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0대 젊은 기후 운동가들, 수업 ‘빼먹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다

[TREND 글로벌 현장]
학생들 주도로 시작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부모들의 지지 확산

[한경비즈니스=베를린(독일)=박진영 유럽 통신원] 지난 3월 15일 금요일, 베를린·쾰른·뮌헨 등 주요 도시를 비롯해 독일 전역의 210여 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도시당 많게는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해 독일 전역에서만 30여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이번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바로 청소년들이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항의 물결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아시아·오세아니아 등 여러 대륙에 걸쳐 100여 개 이상의 국가, 2000개 이상의 장소에서 열린 전 세계적인 ‘행동’이었다.

청소년들은 직접 만든 포스터에 정치인과 기업 대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포스터에는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잠시 멈춰요’, ‘공룡들도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을 거야’, ‘기후가 우리의 2세 문제보다 더 절망적이다’ 등의 문구가 등장했다. 지난 몇 달 간 수많은 청소년들이 기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항의하며 매주 금요일 수업을 거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3월 15일 금요일의 행동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캠페인 그룹이 전력을 쏟아부은 세계적인 학생운동이었다.

파리기후협약 실행하라, 기후변화 조치 요구하는 학생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또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캠페인은 16세의 스웨덴 여학생 그레타 툰버그에 의해 시작됐다. 이 운동은 학생들이 금요일에 학교를 ‘빼먹고’ 기후변화 조치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할 것을 호소한다. 툰버그는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건물 밖에서 첫 시위를 벌였다. 그는 이후 ‘미래를 위한 금요일’ 캠페인의 간판이 됐고 올해 1월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초청받아 “나는 당신이 당황하길 바란다. 매일 내가 느끼는 공포를 당신도 느껴줬으면 좋겠다”고 당찬 연설을 하기도 했다.

툰버그는 이후 브뤼셀·앤트워프(벨기에)와 파리(프랑스)·함부르크(독일) 등 다른 유럽 도시에서 열린 기후변화 시위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하는 등 이 캠페인이 확산되는 데 역할을 해왔다. 툰버그는 이 공로로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현재 이 시위는 벨기에·네덜란드·독일·핀란드·덴마크·스위스·영국·오스트리아 등 유럽 전역을 넘어 미국·일본 그리고 기후 관련 시위가 드문 호주에까지 이르렀다.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 기후 관련 활동가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그들은 지구온난화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시기 기준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세계 196개국이 2015년에 합의(이후 미국은 협약에서 탈퇴했다)한 파리기후협약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경의를 표하기를 원하고 있다. 협약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개별 국가들은 각각의 욕망 때문에 언제나 이 목표를 멀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시위대가 세계 각국 정부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직면해 있는 기후문제를 둘러싼 심각한 환경문제를 공론화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항의 방식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핵심은 학생들이 수업을 하지 않고 거리로 나가고 있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도 의견은 갈렸다. 먼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더 빠르고 더 많은 조치를 촉구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칭찬하며 지지 선언을 했다.

메르켈 총리는 2월 25일 공개된 비디오 팟캐스트에서 “기후 보호를 명분으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싸운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동시에 메르켈 총리는 학생들에게 지구온난화로부터 세계를 보호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를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학생들이 석탄에서 나오는 문제 등 많은 일이 더 빨리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정부 수반으로서 우리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일자리와 건강한 경제를 기후 보호의 목표와 조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따라서 정부가 2038년을 독일이 석탄 화력에 대한 의존을 중단하는 날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학생들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아마도 매우 길게 느껴지겠지만 나는 그들에게도 이해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의 지지 발언은 몇몇 다른 독일 정치인들이 시위에 대해 취한 부정적인 시각과 상당히 대조적인 것이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를 빼먹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대표적으로 보수 성향의 바이에른 기독교사회당(CSU)의 안드레아스 쇼이어 교통장관은 “우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땡땡이’ 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 동료인 안야 카를리첵 교육부 장관 또한 비록 지지할 만한 헌신이라고 해도 자유 시간에 이뤄져야 하며 무단결석을 위한 정당성은 없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 운동을 비난하며 툰버그가 가벼운 자폐증인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요구 자체를 무시하기도 했다.

시위 지지하는 부모 세대 확산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학생들의 휴업 사태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독일에서는 아예 이들의 시위를 지지하기 위한 부모 단체인 ‘미래를 위한 부모(Parents for future)’가 설립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는 ‘어른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독일 쾰른시 근처에 사는 네 아이의 아버지이자 이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끈 토마스 스테그 씨는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과 그들의 요구를 지지하고 학교 파업을 명시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스테그 씨는 이와 같은 부모 조직의 시작에 대해 “14세에서 18세 사이의 학생들의 조직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얼마 후 다른 부모들과 함께 그들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캠페인 그룹은 지난 2월 중순 학생들의 뜻을 적극 지지하는 독일의 많은 부모들과 조부모들 그리고 뜻을 함께하는 어른들이 함께해 설립됐으며 불과 몇 주 만에 60개의 지역 단체가 설립, 1만4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미래를 위한 부모’에 지지 표명을 했다.

스테그 씨는 “일부 정치인들이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거부한다는 것을 핑계로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며 “그런 말을 하는 정치인들 또한 학생들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그 씨는 학교 수업을 놓치는 문제에 대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교들은 금요일 집회 참가를 허용하지만 다른 학교들은 수업에 빠지는 모든 학생들에 대해 집단적으로 처벌한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스테그 씨는 학생들을 제재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미래를 위한 부모’ 단체가 독일 학교들에 편지를 보내 학생들의 휴업 시위 현상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상호 해결책 모색을 촉구하는 이유다.

수업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다. 지난 3월 15일 독일 사회민주당(SPD) 안드레아 날레스 대표는 전날 연정 최고위 회의에서 기후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게 돼 기쁘다며 “연방정부는 2019년이 기후(변화 대처) 내각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7호(2019.03.25 ~ 2019.03.3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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