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와 떼창, 실신까지…BTS, 유럽을 강타하다

-‘21세기 비틀스’ 호평…K팝 이어 ‘한류 콘텐츠’ 열풍 감지







[베를린(독일)=박진영 유럽통신원]10월 한 달 동안 유럽은 방탄소년단(BTS)의 열기로 가득했다. 지난 10월 9일과 10일 두 차례 영국 런던 공연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10월 13일)과 독일 베를린(10월 16~17일), 프랑스 파리(10월 19~20일)까지 총 7회 공연을 하는 동안 무려 10만 명 이상의 팬들을 동원하며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 냈다.


모든 공연이 티켓 오픈 몇 분 만에 매진된 것은 물론이고 그 몇 배 가격에 달하는 암표 티켓이 성행하기까지 했다.


공연장 앞에서는 텐트를 치고 밤새워 BTS의 노래를 들으며 기대감에 들뜬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입장을 위한 대기 줄이 심지어 1km에 이르는 등의 진풍경도 낳았다. 실제 공연에서는 팬들이 다 같이 한국어로 ‘떼창’을 하고 심지어 실신하는 팬이 있을 정도였다.


◆유럽 언론의 극찬 ‘BTS는 21세기 비틀스’


BTS가 빌보드200 차트에 2회 연속 1위에 오르면서 BTS를 필두로 한 K팝의 인기를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한 유럽 언론들은 이번 BTS의 유럽 투어 전후로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BTS의 인기 원인을 심도 깊게 분석하는가 하면 멤버 각각의 특징과 면모, 팬 문화를 소개하기도 하고 콘서트 전과 후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유럽 내 뜨거운 BTS 열기를 전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K팝 열풍이 영국 수도를 휩쓸고 있다”고 전했고 심지어 BBC는 BTS를 “21세기 비틀스”라고 극찬하는가 하면 대표 간판 토크쇼인 ‘더 그레이엄 노턴쇼’에 BTS를 섭외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두 차례 콘서트가 끝난 직후 ‘BTS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보이 밴드가 됐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BTS의 데뷔 스토리부터 미국 투어와 첫 영국 콘서트 그리고 유엔 연설에 대한 내용까지 심층 보도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이런 흥행 성적은 롤링 스톤스, 폴 매카트니, 브루스 스프링스틴, 마돈나, 비욘세와 같은 앵글로색슨계 슈퍼스타들에 국한된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고 네덜란드 유력 언론들 역시 어마어마한 줄서기 광경 등을 취재하며 이번 콘서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된 BTS의 열풍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유럽 주요 국가 중 K팝 열기가 비교적 뒤늦게 시작된 독일에서도 BTS의 행보가 단연코 화제의 중심이었다. 독일의 세계적인 유력 일간지 디 벨트는 “수천 명의 팬들이 BTS를 외치고 환호한다”며 “많은 팬들이 학교마저 ‘땡땡이’ 치고 공연을 관람하러 왔다”고 콘서트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전했고 도이체벨레도 “한국에서 온 방탄 보이들이 독일의 수도를 강타했다”고 평했다.


일간 베를리너 차이퉁 또한 “방탄소년단의 베를린 공연은 올해의 팝음악 분야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 가운데 하나”라며 “BTS 멤버들이 무대에서 보이는 퍼포먼스와 팬들의 엄청난 환호를 본다면 그들을 보이 그룹으로만 칭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치켜세웠다.


◆K팝이 불러온 유럽 내 한국어 배우기 열풍


유럽은 한국 가수들에게 미국보다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BTS의 성공적 유럽 투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BTS 이전에도 2011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합동 공연인 ‘SM타운 라이브’가 파리에서 열린 적이 있고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이 휘몰아치며 K팝의 성공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K팝의 인기는 BTS를 비롯한 아이돌 그룹의 영향으로 재점화됐다. K팝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학습으로 이어져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의 수강생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 문학, 기타 공연예술 분야로까지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독일만 보더라도 K팝은 물론 한류 콘텐츠의 달라진 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번 BTS의 유럽 투어 콘서트로 그 절정을 보여준 K팝의 인기는 201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PM 콘서트를 시작으로 BTS(2014년, 베를린), 인피니트(2015년, 베를린), 지드래곤(2017년, 베를린), 갓세븐(2018년, 베를린), 지코(2018년, 베를린) 등 총 30회 가까이 공연되며 서서히 두터운 팬 층을 형성해 왔다.


지난 9월 14일에는 프랑스 파리 이후 6년 만의 유럽 투어인 ‘KBS 뮤직뱅크 인 베를린’이 공연돼 엑소·워너원·태민 등을 보러 몰려든 1만여 명의 관중이 객석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뜨거운 K팝 열기를 증명하듯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의 주요 도시에는 주요 가전제품 매장 내에 K팝 음반 전문 코너가 들어서 수십 종의 K팝 음반과 사진집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문화원이 운영하며 K팝 댄스와 보컬 강좌를 매년 각 4주 일정으로 개최하는 ‘K팝 아카데미’ 역시 인기리에 진행 중이고 K팝을 위주로 한 온라인 한류 관련 모임과 K팝은 물론 한국 문화 전반을 소개하는 매거진과 웹진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한편 독일 내에서 K팝보다 먼저 알려진 콘텐츠인 한국 영화와 한국 문학도 K팝의 인기와 함께 재조명 받는 분위기다.


한국 영화는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매년 주목하는 콘텐츠로, 김기덕·임권택·박찬욱·홍상수 감독의 작품 및 배우 등이 여러 번 수상작에 오른 바 있고 2014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비롯해 ‘부산행(연상호 감독, 2016년)’, ‘옥자(봉준호 감독, 2017년)’, ‘아가씨(박찬욱 감독, 2017년)’, ‘곡성(나홍진 감독,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홍상수 감독, 2018년)’ 등이 최근 5년 사이 독일 내에서 개봉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공영방송인 ARTE와 독일방송연맹(ARD) 등이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다른 나라에서’,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살인의 추억’을 방영하는 등 달라진 한류 콘텐츠의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한국 주빈국 행사로 전환점을 맞은 한국 문학은 최근 몇 년 사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며 또 다른 인기 한류 콘텐츠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12월 독일 차이트(Zeit)지 추리문학 추천 리스트 8위에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선정됐는가 하면 2017년에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독일에서 번역 출판돼 “카프카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올 5월에는 김애란·한강 작가가 독일의 주요 문학상 중 하나인 리베라투르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바 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꾸준히 번역, 출간되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 ‘푸른 개 장발(황선미)’, ‘7년의 밤’(정유정)‘, ‘연어(안도현)’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라 출간됐고 ‘종의 기원’(정유정)’, ‘홀(편혜영)’, ‘흰(한강)’ 등의 작품 역시 올해와 내년 출간이 예정돼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7호(2018.11.05 ~ 2018.11.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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