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Ⅱ]
- 대심도 터널이 도심·아파트 단지 관통
- 안전성 논란에 “환경영향평가 졸속” 주장도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카드를 꺼내 들었다.
GTX를 서둘러 놓고 그 주변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려온다. 경제성과 안전성을 두고 정부와 지역 주민 간의 노선 변경을 둘러싼 기싸움이 한창이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대심도(大深度) 고속 전철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교통 혁명’이란 기대 속에서 착공됐다.
GTX-A 노선은 경기도 서남지역(운정)과 동북지역(동탄)에서 서울 도심까지 20분대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고안돼 노선 착공을 원하는 요구가 많았다. 하지만 ‘실시설계’와 ‘토지 보상’ 등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급히 추진되면서 민원인들의 반발이 들끓고 있다.
특히 GTX가 지하 40m 깊이에 터널을 뚫어 최고 시속 180km로 달린다는 점에서 노선 위에 사는 지역 주민들은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불안해 한다.
여기에 더해 환경 단체들까지 ‘노선이 지나는 파주·북한산 등의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역사가 들어서는 인근 주민들은 집값 등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재검토는 절대 안 된다’, ‘사업의 속도를 더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지역 주민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 시작부터 다른 ‘두 가지 시선’
국토교통부는 2018년 12월 2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김현미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 지역구 국회의원, 사업 관계자, 시민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GTX-A 노선 착공식 행사를 가졌다. 행사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폭죽이 수도 없이 터졌고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국내 최초로 개통되는 고속전철 GTX가 경기도와 서울 도심을 더 빠르고 편하게 이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었다. 기대감은 기념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김현미 장관은 기념사에서 “GTX-A 노선 착공이 만성적인 교통난을 겪었을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 동남부와 서북부가 연결되는 GTX-A 노선이 착공되면 수도권이 대한민국 균형 발전의 선도 모델이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하지만 행사장 밖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GTX-A 노선이 지나는 일부 지역 주민 200여 명이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노선 변경과 졸속 착공을 반대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노선이 주거지 지하를 지나는 일부 지역 주민들로 안전·소음·진동 등을 우려했다.
◆ 내 집 밑 공사가 ‘불안한 주민들’
GTX 노선 변경을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경기도 파주시 교하지구 주민들이다. 교하지구는 GTX-A 노선 종점이 들어서는 직접 수혜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주민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이 가장 큰 이유다.
당초 하천 지하를 지나도록 설계된 노선이 최근 교하 열병합발전소와 1026가구가 거주하는 교하 8단지 아파트를 관통하도록 변경됐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교하 8단지 주민들이 적극 반대에 나선 것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에서 드러났듯이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하터널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한다면 대형 가스 기지와 온수 탱크 파손, 지반 침하, 건물 균열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하지구에 있는 H공인중개업소 대표 설명에 따르면 GTX는 교하 열병합발전소 지하 17.3m와 동문 8단지 아파트 지하 23m를 관통한다고 한다.
애초 발전소와 아파트 단지를 우회해 청룡두천을 따라 설계됐지만 민자 사업자가 선정된 뒤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 보호 등을 이유로 설계를 변경해 사업 구간이 387m 단축됐기 때문이다.
교하 열병합발전소 지하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소가 있어 지역난방공사와 시공사는 제3 기관에 안전 검증을 의뢰한 상태다.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온수관 파열 사고와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경제성을 이유로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일방 통행식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곳 주민들은 GTX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시설물을 우회해 노선을 안전하게 변경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주민들은 GTX 노선이 지은 지 30~40년이 지난 주거 밀집 지역을 관통하고 있다며 불안해한다.
후암동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GTX 노선 때문에 동네가 시끄럽다”며 “여기는 워낙 건물들이 낡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데 그렇게 큰 공사를 진행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조금만 우회하면 도로와 공원인데 왜 위험을 무릅쓰고 주택지 지하를 관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 비애감이 드는 것은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는 비켜 가도록 설계하면서 강북의 가난한 동네들은 현장 답사도 하지 않고 지도를 보고 선을 그어 최단 거리를 구한 것 아니냐”고 GTX 노선 설계를 비판하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 주민들도 GTX 노선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지하철 노선이 수없이 깔려 있는 강남 지하 밑으로 또 터널을 파 고속전철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 주민들은 “고층 빌딩이 많은 강남은 건물 붕괴 위험이 더 높은 만큼 노선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주민들과 만남도 갖기 전에 노선을 확정하고 착공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 “성급한 추진, 환경 소홀” 지적도
한국환경회의,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 환경 단체들도 확정된 GTX-A 노선이 ‘졸속 행정’에서 나온 잘못된 계획안이라며 반대에 나섰다.
환경 단체들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노선에 설치되는 24개의 환기구’와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에 대한 불가피한 사유와 근거 미제시’ 등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노선 구간 내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환기구가 총 24개 설치되는데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은커녕 이러한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현행 자연공원법 18조와 같은 법 시행령 14조에 따르면 철도 사업에 따른 노선이 국립공원을 관통할 때 사업자는 해당 지역이 아니면 설치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불가피한 사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이어 “차량기지가 세워질 파주 운정지구 일대는 저어새·노랑부리백로·재두루미 등 36종의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며 “차량기지 대상지의 36종의 법정 보호종 보전 방안을 검증하고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환경부는 불과 한 달 전 환경영향평가의 신뢰성을 회복하겠다고 발표했다”며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하다 말고 국토부의 착공식에 맞춰 협의하는 행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TX-A 노선을 둘러싼 환경문제는 앞으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환경회의 측이 문제가 되는 계약·심의·협의 절차의 모든 사안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GTX-A 노선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행 자연환경법에 따르면 도로와 철도 등은 국립공원을 통과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GTX-A 노선 사업권을 따낸 신한은행 컨소시엄 측이 제시한 실시설계안은 서울 종로구와 은평구 사이 북한산국립공원 구간 일부(464m)를 지하 127m 깊이로 통과하는 노선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문제 때문에 환경부는 “북한산국립공원 지하를 통과하는 기존 노선 외에 북한산 우회 노선도 함께 비교 검토해 본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GTX-A 노선에 대한 실시설계안을 이렇다 할 수정 없이 착공이 진행됐다.
GTX-A 노선을 둘러싼 일련의 우려와 비판에 대해 국토부와 환경부는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일 뿐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우선 지역 주민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안전 문제에 대해 김태형 국토부 민자철도팀장은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지하 10m에, 9호선은 20~30m에 건설됐다”며 “GTX-A 노선은 평균 50m, 가장 깊은 곳은 100m에 지하 터널을 만들어 건물 붕괴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 “안전 걱정·환경 논란은 오해”
또한 그는 “GTX-A 노선보다 더 낮게 터널을 만든 고속버스터미널역에는 3호선·7호선·9호선이 다닌다”며 “지금까지 지하철 때문에 건축물이 붕괴된 적이 없고 한국의 토목 기술은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주민 공청회를 제대로 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지난해 8월부터 주민센터에 공고문을 내걸고 신문에도 광고하는 등 다른 사업보다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알렸다”며 “주민 공청회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토지 보상 단계를 거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는데 이는 한국의 주소 제도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00가구 아파트도 하나의 필지로 돼 있어 GTX-A 노선이 아파트의 가장자리 끝부분만 통과해도 1000가구 전체에 이런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는 이러한 보상 문제와 관련된 논란은 앞으로 주민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환경부도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해명했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 박재근 사무관은 “환경 단체와 여러 번 회의를 하고 부실 검토위원회까지 열고 지적된 사항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다”며 “환경영향평가의 신뢰성을 회복한다고 하면서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연공원법상 철도 사업 노선이 국립공원을 관통할 때 사업자가 불가피한 사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그는 “평가서에 불가피한 사유를 어느 정도 제시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여겨 (환경영향평가 보안 사항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 B·C 노선까지 번진 투기 조짐
GTX-A 노선 착공은 부동산 시장에도 기대와 우려를 안기고 있다. 매머드급 교통망 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침체된 수도권 주택 시장을 다시 달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섣부른 기대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아직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GTX-B 노선과 GTX-C 노선을 둘러싸고 투기를 부추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분양 시장에서는 아직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GTX-B, GTX-C 노선 개발 사업 예정지 인근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 홍보가 판을 치고 있고 GTX 일부 노선 개발 사업이 확정됐다는 ‘가짜 문자 메시지’까지 나돌고 있다.
GTX-B, GTX-C 노선과 관련해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은 GTX-C 노선이 사업 추진 7년 만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는 정도다.
GTX-C 노선은 경기 양주(덕정)~의정부~창동~광운대~청량리~삼성~양재~과천~금정~수원(총연장 74.2km)을 잇는 사업으로 공사 금액만 4조3038억원에 달한다.
2014년 1차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 분석 값인 비용 대비 편익(BC) 0.66을 받으며 반려되자 국토부는 일부 구간을 연장하는 사업 계획안을 만들어 다시 사업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결국 이번에 1차 관문을 통과하면서 2011년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된 지 7년 만에 사업이 첫발을 떼게 됐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6년 개통이 목표지만 앞으로 사업자 선정, 환경 평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어 기간을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인천 송도에서 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남양주 마석까지 연결(총 80.1km) 운행하는 GTX-B 노선은 아직 예비타당성도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를 통해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 이름으로 허위 사실에 기반한 문자 메시지가 나도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문자에는 “인천 송도의 숙원 사업인 GTX-B 노선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기획재정부와 국토부가 타당성 심사 면제를 결정해 발표한다”고 나와 있었다. 이 같은 소식에 주택 시장이 술렁거렸지만 결국 가짜로 판명돼 경찰이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수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물론 GTX 3개 노선은 수도권 교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대형 교통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교통 불편뿐만 아니라 지역 불균형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다만 예비타당성 통과는 사업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할 수 있을까
한편 GTX 카드를 통해 서울 집값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GTX 노선과 3기 신도시를 하나로 엮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할 계획이다.
GTX가 개통되면 출퇴근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 만큼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수도권 외곽 지역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GTX 주요 노선이 서울 강남을 향해 있어 오히려 강남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주장도 나온다.
일단 계획대로 GTX가 건설되면 교통 인프라가 열악했던 수도권 외곽 지역의 교통 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GTX가 운행을 시작하면 이들 도시에서 강남으로의 이동 시간이 20분대로 좁혀진다.
현재 지하철로 80분 걸리는 일산~삼성은 20분으로, 의정부~삼성은 74분에서 16분으로 줄어든다. 수도권 남부도 마찬가지다. 지하철로 80여 분이 걸리는 수원~삼성은 22분으로, 동탄에서 삼성은 19분이면 갈 수 있게 된다.
지하철보다 빠른 GTX 덕에 수도권 외곽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기존의 4분의 1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다. 국내 직장인의 평균 통근 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긴 58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효과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전문가들은 GTX가 개통되면 서울 인구와 주택 수요를 수도권 외곽으로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강남 집중화 현상이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속도로·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이른바 ‘빨대 효과’에 대한 우려다. 1960년대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이 들어서면서 대도시인 도쿄와 오사카에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된 예가 대표적이다.
신칸센처럼 GTX로 인해 강남은 더 비대해지고 수도권 외곽의 지역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교통이 뚫리면서 서울 접근성이 높아진 지역에선 종종 이 같은 빨대 효과로 지역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동두천의 보산동 미군 관광특구는 2007년 경원선 전철이 개통된 이후 미군이 용산·이태원 등지에서 유흥을 즐기면서 상권이 위축됐다. 인천 중심 상권 역할을 하던 부평역 상권 역시 2012년 지하철 7호선 개통 이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기도 했다.
◆ [돋보기]
- 사업 추진 7년 만에 개발되는 GTX
GTX는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급행철도다. 지하 40m 이하에 터널을 건설해 노선을 직선화함으로써 표정속도(정차 시간을 감안한 평균속도) 시속 100km, 최고 시속 180km로 운행하는 광역 지하철이다.
수도권의 심각한 교통난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2007년 경기도가 국토부(당시 국토해양부)에 제안해 추진됐다. 이후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11년 국책 사업인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11~2015년)에 포함됐다.
사업비는 총 13조8000억원으로 책정됐고 정부와 민간이 사업 위험을 분담(정부 40%, 민간 60%)하는 ‘위험 분담형 민간 투자 사업(BTO-rs)’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주체를 놓고 국토부와 경기도가 갈등을 겪으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GTX 사업 타당성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사업성이 없다’는 발표를 내놓자 민간 사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정부는 GTX 개발 시기를 늦춰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16~2025년)으로 조정하고 2017년 12월 A노선에 대해 사업자 재공모에 나섰다. 다시 추진되기까지 7년이 걸렸고 그 사이 분위기는 바뀌었다.
고속철도 KTX의 대중화, 신도시·택지지구 개발 등 경기권의 인구 증가, 수도권 교통 혼잡 가중, 인프라 공급 위기 등에 따른 GTX 개발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사업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던 기업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4월 실시한 A노선 사업자 모집에 국내를 대표하는 건설사와 금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현대건설은 KB국민은행·KDB산업은행·NH농협·교보생명보험·한화생명보험을 재무 출자자로 참여시켰고 범현대가인 현대산업개발·한라건설·태영건설·동부건설 등을 시공사 겸 건설 출자자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에 맞서 신한은행은 칸서스자산운용·도화엔지니어링·신우이엔지 등이 재무 출자자로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꾸렸다. 또 대림산업·대우건설·SK건설·한진중공업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을 도급 시공에 참여시킨다는 구상을 밝혔다.
두 컨소시엄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결국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921.43점을 받아 현대건설 컨소시엄(867.87점)을 제치고 사업권을 품었다.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선정된 배경에는 ‘전문적인 금융 기법을 통한 비용 절감’이 꼽힌다.
신한은행 컨소시엄은 경기도 파주 운정역에서 삼성역을 거쳐 화성 동탄역을 잇는 총 83.1km 구간 중 파주역~삼성역 구간(43.7km)을 건설하게 된다. 나머지 동탄역~삼성역 구간(39.4km)은 정부 재정 사업으로 2018년 4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7호(2019.01.14 ~ 2019.01.20) 기사입니다.]
- 대심도 터널이 도심·아파트 단지 관통
- 안전성 논란에 “환경영향평가 졸속” 주장도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카드를 꺼내 들었다.
GTX를 서둘러 놓고 그 주변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려온다. 경제성과 안전성을 두고 정부와 지역 주민 간의 노선 변경을 둘러싼 기싸움이 한창이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대심도(大深度) 고속 전철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교통 혁명’이란 기대 속에서 착공됐다.
GTX-A 노선은 경기도 서남지역(운정)과 동북지역(동탄)에서 서울 도심까지 20분대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고안돼 노선 착공을 원하는 요구가 많았다. 하지만 ‘실시설계’와 ‘토지 보상’ 등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급히 추진되면서 민원인들의 반발이 들끓고 있다.
특히 GTX가 지하 40m 깊이에 터널을 뚫어 최고 시속 180km로 달린다는 점에서 노선 위에 사는 지역 주민들은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불안해 한다.
여기에 더해 환경 단체들까지 ‘노선이 지나는 파주·북한산 등의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역사가 들어서는 인근 주민들은 집값 등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재검토는 절대 안 된다’, ‘사업의 속도를 더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지역 주민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 시작부터 다른 ‘두 가지 시선’
국토교통부는 2018년 12월 2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김현미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 지역구 국회의원, 사업 관계자, 시민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GTX-A 노선 착공식 행사를 가졌다. 행사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폭죽이 수도 없이 터졌고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국내 최초로 개통되는 고속전철 GTX가 경기도와 서울 도심을 더 빠르고 편하게 이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었다. 기대감은 기념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김현미 장관은 기념사에서 “GTX-A 노선 착공이 만성적인 교통난을 겪었을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 동남부와 서북부가 연결되는 GTX-A 노선이 착공되면 수도권이 대한민국 균형 발전의 선도 모델이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하지만 행사장 밖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GTX-A 노선이 지나는 일부 지역 주민 200여 명이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노선 변경과 졸속 착공을 반대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노선이 주거지 지하를 지나는 일부 지역 주민들로 안전·소음·진동 등을 우려했다.
◆ 내 집 밑 공사가 ‘불안한 주민들’
GTX 노선 변경을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경기도 파주시 교하지구 주민들이다. 교하지구는 GTX-A 노선 종점이 들어서는 직접 수혜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주민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이 가장 큰 이유다.
당초 하천 지하를 지나도록 설계된 노선이 최근 교하 열병합발전소와 1026가구가 거주하는 교하 8단지 아파트를 관통하도록 변경됐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교하 8단지 주민들이 적극 반대에 나선 것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에서 드러났듯이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하터널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한다면 대형 가스 기지와 온수 탱크 파손, 지반 침하, 건물 균열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하지구에 있는 H공인중개업소 대표 설명에 따르면 GTX는 교하 열병합발전소 지하 17.3m와 동문 8단지 아파트 지하 23m를 관통한다고 한다.
애초 발전소와 아파트 단지를 우회해 청룡두천을 따라 설계됐지만 민자 사업자가 선정된 뒤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 보호 등을 이유로 설계를 변경해 사업 구간이 387m 단축됐기 때문이다.
교하 열병합발전소 지하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소가 있어 지역난방공사와 시공사는 제3 기관에 안전 검증을 의뢰한 상태다.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온수관 파열 사고와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경제성을 이유로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일방 통행식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곳 주민들은 GTX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시설물을 우회해 노선을 안전하게 변경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주민들은 GTX 노선이 지은 지 30~40년이 지난 주거 밀집 지역을 관통하고 있다며 불안해한다.
후암동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GTX 노선 때문에 동네가 시끄럽다”며 “여기는 워낙 건물들이 낡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데 그렇게 큰 공사를 진행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조금만 우회하면 도로와 공원인데 왜 위험을 무릅쓰고 주택지 지하를 관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 비애감이 드는 것은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는 비켜 가도록 설계하면서 강북의 가난한 동네들은 현장 답사도 하지 않고 지도를 보고 선을 그어 최단 거리를 구한 것 아니냐”고 GTX 노선 설계를 비판하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 주민들도 GTX 노선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지하철 노선이 수없이 깔려 있는 강남 지하 밑으로 또 터널을 파 고속전철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 주민들은 “고층 빌딩이 많은 강남은 건물 붕괴 위험이 더 높은 만큼 노선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주민들과 만남도 갖기 전에 노선을 확정하고 착공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 “성급한 추진, 환경 소홀” 지적도
한국환경회의,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 환경 단체들도 확정된 GTX-A 노선이 ‘졸속 행정’에서 나온 잘못된 계획안이라며 반대에 나섰다.
환경 단체들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노선에 설치되는 24개의 환기구’와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에 대한 불가피한 사유와 근거 미제시’ 등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노선 구간 내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환기구가 총 24개 설치되는데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은커녕 이러한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현행 자연공원법 18조와 같은 법 시행령 14조에 따르면 철도 사업에 따른 노선이 국립공원을 관통할 때 사업자는 해당 지역이 아니면 설치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불가피한 사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이어 “차량기지가 세워질 파주 운정지구 일대는 저어새·노랑부리백로·재두루미 등 36종의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며 “차량기지 대상지의 36종의 법정 보호종 보전 방안을 검증하고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환경부는 불과 한 달 전 환경영향평가의 신뢰성을 회복하겠다고 발표했다”며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하다 말고 국토부의 착공식에 맞춰 협의하는 행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TX-A 노선을 둘러싼 환경문제는 앞으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환경회의 측이 문제가 되는 계약·심의·협의 절차의 모든 사안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GTX-A 노선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행 자연환경법에 따르면 도로와 철도 등은 국립공원을 통과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GTX-A 노선 사업권을 따낸 신한은행 컨소시엄 측이 제시한 실시설계안은 서울 종로구와 은평구 사이 북한산국립공원 구간 일부(464m)를 지하 127m 깊이로 통과하는 노선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문제 때문에 환경부는 “북한산국립공원 지하를 통과하는 기존 노선 외에 북한산 우회 노선도 함께 비교 검토해 본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GTX-A 노선에 대한 실시설계안을 이렇다 할 수정 없이 착공이 진행됐다.
GTX-A 노선을 둘러싼 일련의 우려와 비판에 대해 국토부와 환경부는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일 뿐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우선 지역 주민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안전 문제에 대해 김태형 국토부 민자철도팀장은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지하 10m에, 9호선은 20~30m에 건설됐다”며 “GTX-A 노선은 평균 50m, 가장 깊은 곳은 100m에 지하 터널을 만들어 건물 붕괴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 “안전 걱정·환경 논란은 오해”
또한 그는 “GTX-A 노선보다 더 낮게 터널을 만든 고속버스터미널역에는 3호선·7호선·9호선이 다닌다”며 “지금까지 지하철 때문에 건축물이 붕괴된 적이 없고 한국의 토목 기술은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주민 공청회를 제대로 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지난해 8월부터 주민센터에 공고문을 내걸고 신문에도 광고하는 등 다른 사업보다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알렸다”며 “주민 공청회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토지 보상 단계를 거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는데 이는 한국의 주소 제도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00가구 아파트도 하나의 필지로 돼 있어 GTX-A 노선이 아파트의 가장자리 끝부분만 통과해도 1000가구 전체에 이런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는 이러한 보상 문제와 관련된 논란은 앞으로 주민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환경부도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해명했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 박재근 사무관은 “환경 단체와 여러 번 회의를 하고 부실 검토위원회까지 열고 지적된 사항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다”며 “환경영향평가의 신뢰성을 회복한다고 하면서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연공원법상 철도 사업 노선이 국립공원을 관통할 때 사업자가 불가피한 사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그는 “평가서에 불가피한 사유를 어느 정도 제시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여겨 (환경영향평가 보안 사항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 B·C 노선까지 번진 투기 조짐
GTX-A 노선 착공은 부동산 시장에도 기대와 우려를 안기고 있다. 매머드급 교통망 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침체된 수도권 주택 시장을 다시 달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섣부른 기대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아직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GTX-B 노선과 GTX-C 노선을 둘러싸고 투기를 부추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분양 시장에서는 아직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GTX-B, GTX-C 노선 개발 사업 예정지 인근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 홍보가 판을 치고 있고 GTX 일부 노선 개발 사업이 확정됐다는 ‘가짜 문자 메시지’까지 나돌고 있다.
GTX-B, GTX-C 노선과 관련해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은 GTX-C 노선이 사업 추진 7년 만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는 정도다.
GTX-C 노선은 경기 양주(덕정)~의정부~창동~광운대~청량리~삼성~양재~과천~금정~수원(총연장 74.2km)을 잇는 사업으로 공사 금액만 4조3038억원에 달한다.
2014년 1차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 분석 값인 비용 대비 편익(BC) 0.66을 받으며 반려되자 국토부는 일부 구간을 연장하는 사업 계획안을 만들어 다시 사업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결국 이번에 1차 관문을 통과하면서 2011년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된 지 7년 만에 사업이 첫발을 떼게 됐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6년 개통이 목표지만 앞으로 사업자 선정, 환경 평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어 기간을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인천 송도에서 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남양주 마석까지 연결(총 80.1km) 운행하는 GTX-B 노선은 아직 예비타당성도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를 통해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 이름으로 허위 사실에 기반한 문자 메시지가 나도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문자에는 “인천 송도의 숙원 사업인 GTX-B 노선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기획재정부와 국토부가 타당성 심사 면제를 결정해 발표한다”고 나와 있었다. 이 같은 소식에 주택 시장이 술렁거렸지만 결국 가짜로 판명돼 경찰이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수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물론 GTX 3개 노선은 수도권 교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대형 교통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교통 불편뿐만 아니라 지역 불균형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다만 예비타당성 통과는 사업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할 수 있을까
한편 GTX 카드를 통해 서울 집값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GTX 노선과 3기 신도시를 하나로 엮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할 계획이다.
GTX가 개통되면 출퇴근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 만큼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수도권 외곽 지역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GTX 주요 노선이 서울 강남을 향해 있어 오히려 강남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주장도 나온다.
일단 계획대로 GTX가 건설되면 교통 인프라가 열악했던 수도권 외곽 지역의 교통 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GTX가 운행을 시작하면 이들 도시에서 강남으로의 이동 시간이 20분대로 좁혀진다.
현재 지하철로 80분 걸리는 일산~삼성은 20분으로, 의정부~삼성은 74분에서 16분으로 줄어든다. 수도권 남부도 마찬가지다. 지하철로 80여 분이 걸리는 수원~삼성은 22분으로, 동탄에서 삼성은 19분이면 갈 수 있게 된다.
지하철보다 빠른 GTX 덕에 수도권 외곽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기존의 4분의 1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다. 국내 직장인의 평균 통근 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긴 58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효과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전문가들은 GTX가 개통되면 서울 인구와 주택 수요를 수도권 외곽으로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강남 집중화 현상이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속도로·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이른바 ‘빨대 효과’에 대한 우려다. 1960년대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이 들어서면서 대도시인 도쿄와 오사카에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된 예가 대표적이다.
신칸센처럼 GTX로 인해 강남은 더 비대해지고 수도권 외곽의 지역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교통이 뚫리면서 서울 접근성이 높아진 지역에선 종종 이 같은 빨대 효과로 지역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동두천의 보산동 미군 관광특구는 2007년 경원선 전철이 개통된 이후 미군이 용산·이태원 등지에서 유흥을 즐기면서 상권이 위축됐다. 인천 중심 상권 역할을 하던 부평역 상권 역시 2012년 지하철 7호선 개통 이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기도 했다.
◆ [돋보기]
- 사업 추진 7년 만에 개발되는 GTX
GTX는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급행철도다. 지하 40m 이하에 터널을 건설해 노선을 직선화함으로써 표정속도(정차 시간을 감안한 평균속도) 시속 100km, 최고 시속 180km로 운행하는 광역 지하철이다.
수도권의 심각한 교통난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2007년 경기도가 국토부(당시 국토해양부)에 제안해 추진됐다. 이후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11년 국책 사업인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11~2015년)에 포함됐다.
사업비는 총 13조8000억원으로 책정됐고 정부와 민간이 사업 위험을 분담(정부 40%, 민간 60%)하는 ‘위험 분담형 민간 투자 사업(BTO-rs)’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주체를 놓고 국토부와 경기도가 갈등을 겪으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GTX 사업 타당성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사업성이 없다’는 발표를 내놓자 민간 사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정부는 GTX 개발 시기를 늦춰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16~2025년)으로 조정하고 2017년 12월 A노선에 대해 사업자 재공모에 나섰다. 다시 추진되기까지 7년이 걸렸고 그 사이 분위기는 바뀌었다.
고속철도 KTX의 대중화, 신도시·택지지구 개발 등 경기권의 인구 증가, 수도권 교통 혼잡 가중, 인프라 공급 위기 등에 따른 GTX 개발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사업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던 기업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4월 실시한 A노선 사업자 모집에 국내를 대표하는 건설사와 금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현대건설은 KB국민은행·KDB산업은행·NH농협·교보생명보험·한화생명보험을 재무 출자자로 참여시켰고 범현대가인 현대산업개발·한라건설·태영건설·동부건설 등을 시공사 겸 건설 출자자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에 맞서 신한은행은 칸서스자산운용·도화엔지니어링·신우이엔지 등이 재무 출자자로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꾸렸다. 또 대림산업·대우건설·SK건설·한진중공업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을 도급 시공에 참여시킨다는 구상을 밝혔다.
두 컨소시엄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결국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921.43점을 받아 현대건설 컨소시엄(867.87점)을 제치고 사업권을 품었다.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선정된 배경에는 ‘전문적인 금융 기법을 통한 비용 절감’이 꼽힌다.
신한은행 컨소시엄은 경기도 파주 운정역에서 삼성역을 거쳐 화성 동탄역을 잇는 총 83.1km 구간 중 파주역~삼성역 구간(43.7km)을 건설하게 된다. 나머지 동탄역~삼성역 구간(39.4km)은 정부 재정 사업으로 2018년 4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7호(2019.01.14 ~ 2019.01.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