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 해지 기준은 ‘가계약금’ 아닌 ‘약정된 계약금’
입력 2018-11-08 18:17:48
수정 2018-11-08 18:17:48
-서로간의 ‘묵시적 약속’인 가계약금 인정 안 돼…녹취나 문자 메시지 등 증거 남겨야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할 때 반드시 계약금을 지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계약서만 써도 계약이고 법적인 구속력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계약금을 지급하는 것이 현저한 관행이 돼 이제는 계약금을 주지 않으면 아예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계약금을 준다는 것은 계약의 효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 민법 제565조는 계약금을 지급하면 오히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계약금 상당액을 손해 보고 계약을 파기할 권한을 양 당사자에게 부여한 것이다. 이 때 계약 파기를 위해 손해를 봐야 할 금액은 ‘약정한 계약금 중에서 실제로 지급한 계약금의 일부’인지 아니면 ‘당초 약정한 계약금’인지가 문제가 된다.
◆구속력 강화 위해 ‘약정 계약’ 존중
예를 들어 부동산을 10억원에 매매하기로 하면 보통 그 계약금은 10%인 1억원이 된다. 이때 1억원의 돈을 당장 마련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일단 1000만원을 입금하고 나머지 9000만원은 그 다음날 또는 며칠 뒤 입금하기로 할 수도 있다.
이때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계약을 잘못한 것 같다면 매수인은 지급한 1000만원만 포기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매도인은 받은 돈 1000만원의 2배인 2000만원만 돌려주면 해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1억원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할까.
이에 대한 판례가 있는데, 대법원은 약정한 1억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봤다. ‘실제로 준 가계약금 1000만원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 1억원을 기준으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매수인은 1000만원만 포기한다고 해서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나머지 9000만원까지 다 지급해야만 해지할 수 있고 매도인은 받은 돈 1000만원에 추가로 자기 돈 1억원을 더해야만 해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어찌됐든 해지하려는 사람은 약정한 1억원을 손해 봐야 해지할 수 있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계약의 구속력이 현저히 약화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하는 대법원 판시의 요지다. “매도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다면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이라면 사실상 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돼 부당하기 때문에 계약금 일부만 지급되면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계약 조건이 모두 타결돼 계약서가 작성되거나 아니면 최소한 상호간에 확실한 계약 조건이 협의된 것에 관한 것인데 그렇지 않고 부동산이 행여나 다른 매수인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선점하는 차원에서 500만원 내지 1000만원 정도를 매도인 계좌로 지급해 버리는 수가 왕왕 있다.
1000만원을 지급할 때 양 당사자의 의사가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계약서는 추후 쓰기로 하고 그전까지는 계약 의사가 번복될 수도 있다. 혹시 계약 체결의 의사가 없게 된다면 실제로 준돈 1000만원만 기준으로 포기하거나 배액 상환하기로 하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심의 의사를 명확히 밖으로 표출해 문자·카카오톡·e메일·녹음·CCTV로 증거가 남지 않으면 분쟁이 생긴다. 즉 이러한 의사가 증거로 남지 않으면 위 대법원 판례로 돌아가 1억원을 기준으로 해지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이런 취지의 가계약금 지급은 명백히 증거가 남아야만 실제 지급한 1000만원을 기준으로 해지권 행사 가능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6호(2018.10.29 ~ 2018.11.04) 기사입니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할 때 반드시 계약금을 지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계약서만 써도 계약이고 법적인 구속력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계약금을 지급하는 것이 현저한 관행이 돼 이제는 계약금을 주지 않으면 아예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계약금을 준다는 것은 계약의 효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 민법 제565조는 계약금을 지급하면 오히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계약금 상당액을 손해 보고 계약을 파기할 권한을 양 당사자에게 부여한 것이다. 이 때 계약 파기를 위해 손해를 봐야 할 금액은 ‘약정한 계약금 중에서 실제로 지급한 계약금의 일부’인지 아니면 ‘당초 약정한 계약금’인지가 문제가 된다.
◆구속력 강화 위해 ‘약정 계약’ 존중
예를 들어 부동산을 10억원에 매매하기로 하면 보통 그 계약금은 10%인 1억원이 된다. 이때 1억원의 돈을 당장 마련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일단 1000만원을 입금하고 나머지 9000만원은 그 다음날 또는 며칠 뒤 입금하기로 할 수도 있다.
이때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계약을 잘못한 것 같다면 매수인은 지급한 1000만원만 포기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매도인은 받은 돈 1000만원의 2배인 2000만원만 돌려주면 해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1억원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할까.
이에 대한 판례가 있는데, 대법원은 약정한 1억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봤다. ‘실제로 준 가계약금 1000만원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 1억원을 기준으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매수인은 1000만원만 포기한다고 해서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나머지 9000만원까지 다 지급해야만 해지할 수 있고 매도인은 받은 돈 1000만원에 추가로 자기 돈 1억원을 더해야만 해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어찌됐든 해지하려는 사람은 약정한 1억원을 손해 봐야 해지할 수 있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계약의 구속력이 현저히 약화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하는 대법원 판시의 요지다. “매도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다면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이라면 사실상 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돼 부당하기 때문에 계약금 일부만 지급되면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계약 조건이 모두 타결돼 계약서가 작성되거나 아니면 최소한 상호간에 확실한 계약 조건이 협의된 것에 관한 것인데 그렇지 않고 부동산이 행여나 다른 매수인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선점하는 차원에서 500만원 내지 1000만원 정도를 매도인 계좌로 지급해 버리는 수가 왕왕 있다.
1000만원을 지급할 때 양 당사자의 의사가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계약서는 추후 쓰기로 하고 그전까지는 계약 의사가 번복될 수도 있다. 혹시 계약 체결의 의사가 없게 된다면 실제로 준돈 1000만원만 기준으로 포기하거나 배액 상환하기로 하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심의 의사를 명확히 밖으로 표출해 문자·카카오톡·e메일·녹음·CCTV로 증거가 남지 않으면 분쟁이 생긴다. 즉 이러한 의사가 증거로 남지 않으면 위 대법원 판례로 돌아가 1억원을 기준으로 해지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이런 취지의 가계약금 지급은 명백히 증거가 남아야만 실제 지급한 1000만원을 기준으로 해지권 행사 가능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6호(2018.10.29 ~ 2018.11.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