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사장 찾는 코레일·LH, ‘하마평’ 무성

[비즈니스 포커스]
-국토부 산하 대표 공공기관장 자리 놓고 후보자 각축전 ‘관심 집중’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새로운 수장을 찾고 있다. 코레일과 LH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현재 신임 사장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대표적인 두 공공기관의 경영을 책임질 새로운 기관장들은 이르면 3~4월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임추위는 1월 4일부터 사장 공모 접수를 시작해 최종 후보를 2~3배수로 추려 1월 2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임추위는 2월 15일까지 지원서를 접수, 이를 토대로 후보자 검증과 면접 그리고 공운위를 거쳐 3월 중 신임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 힘 받는 국토부 관료 출신 유력설



코레일과 LH는 대표적인 공공기관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차기 수장이 누가 될지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코레일은 오영식 전 사장의 사퇴 이후 문재인 정부 사업 추진 방향에 맞는 관료 출신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토부 관료 출신 인물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코레일에선 손병석 국토부 전 제1차관과 정인수 코레일 부사장, 팽정광 코레일 전 부사장 등이 유력시되고 있다. 국토부 관료와 코레일 출신들의 대결 구도로, 철도 조직 이해도와 정무적 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이 낙점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 전 차관은 소통에 능하고 정무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레일 출신인 정 부사장과 팽 전 부사장은 조직 이해도와 함께 철도에 대한 전문성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다.


앞서 오영식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강릉 KTX 탈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말 사퇴했다. 현재 오 전 사장의 공백은 정인수 부사장(사장 직무대리)이 채우고 있다. 오 전 사장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과 16~17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재임 기간 철도 사고와 고장에 이어 열차 탈선 사고까지 잇따르면서 비전문가, 낙하산 논란에 휘말리며 끝내 임기를 끝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진했다.


LH도 2016년 취임해 3월 말 3년 임기가 만료되는 박상우 사장의 후임 물색 작업에 한창이다. 관가에서는 국토부 1급 관료 출신인 박 사장이 일자리 창출, 도시재생, 공공 임대주택 등 정부 정책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 온 만큼 유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사장은 임기 동안 정책 사업은 물론 천문학적인 부채를 감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H는 이자 부담 부채를 2017년 79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69조4000억원까지 10조원 이상 감축, 2009년 LH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부채를 60조원대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물론 박 사장이 교체될 가능성도 높다. 더 큰 중책이 맡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월로 예정된 개각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예고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교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박 사장은 유력한 장관 후보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박 사장에게 바통을 이어 받을 차기 LH 수장 후보로는 공민배 전 창원시장과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SH) 전 사장, 김재정 국토부 전 기획조정실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공 전 시장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경남고와 경희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행정 전문가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학 동문으로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사장은 주택 정책에 정통한 전문가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국토부 요직을 두루 거친 김 전 실장도 유력 후보군에 오르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 공적기능사회적 가치 실현 과제


정부가 공공기관에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고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코레일과 LH를 이끌 신임 사장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각 분야 전문성과 정무적 능력은 물론이고 정부 정책과도 조화를 이루며 경영을 통해 사회적 가치까지 실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기 코레일 수장은 무엇보다 재임 중 남북철도 연결 과업 달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철도 물류 분야에서 남북이 경제협력을 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통합 논의가 꾸준히 제기됐던 철도 상하 분리 문제도 해결 과제다. 철도 건설은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이, 시설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담당하고 있다. 이원화 체계에서 지난해 말 강릉 KTX 탈선 사고가 나면서 상하 분리의 비효율성과 그에 따른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통합 논의가 다시 진행 중이다.


통합 여부를 둘러싼 이견들로 잡음이 일던 코레일과 자회사 SR(수서고속철도 운영사) 통합 여부도 3월 결론지어질 전망이어서 신임 사장의 역점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코레일(KTX)과 SR 통합은 철도 공공성 강화를 내세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관련 연구 용역을 시작했고 3월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LH는 공적 임대주택 확대를 중심으로 한 주거 복지정책의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LH는 2월 21일 올해 총 10조1000억원 규모의 공사·용역 발주 계획을 잠정 수립했다. 구체적으로는 주거 복지 로드맵 목표를 달성하고 일자리 창출 등 정부 정책에 맞춰 택지 공급을 위한 토지 사업에 2조8000억원(15.9㎢),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건설 사업에 7조3000억원(7만5000가구)을 발주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공적 임대주택을 85만 가구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약 달성 여부가 LH 신임 사장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지난해 12월 발표된 3기 신도시(과천·남양주·인천 계양지구) 조성 사업 시행자 역할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



[인터뷰 -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부 교수]
-“공기업 수장, 융합형 리더십 겸비해야”


정부가 공공기관에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고 공공성과 수익성 조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공공기관 수장에 대해 남다른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2018년 공기업경영평가단장을 맡았던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부 교수에게 공기업 사장이 갖춰야 할 조건을 물었다.


-공공기관장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나.
“공공기관장은 기술·혁신·가치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융합형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기술은 물론 국민의 요구가 급변하는 시대에서 전문성과 소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역량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적 가치에서 창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안전·윤리 경영에서는 철저한 예방 철학을 보여줘야 한다. 한마디로 전략적이면서도 정교한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을 겸비해야 한다.”


-사장 선임 작업에 착수한 코레일과 LH에 어떤 인물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코레일은 대외 설득과 교섭 역량이 중요하다. LH에는 전문성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정확한 철학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코레일 사업은 단기 변화가 적기 때문에 CEO가 주요 이해관계인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미래 비전을 준비해야 한다. 반면 LH는 모든 사업에서 기술, 디자인, 주민 공감대 확보 등에 대한 선도적인 대응이 필요한 만큼 CEO의 시대적 안목이 매우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공기업이 해소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혁신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지난해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경영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는 그러한 투입 노력이 어떻게 실질적 가치로 이어졌는지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무엇이 어떻게 나아졌나’를 국민에게 체감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사장 선임 절차나 평가 시스템에 대한 생각은.
“제도보다는 운영 면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해당 공기업 구성원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은 임추위가 적합한 인물을 선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양질의 후보군 형성이 지원돼야 한다. 언제나 단기간에 급하게 추진된 영역에서는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므로 과정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3호(2019.02.25 ~ 2019.03.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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