튼부산이 MICE(Meeting, Incentive trip, Convention, Exhibition&Event) 분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다. 부산의 유명 관광지인 해운대 해수욕장과 센텀시티, MICE 산업의 중심지인 벡스코에서도 가까운 거리에 자리해 지리적 이점과 편리한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
◆아난티 코브 정체성 담은 ‘이터널 저니’



호텔 지하 2층으로 내려오면 서점 ‘이터널 저니’가 있다. ‘이터널 저니’는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이 아니다. 강연회와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자 이만규 아난티 대표의 철학이 담긴 공간이다.

이 대표는 상업 매장 중 가장 넓은 공간을 서점에 투자하면서 ‘휴식’과 ‘가치’라는 아난티 코브의 정체성을 잘 구현했다.

이터널 저니는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를 만큼 다양한 테마와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이터널 저니는 아난티 코브에 입점해 있는 상업 매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1653㎡(500평)에 육박하는 서점에는 2만여 권의 책이 테마에 따라 전시돼 있다.

55개의 테마로 디테일하게 나눈 각각의 서가와 한 사람의 서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도 있다. 여기에 부산 지역 작가나 디자이너를 위한 섹션을 따로 마련해 지역 정체성을 반영했다.

이터널 저니는 다양한 책만큼이나 다양한 고객들이 찾고 있다. 4~5명끼리 모여 앉은 여성들이나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손님, 심지어 이곳을 찾은 동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발길까지 이어졌다.

이터널 저니를 찾은 한 주부 고객은 “이터널 저니가 부산 아줌마들 사이에서 로망으로 떠올랐다”며 “아이와 함께 찾아와 책을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온 김에 밥도 먹고 차도 마실 수 있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난티 타운’은 아난티 코브를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복합 문화공간으로 확장한 공간이다. 레스토랑·상점·온천·카페 등이 밀집해 있고 바다를 마주한 야외 무대가 있어 한 마을의 광장 같은 느낌을 준다.

이터널 저니와 마찬가지로 투숙객뿐만 아니라 외부 방문객들도 이용할 수 있다. 호텔과 리조트 이용객은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아난티 코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고 외부인은 아난티 타운을 이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아난티 코브를 경험하게 된다.

강아현 힐튼부산 디렉터는 “아난티 타운은 부산 시민들이나 외부 방문객들이 호텔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아난티 타운뿐만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과 부대시설 모두 부산 시민들의 이용률이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아난티 타운에는 15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모두 아난티 코브와 독점계약해 부산지역에서는 오직 아난티 타운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매장이다. 이연복 셰프의 목란, 김지운 셰프의 볼피노, 최고급 전동차 디트로네, 로마 3대 카페로 잘 알려진 ‘산 에우스타키오 일’ 등 오직 아난티 타운을 방문하기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을 만한 브랜드로 채웠다.

아난티 타운 한쪽에는 6612㎡(2000평) 규모의 천연 온천 시설 ‘워터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설계 당시 계획에 없던 공간이었지만 공사를 진행하며 온천수가 뿜어져 나와 온천 시설로 만들었다.

지하 600m에서 하루 1000톤씩 뿜어져 나오는 천연 온천수로 운영되며 다양한 실내 풀, 건·습식 사우나, 노천탕으로 나눠져 있어 각자 취향에 따라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아난티 코브가 들어서기 전 기장군은 ‘멸치’로 유명하던 부산의 변두리 마을이었다. 부산시가 동부산 관광단지(오시리아) 사업을 추진하면서 아난티 코브 역시 사업의 일환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아난티 코브가 들어서기 전까지 부산시 동부산 관광단지 사업에는 눈에 띄는 진척 상황이 없었다.

이 대표가 처음 기장군에 아난티 코브 계획을 밝혔을 때도 주변의 만류가 많았다.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잘 알려진 장소도 아니었고 교통편도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장군 지역 가치도 함께 상승



아난티 코브가 문을 연 것을 계기로 동부산 관광단지 산업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글로벌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가 법인 설립을 확정했고 최근에는 롯데월드·롯데쇼핑 등이 사업자로 참여하는 테마파크 조성이 예정돼 있다.

마이너호텔그룹(MHG)이 운영하는 ‘아바니’ 호텔도 한창 공사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오시리아 관광단지 개발 초기이기 때문에 호텔 주변에 별다른 시설이 없다. 기장 앞바다를 중심으로 펼쳐진 천혜의 자연과 아난티 코브가 사람들이 기장군을 방문하는 이유다.
아난티 관계자는 “원래 기장은 사람들이 부산 여행 중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는 아니었지만 아난티 코브가 오픈하면서 기장이 하루 이상 머무를 수 있는 여행지가 됐다”며 “여행객들은 리조트 내에서는 물론이고 기장시장과 대변항 등을 찾아다니며 지갑을 열고 있어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아난티 코브가 들어서면서 올 초 기장군에도 부산 시티 투어 노선이 생겨났다. 부산관광공사 역시 아난티 코브를 통해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홍보 영상이나 홍보 책자에 아난티 코브 이미지를 차용해 부산을 고급스러운 휴양 도시로 어필하고 나섰다.

이터널 저니에서 만난 기장군 주민은 “아난티 코브가 생기기 전 기장군에 외국인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는 게 흔한 풍경은 아니었다”며 “주변 연화리는 카페거리와 맛집들이 들어서면서 해운대나 광안리 외에도 부산에 방문할 곳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부산 토지 시장에도 반영됐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부산 지가 상승률은 4.05%로 전국 평균(2.89%)보다 크게 높았다. 그중에서도 기장군(4.80%)은 해운대구(5.39%)와 수영구(4.49%)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기장군은 지난해에도 전국 시군구별 땅값 상승률에서 7%로 2위에 올랐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7호(2018.11.05 ~ 2018.11.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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