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의 경제돋보기] 경기 수축기 후반에 위치한 한국 경제


[경제 돋보기]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통계청이 조만간 기준순환일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경기를 판단하는 주요 경제지표로 보면 한국 경제는 2017년 3분기를 정점으로 현재 수축 국면 후반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기준순환일은 구체적으로 경기 정점 혹은 저점이 발생한 ‘월’로 한국에서는 통계청이 결정한다. 한국 경제는 1972년에서 2013년 3월까지 10번의 경기순환을 거쳤는데 평균 순환 주기는 49개월(확장 국면 31개월, 수축 국면 18개월)이었다.

통계청은 2013년 3월을 잠정적 경기 저점으로 잡았는데 그 후 경기 정점을 결정하지 못했다. 통계청에서 기준순환일을 결정할 때 많이 참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나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하면 2017년 9월 전후가 경기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통계청에서 현재의 경기를 판단하기 위해 작성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저점과 고점이 과거 경기순환에서 경기 정점과 저점에 거의 일치했다. 이 지표가 2013년 99.7을 저점으로 2017년 9월 101.0까지 상승했다. 물론 그 사이 등락이 있었다.

GDP 순환변동치를 구해 봐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 추세 GDP와 실제 GDP 차이를 GDP 순환변동치라고 정의하고 이를 추정해 보면 2013년 1분기 99.4를 저점으로 2017년 3분기 100.6까지 상승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나 GDP 순환변동치가 추세선에서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경기 국면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2017년 9월 전후가 경기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제11 순환의 경기 확장 국면은 2013년 3월에서 2017년 9월까지 54개월로 과거 평균(31개월)보다 훨씬 길었던 셈이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기준으로 본다면 2017년 9월을 경기 정점으로 올해 1월까지 16개월 연속 수축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번의 경기순환에서 수축 국면은 짧게는 11개월 길게는 29개월이었고 평균은 18개월이었다. 이번 수축 국면이 과거 평균에 거의 접근해 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경기 저점이 올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직전 경기 확장이 오래 지속됐던 것처럼 경기 수축도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지난해 2.7% 경제성장에 1.4%포인트 기여했던 민간 소비가 올해는 둔화될 전망이다. 가계 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집값 등 자산 가격이 조정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기여도를 보였던 투자가 올해는 다소 개선되겠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2.2%포인트(수입을 차감한 순수출의 기여도는 1.4%포인트)였다. 그런데 수출이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줄고 있다. 품목별로는 수출 중 21%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대폭 감소했다.

국가별 비율에서 27%로 매우 높은 대중 수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에는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출 환경은 밝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이 ‘최근의 국내외 경제 동향(2019.2)’에서 ‘국내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 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 것처럼 경기 진폭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경기는 순환하고 현재는 수축 국면 후반에 있다. 필자의 기대보다 경기 저점이 더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6호(2019.03.18 ~ 2019.03.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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