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 건물에 쏟은 돈 어디까지 청구할 수 있나

-임차인과 임대인 갈등의 핵심 원인…‘건물 가치 증가’가 핵심 쟁점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변호사] A는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상가건물을 임차해 사용하던 중 보일러가 고장 나 급히 수리했다. 또 카페 건물 출입구를 강화유리문으로 설치하는 것을 포함해 실내 인테리어도 다시 했다.



만일 임대차가 종결되면 A는 이렇게 지출한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을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청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분쟁의 집합소가 된 부동산


임차인이 임차물에 비용을 지출했다면 민법 제626조에 일정한 요건에서 임차인에게 임대인을 상대로 이러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비용상환청구권이라고 한다.


그리고 임차인이 청구할 수 있는 비용을 ‘필요비’와 ‘유익비’로 나눠 정의하고 그 상환 요건도 달리 규정하고 있다.


우선 필요비는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한 비용, 즉 임차물을 사용·수익하는 데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을 말한다. 가령 건물에 누수가 발생해 방수 공사를 하는데 지출된 비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건물에 누수가 있으면 건물을 사용하는데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요비는 임차물의 보존을 위한 비용이기 때문에 그 지출에 임대인의 동의를 요하는 것도 아니고 지출 즉시 전액에 대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유익비는 임차물의 보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임차물의 가치를 높이는 데 사용된 비용을 말한다. A가 건물 출입구에 강화유리문을 설치한 경우 이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임차물을 사용하고 유지·보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임차물의 객관적인 가치가 상승했다면 유익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임차인의 편의나 영업을 위해 설치한 시설 개선비용은 유익비에 해당하지 않는다. A가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설치한 주방 인테리어 공사비용, 간판이나 로고의 부착비용 등은 건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고 카페 영업이라는 A의 개인적인 편익을 위해 지출된 비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익비는 임차물의 가치 증가가 현존하는 것에 한해 가치 증가액 또는 실제의 지출액 중에서 낮은 액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가치 증가액과 지출액이 얼마인지는 임차인이 증명해야 하고 가치 증가액 또는 실제 지출액의 선택권은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 유익비 액수가 특정돼 이를 청구할 수 있더라도 법원은 임대인의 청구에 따라 유익비 상환에 관한 기간을 유예해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익비 상환청구권은 임차물의 보존에 반드시 필요해 지출된 금액이 아니라는 점에서 민법과 대법원이 임대인의 관점을 더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필요비나 유익비 상환청구권은 당사자 사이의 특약으로 이를 포기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실제 임대차 계약에서는 임대차 종료 시 임차인의 비용으로 임차 목적물을 원상으로 복구해 반환하기로 하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다.


판례는 이러한 원상회복의무 약정을 필요비나 유익비의 상환청구권을 포기하는 조항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원상회복의무 약정이 있다면 임차인은 필요비나 유익비를 지출했어도 임대인에게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없다.


결국 A는 임대인과 사이에서 비용상환청구권에 대한 포기 약정이나 원상회복에 대한 약정이 없는 이상 보일러 수리비는 필요비로서 즉시 수리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출입구 공사비용 역시 임차물의 가치의 증가가 있다고 판단되는 정도라면 임대차 계약 종료 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비용은 A의 카페 영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없다.


임대차 계약 체결 시 임차물을 원상으로 회복해 반환한다는 조항을 예외없이 명시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보면 사실상 민법이 임차인에게 부여하고 있는 비용상환청구권은 유명무실한 권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법리와 원상회복 조항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9호(2018.11.19 ~ 2018.11.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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