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쌀’에 집중한 맞춤형 상품으로 승승장구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아코메야는 쌀집이다. 넓게 보면 정미소 정도다. 열도 전역의 쌀을 공수해 와 판매하는 소매점이다. 쌀은 시대 변화의 희생양이다. 주식인데도 빵 등 서구화된 대체재가 넘쳐나 제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사양 업종이라도 저항은 없다. 시대 변화를 반영하듯 쌀 소비량 급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상식적으로 쌀 판매를 업으로 삼겠다는 것은 무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코메야가 문을 연 시기는 2013년이다. 극히 최근이다. 왜일까. 쌀의 본질이 갖는 확장적인 가치 창출을 읽어낸 덕이다. 게다가 우려를 깨고 승승장구 중이다. 한국에도 입소문이 나 방문객이 잇따른다.
◆‘좋은 쌀을 싸게 팔자’에서 출발한 혁신 아이디어
겉만 보면 현대인과 쌀은 갈수록 멀어진다. 살기 위해 먹을 뿐 간절하게 쌀을 구매하는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쌀을 사는 근본적인 이유에 집중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밥 한 끼조차 행복과 무관한 일로 치부해 버리는 생활 압박 속에서 그들의 불안·불만·불편을 읽어냈다. 아등바등 살아내는 현대인에게 한 끼 행복이 사라져 버렸기에 쌀조차 안 팔린다고 봤다.
건조해진 생활양식에 맞서 치유와 행복을 찾는 출발로 쌀과 밥의 가치를 재구성하자는 아이디어는 이렇게 나왔다. 본질을 재구성한 다음은 상상력의 차례다. 쌀집 때와 달리 ‘한 끼의 행복’에 주목하자 상상력도 발휘됐다. 한 끼를 구성하는 다양한 연결고리가 새로운 사업거리로 대거 떠올랐다. 원료로서의 쌀과 결과로서의 밥까지 아우르자 주연을 빛나게 해줄 조연의 등판 기회가 늘어났다.
본질(쌀)의 재구성(밥)은 조직 내부에 스며들었다. 그들은 식탁의 행복을 밥이 찾아준다고 믿는다. 식탁을 채색하는 많은 발상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사람마다 인생이 모두 다르듯이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발상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은 같다. 맛과 즐거움 그리고 정갈함이다. 이는 아코메야의 비전으로 공유된다. 저마다를 위한 최고의 행복 순간을 만들어 주겠다는 포부다.
아코메야가 밝힌 맛있는 밥을 위한 공식 서비스는 7가지다. △원하는 양만큼 정미 △취향에 맞는 쌀을 찾아줌 △소량 사이즈로 판매 △포인트카드 발행(30포인트=현미 1kg) △원한다면 배달 가능 △온라인 동시 판매 △쌀부터 조연 잡화까지 종합 선물 세트 제공 등이다. 다양한 고객의 맛있는 밥을 위한 부가 서비스다.
그래도 원류는 쌀이다. ‘쌀→밥’으로 시선을 옮겨도 근본인 쌀을 소홀히 해선 까다로운 고객 취향을 저격할 수 없다. 다행히도 업의 재구성 시도는 쌀을 둘러싼 접근 전략의 수정 과제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밥맛에 앞서 쌀 맛에 집중했다. 이를 회사는 ‘쌀의 편집’이란 단어로 차별화했다. 맛있는 밥의 재료를 넘어 행복을 위한 완성인 쌀을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형태로 팔기 시작했다. 포대에 담은 쌀 몇 가지를 늘어놓은 과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은 쌀을 쪼개고 합쳤다. 품종별·지역별·품질별·입맛별로 새로운 스토리를 부여했다. 다품종 변량 공급의 특화 전략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포장·판매 쌀은 최저 분량이 450g이었다. 한국처럼 10kg이나 20kg짜리는 없다. 이곳의 주력 제품도 품종별 450g 초소량 포장 쌀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늘었다. 외식도 대세다. 집에서 가족과 밥 먹는 행위가 급감했다. 쌀이라는 업의 본질을 뒤흔드는 엄중한 시대 변화다.
달라진 가족 구성에 맞춰 포장 전략을 수정했다. 세분화된 사이즈를 제안, 다양한 미세 욕구에 조응했다. 고정관념을 버리니 포장 분량이 변했고 새로운 스토리까지 부여됐다. 가령 300g 소포장을 선물용으로 내놓았다. 150g씩 나눠 소중한 이와 함께 먹자는 선물용 상품이었다(1인분=150g). 연인이면 300g 소포장 선물은 감정 전달로 승화된다. 간접적인 프러포즈인 셈이다.
업의 재구성은 포장과 함께 가격 전략의 기회를 넓혔다. 여기엔 근원적인 사업 본질인 쌀의 고품질과 경쟁력이 한몫했다. 당장 종류가 다양해졌다. 이곳에선 열도 생산의 쌀 25종을 판다. 쌀 맛까지 구분해 설득한다. 즉 모든 쌀 맛을 차짐과 부드러움으로 구분해 XY축의 4분면에 표시했다. 차지고 부드럽다면 1부 리그다.
다양한 포장 전략의 압권은 현미부터 백미까지 외피 도정률로 나눈 5가지 상품군이다. 다양한 라인업의 소포장이 실현된 배경이다. 가격은 차별적이다. 시중가격보다 월등히 비싸다. 4~5배나 값비싼 쌀도 있다. 소량이기 때문에 값이 비싸도 구매력은 적지 않다.
매일 많이 안 먹으니 고급화의 가격 저항은 낮다. 그 대신 신선도는 양보할 수 없는 고집스러운 품질 항목이다. 포장된 쌀은 어쩔 수 없이 신선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장에서 바로 직접 도정한 것을 판매한다.
◆부담스러운 가격도 넘어서는 고객의 만족
‘쌀→밥’으로의 가치 연결적인 본질의 모색은 다양한 기회를 안겨줬다. 쌀만 팔지 않는다는 게 역설적으로 명분과 실리를 선사한 셈이다. 고정관념의 파기가 의외의 사업 기회로 연결된 것이다. 쌀과 밥 모두를 아우르자 주변 품목의 매대 등장이 자연스러웠다.
당장 맛있는 밥에 어울리는 조미료와 반찬거리를 모았다. 주방 집기는 물론 술 등 쌀이 원료인 가공 제품까지 판다. 식탁을 채색하는 식기류와 맛을 더하는 기타 잡화로 아이템을 확대한다. 대략 6000가지 품목을 판매한다. 그 덕분에 쌀만의 시장성을 넘어 쌀을 중심에 둔 새로운 문화 전파와 생활양식을 전파하는 기지로 자리매김했다.
내친 김에 식당까지 차렸다. 갓 지어낸 쌀밥이 갖는 행복에 주목해 잘 차려진 한 상을 직접 선뵈는 차원이다. 행복 실현의 공간 제공이다. 비싼데도 식당은 문전성시다. 가격 저항은 의외로 낮다. 오늘의 정식을 2000엔대에 먹기 위한 손님이 줄을 선다.
저녁은 더 호사스럽게 구성해 4000~6000엔대인데도 북적거린다. 고객 만족은 가격 부담을 넘어선다는 논리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쌀을 의제로 둔 강연회·이벤트도 많다. 쌀에 관해선 모든 걸 다루겠다는 의지다. 좋은 쌀과 맛있는 밥을 위한 모든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식이다. 업의 본질에 주목해 이를 재구성했기에 실험정신은 반복된다. 쌀가게라면 응당 주택가 상점권역에 있기 마련인데 긴자·신주쿠 등 값비싼 도심 한복판의 출점 전략을 고집한다. 결국 아코메야는 쌀·밥과 관련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제안에까지 다다른다.
아코메야는 업의 본질을 잘 찾아낸 사례로 손꼽힌다. 쌀 본연의 사업 모델을 토대로 시대 변화가 고객 욕구를 어떻게 바꿨는지 읽고 또 대응했다. 쌀을 사는 이유야말로 결국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이후 ‘좋은 쌀→맛난 밥’을 위해 사업 내용을 제로에서부터 재검토했다. ‘시대 변화→욕구 변화→사업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셈이다. 고객 마음에 맞춰 업의 본질에 충실한 실험정신도 동반됐다. 본질을 위해 사업을 바꾸는 과감성의 채택이다.
불황 이전에 업의 본질을 찾는 게 먼저다. 사업 모델에 애착을 갖고 고집하기보다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에 대응하는 게 관건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아코메야는 쌀집이다. 넓게 보면 정미소 정도다. 열도 전역의 쌀을 공수해 와 판매하는 소매점이다. 쌀은 시대 변화의 희생양이다. 주식인데도 빵 등 서구화된 대체재가 넘쳐나 제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사양 업종이라도 저항은 없다. 시대 변화를 반영하듯 쌀 소비량 급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상식적으로 쌀 판매를 업으로 삼겠다는 것은 무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코메야가 문을 연 시기는 2013년이다. 극히 최근이다. 왜일까. 쌀의 본질이 갖는 확장적인 가치 창출을 읽어낸 덕이다. 게다가 우려를 깨고 승승장구 중이다. 한국에도 입소문이 나 방문객이 잇따른다.
◆‘좋은 쌀을 싸게 팔자’에서 출발한 혁신 아이디어
겉만 보면 현대인과 쌀은 갈수록 멀어진다. 살기 위해 먹을 뿐 간절하게 쌀을 구매하는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쌀을 사는 근본적인 이유에 집중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밥 한 끼조차 행복과 무관한 일로 치부해 버리는 생활 압박 속에서 그들의 불안·불만·불편을 읽어냈다. 아등바등 살아내는 현대인에게 한 끼 행복이 사라져 버렸기에 쌀조차 안 팔린다고 봤다.
건조해진 생활양식에 맞서 치유와 행복을 찾는 출발로 쌀과 밥의 가치를 재구성하자는 아이디어는 이렇게 나왔다. 본질을 재구성한 다음은 상상력의 차례다. 쌀집 때와 달리 ‘한 끼의 행복’에 주목하자 상상력도 발휘됐다. 한 끼를 구성하는 다양한 연결고리가 새로운 사업거리로 대거 떠올랐다. 원료로서의 쌀과 결과로서의 밥까지 아우르자 주연을 빛나게 해줄 조연의 등판 기회가 늘어났다.
본질(쌀)의 재구성(밥)은 조직 내부에 스며들었다. 그들은 식탁의 행복을 밥이 찾아준다고 믿는다. 식탁을 채색하는 많은 발상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사람마다 인생이 모두 다르듯이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발상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은 같다. 맛과 즐거움 그리고 정갈함이다. 이는 아코메야의 비전으로 공유된다. 저마다를 위한 최고의 행복 순간을 만들어 주겠다는 포부다.
아코메야가 밝힌 맛있는 밥을 위한 공식 서비스는 7가지다. △원하는 양만큼 정미 △취향에 맞는 쌀을 찾아줌 △소량 사이즈로 판매 △포인트카드 발행(30포인트=현미 1kg) △원한다면 배달 가능 △온라인 동시 판매 △쌀부터 조연 잡화까지 종합 선물 세트 제공 등이다. 다양한 고객의 맛있는 밥을 위한 부가 서비스다.
그래도 원류는 쌀이다. ‘쌀→밥’으로 시선을 옮겨도 근본인 쌀을 소홀히 해선 까다로운 고객 취향을 저격할 수 없다. 다행히도 업의 재구성 시도는 쌀을 둘러싼 접근 전략의 수정 과제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밥맛에 앞서 쌀 맛에 집중했다. 이를 회사는 ‘쌀의 편집’이란 단어로 차별화했다. 맛있는 밥의 재료를 넘어 행복을 위한 완성인 쌀을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형태로 팔기 시작했다. 포대에 담은 쌀 몇 가지를 늘어놓은 과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은 쌀을 쪼개고 합쳤다. 품종별·지역별·품질별·입맛별로 새로운 스토리를 부여했다. 다품종 변량 공급의 특화 전략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포장·판매 쌀은 최저 분량이 450g이었다. 한국처럼 10kg이나 20kg짜리는 없다. 이곳의 주력 제품도 품종별 450g 초소량 포장 쌀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늘었다. 외식도 대세다. 집에서 가족과 밥 먹는 행위가 급감했다. 쌀이라는 업의 본질을 뒤흔드는 엄중한 시대 변화다.
달라진 가족 구성에 맞춰 포장 전략을 수정했다. 세분화된 사이즈를 제안, 다양한 미세 욕구에 조응했다. 고정관념을 버리니 포장 분량이 변했고 새로운 스토리까지 부여됐다. 가령 300g 소포장을 선물용으로 내놓았다. 150g씩 나눠 소중한 이와 함께 먹자는 선물용 상품이었다(1인분=150g). 연인이면 300g 소포장 선물은 감정 전달로 승화된다. 간접적인 프러포즈인 셈이다.
업의 재구성은 포장과 함께 가격 전략의 기회를 넓혔다. 여기엔 근원적인 사업 본질인 쌀의 고품질과 경쟁력이 한몫했다. 당장 종류가 다양해졌다. 이곳에선 열도 생산의 쌀 25종을 판다. 쌀 맛까지 구분해 설득한다. 즉 모든 쌀 맛을 차짐과 부드러움으로 구분해 XY축의 4분면에 표시했다. 차지고 부드럽다면 1부 리그다.
다양한 포장 전략의 압권은 현미부터 백미까지 외피 도정률로 나눈 5가지 상품군이다. 다양한 라인업의 소포장이 실현된 배경이다. 가격은 차별적이다. 시중가격보다 월등히 비싸다. 4~5배나 값비싼 쌀도 있다. 소량이기 때문에 값이 비싸도 구매력은 적지 않다.
매일 많이 안 먹으니 고급화의 가격 저항은 낮다. 그 대신 신선도는 양보할 수 없는 고집스러운 품질 항목이다. 포장된 쌀은 어쩔 수 없이 신선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장에서 바로 직접 도정한 것을 판매한다.
◆부담스러운 가격도 넘어서는 고객의 만족
‘쌀→밥’으로의 가치 연결적인 본질의 모색은 다양한 기회를 안겨줬다. 쌀만 팔지 않는다는 게 역설적으로 명분과 실리를 선사한 셈이다. 고정관념의 파기가 의외의 사업 기회로 연결된 것이다. 쌀과 밥 모두를 아우르자 주변 품목의 매대 등장이 자연스러웠다.
당장 맛있는 밥에 어울리는 조미료와 반찬거리를 모았다. 주방 집기는 물론 술 등 쌀이 원료인 가공 제품까지 판다. 식탁을 채색하는 식기류와 맛을 더하는 기타 잡화로 아이템을 확대한다. 대략 6000가지 품목을 판매한다. 그 덕분에 쌀만의 시장성을 넘어 쌀을 중심에 둔 새로운 문화 전파와 생활양식을 전파하는 기지로 자리매김했다.
내친 김에 식당까지 차렸다. 갓 지어낸 쌀밥이 갖는 행복에 주목해 잘 차려진 한 상을 직접 선뵈는 차원이다. 행복 실현의 공간 제공이다. 비싼데도 식당은 문전성시다. 가격 저항은 의외로 낮다. 오늘의 정식을 2000엔대에 먹기 위한 손님이 줄을 선다.
저녁은 더 호사스럽게 구성해 4000~6000엔대인데도 북적거린다. 고객 만족은 가격 부담을 넘어선다는 논리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쌀을 의제로 둔 강연회·이벤트도 많다. 쌀에 관해선 모든 걸 다루겠다는 의지다. 좋은 쌀과 맛있는 밥을 위한 모든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식이다. 업의 본질에 주목해 이를 재구성했기에 실험정신은 반복된다. 쌀가게라면 응당 주택가 상점권역에 있기 마련인데 긴자·신주쿠 등 값비싼 도심 한복판의 출점 전략을 고집한다. 결국 아코메야는 쌀·밥과 관련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제안에까지 다다른다.
아코메야는 업의 본질을 잘 찾아낸 사례로 손꼽힌다. 쌀 본연의 사업 모델을 토대로 시대 변화가 고객 욕구를 어떻게 바꿨는지 읽고 또 대응했다. 쌀을 사는 이유야말로 결국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이후 ‘좋은 쌀→맛난 밥’을 위해 사업 내용을 제로에서부터 재검토했다. ‘시대 변화→욕구 변화→사업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셈이다. 고객 마음에 맞춰 업의 본질에 충실한 실험정신도 동반됐다. 본질을 위해 사업을 바꾸는 과감성의 채택이다.
불황 이전에 업의 본질을 찾는 게 먼저다. 사업 모델에 애착을 갖고 고집하기보다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에 대응하는 게 관건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