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 트레이더’ 많은 키움증권 수혜 전망…“찔끔 인하로 시장 영향 미미” 시각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주식거래로 손해를 봐도 세금을 내야 해 논란이 돼 온 증권거래세가 올해 상반기 안에 소폭 내린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인하 폭이 크지 않아 당장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반기 중 0.30%에서 0.25%로 인하
정부는 3월 21일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코넥스시장 등 주식거래 시장별로 세율을 0.05~0.20%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의 자본시장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모험 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투자 자금의 원활한 회수를 돕기 위해 연내 상장 주식의 증권거래세율을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상반기 안에 증권거래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행 0.30%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주식에 대한 거래세율(유가증권시장은 농어촌특별세 0.15% 포함)을 0.25%로 0.05%포인트 낮춘다. 코넥스시장은 벤처캐피털(VC) 등 투자 자금 회수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0.30%에서 0.10%로 0.20%포인트 내린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매도할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과도한 단기성 투기 등을 억제하기 위해 1963년 도입됐다가 폐지와 재도입을 거쳐 1996년부터 0.30%의 세율을 유지해 왔다.
금융 투자업계는 증권거래세 폐지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주식을 팔 때 이익과 손실에 상관없이 꼬박꼬박 세금을 매기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316조원이 증발하는 등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의 증권거래세 폐지 요구도 거세졌다.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증권거래세 완화를 거론하는 등 기획재정부를 직접적으로 압박했고 정부는 고심 끝에 이날 인하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거래세율 인하로 주식 투자자에게 연간 약 1조4000억원의 거래세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올해 연구 용역을 거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확대와 연계한 거래세 추가 인하 방안도 내년에 발표할 계획이다. 손실이 나도 내야 하는 거래세 과세를 줄이고 이익이 났을 때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과세를 늘릴 방침이다.
현재는 상장사 지분율이 1%(코스닥은 2%) 이상이거나 보유 주식 총액이 15억원을 넘는 대주주만 주식을 팔 때 양도세를 부담한다. 지난해 2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는 대주주 범위가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증권거래세 대신 양도소득세로 일원화해야”
금융 투자업계는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안을 우선 반기는 분위기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를 골자로 한 정부의 ‘혁신 금융 추진 방향’ 발표에 대해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글로벌 정합성 제고와 보다 국민 친화적인 세제안 마련 등 합리적 세제 개편에 대한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세 인하로 시장 유동성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0.05%포인트 인하를 감안하면 매년 증시에서 1조~1조5000억원이 거래 세수로 증발하던 것이 증시에 남아 있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만큼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거래세 인하는 투자 심리 개선에 따른 회전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맛없는 음식점이 음식 가격만 낮춘다고 손님이 많아지는 게 아닌 만큼 시장이 조금만 더 받쳐준다면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른 최대 수혜 증권사로는 키움증권 등이 꼽혔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키움증권은 단기 매매가 잦은 ‘헤비 트레이더’의 비율이 가장 높고 일평균 거래 대금 증가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증가도 가장 크기 때문에 증권거래세율 인하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이 기존 단순 ‘자금 중개자’에서 ‘자금 공급자’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상대적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금융지주가 세제 개편에 따른 수혜주로 꼽힌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거래세 인하 폭이 크지 않고 완전 폐지를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중 증권거래세율이 0.25%로 하향 조정된다고 하더라도 중국(0.10%)·대만(0.15%)·싱가포르(0.20%) 등 아시아 지역 국가에 비해 여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도 단번에 증권거래세를 대폭 낮추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계적 인하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투자자들이 체감하기에는 인하 수준이 낮아 거래 대금이 갑자기 증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인하 폭이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 작아 주식 거래 대금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증권거래세가 향후 점진적으로 더 낮아진다면 국내 증시에서도 차익 거래와 알고리즘 매매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0.30%의 증권거래세를 10% 또는 20% 수준으로 인하한다고 해도 1억원 거래를 가정할 때 각각 3만원, 6만원 정도의 세금 감소 효과에 불과하다”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거래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세를 장기적으로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독일·일본 등 16개국은 증권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 당국은 이번 인하를 시작으로 추가 인하 작업을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그 대신 양도소득세로 과세 방식을 일원화하는 합리적 과세 체계를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8호(2019.04.01 ~ 2019.04.07)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주식거래로 손해를 봐도 세금을 내야 해 논란이 돼 온 증권거래세가 올해 상반기 안에 소폭 내린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인하 폭이 크지 않아 당장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반기 중 0.30%에서 0.25%로 인하
정부는 3월 21일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코넥스시장 등 주식거래 시장별로 세율을 0.05~0.20%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의 자본시장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모험 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투자 자금의 원활한 회수를 돕기 위해 연내 상장 주식의 증권거래세율을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상반기 안에 증권거래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행 0.30%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주식에 대한 거래세율(유가증권시장은 농어촌특별세 0.15% 포함)을 0.25%로 0.05%포인트 낮춘다. 코넥스시장은 벤처캐피털(VC) 등 투자 자금 회수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0.30%에서 0.10%로 0.20%포인트 내린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매도할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과도한 단기성 투기 등을 억제하기 위해 1963년 도입됐다가 폐지와 재도입을 거쳐 1996년부터 0.30%의 세율을 유지해 왔다.
금융 투자업계는 증권거래세 폐지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주식을 팔 때 이익과 손실에 상관없이 꼬박꼬박 세금을 매기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316조원이 증발하는 등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의 증권거래세 폐지 요구도 거세졌다.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증권거래세 완화를 거론하는 등 기획재정부를 직접적으로 압박했고 정부는 고심 끝에 이날 인하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거래세율 인하로 주식 투자자에게 연간 약 1조4000억원의 거래세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올해 연구 용역을 거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확대와 연계한 거래세 추가 인하 방안도 내년에 발표할 계획이다. 손실이 나도 내야 하는 거래세 과세를 줄이고 이익이 났을 때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과세를 늘릴 방침이다.
현재는 상장사 지분율이 1%(코스닥은 2%) 이상이거나 보유 주식 총액이 15억원을 넘는 대주주만 주식을 팔 때 양도세를 부담한다. 지난해 2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는 대주주 범위가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증권거래세 대신 양도소득세로 일원화해야”
금융 투자업계는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안을 우선 반기는 분위기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를 골자로 한 정부의 ‘혁신 금융 추진 방향’ 발표에 대해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글로벌 정합성 제고와 보다 국민 친화적인 세제안 마련 등 합리적 세제 개편에 대한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세 인하로 시장 유동성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0.05%포인트 인하를 감안하면 매년 증시에서 1조~1조5000억원이 거래 세수로 증발하던 것이 증시에 남아 있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만큼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거래세 인하는 투자 심리 개선에 따른 회전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맛없는 음식점이 음식 가격만 낮춘다고 손님이 많아지는 게 아닌 만큼 시장이 조금만 더 받쳐준다면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른 최대 수혜 증권사로는 키움증권 등이 꼽혔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키움증권은 단기 매매가 잦은 ‘헤비 트레이더’의 비율이 가장 높고 일평균 거래 대금 증가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증가도 가장 크기 때문에 증권거래세율 인하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이 기존 단순 ‘자금 중개자’에서 ‘자금 공급자’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상대적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금융지주가 세제 개편에 따른 수혜주로 꼽힌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거래세 인하 폭이 크지 않고 완전 폐지를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중 증권거래세율이 0.25%로 하향 조정된다고 하더라도 중국(0.10%)·대만(0.15%)·싱가포르(0.20%) 등 아시아 지역 국가에 비해 여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도 단번에 증권거래세를 대폭 낮추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계적 인하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투자자들이 체감하기에는 인하 수준이 낮아 거래 대금이 갑자기 증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인하 폭이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 작아 주식 거래 대금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증권거래세가 향후 점진적으로 더 낮아진다면 국내 증시에서도 차익 거래와 알고리즘 매매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0.30%의 증권거래세를 10% 또는 20% 수준으로 인하한다고 해도 1억원 거래를 가정할 때 각각 3만원, 6만원 정도의 세금 감소 효과에 불과하다”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거래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세를 장기적으로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독일·일본 등 16개국은 증권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 당국은 이번 인하를 시작으로 추가 인하 작업을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그 대신 양도소득세로 과세 방식을 일원화하는 합리적 과세 체계를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8호(2019.04.01 ~ 2019.04.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