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기업가 정신이 희망이다] 2부 재도약의 성장 엔진 '기업가 정신'
- 대학 창업지원단장 3인 좌담…“기업가 정신은 현대인의 필수 교양”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성의 상아탑’인 대학가에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창업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학생 창업 기업은 1503개로 전년 대비 26.2% 증가했다. 각종 지원책과 창업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어우러진 결과다.
한경비즈니스는 좀 더 생생한 대학생 창업의 현주소를 들어보기 위해 3월 18일 주요 대학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류창완 한양대 창업지원단장,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 이상곤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 경력개발실장(창업지원센터장)이 참석했다. 3명의 단장은 “창업 기업의 증감치와 같은 수치에 주목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게 시급하다”며 입을 모았다.
▶대학의 창업 상황은 어떠합니까.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이하 손홍규) “10년간 창업지원단장직을 맡으며 관찰해 보니 신입생 4000명 중 창업에 뛰어드는 학생의 비율은 1%예요. 매년 1000여 명의 학생이 창업 과목을 수강하지만 실질적으로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저는 학생 창업자들을 ‘아웃라이어’라고 생각해요. 일반적 시각에서는 제도권 교육과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창업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이들이죠. 한편으로는 취업했다가 다시 창업지원단으로 돌아와 창업하는 이들도 많아요. 이들은 ‘아웃라이어’는 아니었지만 사회생활을 해 보니 ‘홀로서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한 경우죠.”
류창완 한양대 창업지원단장(이하 류창완) “창업 교육의 목적은 학부생의 창업이 아니에요. 평균적으로 자료를 살펴보면 학생들이 졸업 후 5~8년 이내에 창업해야 성공률이 높습니다.
대학은 학생들이 졸업 후 창업할 것을 대비해 대학 시절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의무를 수행해야 해요. 기업가 정신을 재학 때부터 무장하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창업에 성공하게 돼요.”
이상곤 코리아텍 경력개발실장(이하 이상곤) “코리아텍은 매년 취업률이 상위권인 학교예요. 실제로 현장에서는 창업이 취업을 대신할 수 있는지, 학생들이 취업 말고 창업에 나서면 취업률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해요.
하지만 창업은 다양한 루트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해요. 우리는 현장 실습이나 취업 말고도 창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제공해 기회를 주려고 하죠. 2015년부터 창업지원센터가 만들어졌는데, 보통 1년에 창업 기업이 5곳, 많았을 때는 9개 기업을 배출했어요. 선배가 창업한 회사에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가면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어요.”
▶창업이 예상보다 활발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학생 창업을 가로막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이상곤 “가장 큰 문제는 ‘지도’가 없다는 거죠. 정보는 많지만 다음 여정에 대해 모르고 안내해 줄 사람이 없어요. 창업에 필요한 ‘인력’, ‘프로그램’, ‘제도’가 모두 필요하지만 세 가지 요소 모두 학생들이 마련하기엔 버거운 영역이에요.”
손홍규 “창업센터까지 찾아온 학생들은 실제로 창업 의지가 상당히 강한데 주변에서는 ‘왜 연대를 나와 창업하려고 해’라고 질문한다고 해요. 아직 우리 사회가 창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거죠. 또 학생들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학업과 창업을 병행할 여지가 없다는 거예요. 창업휴학제도 등 각종 지원책을 만들었지만 학생들에겐 현실적으로 버거운 모양이에요.”
류창완 “창업 교육을 하는 관점에서는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이 아쉬워요. 창업 성과는 장기적으로 측정해야 하는데 1년간 몇 개 기업이 생겼느냐는 근시안적 잣대를 가져다 대곤 해요. 학생들이 처음 들고 온 창업 아이템은 비즈니스라기보다 간단한 아이디어에 불과한 게 많아요. 하지만 시간을 두고 지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죠.
또 하나는 자금이에요. 창업지원단에서는 정부의 지원금을 학생들과 매칭해 주고 선배들은 엔젤 클럽을 만들어 투자해 주고 있어요. 한양대는 펀드 ‘팁스’와 ‘한양엔젤클럽’, ‘한양창업지원단투자펀드’ 등 기본 투자 재원도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모자라요.”
▶여러 어려움도 있지만 최근 창업을 바라보는 대학가의 시선은 변화의 조짐이 있죠.
류창완 “창업 교육은 단순히 도전 정신을 키우는 것도 있지만 자신이 뭘 잘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예요. 스스로가 무엇을 잘하는지 파악하고 관련된 기업을 택한다면 생산성도 저절로 높아지겠죠. 개인은 행복을, 국가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요.
한편으로는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정년퇴임이 앞당겨지자 창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어요. 한양대는 동문들을 초청해 창업 교육을 실시하는데 예전엔 2 대 1이었던 경쟁률이 지금은 6 대 1까지 늘었어요. 50대에 명예퇴직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현실적으로 창업이 필요하게 된 거죠.”
손홍규 “류 단장님 말씀대로 대학에서 창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했어요. 안정적으로 여겨졌던 직업인 교수들도 창업에 주목하고 있죠. 창업에 참여한 의대 교수님에게 ‘할 일도 많을 텐데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느냐’고 물었어요.
저는 ‘일이 좋아서’, ‘기술로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싶어서’란 대답을 기대했는데 그 교수님은 ‘미래가 불확실해서’라고 답하셨어요.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이러한 교수 사회의 분위기가 대학원생들에게까지 전파됐고 머지않아 학부생들도 영향을 받게 될 거예요. 상아탑의 큰 변화죠.”
▶창업을 바라보는 긍정적 시선으로 창업센터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센터를 운영할 때는 무엇이 중요한가요.
이상곤 “학생들이 창업 준비 활동으로 학업의 단절을 겪지 않도록 창업 진화적인 학사 제도가 필요해요. 코리아텍은 창업휴학제도와 창업 장학금을 도입했어요. 또 현장 실습이나 학업과의 병행에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대체학점제도를 도입할 계획이에요.”
류창완 “대학 내 창업 유관 부서들이 일원화된 추진 체계를 갖춰야 해요. 개인적으로는 국내외 창업 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은 전문 창업 상담 인력을 국가 차원에서 양성해 각 대학에 배치하는 ‘전문 창업 상담관’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봐요.”
▶현재 각 대학 센터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요.
손홍규 “연세대 공학원 로비에서 ‘스타트업 취업 박람회’를 열었어요. 대기업 취업 박람회와 달리 또래 친구들이 최고경영자(CEO)로 참석해 회사를 소개하면서 학생들의 창업 욕구를 자극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재작년부터 스타트업에 취업한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대기업에 가면 개발자지만 초기 스타트업으로 가면 임원 직급으로도 입사가 가능해요. 학생들에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는 거죠.
작년에는 ‘위 스타트 업(WE start UP) 업스트리트 2018’로 이름을 짓고 서울산업진흥원과 함께했어요. 참여 기업의 브랜드나 제품을 홍보함으로써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했죠. 신촌이 갖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인근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까지 창업 역량을 전파할 수 있었어요. 학생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이틀간 8만 명이 참석했어요.”
류창완 “10년째 운영하는 ‘한양스타트업 아카데미’가 성과를 내고 있어요. 한 학기에 50명씩 참여하고 매주 토요일 16주간 운영되는 프로그램인데 졸업생과 학부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강의를 들어요. 2012년 7월 시작돼 지금까지 12기를 운영했어요.
졸업생들은 능력은 갖췄지만 시간이 부족하고 학부생들은 열정은 많지만 노하우를 모르잖아요. 그런데 이들을 연결하니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외부 강사들도 직접 창업을 경험한 동문들이에요. 학부생들은 학점 이수도 가능해 호평을 얻고 있죠. 12기까지 총 658명이 수료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348명이 창업에 뛰어들었어요.”
이상곤 “코리아텍이 자리한 천안은 한국의 제조업 벨트로 중소·중견기업들이 몰려 있어요. 우리는 기업체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활용하고 있어요. 모든 학생들이 개교 때부터 졸업 논문 대신 작품을 만들어요. 그 작품을 갖고 ‘코리아아이디어마켓(KIM)’을 열어 중소·중견기업들을 불러 아이디어를 서로 매칭해요.
재학생이 내놓은 제품화 아이디어를 경매 방식으로 가치 평가를 하고 창업이 가능한 아이템은 창업 동아리나 보육 기업과 연계해 사업화를 지원해요. 지금까지 10개의 매칭이 이뤄졌어요.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도 있고 합작해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 사례도 있어요.”
▶사실 창업은 공대나 경영대 학생들의 영역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인문계 학생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손홍규 “연세대 국문과에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 본사에 취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요. 문과 학생들이 어떻게 글로벌 IT 기업에 취업하게 됐을까요. 원인을 살펴보니 창업과 관련이 있었어요. 한국어 글로벌화 프로그램을 창업하는 방안을 연구하다가 해외 IT 기업과 연이 닿은 거예요. 창업 프로그램 운영을 경력으로 활용해 입사한 거죠.”
류창완 “인문대 학생이 글로벌 IT 기업 입사에 도전하는 자체가 ‘기업가 정신’이에요. 편견을 버리고 본인이 직접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루트를 알아내고 도전하는 거예요.”
▶기업가 정신은 무엇일까요. 왜 대학은 기업가 정신을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할까요.
류창완 “기업가 정신은 꼭 창업만을 위한 게 아니라 연구·취업·창작 등 다방면에서 발휘할 수 있어요. 현대사회의 필수 교양인 셈이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잠재력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제 생각엔 대부분의 한국 대학생은 수동적이에요. 자신이 왜 이 대학에 와서 이 전공을 택했고 졸업한 후에는 왜 이 회사를 택했는지 잘 몰라요. 그러다 어느 순간 경력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 오면 크게 당황하죠. 대학은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에게 스스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해요.
요즘 같은 시대에 대학이 지식만 전달한다면 직무유기예요. 기업가 정신이라는 필수 교양과목을 이수하게끔 하고 졸업시키는 것이 대학의 책무예요.”
이상곤 “저는 기업가 정신을 주인의식에 비유해요. 예전부터 사장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이 없나’라는 말을 하면 직원은 자기가 주인이 아닌데 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느냐고 반문하잖아요.
저는 그것을 벗어나야 한다고 봐요. 왜냐하면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은 나중에 사장이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개인의 사고 전환만으론 어려워요.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졌을 때 보상이 따르는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죠.”
손홍규 “대한민국 학생들의 기업가 정신은 한국에서는 ‘부모님을 이기는 게 아니라 설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봐요. 한국의 학생들이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확신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어요. 자신의 창업 아이템, 미래 비전,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어요.”
mjlee@hankyung.com
[커버스토리=기업가정신이 희망이다 인덱스]
①잊힌 ‘기업가 정신’을 찾아서
-"한국, 기업가 정신 쇠퇴" 56.4% "기업가 정신 교육 필요" 87.3%
-한강의 기적’을 만든 그들…기업가 정신 루트를 가다
-도전과 모험이 혁신을 부른다’…다시 읽는 슘페터와 드러커
②재도약의 성장 엔진 '기업가 정신'
-“CEO 되는 법이 아니라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배웠어요”
-“누구나 창업해야 하는 시대, 지식만 가르치는 건 직무유기죠”
-스타트업 육성하는 벤처 1세대…언론 노출 꺼리지만 ‘멘토’ 자처
-‘기업 가치 1조’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쓴 창업자들
③100년 기업을 키우자
-‘오너 경영’이 모든 문제의 근원일까?
-‘문 닫는 장수 기업들’…높은 상속세가 ‘발목
-“벤처·대기업 모두 차등의결권 허용해야”
④'제2 창업' 나선 기업들
-삼성, C랩 통해 스타트업 설립 지원…‘제2의 삼성전자’ 탄생 기대
-현대차, 반세기 달리며 ‘품질 경영’ 장착…미래차 게임 체인저로
-SK ‘직물 공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반도체·바이오에 공격 투자
-LG, 4대째 이어진 ‘연암정신’, 초일류 기업 만들다
-롯데, 기업 문화 혁신에 팔 걷어…유연근무제 도입·남성육아휴직 의무화
-포스코, 기업 시민 위한 ‘위드 포스코’ 새 비전…비철강 ‘강자’ 노린다
-한화, 과감한 투자·빅딜로 태양광 등 수직계열화…‘글로벌 한화’ 날개 편다
-신세계, ‘유통 혁신의 아이콘’…배송 경쟁력·스마트 초저가로 승부
-두산, 경영 혁신으로 ‘턴어라운드’ 성공…신사업 도전 나선다
-CJ, 창업 이념 ‘사업보국’ 정신, ‘K컬처’에 이어 ‘K푸드’로 확대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7호(2019.03.25 ~ 2019.03.31) 기사입니다.]
- 대학 창업지원단장 3인 좌담…“기업가 정신은 현대인의 필수 교양”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성의 상아탑’인 대학가에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창업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학생 창업 기업은 1503개로 전년 대비 26.2% 증가했다. 각종 지원책과 창업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어우러진 결과다.
한경비즈니스는 좀 더 생생한 대학생 창업의 현주소를 들어보기 위해 3월 18일 주요 대학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류창완 한양대 창업지원단장,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 이상곤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 경력개발실장(창업지원센터장)이 참석했다. 3명의 단장은 “창업 기업의 증감치와 같은 수치에 주목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게 시급하다”며 입을 모았다.
▶대학의 창업 상황은 어떠합니까.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이하 손홍규) “10년간 창업지원단장직을 맡으며 관찰해 보니 신입생 4000명 중 창업에 뛰어드는 학생의 비율은 1%예요. 매년 1000여 명의 학생이 창업 과목을 수강하지만 실질적으로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저는 학생 창업자들을 ‘아웃라이어’라고 생각해요. 일반적 시각에서는 제도권 교육과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창업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이들이죠. 한편으로는 취업했다가 다시 창업지원단으로 돌아와 창업하는 이들도 많아요. 이들은 ‘아웃라이어’는 아니었지만 사회생활을 해 보니 ‘홀로서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한 경우죠.”
류창완 한양대 창업지원단장(이하 류창완) “창업 교육의 목적은 학부생의 창업이 아니에요. 평균적으로 자료를 살펴보면 학생들이 졸업 후 5~8년 이내에 창업해야 성공률이 높습니다.
대학은 학생들이 졸업 후 창업할 것을 대비해 대학 시절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의무를 수행해야 해요. 기업가 정신을 재학 때부터 무장하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창업에 성공하게 돼요.”
이상곤 코리아텍 경력개발실장(이하 이상곤) “코리아텍은 매년 취업률이 상위권인 학교예요. 실제로 현장에서는 창업이 취업을 대신할 수 있는지, 학생들이 취업 말고 창업에 나서면 취업률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해요.
하지만 창업은 다양한 루트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해요. 우리는 현장 실습이나 취업 말고도 창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제공해 기회를 주려고 하죠. 2015년부터 창업지원센터가 만들어졌는데, 보통 1년에 창업 기업이 5곳, 많았을 때는 9개 기업을 배출했어요. 선배가 창업한 회사에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가면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어요.”
▶창업이 예상보다 활발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학생 창업을 가로막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이상곤 “가장 큰 문제는 ‘지도’가 없다는 거죠. 정보는 많지만 다음 여정에 대해 모르고 안내해 줄 사람이 없어요. 창업에 필요한 ‘인력’, ‘프로그램’, ‘제도’가 모두 필요하지만 세 가지 요소 모두 학생들이 마련하기엔 버거운 영역이에요.”
손홍규 “창업센터까지 찾아온 학생들은 실제로 창업 의지가 상당히 강한데 주변에서는 ‘왜 연대를 나와 창업하려고 해’라고 질문한다고 해요. 아직 우리 사회가 창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거죠. 또 학생들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학업과 창업을 병행할 여지가 없다는 거예요. 창업휴학제도 등 각종 지원책을 만들었지만 학생들에겐 현실적으로 버거운 모양이에요.”
류창완 “창업 교육을 하는 관점에서는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이 아쉬워요. 창업 성과는 장기적으로 측정해야 하는데 1년간 몇 개 기업이 생겼느냐는 근시안적 잣대를 가져다 대곤 해요. 학생들이 처음 들고 온 창업 아이템은 비즈니스라기보다 간단한 아이디어에 불과한 게 많아요. 하지만 시간을 두고 지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죠.
또 하나는 자금이에요. 창업지원단에서는 정부의 지원금을 학생들과 매칭해 주고 선배들은 엔젤 클럽을 만들어 투자해 주고 있어요. 한양대는 펀드 ‘팁스’와 ‘한양엔젤클럽’, ‘한양창업지원단투자펀드’ 등 기본 투자 재원도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모자라요.”
▶여러 어려움도 있지만 최근 창업을 바라보는 대학가의 시선은 변화의 조짐이 있죠.
류창완 “창업 교육은 단순히 도전 정신을 키우는 것도 있지만 자신이 뭘 잘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예요. 스스로가 무엇을 잘하는지 파악하고 관련된 기업을 택한다면 생산성도 저절로 높아지겠죠. 개인은 행복을, 국가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요.
한편으로는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정년퇴임이 앞당겨지자 창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어요. 한양대는 동문들을 초청해 창업 교육을 실시하는데 예전엔 2 대 1이었던 경쟁률이 지금은 6 대 1까지 늘었어요. 50대에 명예퇴직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현실적으로 창업이 필요하게 된 거죠.”
손홍규 “류 단장님 말씀대로 대학에서 창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했어요. 안정적으로 여겨졌던 직업인 교수들도 창업에 주목하고 있죠. 창업에 참여한 의대 교수님에게 ‘할 일도 많을 텐데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느냐’고 물었어요.
저는 ‘일이 좋아서’, ‘기술로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싶어서’란 대답을 기대했는데 그 교수님은 ‘미래가 불확실해서’라고 답하셨어요.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이러한 교수 사회의 분위기가 대학원생들에게까지 전파됐고 머지않아 학부생들도 영향을 받게 될 거예요. 상아탑의 큰 변화죠.”
▶창업을 바라보는 긍정적 시선으로 창업센터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센터를 운영할 때는 무엇이 중요한가요.
이상곤 “학생들이 창업 준비 활동으로 학업의 단절을 겪지 않도록 창업 진화적인 학사 제도가 필요해요. 코리아텍은 창업휴학제도와 창업 장학금을 도입했어요. 또 현장 실습이나 학업과의 병행에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대체학점제도를 도입할 계획이에요.”
류창완 “대학 내 창업 유관 부서들이 일원화된 추진 체계를 갖춰야 해요. 개인적으로는 국내외 창업 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은 전문 창업 상담 인력을 국가 차원에서 양성해 각 대학에 배치하는 ‘전문 창업 상담관’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봐요.”
▶현재 각 대학 센터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요.
손홍규 “연세대 공학원 로비에서 ‘스타트업 취업 박람회’를 열었어요. 대기업 취업 박람회와 달리 또래 친구들이 최고경영자(CEO)로 참석해 회사를 소개하면서 학생들의 창업 욕구를 자극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재작년부터 스타트업에 취업한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대기업에 가면 개발자지만 초기 스타트업으로 가면 임원 직급으로도 입사가 가능해요. 학생들에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는 거죠.
작년에는 ‘위 스타트 업(WE start UP) 업스트리트 2018’로 이름을 짓고 서울산업진흥원과 함께했어요. 참여 기업의 브랜드나 제품을 홍보함으로써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했죠. 신촌이 갖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인근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까지 창업 역량을 전파할 수 있었어요. 학생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이틀간 8만 명이 참석했어요.”
류창완 “10년째 운영하는 ‘한양스타트업 아카데미’가 성과를 내고 있어요. 한 학기에 50명씩 참여하고 매주 토요일 16주간 운영되는 프로그램인데 졸업생과 학부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강의를 들어요. 2012년 7월 시작돼 지금까지 12기를 운영했어요.
졸업생들은 능력은 갖췄지만 시간이 부족하고 학부생들은 열정은 많지만 노하우를 모르잖아요. 그런데 이들을 연결하니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외부 강사들도 직접 창업을 경험한 동문들이에요. 학부생들은 학점 이수도 가능해 호평을 얻고 있죠. 12기까지 총 658명이 수료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348명이 창업에 뛰어들었어요.”
이상곤 “코리아텍이 자리한 천안은 한국의 제조업 벨트로 중소·중견기업들이 몰려 있어요. 우리는 기업체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활용하고 있어요. 모든 학생들이 개교 때부터 졸업 논문 대신 작품을 만들어요. 그 작품을 갖고 ‘코리아아이디어마켓(KIM)’을 열어 중소·중견기업들을 불러 아이디어를 서로 매칭해요.
재학생이 내놓은 제품화 아이디어를 경매 방식으로 가치 평가를 하고 창업이 가능한 아이템은 창업 동아리나 보육 기업과 연계해 사업화를 지원해요. 지금까지 10개의 매칭이 이뤄졌어요.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도 있고 합작해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 사례도 있어요.”
▶사실 창업은 공대나 경영대 학생들의 영역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인문계 학생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손홍규 “연세대 국문과에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 본사에 취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요. 문과 학생들이 어떻게 글로벌 IT 기업에 취업하게 됐을까요. 원인을 살펴보니 창업과 관련이 있었어요. 한국어 글로벌화 프로그램을 창업하는 방안을 연구하다가 해외 IT 기업과 연이 닿은 거예요. 창업 프로그램 운영을 경력으로 활용해 입사한 거죠.”
류창완 “인문대 학생이 글로벌 IT 기업 입사에 도전하는 자체가 ‘기업가 정신’이에요. 편견을 버리고 본인이 직접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루트를 알아내고 도전하는 거예요.”
▶기업가 정신은 무엇일까요. 왜 대학은 기업가 정신을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할까요.
류창완 “기업가 정신은 꼭 창업만을 위한 게 아니라 연구·취업·창작 등 다방면에서 발휘할 수 있어요. 현대사회의 필수 교양인 셈이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잠재력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제 생각엔 대부분의 한국 대학생은 수동적이에요. 자신이 왜 이 대학에 와서 이 전공을 택했고 졸업한 후에는 왜 이 회사를 택했는지 잘 몰라요. 그러다 어느 순간 경력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 오면 크게 당황하죠. 대학은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에게 스스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해요.
요즘 같은 시대에 대학이 지식만 전달한다면 직무유기예요. 기업가 정신이라는 필수 교양과목을 이수하게끔 하고 졸업시키는 것이 대학의 책무예요.”
이상곤 “저는 기업가 정신을 주인의식에 비유해요. 예전부터 사장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이 없나’라는 말을 하면 직원은 자기가 주인이 아닌데 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느냐고 반문하잖아요.
저는 그것을 벗어나야 한다고 봐요. 왜냐하면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은 나중에 사장이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개인의 사고 전환만으론 어려워요.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졌을 때 보상이 따르는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죠.”
손홍규 “대한민국 학생들의 기업가 정신은 한국에서는 ‘부모님을 이기는 게 아니라 설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봐요. 한국의 학생들이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확신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어요. 자신의 창업 아이템, 미래 비전,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어요.”
mjlee@hankyung.com
[커버스토리=기업가정신이 희망이다 인덱스]
①잊힌 ‘기업가 정신’을 찾아서
-"한국, 기업가 정신 쇠퇴" 56.4% "기업가 정신 교육 필요" 87.3%
-한강의 기적’을 만든 그들…기업가 정신 루트를 가다
-도전과 모험이 혁신을 부른다’…다시 읽는 슘페터와 드러커
②재도약의 성장 엔진 '기업가 정신'
-“CEO 되는 법이 아니라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배웠어요”
-“누구나 창업해야 하는 시대, 지식만 가르치는 건 직무유기죠”
-스타트업 육성하는 벤처 1세대…언론 노출 꺼리지만 ‘멘토’ 자처
-‘기업 가치 1조’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쓴 창업자들
③100년 기업을 키우자
-‘오너 경영’이 모든 문제의 근원일까?
-‘문 닫는 장수 기업들’…높은 상속세가 ‘발목
-“벤처·대기업 모두 차등의결권 허용해야”
④'제2 창업' 나선 기업들
-삼성, C랩 통해 스타트업 설립 지원…‘제2의 삼성전자’ 탄생 기대
-현대차, 반세기 달리며 ‘품질 경영’ 장착…미래차 게임 체인저로
-SK ‘직물 공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반도체·바이오에 공격 투자
-LG, 4대째 이어진 ‘연암정신’, 초일류 기업 만들다
-롯데, 기업 문화 혁신에 팔 걷어…유연근무제 도입·남성육아휴직 의무화
-포스코, 기업 시민 위한 ‘위드 포스코’ 새 비전…비철강 ‘강자’ 노린다
-한화, 과감한 투자·빅딜로 태양광 등 수직계열화…‘글로벌 한화’ 날개 편다
-신세계, ‘유통 혁신의 아이콘’…배송 경쟁력·스마트 초저가로 승부
-두산, 경영 혁신으로 ‘턴어라운드’ 성공…신사업 도전 나선다
-CJ, 창업 이념 ‘사업보국’ 정신, ‘K컬처’에 이어 ‘K푸드’로 확대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7호(2019.03.25 ~ 2019.03.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