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미리 보는 2019년 IT 시장 빅 이슈 5'-폴더블폰]-내년 320만 대 출하 전망…‘혁신적 UI’ 등 새로운 가치 제시해야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인터넷을 통해 비로소 전 세계는 하나로 연결됐다. 아이폰(애플)을 시작으로 2007년 등장한 스마트폰은 그런 인터넷을 손안으로 가져온 주인공이다.
단순히 연락을 주고받는 역할에 불과했던 휴대전화에 ‘혁신’이 불어넣어진 순간이었다. 이후 스마트폰을 위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이 쏟아지면서 스마트폰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마트폰에서 혁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나 크기, 카메라 성능 등을 개선한 제품들은 매년 쏟아졌다. 하지만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성장세는 둔화됐고 사실상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모처럼 스마트폰업계에 새로운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다. 화면(디스플레이)이 휘어지는 ‘폴더블폰’이 내년 본격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폴더블폰이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새 활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스마트폰업계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폴더블폰 시대를 향한 본격적인 출시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내년을 앞두고 벌써부터 ‘전운’이 감돈다.
◆삼성, 완성도 높인 폴더블폰 공개
포문은 중국의 스타트업 로욜이 열었다. 지난 10월 30일 세계 최초로 7.8인치 크기의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공개한 것이다.
화면을 구부릴 수 있는 것 외에는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1월 7일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8(SDC 2018)’에서 폴더블폰(가칭 갤럭시F)의 대략적인 모습을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 완성도를 높인 제품을 출시할 것을 공식화했다.
이날 맛보기로 선보인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로욜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여줬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빼앗겼지만 완성도에서는 압도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단 접는 방식부터 다르다. 로욜은 ‘아웃폴딩(밖으로 접는)’ 방식을 택했다. 접었을 때 디스플레이가 외부에 노출되는 형식이다. 내구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삼성은 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인폴딩(안으로 접는)’을 적용한 폴더블폰을 공개했다.
디스플레이를 펼치면 7.3인치로 소형 태블릿PC 정도의 크기다. 전면과 후면 양쪽 모두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도 특징이다. 디스플레이를 접어도 4.58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내년에는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폴더블폰 공개도 잇달아 예고됐다. 화웨이는 5G 통신이 가능한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년 중순 출시할 전망이다. 샤오미와 오포 등의 업체들도 관련 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엔 LG전자가 내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 업체 간의 치열한 시장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내년을 기점으로 폴더블폰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양산에 들어가도 될 만큼 관련 기술 역시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폴더블폰이 곧 출시될 것이란 전망은 수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필름·배터리 등 부품도 변화 예상
예컨대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첫 폴더블폰 시제품을 공개한 것은 2013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였다. 이후 양산에 힘썼지만 기술적 장벽에 부딪쳐 실행하지 못했다. 특히 폴더블폰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가장 관건이었다. 수십만 번 접었다 폈다 해도 견뎌낼 정도로 디스플레이의 내구성을 강화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기술 개발 정도를 얘기하기 어렵지만 수많은 제조사들이 양산 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디스플레이의 수율이나 내구성을 이미 확보했거나 곧 확보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외에도 폴더블폰에는 여러 새로운 기술들이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에서도 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할 때 가장 큰 변화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역할인 커버윈도에 적용되는 필름 소재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알맞게 ‘투명폴리이미드(CPI : Colorless PI) 필름’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스마트폰 커버 윈도에는 강화유리가 쓰였다. 하지만 유리는 유연성에 한계가 있어 접었다 펴면 깨질 수 있다.
CPI는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구부리고 접었다 펼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내구성도 강할 뿐만 아니라 두께도 10분의 1 수준으로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커버윈도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꼽히는 이유다.
경첩 역할을 하는 힌지(hinge)도 폴더블폰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핵심 기술이다. 힌지는 패널 중간에 설치돼 접고 펼치는 데 도움을 주는 이음새다. 과거 폴더폰을 열고 닫는 데도 사용된 바 있다. 다만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힌지는 단순히 접고 펴는 기능을 넘어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폴더블폰을 접었을 때 패널 사이에 미세한 공간을 남겨 충격을 방지하는 기능은 물론 노트북을 원하는 각도로 펼치는 것과 비슷한 기어 역시 장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디스플레이 크기가 큰 만큼 기판도 커지면서 두께는 얇아져야 한다. 현재 차세대 스마트폰용 메인 기판으로 알려진 SLP(Substrate Like PCB) 등의 폴더블폰 탑재가 유력해 보인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보다 큰 용량이 요구된다. 참고로 디스플레이 크기가 6.4인치인 갤럭시 노트9의 배터리 용량은 4000mAh다. 폴더블폰을 배터리 걱정 없이 사용하기 위해선 4000mAh보다 용량이 큰 배터리가 탑재돼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순히 접히는 수준 넘어서야”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형태를 갖춘 폴더블폰 출시를 앞두고 업계의 기대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스마트폰의 혁신이 사라졌다는 지적과 함께 교체 주기도 길어지면서 시장은 사실상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6%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활황이었다. 하지만 2017년 4분기부터 출하량이 감소하는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상승세가 완전히 꺾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출하량을 놓고 보면 전년 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가 아닌 연간 출하량이 줄어드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내년 출시되는 폴더블폰이 시장에 다시 한 번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업계는 바라고 있다. 물론 당장 내년에 수확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은 폴더블폰이 출시되는 원년이라는데 의미가 있다”며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제품이고 디스플레이 수율 등을 고려할 때 출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내놓은 내년 폴더블폰의 예상 출하량 수치를 봐도 그 규모가 크지 않다. 폴더블폰 총출하량이 320만 대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총출하량은 약 15억 대였다. 이를 감안하면 0.2%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SA는 출하량이 점차 늘어 2022년에는 5000만 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계속 성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물론 폴더블폰을 바라보는 전망이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판매가 부진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스마트폰이 휘어지는 것 자체를 혁신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스마트폰과 차별성을 둬 사용자들의 구매를 불러일으킬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공개된 내용들만 종합해 보면 접히는 것을 제외하면 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할 때 그다지 ‘특별한 혁신’이 없다는 설명이다.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이 좋은 사례다. 등장하자마자 순식간에 시장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고유의 사용자 환경(UI)과 애플리케이션 제공 등 다양한 기반 환경을 마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냈다.
폴더블폰 역시 단순히 접히는 수준을 넘어 소유자만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이나 콘텐츠가 개발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아이폰이 줬던 충격만큼 신선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가격 또한 관건이다. 폴더블폰은 대략 100만원대 중후반에서 200만원 수준에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비싸더라도 사용할 가치가 있다면 구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폴더블폰이 태블릿PC처럼 어정쩡한 위치에 서게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애플 역시 아이폰 XS와 XR을 비싼 값에 판매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며 “기술이나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바로 등을 돌린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돋보기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내년 폴더블폰 출시 계획에서 빠진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애플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가파른 속도로 애플을 추격하고 있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내년 폴더블폰 출시를 공식화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폴더블폰 출시와 관련해 어떤 얘기도 내놓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애플의 정확한 속내를 알기는 어렵다. 다만 업계의 시각은 이렇다. 경쟁 업체들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먼저 지켜본 뒤 사용자들의 반응과 단점 등을 보완하고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바 있다. 그리고 관련 기술을 위한 특허도 출원했다. 애플이 제출한 특허를 참조했을 때 인폴딩이나 S폴딩(두 번 접히는 방식)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애플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최적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충분히 조성한 뒤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년 출시된 폴더블폰의 판매가 부진하면 아예 제품 자체를 출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돋보기
폴더블폰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디스플레이업계 또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11월 7일 폴더블폰의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디스플레이업계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앞면과 뒷면에 걸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만약 향후 폴더블폰 출시 예정인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내놓으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폴더블폰의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디스플레이업계를 바라보는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폴더블폰을 계기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다양한 수요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워치가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스마트 워치를 만들면 작은 화면을 펼쳤을 때 더욱 크게 할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를 통해 보다 혁신적인 스마트워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 TV 역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면적을 줄일 수 있게 되면 보다 실용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해져 기대해 볼만하다.
enyou@hankyung.com
[커버스토리='미리 보는 2019년 IT 시장 빅 이슈 5' 기사 인덱스] -360도 라이브 통화·홀로그램 회의…5G 킬러 서비스는?-폴더블폰 혁신 경쟁 '접히는 것만으론 부족해' -'종이 증명서가 사라진다'…생활 속으로 들어온 블록체인-Z세대와 함께 크는 유튜브, 검색시장마저 '위협' -"이제는 'AI 퍼스트' 시대"…가전에서 차량까지 필수 탑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9호(2018.11.19 ~ 2018.11.25)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인터넷을 통해 비로소 전 세계는 하나로 연결됐다. 아이폰(애플)을 시작으로 2007년 등장한 스마트폰은 그런 인터넷을 손안으로 가져온 주인공이다.
단순히 연락을 주고받는 역할에 불과했던 휴대전화에 ‘혁신’이 불어넣어진 순간이었다. 이후 스마트폰을 위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이 쏟아지면서 스마트폰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마트폰에서 혁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나 크기, 카메라 성능 등을 개선한 제품들은 매년 쏟아졌다. 하지만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성장세는 둔화됐고 사실상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모처럼 스마트폰업계에 새로운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다. 화면(디스플레이)이 휘어지는 ‘폴더블폰’이 내년 본격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폴더블폰이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새 활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스마트폰업계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폴더블폰 시대를 향한 본격적인 출시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내년을 앞두고 벌써부터 ‘전운’이 감돈다.
◆삼성, 완성도 높인 폴더블폰 공개
포문은 중국의 스타트업 로욜이 열었다. 지난 10월 30일 세계 최초로 7.8인치 크기의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공개한 것이다.
화면을 구부릴 수 있는 것 외에는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1월 7일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8(SDC 2018)’에서 폴더블폰(가칭 갤럭시F)의 대략적인 모습을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 완성도를 높인 제품을 출시할 것을 공식화했다.
이날 맛보기로 선보인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로욜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여줬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빼앗겼지만 완성도에서는 압도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단 접는 방식부터 다르다. 로욜은 ‘아웃폴딩(밖으로 접는)’ 방식을 택했다. 접었을 때 디스플레이가 외부에 노출되는 형식이다. 내구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삼성은 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인폴딩(안으로 접는)’을 적용한 폴더블폰을 공개했다.
디스플레이를 펼치면 7.3인치로 소형 태블릿PC 정도의 크기다. 전면과 후면 양쪽 모두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도 특징이다. 디스플레이를 접어도 4.58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내년에는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폴더블폰 공개도 잇달아 예고됐다. 화웨이는 5G 통신이 가능한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년 중순 출시할 전망이다. 샤오미와 오포 등의 업체들도 관련 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엔 LG전자가 내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 업체 간의 치열한 시장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내년을 기점으로 폴더블폰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양산에 들어가도 될 만큼 관련 기술 역시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폴더블폰이 곧 출시될 것이란 전망은 수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필름·배터리 등 부품도 변화 예상
예컨대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첫 폴더블폰 시제품을 공개한 것은 2013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였다. 이후 양산에 힘썼지만 기술적 장벽에 부딪쳐 실행하지 못했다. 특히 폴더블폰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가장 관건이었다. 수십만 번 접었다 폈다 해도 견뎌낼 정도로 디스플레이의 내구성을 강화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기술 개발 정도를 얘기하기 어렵지만 수많은 제조사들이 양산 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디스플레이의 수율이나 내구성을 이미 확보했거나 곧 확보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외에도 폴더블폰에는 여러 새로운 기술들이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에서도 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할 때 가장 큰 변화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역할인 커버윈도에 적용되는 필름 소재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알맞게 ‘투명폴리이미드(CPI : Colorless PI) 필름’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스마트폰 커버 윈도에는 강화유리가 쓰였다. 하지만 유리는 유연성에 한계가 있어 접었다 펴면 깨질 수 있다.
CPI는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구부리고 접었다 펼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내구성도 강할 뿐만 아니라 두께도 10분의 1 수준으로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커버윈도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꼽히는 이유다.
경첩 역할을 하는 힌지(hinge)도 폴더블폰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핵심 기술이다. 힌지는 패널 중간에 설치돼 접고 펼치는 데 도움을 주는 이음새다. 과거 폴더폰을 열고 닫는 데도 사용된 바 있다. 다만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힌지는 단순히 접고 펴는 기능을 넘어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폴더블폰을 접었을 때 패널 사이에 미세한 공간을 남겨 충격을 방지하는 기능은 물론 노트북을 원하는 각도로 펼치는 것과 비슷한 기어 역시 장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디스플레이 크기가 큰 만큼 기판도 커지면서 두께는 얇아져야 한다. 현재 차세대 스마트폰용 메인 기판으로 알려진 SLP(Substrate Like PCB) 등의 폴더블폰 탑재가 유력해 보인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보다 큰 용량이 요구된다. 참고로 디스플레이 크기가 6.4인치인 갤럭시 노트9의 배터리 용량은 4000mAh다. 폴더블폰을 배터리 걱정 없이 사용하기 위해선 4000mAh보다 용량이 큰 배터리가 탑재돼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순히 접히는 수준 넘어서야”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형태를 갖춘 폴더블폰 출시를 앞두고 업계의 기대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스마트폰의 혁신이 사라졌다는 지적과 함께 교체 주기도 길어지면서 시장은 사실상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6%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활황이었다. 하지만 2017년 4분기부터 출하량이 감소하는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상승세가 완전히 꺾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출하량을 놓고 보면 전년 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가 아닌 연간 출하량이 줄어드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내년 출시되는 폴더블폰이 시장에 다시 한 번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업계는 바라고 있다. 물론 당장 내년에 수확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은 폴더블폰이 출시되는 원년이라는데 의미가 있다”며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제품이고 디스플레이 수율 등을 고려할 때 출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내놓은 내년 폴더블폰의 예상 출하량 수치를 봐도 그 규모가 크지 않다. 폴더블폰 총출하량이 320만 대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총출하량은 약 15억 대였다. 이를 감안하면 0.2%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SA는 출하량이 점차 늘어 2022년에는 5000만 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계속 성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물론 폴더블폰을 바라보는 전망이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판매가 부진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스마트폰이 휘어지는 것 자체를 혁신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스마트폰과 차별성을 둬 사용자들의 구매를 불러일으킬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공개된 내용들만 종합해 보면 접히는 것을 제외하면 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할 때 그다지 ‘특별한 혁신’이 없다는 설명이다.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이 좋은 사례다. 등장하자마자 순식간에 시장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고유의 사용자 환경(UI)과 애플리케이션 제공 등 다양한 기반 환경을 마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냈다.
폴더블폰 역시 단순히 접히는 수준을 넘어 소유자만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이나 콘텐츠가 개발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아이폰이 줬던 충격만큼 신선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가격 또한 관건이다. 폴더블폰은 대략 100만원대 중후반에서 200만원 수준에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비싸더라도 사용할 가치가 있다면 구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폴더블폰이 태블릿PC처럼 어정쩡한 위치에 서게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애플 역시 아이폰 XS와 XR을 비싼 값에 판매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며 “기술이나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바로 등을 돌린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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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내년 폴더블폰 출시 계획에서 빠진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애플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가파른 속도로 애플을 추격하고 있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내년 폴더블폰 출시를 공식화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폴더블폰 출시와 관련해 어떤 얘기도 내놓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애플의 정확한 속내를 알기는 어렵다. 다만 업계의 시각은 이렇다. 경쟁 업체들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먼저 지켜본 뒤 사용자들의 반응과 단점 등을 보완하고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바 있다. 그리고 관련 기술을 위한 특허도 출원했다. 애플이 제출한 특허를 참조했을 때 인폴딩이나 S폴딩(두 번 접히는 방식)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애플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최적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충분히 조성한 뒤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년 출시된 폴더블폰의 판매가 부진하면 아예 제품 자체를 출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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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폰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디스플레이업계 또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11월 7일 폴더블폰의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디스플레이업계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앞면과 뒷면에 걸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만약 향후 폴더블폰 출시 예정인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내놓으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폴더블폰의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디스플레이업계를 바라보는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폴더블폰을 계기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다양한 수요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워치가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스마트 워치를 만들면 작은 화면을 펼쳤을 때 더욱 크게 할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를 통해 보다 혁신적인 스마트워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 TV 역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면적을 줄일 수 있게 되면 보다 실용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해져 기대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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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9호(2018.11.19 ~ 2018.11.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