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종의 경제돋보기] 미국 IT 기술주 ‘거품 붕괴’ 시작됐다

[경제 돋보기]


[곽수종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

페이스북의 52주 최고가는 218.62달러였다. 2018년 11월 19일 현재 가격은 127.03달러로 약 26.51% 하락했다. 한 달 사이 15.01%나 빠졌다. 구글 주가 역시 52주 최고가격은 1273.89달러였다. 11월 19일 주가는 1020.0달러로 역시 19.9% 떨어졌다. 아마존닷컴의 52주 최고가는 9월 초 2050.50달러였다. 최저가는 1122.55달러, 11월 19일 주가는 1512.29달러로 최고가 대비 26.2%나 빠졌다. 미국 대표 정보기술(IT) 업체의 주가가 이렇게 속절없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주요 주주가 매도할 때다. 무엇인가 회사 내부에 사정이 복잡한 것이 감지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로부터 부정적인 전망이 나올 때도 하락한다. 셋째, 월가나 증권가에서 예측한 기대수익률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예상될 때 하락한다. 불확실성의 심리 때문이다. 넷째, 소문이나 입증되지 않은 출처를 바탕으로 이뤄진 비공식적 기대수익률 전망치(whisper number)와 큰 차이의 수익률 전망이 예상될 때도 주가는 하락한다. 다섯째,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서 미래 기대 수익에 심리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도 하락할 수 있다.

2년 전부터 페이스북은 보안 문제에 대한 의혹이 있었다.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와 셜리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는 미국 대통령 선거 때부터 불거졌던 보안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러시아 해커들이 무차별적 해킹을 통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의 대선 캠프 인사들의 계정에 침투하고 각종 선거 관련 정보들을 채집해 힐러리 후보에게 상당히 불리한 선거 전략들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이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해 ‘페이스북 스캔들’로 이어지고 있다.

IT주들의 미래 성장과 기술 발전의 한계에 의심이 커지고 있다. IT 기술주에 낀 ‘버블’은 어쩌면 시장에서 벌써 빨간불을 켠 듯 보인다. 미국·중국·유럽 경제의 저성장 전망 등으로 미래 경제에 대한 낙관적 기대감이 무너지고 있다. 미·중 간 무역 분쟁이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속사정은 IT 기술주에 대한 소비자심리가 문제다. 그동안 수많은 다양한 개인 정보 누출과 보안 문제에 대한 허술한 경영 등의 이유 때문에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IT주들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둣 보인다.

11월 19일 장이 열리자마자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이어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세계는 이미 하나다. 미국 주식시장은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의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3.7%의 실업률과는 무관하게 보인다. 3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수익도 전기 대비 28%나 상승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2019년 세계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포기한 듯하다.

세계경제가 이러할진대 미국 경제만 혼자 마냥 좋을 수 있을까. 갑자기 미 중앙은행(Fed)의 12월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는 이유를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혹시 한국은행이 또다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핑곗거리를 찾았다고나 할까. 정말 그렇다면 더 큰일이다.
만일 2019년 한국 경제가 미·중 간 분쟁 악화로 세계경제 침체에 휘말리게 된다면 결국 가져갈 것은 재정정책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협의의 재정적자가 34% 정도이니 안전하다는 논리를 쓸 것이다. 이미 2019년 예산이 470조원이다. 추가경정예산까지 감안하면 500조원이다. 재정은 세금에서 나온다. 조세는 국민의 ‘피’와 직결된다. 모든 국가경제의 경제사에 이를 말해 주는 데이터가 넘쳐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0호(2018.11.26 ~ 2018.12.02) 기사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