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과감한 세대교체’ 파격…포스코는 ‘안정’에 무게

-롯데, BU장·지주실장 절반 교체…포스코, 신사업 강화 위한 ‘외부 영입’ 눈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롯데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두 기업에 저마다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롯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실시한 첫 인사여서 더욱 관임이 모아졌다. 신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뉴 롯데’ 건설을 위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도 최정우 포스코 회장 취임 후 첫째 인사였다. 최 회장이 그룹 내부에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지 이목이 쏠렸다.


◆롯데, 그룹 컨트롤타워 대폭 ‘물갈이’


우선 롯데는 이번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과감한 ‘세대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12월 19일 30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절반인 15곳의 대표를 새로 선임하는 인사를 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식품·화학·유통·호텔&서비스 등 4대 사업부문(BU)장과 롯데지주 실장도 절반을 교체했다. 지난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의 그룹 재건을 위한 대대적인 ‘조직 쇄신’ 의지가 이번 인사에 투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BU와 지주의 인사 폭이 크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지난해 한 명도 바뀌지 않았지만 올해는 각각 절반이 교체됐다.

롯데는 2017년 2월 4대 BU 체제를 구축했다. 그간 이재혁(식품)·허수영(화학)·이원준(유통)·송용덕(호텔&서비스) 등 4명의 부회장이 BU장을 맡아 왔다. 그리고 해당 사업부문 계열사를 총괄하며 지휘했다. 이번 인사에서 기존 BU장 가운데 허 부회장과 이 부회장이 물러났다.

신임 화학BU장엔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사장)를 앉혔다. 김 신임 화학BU장은 1984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롯데케미칼의 신사업을 이끌어 왔다. 2010년 롯데가 인수한 말레이시아 석유회사 LC타이탄 대표를 맡아 실적을 크게 개선한 바 있다. 2017년부터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아 오다 이번에 화학 BU장에 올랐다.

식품BU장엔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임명됐다. 이 신임 사장은 1983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하며 이후부터 ‘롯데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2년 롯데삼강과 롯데햄 대표를 겸직하며 두 회사를 통합해 사명을 롯데푸드로 변경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롯데지주에에 속한 6개실(경영전략실·재무혁신실·HR혁신실·경영개선실·준법경영실·커뮤니케이션실) 중 3개 실의 리더가 바뀌었다.

신사업과 인수·합병(M&A)을 총괄하는 경영전략실장은 윤종민 HR혁신실장(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윤 실장은 2007년부터 약 11년간 그룹 인사 업무를 총괄하다 그룹의 전략 업무를 경험하게 됐다.

HR혁신실장은 정부옥 롯데케미칼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이끌게 됐고 감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경영개선실장에는 박현철 롯데물산 대표(부사장)가 선임됐다.

오성엽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롯데정밀화학 대표를 맡다가 지난해 초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부사장)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하게 됐다.

주요 계열사 인사를 들여다보면 롯데케미칼 대표에는 임병연 지주 경영전략실장(부사장)이 선임됐다. 198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임 대표는 2009년부터 그룹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역할을 했다. 정책본부와 지주에선 주로 M&A 업무를 담당했다. 대표직을 맡으면서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화학 공장 투자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에는 이갑 대홍기획 대표(부사장)가 선임됐다. 롯데백화점에서 마케팅부문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친 ‘영업통’으로 2016년부터 그룹 내 광고 대행 업무를 하는 대홍기획 대표를 지냈다.

그의 지휘 아래 대홍기획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가 된 만큼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그가 대홍기획을 떠나면서 홍성현 대홍기획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고 신임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광영 롯데자산개발 대표(부사장)는 롯데물산 신임 대표가 됐다. 1985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롯데자산개발 리싱부문장,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이자형 롯데첨단소재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첨단소재의 실적 개선과 해외 기업 M&A를 이끌었던 공을 인정받았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 역시 이번에 사장으로 직급이 바뀌었다. 롯데카드는 매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 조직 내부를 안정적으로 추스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그에게 보다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롯데는 12월 20일에도 16개 계열사의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5개사의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롯데마트 대표다.

문영표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롯데마트 수장이 됐다. 과거 그는 롯데마트의 동남아 진출을 주도하는 등 ‘동남아 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중국 등 해외에서 고전하고 있는 롯데마트의 새 활로를 개척할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비철강 강화 위해 신성장 부문 신설


포스코도 12월 20일 조직 개편과 정기 인사를 시행했다. 최정우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였던 만큼 내부에 커다란 변화를 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전체적으로 ‘안정’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와 조선·자동차 등 연관 산업 전망이 어두운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비철강 부문 강화를 위해선 과감하게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우선 주력 사업인 철강부문장을 맡고 있는 장인화 사장은 유임됐다. 장 사장이 겸임하던 철강생산본부장은 김학동 광양제철소장(부사장)이 맡는다. 철강사업본부장(정탁 부사장)과 경영지원본부장(한성희 부사장) 등도 자리를 지켰다.

다만 조직 개편을 통해 포스코는 기존 철강 부문을 철강·비철강·신성장 등 3개 부문으로 나눴다. 특히 신설된 신성장 부문은 2차전지 소재 사업과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임무를 받았는데 외부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눈길을 끈다.

업무를 총괄하는 부문장엔 인 오규석 대림산업 전 사장을 영입했다. 앞서 최 회장은 철강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2030년까지 매출액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기존의 신사업실을 부문으로 격상시키고 외부 전문가를 총괄책임자로 영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조직 개편과 인사에서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오 신임 부문장은 LG텔레콤 전략기획담당 상무와 유선방송 업체인 C&M커뮤니케이션 사장 등을 지낸 바 있다. 정보기술(IT)·방송·건설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쌓은 경험을 높게 평가해 포스코 신사업을 이끌 수장으로 낙점됐다.

신성장 부문 산하에는 벤처기업 육성과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산학연협력실’을 만들었다. 이를 이끌 산학연협력실장엔 박성진 포항공대(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를 선택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올랐지만 역사 인식 및 종교와 관련한 논란으로 낙마했다.

포스코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포스코경영연구원장에는 장윤종 산업연구원 4차산업혁명 연구부장을 낙점했다.

한편 비철강 부문은 종합상사(포스코대우)·건설(포스코건설)·에너지(포스코에너지) 등 비철강 그룹사의 사업 관리를 맡는다.

그룹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전중선 부사장이 비철강 부문장을 당분간 겸직할 예정이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포스코켐텍은 민경준 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중국) 법인장이 이끌게 됐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4호(2018.12.24 ~ 2018.12.30) 기사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