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편한 곳에 세워 두세요” 공유 자전거 시장 키우는 스타트업들
입력 2018-12-18 13:17:08
수정 2018-12-18 13:17:08
-GPS·스마트록으로 사용 편리해져…카카오모빌리티도 내년 1분기 진출 계획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한때 ‘공유 자전거의 천국’이었던 중국은 곳곳에 버려진 자전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공유 자전거 업체들이 도산하며 자전거들의 처치가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유 자전거 산업을 대표하던 스타트업 ‘오포(ofo)’ 또한 위기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멈춰 버린 오포의 주행
중국 언론에 따르면 글로벌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 오포가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포의 위기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국 공유 자전거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에서 비롯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중국의 공유 자전거 시장 규모는 102억8000만 위안(1조6876억원)을 기록해 공유 자전거가 처음 등장한 2016년에 비해 약 8.3배 성장했다. 2018년 7월 기준 중국에서만 약 30개의 공유 자전거 업체가 운영 중이다.
이처럼 중국을 들끓게 만든 공유 자전거 업체들이 국내에 상륙하면 곧 공유 자전거 열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외처럼 민간 사업자가 주도하는 대신 서울시의 ‘따릉이’가 그 역할을 맡는 듯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민간 공유 자전거 사업자들의 성장이 더딘 것에 대해 ‘대기업은 투자 대비 이익을 내기 어렵고 스타트업이 진출하기에는 초기 비용이 부담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기업 스스로가 자전거와 스마트 록, 관제 시스템 등 기술력도 보유해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공유 자전거’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 매스아시아의 에스바이크(S bike)는 ‘대한민국 최초 민간형 공유 자전거’를 표방했다. 이용자들은 위성항법장치(GPS)로 자전거 위치를 파악한 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자전거에 부착된 스마트 록을 열고 탑승할 수 있다.
에스바이크가 세워져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에스바이크는 서울시·서울교통공사·에너지공단과 업무 협약을 맺었고 2017년 11월부터 서울시와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총 3만 다운로드, 1만3000여 명의 회원이 이용 중이다.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 ‘지바이크’도 서울시와의 협약을 통해 송파구를 중심으로 공유 자전거 300대를 운영 중이다. 할인존, 가상 운영 지역 설정 등 뛰어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모빌리티 인프라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저들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운영 효율을 개선해 지난 11월 서울산업진흥원으로부터 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2월 5일 삼천리자전거·알톤스포츠와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내년 1분기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의 전기자전거를 활용해 내년 1분기 중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하반기에는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시범 운영 지역을 선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중이다. 특히 일반 자전거와 달리 전기모터를 탑재한 페달 보조 방식(PAS)을 택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원하는 시간만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문 앞까지 데려다 줄 공유 자전거
한국에서도 공유 자전거 시장이 마냥 순항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부 지자체들은 공공 자전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12월 민간 사업자 운영 방식으로 공유 자전거 협약을 체결했고 싱가포르 업체 ‘오바이크’의 자전거를 투입했다.
하지만 오바이크가 매각 절차에 들어가자 일부 사용자에 대한 보증금 환급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수원시는 ‘오바이크 보증금 미환급 피해자 접수창구’를 운영 중이다. 부산시에 진출했던 오포는 국내 진출 1년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규제도 공유 자전거 시장의 확산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9월부터 자전거 운전자의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다. 업계에서는 공유 자전거와 같은 저속 이동 수단에도 헬멧 착용을 강제화해 모빌리티 산업의 확산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 자전거 사업자들이 페달을 밟기 시작한 것은 틈새시장’을 채우기 위해서다. 공유 자전거 사업자들은 공유 자전거의 확대가 사용자들의 ‘라스트 마일’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목적지 근거리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택시 외에는 없다. 서울시의 따릉이도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스테이션에 자전거를 정차해야만 한다.
반면 민간 기업의 공공 자전거는 사용 후 목적지 근처에 세워 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수거된다는 장점이 있다. 진민수 매스아시아 이사는 “해외는 카풀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정착돼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공유 자전거는 비어 있는 거리를 채움과 동시에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라스트 마일’의 대표 주자”라고 말했다. 또 최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미세먼지와 환경오염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 사업자들은 고도의 IT를 내세우고 있다. 에스바이크는 해외 공유 자전거 모델들이 저전압 블루투스 방식을 도입해 GPS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파악하고 자체 기술력을 통해 자전거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또 일부 해외 업체들의 국내 진출 시 문제로 불거진 보증금 미 환불과 관련해서는 보증금 결제가 국내 간편 결제 모듈로 진행되고 즉각적인 소비자 대응으로 안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주 지바이크 대표는 “중국과 유럽은 자전거 산업의 인프라와 시민의식이 자리 잡은 상황”이라며 “한국에서는 향후 근거리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인프라가 증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2018.12.17 ~ 2018.12.23)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한때 ‘공유 자전거의 천국’이었던 중국은 곳곳에 버려진 자전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공유 자전거 업체들이 도산하며 자전거들의 처치가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유 자전거 산업을 대표하던 스타트업 ‘오포(ofo)’ 또한 위기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멈춰 버린 오포의 주행
중국 언론에 따르면 글로벌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 오포가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포의 위기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국 공유 자전거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에서 비롯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중국의 공유 자전거 시장 규모는 102억8000만 위안(1조6876억원)을 기록해 공유 자전거가 처음 등장한 2016년에 비해 약 8.3배 성장했다. 2018년 7월 기준 중국에서만 약 30개의 공유 자전거 업체가 운영 중이다.
이처럼 중국을 들끓게 만든 공유 자전거 업체들이 국내에 상륙하면 곧 공유 자전거 열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외처럼 민간 사업자가 주도하는 대신 서울시의 ‘따릉이’가 그 역할을 맡는 듯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민간 공유 자전거 사업자들의 성장이 더딘 것에 대해 ‘대기업은 투자 대비 이익을 내기 어렵고 스타트업이 진출하기에는 초기 비용이 부담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기업 스스로가 자전거와 스마트 록, 관제 시스템 등 기술력도 보유해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공유 자전거’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 매스아시아의 에스바이크(S bike)는 ‘대한민국 최초 민간형 공유 자전거’를 표방했다. 이용자들은 위성항법장치(GPS)로 자전거 위치를 파악한 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자전거에 부착된 스마트 록을 열고 탑승할 수 있다.
에스바이크가 세워져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에스바이크는 서울시·서울교통공사·에너지공단과 업무 협약을 맺었고 2017년 11월부터 서울시와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총 3만 다운로드, 1만3000여 명의 회원이 이용 중이다.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 ‘지바이크’도 서울시와의 협약을 통해 송파구를 중심으로 공유 자전거 300대를 운영 중이다. 할인존, 가상 운영 지역 설정 등 뛰어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모빌리티 인프라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저들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운영 효율을 개선해 지난 11월 서울산업진흥원으로부터 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2월 5일 삼천리자전거·알톤스포츠와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내년 1분기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의 전기자전거를 활용해 내년 1분기 중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하반기에는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시범 운영 지역을 선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중이다. 특히 일반 자전거와 달리 전기모터를 탑재한 페달 보조 방식(PAS)을 택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원하는 시간만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문 앞까지 데려다 줄 공유 자전거
한국에서도 공유 자전거 시장이 마냥 순항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부 지자체들은 공공 자전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12월 민간 사업자 운영 방식으로 공유 자전거 협약을 체결했고 싱가포르 업체 ‘오바이크’의 자전거를 투입했다.
하지만 오바이크가 매각 절차에 들어가자 일부 사용자에 대한 보증금 환급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수원시는 ‘오바이크 보증금 미환급 피해자 접수창구’를 운영 중이다. 부산시에 진출했던 오포는 국내 진출 1년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규제도 공유 자전거 시장의 확산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9월부터 자전거 운전자의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다. 업계에서는 공유 자전거와 같은 저속 이동 수단에도 헬멧 착용을 강제화해 모빌리티 산업의 확산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 자전거 사업자들이 페달을 밟기 시작한 것은 틈새시장’을 채우기 위해서다. 공유 자전거 사업자들은 공유 자전거의 확대가 사용자들의 ‘라스트 마일’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목적지 근거리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택시 외에는 없다. 서울시의 따릉이도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스테이션에 자전거를 정차해야만 한다.
반면 민간 기업의 공공 자전거는 사용 후 목적지 근처에 세워 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수거된다는 장점이 있다. 진민수 매스아시아 이사는 “해외는 카풀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정착돼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공유 자전거는 비어 있는 거리를 채움과 동시에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라스트 마일’의 대표 주자”라고 말했다. 또 최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미세먼지와 환경오염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 사업자들은 고도의 IT를 내세우고 있다. 에스바이크는 해외 공유 자전거 모델들이 저전압 블루투스 방식을 도입해 GPS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파악하고 자체 기술력을 통해 자전거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또 일부 해외 업체들의 국내 진출 시 문제로 불거진 보증금 미 환불과 관련해서는 보증금 결제가 국내 간편 결제 모듈로 진행되고 즉각적인 소비자 대응으로 안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주 지바이크 대표는 “중국과 유럽은 자전거 산업의 인프라와 시민의식이 자리 잡은 상황”이라며 “한국에서는 향후 근거리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인프라가 증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2018.12.17 ~ 2018.1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