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재난’ 미세먼지 해결에 팔 걷은 기업들

-삼성·LG, ‘미세먼지연구소’ 신설…현대차 ‘수소경제 활성화’ 앞장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2019년 대한민국의 겨울은 ‘삼한사온’이 아닌 ‘삼한사미’다. 날이 풀리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어느덧 뿌연 하늘이 더 익숙해졌다.

미세먼지는 경제적으로도 연간 10조원의 손실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적 과제로 자리 잡은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LG, 미세먼지연구소에 역량 집결

삼성전자는 1월 4일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할 원천 기술을 연구하는 ‘미세먼지연구소’를 신설했다. 이 연구소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내 설립되고 황성우 종합기술원 부원장이 연구소장에 내정됐다.

삼성전자는 미세먼지연구소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기술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로 했다. 이 연구소에서는 미세먼지의 생성 원인부터 측정·분석, 포집과 분해에 이르기까지 전체 사이클을 이해하고 단계별로 기술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필요 기술과 솔루션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미세먼지연구소는 특히 종합기술원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미세먼지 연구에 기초가 되는 저가·초정밀·초소형 센서 기술 개발은 물론 혁신 소재를 통한 필터 기술과 분해 기술 등 제품에 적용할 신기술도 연구할 예정이다.

또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화학·물리·생물·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과 협업해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규명과 유해성 심층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원장은 “‘미세먼지연구소’ 설립으로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사회적 역량을 결집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도 미세먼지연구소를 신설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서울 금천구에 있는 가산R&D캠퍼스에 ‘공기과학연구소’를 신설했다. 공기과학연구소는 집진·탈취·제균 등 공기 청정 관련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R&D)을 전담하게 된다. 또 유명 교수진으로 구성된 기술 자문단과도 협업한다.

연구소에는 고객들이 실제 생활하는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먼지·유해가스·미생물 등을 측정하고 제거하는 실험 장비들이 들어섰다. 연구원들은 집 안의 다양한 공간에서 공기 질의 변화를 측정하고 효과적인 청정 방법을 연구한다.

이곳에서 개발되는 핵심 기술들은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휘센에어컨·휘센제습기 등 LG전자 에어솔루션 제품 전반에 적용된다.

이감규 LG전자 H&A사업본부 에어솔루션사업부장은 “업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차세대 공기 청정 핵심 기술을 개발해 보다 많은 고객들이 차별화된 가치를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해결사를 자처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뿐만이 아니다.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 기업인 현대자동차도 미세먼지 해소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은 청와대에서 1월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대기·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를 위해 전기·수소차 등에 향후 4년간 5조원을 투자하고 몽골의 8925만6198㎡(2700만 평) 부지에 나무를 심는 식재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력 향상부터 신성장 동력까지 연계

특히 현대차가 역점을 가하는 분야는 수소전기차의 대중화다.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1대가 1km를 달리면 미세먼지를 최대 20㎛(마이크로미터)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또 수소전기버스는 최대 디젤 중형 승용차 40~50대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수소전기차 차세대 전용 모델을 출시했다. 2018년 3월 출시된 ‘넥쏘’는 1월 10일 기준으로 계약 물량이 5000대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올 한 해 넥쏘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6000여 대로 잡았다. 또 2020년에는 현대차의 뒤를 이어 기아차가 신수소차를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든다.

기업들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최근 국내 미세먼지 기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져 ‘매우 나쁨’ 수준인 날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입자 크기가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는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바로 이동해 혈관과 세포에도 침투할 수 있어 유해성이 심각하다. 하지만 과학적인 생성 원인과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아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미세먼지와 연관된 기술력은 기업의 사업 경쟁력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가전업계에서는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는 ‘뉴 라이프 가전’이 대세로 떠올랐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가전업계의 전통적인 맞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의 가전제품에 미세먼지 차단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와대에서 1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때문에 미세먼지 연구소를 세웠다”고 말한 바 있다.

신제품이 출시될수록 미세먼지 배출 차단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월 28일 미세먼지 배출 차단 시스템을 갖춘 무선 청소기 ‘삼성제트’를 출시했다. 삼성제트에는 생활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청소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 먼지통에는 9개의 작은 사이클론으로 구성된 ‘제트 사이클론’이 탑재돼 미세먼지를 분리한다.

또 흡입된 미세먼지가 배기 바람을 통해 실내로 재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5중 청정 헤파 시스템’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업계 최대 수준의 면적을 가진 고성능 필터를 탑재하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0.3~10㎛ 크기의 생활 미세먼지와 꽃가루·곰팡이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99.999% 차단해 준다.

뉴 라이프 가전의 대표 주자인 LG전자의 의류 관리기 ‘스타일러’는 독자 기술인 ‘무빙행어’로 옷 전체의 미세먼지를 골고루 제거한다. 물 입자의 1600분의 1만큼 미세한 ‘트루스팀(TrueSteam)은 옷의 유해 세균을 99.9% 살균하고 옷에 밴 냄새와 집먼지진드기, 각종 바이러스를 없애준다.

미세먼지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소차는 현대차의 신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친환경적인 기조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수소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22년 10만6000대, IHS는 2020년 6000대에서 2022년 1만1000대, 디지털리서치는 2025년 25만 대 규모로 글로벌 수소전기차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정부도 ‘수소 경제’에 역점을 가하고 있다. 정부는 1월 수소차와 연료 전지를 양대 축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620만 대로 확대해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2호(2019.02.18 ~ 2019.02.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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