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리더 맞이한 SM상선, 도약 관건은 ‘북미 점유율’

-물동량 상승·자사선 비율 높지만 글로벌 선사와 경쟁하기엔 힘에 부쳐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2016년 12월 대한민국 ‘국적 원양 선사’를 선언하며 출범한 SM상선이 어느덧 설립 4년 차를 넘어섰다. 신규 선사의 영업력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있었지만 SM상선은 북미와 동남아 항로를 중심으로 조금씩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올 초에는 리더를 교체했다. 초대 대표를 맡아온 김칠봉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대한해운 대표를 겸임하며 리더십 부재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SM상선은 1월 22일 신임 대표로 박기훈 부사장을 선임했다.

◆박기훈 대표, 20년간 컨테이너 몸담은 ‘영업통’

박기훈 신임 대표는 1991년 현대상선에 입사한 후 구주지역 본부장을 역임했고 20년 이상 컨테이너 사업에 몸담아 온 물류 전문가다. SM그룹 측은 박 대표에 대해 “내실을 강화하고 강한 기업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영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고 지속적으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M상선의 이번 인사는 ‘영업통’을 내세움으로써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M그룹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SM상선은 한진해운의 광양터미널·경인터미널 등 자산을 인수하고 인력 일부를 채용하며 출범했다. 미주 노선 2개를 포함해 총 12개의 노선을 운영 중이다.

SM상선의 성공 여부는 북미 노선에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던 구 한진해운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만큼 영업력 강화가 중요한 시기다.

북미 항로에서의 수송력은 점차 강해지는 추세다. SM상선은 2018년 한 해 아시아~북미 지역에서 48만6000TEU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화물을 실어 날랐는데 이는 2017년 24만800TEU에서 약 195% 급상승한 수치다.

최근 북미 항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불안감을 느낀 화주들이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화물 운송을 서두르며 적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독자적 터미널을 사용하고 있는 SM상선은 큰 차질 없이 통관이 이뤄지고 있다. SM상선 관계자는 “SM상선은 롱비치 피어 A 터미널을 독자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화물이 도착한 후 통관이 신속히 이뤄져 고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선사의 실적 회복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운임’이다. 미주 항만으로 물량이 몰리면서 북미의 운임은 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1월 25일 기준 상하이~북미 서안의 운임은 FEU(40피트 컨테이너)당 2039달러, 상하이~북미 동안의 운임은 FEU당 3137달러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북미 지역에 점유율을 높여 온 SM상선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주뿐만 아니라 아시아 항로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SM상선은 베트남 1위 국영 선사인 비나라인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베트남 해운 물류 시장 공략에 나선다. 최근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해운 시장의 물동량이 급증하고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위해서다.

양 사는 필요 노선에서 선복을 교환하고 SM상선의 한국~베트남~태국(VTX노선)에 비나라인이 공동 운항자로 참여해 자사의 운영 선박 1척을 투입한다. SM상선 관계자는 “베트남 서비스는 한국발 주 4회로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한다”며 “하이퐁까지 운송시간이 4일인데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SM그룹은 SM상선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해왔다. 2018년 1월 우방건설산업과의 합병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기도 했다. SM상선 측은 자사선 보유 비율이 높아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자평한다.

해운 회사들은 선박을 직접 보유하는 ‘자사선’과 빌리는 ‘용선’ 형태로 선대를 운용하는데 SM상선은 자사선 비율이 80% 수준으로 글로벌 상위 20개 선사 중 가장 높다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선사들이 겪고 있는 위기 중 하나가 높은 선박 임차 비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안정된 원가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사진) 박기훈 SM상선 대표(/SM상선)

◆글로벌 선사와 경쟁하기엔 체력 부족

설립 후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SM상선을 비롯한 한국 해운 선사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글로벌 선사들에 비해 뒤처진다. 1월 10일 열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2019 해양수산 전문 대회’에서 글로벌 해운 선사들과 경쟁하려면 한국 선사들도 근해뿐만 아니라 원양에서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선사들은 한국해운연합(KSP)을 통해 과잉 경쟁이 이뤄졌던 동남아 시장에서 2개 항로를 합리화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2019년 7월 1일부터 통합 법인을 세우고 공동 영업을 실시하는 것에 합의했다.

KMI는 이처럼 근해 컨테이너 시장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원양항로에서도 협력이나 통합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형진 KMI 해운산업연구실장은 “현대상선과 SM상선은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 간 합병이기 때문에 두 회사 간 자율적 결정에 따라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선사 간 어떤 형태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대만을 제외한 글로벌 산업계가 추구하고 있는 대형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상위 7대 선사가 아시아~유럽에서 91.7%, 아시아~북미 81.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국적 선사들도 몸집을 키워야 하지만 2018년 9월 기준 현대상선의 규모는 덴마크 선사 머스크라인의 10분의 1, 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3분의 1 수준이다. 중견 선사인 국적 선사들이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특히 SM상선은 2만TEU급 선박을 운영하는 글로벌 선사들에 비해 6500TEU급 선박을 투입하고 있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차원 높은 지원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1월 15일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운업은 현재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는 것처럼 어렵다”며 “규제 일부만 개선해도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회장은 “한국 선박 건조를 국내에서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데 부채비율이 조금만 높아도 자금 조달이 어렵다”며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을 개선한 사례를 참조해 개선을 요청한다”며 해운업계의 상황을 전했다.

한편 선사들은 경쟁력 강화와 함께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와 4차 산업혁명을 대비 중이다. SM상선은 ‘스마트 시핑’이라는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다. 이 조직에는 각 분야 실무자들이 모여 관세청 블록체인 기반 수출 통관 물류 서비스 시범 사업, 각종 물류 플랫폼 테스트 사업 참여,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컨테이너 테스트를 수행 중이다.

IMO의 해사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선 탈황 장치와 저유황유 사용을 두고 고심 중이다. SM상선 관계자는 “해사 규제에 따른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1호(2019.02.11 ~ 2019.02.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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