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디지털 부문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금융업이 e커머스·플랫폼 회사와 경쟁해야 하는 현실에서 디지털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중·장기 디지털 전략 방향은 ‘오픈 파이낸스(open finance)’다. 오픈 파이낸스는 외부와의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플랫폼·핀테크 기업들과 함께 미래 금융 환경에 대응하는 중·장기 디지털 전략이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미 골드만삭스와 같은 해외 선도 금융그룹은 독자 기술을 오픈 소스 형식으로 공개하며 영업 기밀까지 제공하는 수준의 혁신적 오픈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협업 생태계’ 구축해 활로 모색
우리은행이 추진하는 ‘오픈 파이낸스’의 핵심은 은행 내외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이디어와 기술제휴다. 기존 금융권에서 추진했던 폐쇄적 방식의 혁신에서 탈피하고 개방적 혁신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오픈 파이낸스 전략을 위해 오픈 데이터(open data)를 추진했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외부 기업에서도 자유롭게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우리은행은 외부와의 데이터 상호 개방을 위해 내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정비하고 외부와의 데이터 결합 제휴과 공공 데이터 적재를 통해 데이터를 확대했다.
디지털 전략의 또 다른 중심축은 오픈 API(Open API)다. 오픈 API를 이용하면 외부 기업도 은행의 기능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오픈 데이터와 오픈 API 구축을 위해 차세대 전산 시스템 ‘위니(WINI)’를 도입했다.
차세대 전산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에는 영업점 직원들이 단일 업무 처리에 5~6개 화면을 통해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과거에는 메인 프레임을 기반으로 한 코어 뱅킹 내부 시스템 간 연계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를 하나의 통합 단말로 구축했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 또 차세대 전산 시스템 기반에서는 오픈 API 구축 시 그룹 내에서도 자회사와 연계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고 외부 핀테크 업체와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등 개방성이 크게 개선된다. 이를 통해 외부 업체와 채널·플랫폼을 공유해 고객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신용 평가 모델 개발과 유망 기업 거래 활성화 등과 같은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협업 사례는 바로 우리은행이 뱅크샐러드와 맺은 양해각서(MOU)다. 뱅크샐러드는 기존의 금융을 데이터로 해석한 혁신적인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2030세대의 금융 장벽을 낮춘 핀테크 기업이다.
우리은행과 뱅크샐러드는 오픈 API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을 비롯해 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개발, 마이데이터 공동 사업 추진 등 구체적인 데이터 금융 연구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한 리뉴얼을 마친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위비뱅크’를 외부 스타트업과 고객 간 접점을 제공하는 오픈 뱅킹 채널로 구현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비금융 스타트업을 포함해 10여 개 스타트업과 협업 중이다. 향후 위비뱅크에 외부 핀테크 업체들이 들어와 은행 고객들에게 자사의 혁신 서비스를 마음껏 알릴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위비뱅크 내 다양한 외부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부 채널에서 우리은행의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금융그룹 독자적 수익 창출 목표
손태승 행장의 또 다른 목표는 디지털금융그룹의 독자적 수익 창출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금융그룹 조직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임원 인사와 조직 문화에도 변화를 줬다. 손 행장은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2018년 6월 우리은행에 합류한 황원철 우리은행 CDO는 HP·퍼스트데이터코리아·KB투자증권·동부증권·하나금융투자에서 금융 결제 시스템과 디지털 솔루션 개발 등을 총괄한 디지털 전문가다.
손 행장은 디지털금융그룸에 업무 환경과 인력·예산 등 필요한 리소스를 최대한 지원할 것을 강조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금융그룹이 영업점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익을 이끌어 내는 인터넷 전문은행 수준의 조직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영업점에서의 비대면 상품 판매 목표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그동안에는 비대면 상품을 판매하는 데 영업점에 방문한 대면 고객에게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은행은 비대면 상품은 비대면 채널에서의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19년 은행 경영계획 수립 시 디지털금융그룹을 ‘은행 내 은행’ 수준의 독자적 사업 그룹으로 진화하는 사업 전략 수립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존 본점에서 근무 중이었던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사무실을 본점 맞은편 남산센트럴타워 건물로 옮겼다. 정보기술(IT) 회사처럼 빠르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취지다.
디지털금융그룹은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개발해 오픈 API를 구축하고 블록체인·인공지능(AI)·빅데이터·생체인증 등 미래 금융 혁신을 이끌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고원명 우리은행 디지털전략부 부부장은 “개방형 혁신을 통해 은행 관점이 아닌 고객 관점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회사 중 최초로 원터치 개인 앱을 개발했다. 현재 다른 은행보다 앞서가고 있는 분야는. “우리은행은 지난 2년 동안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대면 서비스 업데이트를 홀딩해 놓은 상태여서 그동안 고객이 직접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없었다.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을 끝낸 후 올 1월부터 6월까지 원터치 개인 앱 리뉴얼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과거 2년 전 앱이 그대로 유지돼 왔지만 이를 편하게 생각하는 고객도 있고 다른 모바일 뱅킹 앱에 비해 불편하다는 고객도 있다. 하지만 이번 리뉴얼 TFT에서 고객 관점에서 사용자 환경(UI)과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전산 시스템은 무엇인가. “우리은행의 전반적인 업무와 관련된 코어 뱅킹 시스템이다. 주로 영업점의 일반 대면 고객을 위한 IT 시스템 개발이다. 우리은행의 차세대 전산 시스템 ‘위니’는 핵심 기능들을 모듈화해 구축돼 각 모듈별로 독립적이고 상호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향후 이를 통해 핀테크 업체나 스타트업을 포함한 외부 개발자 그룹이 API를 통해 은행과 신속하고 용이하게 협업할 수 있는 오픈 API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오픈 API를 구축하는 이유가 있나. “과거에는 은행이 외부 기업과 협업하려면 전용선망을 구축해야 했지만 점차 상호 개발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오픈 API의 도입이 중요해졌다. 전용선망은 은행과 해당 기업만의 전용 핫라인이기 때문에 제삼자가 참여할 수 없고 구축비용, 소요 기간, 표준화 등 이슈가 많다. 이런 폐쇄적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픈 API 구축이 필수적이며 장기적으로 고객 동의 등을 거쳐 허용된 데이터에 대한 내·외부 공유와 이를 통한 고객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등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6월 말까지 오픈 API 구축해 7월부터 API를 통해 외부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연계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계획이다. 뱅크샐러드·직방·겟챠 등과 오픈 API 제휴를 추진할 계획이다.”
-핵심 기능을 하나로 탑재한 통합 앱 출시 계획은 없나. “고객 접점에서 많이 쓰이는 앱은 원터치 개인과 위비뱅크다. 원터치 개인 앱은 6월 이후에 우리은행 대표 앱으로 개편해 오픈할 계획이다. 3월 28일 업데이트된 위비뱅크는 혁신적인 기능과 심플한 프로세스, 특화 상품 출시 등 고객 관점의 UI로 구성했다. 위비뱅크는 카카오뱅크 수준 이상의 편리성을 높였다. 금융 상품과 서비스 종류를 최소화하고 조작 단계를 축소해 거래 시간을 단축했다. 특히 핀테크 스타트업 입점 등 디지털마켓플레이스라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초기에는 해당 스타트업으로 연결되는 단순 링크 기능으로 운영되지만 향후 API를 통해 서비스를 주고받는 오픈 뱅킹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kye0218@hankyung.com
[커버스토리=2019 은행 모바일 뱅킹 앱 평가 인덱스] -①금융소비자 900명 설문, 2019 은행 모바일 뱅킹 앱 평가 -모바일 뱅킹 평가 1위 기업은행 ‘i-ONE뱅크’ -②은행별 디지털 전략 -국민은행 : “2025년까지 디지털에 2조원 투자”…애자일 조직이 변화 이끈다 -신한은행 : ‘돈키호테’ 자처한 진옥동 행장…“채용부터 조직까지 다 바꾼다” -KEB하나은행 : ‘1200명 디지털 전문 인력 키운다’…‘GLN’ 본격 가동 -우리은행 : 차세대 전산 시스템 본격 가동…개방형 혁신 '오픈 파이낸스'로 승부 -NH농협은행 : 범농협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중…단순 업무 로봇 대체 '선도' -IBK기업은행 : '동반자 금융', 디지털로 재창조…“인터넷 은행 넘어선 경험 제공”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8호(2019.04.01 ~ 2019.04.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