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는 곳마다 명소로’ 공간기획 스타트업 OTD

-음식 먹는 서점 ‘아크앤북’으로 화제…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도 러브콜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광화문 D타워의 ‘파워플랜트’, 스타필드의 ‘마켓로거스’, 여의도·명동·을지로의 ‘디스트릭트’ 시리즈까지…. 최근 외식업계 트렌드를 이끄는 공간은 모두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다. 손창현(41) 오버더디쉬(OTD) 대표다.

손 대표는 2014년 국내에 ‘셀렉트 다이닝’ 개념을 처음 도입하며 유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셀렉트 다이닝은 카테고리를 불문하고 유명 맛집을 한데 모아 놓은 맛집의 ‘편집숍’ 개념이다. 손 대표의 창업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마지막 직장인 삼성물산 개발사업본부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있을 때 건국대 스타시티 건물주가 손 대표를 찾아왔다.

스타시티 건물 활성화를 의뢰하기 위해서다. 손 대표가 맡은 공간은 3년간 아무도 입점하지 않은 방치된 공간이었다. 손 대표는 세련된 인테리어로 800㎡(약 250평)의 공간을 꾸미고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식음료 맛집을 찾아 첫 셀렉트 다이닝숍 ‘오버더디쉬’를 열었다.

건대점의 성공을 본 다른 건물주의 요청으로 오버더디쉬 시청점까지 잇달아 성공시켰다. 이를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고 지금의 OTD가 탄생했다.




◆5년 만에 매장 수 15배 늘어

OTD는 식음료(F&B) 사업자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다. OTD의 수익 모델은 ‘전대(재임대)’다. 건물주에게 공간을 임대해 개조한 뒤 다시 각각의 공간을 점주들에게 빌려준다. 단순히 임대 수익이나 시세 차익으로 돈을 버는 사업은 아니다.

OTD는 버려졌던 공간을 발굴하고 공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셉트를 잡아 건물주에게 제안한다. 이후 맛집을 선정해 배치한 뒤 공간을 운영하며 매출을 관리한다. 손 대표는 브랜드와 지역 상권, 타깃을 철저하게 분석해 공간을 기획한다.


2015년 10월 광화문에 있는 대형 오피스빌딩 디타워에 처음으로 문을 연 파워플랜트는 수제 맥주 편집숍이다. 다양한 수제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만드는 경리단길·가로수길 맛집을 한자리에 모았다. 광화문 D타워 파워플랜트 1호점은 2015년 오픈한 이후 지금까지 단일 매장 기준 수제 맥주 매장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하남 스타필드에 ‘마켓로거스’를 선보였다. 마켓로거스는 기존 지역 상권과의 상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해당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맛집과 협업하며 스타필드 하남에서 성공을 거뒀다. 신세계는 마켓로거스가 성공하자 전국 이마트 주요 매장에 마켓로거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여의도·명동·을지로에는 오피스빌딩에 특화된 공간 ‘디스트릭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1호점은 여의도 SK증권 빌딩에 들어선 ‘디스트릭트Y’다. 디스트릭트Y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오피스빌딩의 리테일 공간을 통으로 빌려 맛집을 유치했다. OTD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브랜드와 새롭게 발굴한 맛집까지 입점시키며 역량을 강화했다. 미국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닮은 인테리어까지 OTD가 직접 맡았다.




◆생산부터 소비까지 책임진다
평일에만 활성화되던 오피스빌딩은 OTD의 디스트릭트 시리즈로 주말에도 붐비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문을 연 을지로 ‘디스트릭트C’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팅 서점 ‘아크앤북’이 화제를 모으며 단숨에 소셜 미디어 속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디스트릭트C는 OTD가 라이프스타일까지 외연을 확장한 첫 시도다. 859㎡ 면적에 먹고 쉬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모두 모여 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아크앤북은 디스트릭트C 내에 입점된 F&B 매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중앙에 서점이 자리하고 각각의 식음료 매장은 벽 대신 하나의 서가로 구분돼 서점과 레스토랑의 경계가 없다. 책은 테마로 분류돼 배치돼 있고 널찍한 소파와 테이블 등 휴식 공간이 충분하다.


지금까지 휴식 공간과 서점을 연계하거나 테마로 책을 분류한 서점은 많았다. 하지만 음식까지 먹을 수 있게 하는 파격적 시도는 처음이다.


손 대표는 공간의 개념을 확장하기 위해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융합할 수 있는 서점을 만들었다.




OTD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손 대표는 ‘셀렉트 다이닝’을 처음 개척한 데 이어 더 진화된 ‘셀렉트 다이닝 2.0’을 기획하고 있다. 셀렉트 다이닝 2.0은 기존 셀렉트 다이닝의 외연을 확장한 개념이다.


그는 “기존 셀렉트 다이닝은 물리적 공간에 많은 맛집을 모으는 역할에 그쳤다”며 “작은 브랜드를 모으고 경쟁력을 키운다는 가치는 좋았지만 기능적으로는 1차원적인 기능을 해왔다”고 말했다.

OTD가 준비하는 셀렉트 다이닝 2.0은 생산과 인큐베이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단순한 식음료 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생산 시설을 만들고 투자 여력이 없는 소규모 생산자들을 모아 인큐베이팅한 뒤 OTD의 다른 플랫폼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장시킨다. 이 같은 기획은 내년 문을 열 ‘성수연방’을 통해 실현된다. 성수연방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장 플랫폼이다.


손 대표는 “그동안 다양한 카테고리의 좋은 브랜드를 발굴해 내고 공간을 구축하는 큐레이션 관점이었다면 이제는 공간을 커뮤니케이션하는 관점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2018.12.17 ~ 2018.1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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