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0만 대 시대 ‘눈앞’…당신이 아직도 궁금해하는 5가지

[커버스토리=원더풀! 전기차 라이프]
-출력·토크 디젤차와 동급, 연료비는 10분의 1…전국 충전소 8000여 곳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파란색 번호판을 달고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익숙해졌고 편의점과 마트 등 유통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유통망을 전기차 충전소로 활용하고 나섰다.

전기차 시장의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5만5108대로 2017년 누적 보급 대수 2만5593대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1년 동안 내수 시장에서 3만 대 넘게 판매됐다는 얘기다. 이대로라면 올해 말 전기차의 누적 대수는 10만 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대중화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 전기차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1 전기차는 성능이 떨어지지 않나요

시장에 출시된 보급형 전기차는 한 번 충전했을 때 주행 가능 거리가 400km에 육박한다. 국내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긴 코나일렉트릭은 상온에서 405.6km의 주행거리를 보장한다. 서울에서 부산 정도는 중간 충전 없이 갈 수 있는 거리다.

383km의 주행거리를 보장하는 볼보 EV는 2017년 서울에서 제주까지 중간 충전 없이 로드 트립(장거리 자동차 여행)에 성공했다. 2017년 제주 국제 전기차 엑스포 실험 참여자들은 서울에서 목포까지 전기차를 몰고 페리호를 타고 내려 서귀포 시내까지 충전 한 번으로 도착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배터리가 개선되면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국내외 배터리업계 최초로 니켈·코발트·망간(NCM)을 8 대 1 대 1 비율로 섞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 제품이 본격적으로 양산되면 주행거리가 100km 이상 늘어나며 고가 소재 비율이 낮아져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성능도 뒤지지 않는다.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에 탑재된 64kWh의 대용량 배터리는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40.3㎏·m의 힘을 낸다. 코나 디젤이나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도 월등하게 힘이 좋다.

지난해 세계에서 15만대 가까이 팔린 테슬라 모델3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제로백)하는 데 3.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포르쉐·페라리 등 슈퍼카와 맞먹는 수준이다.

전기차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많은 궁금증이 뒤따른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전해질이 액체로 구성돼 있어 열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보완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으로 이동하는 전해액을 고체로 만든 것으로 열과 외부 충격에 강하다.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현재보다 주행거리·충전시간·안전성·내구성 등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 현재 전기차의 안정성 역시 내연기관차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냉각 기술의 발달로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의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충전소 등의 문제 때문에 전기차 사용이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충전소의 97%가 지붕 없이 비나 눈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홍수나 폭설 등 자연재해 발생 시 감전 등 안전사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충전소 안전에 대한 관리 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2 전기차는 충전소가 부족하지 않나요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충전소 인프라도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전기차 통합 정보 서비스 이브이웨어(EVwhere)에 따르면 4월 4일 기준 전기차 충전소는 8265개, 충전기는 14만571대다. 현재 전기차 충전소 1개소가 커버하는 전기차 수는 약 6.7대인 셈이다. 정부에 따르면 전기차용 급속 충전기는 올해만 2200기가 더 설치된다.

하지만 지역별 인프라 격차가 크고 공용 충전기 고장이 잦아 실제 사용자들이 느끼는 불편은 아직 내연기관차에 비해 큰 편이다.



최근 충전소도 생활 반경에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GS리테일은 GS25 등 전국 편의점 40여 곳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갖췄다. 2024년까지 GS25와 GS수퍼마켓 500곳에 전기차 충전 설비를 확대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LG전자와 손잡고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을 추진 중이다. 이곳에서는 LG전자가 설치한 350kW급 등 초고속 멀티 충전기를 통해 중형 전기차를 8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와 이마트는 올해 48개 이마트 지점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아차 전기차 차량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겐 내비게이션을 통해 해당 충전소의 위치와 현황 등을 안내해 준다.

전기차는 가정용 충전기로 집에서도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충전하듯이 집에 들어가 충전기에 꽂고 아침에 완충된 전기차를 끌고 나올 수 있다. 사용자들은 보통 심야용 전기를 통해 비용도 절감하고 잉여 전력을 이용한다.

전기차는 보통 완속 충전기로 충전하면 100% 충전에 5~9시간, 급속 충전기로는 80%까지 충전하는데 30~50분이 소요된다.

◆3 전기차 이용이 불편하지 않나요



전기차 사용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제조사에서 출시하는 앱이나 충전 사업자의 앱 등으로 충전량 확인, 충전량 설정, 예약 충전 등이 가능하다.

현대차의 블루링크와 기아의 UVO는 가입 시 차량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출발 시간, 목표 충전량(50~100%), 저렴한 요금 시간대 등 예약 충전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현대차 블루링크앱에서는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도 신청할 수 있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서비스 전용 앱도 개발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전용 앱을 통해 충전소 상태와 혼잡도, 경로 최적화, 차량 배터리 상태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 앱은 민간에서 먼저 출시됐다. 2015년 출시된 ‘이브이웨어(EVwhere)’와 ‘이브이인프라(EVinfra)’는 모두 전기차 1세대 이용자가 만든 국내 전기차 충전소 통합 안내 서비스다. 환경부·한국전력공사·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충전소 정보가 한데 모아져 있어 ‘전기차 필수 앱’으로 꼽힌다.

두 앱 모두 업데이트는 사용자 참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전국 전기자동차 사용자들이 커뮤니티와 채팅방을 통해 새로운 충전소 정보나 고장 사항 등을 공유한다. 집단지성이 모여 충전기 설치 위치나 대수, 충전 타입, 고장 여부, 사용자 평가 등 정보를 업데이트하거나 수정한다. 또한 내비게이션 서비스와 연결해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동선에 있는 모든 충전소를 알려준다.

전기차를 구매하기가 부담된다면 차량 공유 서비스로 전기차를 경험해 볼 수 있다. 현재 차량 공유 업체 그린카와 쏘카에서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4 전기차는 비싸지 않나요



전기차 가격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다소 비싸다. 다만 정부 보조금을 셈하면 실구입가는 크게 낮아진다. 여기에 내연기관 연료비 대비 약 10분의 1 저렴한 연료비와 세제 혜택 등을 더하면 장기적으로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더 저렴하다.

전기차 보조금은 크게 정부가 지원하는 국고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지자체보조금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때 두 보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시민이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을 구매하면 환경부에서 주는 900만원의 보조금과 서울시에서 주는 지방 보조금 450만원을 합쳐 총 135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보조금 지급 대상은 승용차 17종, 상용차 20종 등이다. 대당 국고보조금은 2018년 1200만원에서 올해 900만원으로 300만원 감소했다. 예산은 늘리되 더 많은 구매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국고보조금 산정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와 효율을 기준으로 한다. 상온(섭씨 영상 20~30도)과 저온(섭씨 영하 7도)에서 주행거리 차이도 반영한다. 스마트 기기의 배터리가 추우면 빨리 소모되는 것처럼 전기차의 주행거리도 겨울에 짧아지는 점을 고려했다.



차종별 국고보조금은 현대차 아이오닉(2018년형) 841만~847만원, 코나 일렉트릭 900만원, 기아차 니로 EV 900만원, 쏘울 EV 900만원, 르노삼성차 SM3 ZE(2018년형) 756만원, 쉐보레 볼트 EV 900만원, BMW i3 94ah(2018년형) 818만원, 테슬라 모델S 900만원(전 트림 동일)이다.

지자체별 보조금은 450만~1000만원이다. 전기차 목표 보급 대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대당 지원금이 적다. 도 단위로는 경기도가 500만~700만원으로 지원 금액이 가장 적었고 경상북도가 600만~1100만원으로 최대 지원 금액이 가장 컸다.

보조금 신청은 각 지자체별 보급 공고일 이후 소비자가 판매자와 구매 계약을 체결, 지원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구매 지원 신청서 등 증빙 자료는 환경부 전기자동차 통합 포털에 제출해야 한다. 원본은 판매사 등에서 일괄 제출한다. 지자체별로 보조금 지급 대상 선정 방식도 다르다.

전기차 구매자는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전기차는 승용·화물(소형) 차종을 불문하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최대 390만원까지 감면해 준다. 취득세 140만원을 합치면 세금 감경액은 최대 530만원에 달한다.

가장 큰 혜택은 연료비다. 전기차 연료비는 내연기관 연료비 대비 약 10분의 1 정도다. ‘환경부 전기차충전소’ 웹사이트에 따르면 연 1만3724km(2014년 승용차 평균 주행거리) 주행 시 아반떼 평균 연료비는 157만원, 아이오닉 연료비는 16만원(완속 충전 기준)이었다.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주차장 할인 50% 등 혜택이 있고 유지·관리비 절감 등을 고려하면 절감액은 더 커진다.

◆5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차일까요



전기차를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전기차 자체는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교통수단이지만 전기차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전기는 대부분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활용해 생산되기 때문이다.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가 전체 차량의 60%를 차지하는 노르웨이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수력발전 비율이 96%에 달한다”며 “한국은 전기차 에너지원의 70% 이상이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통해 생산되는 만큼 아직까지 전기차를 완벽한 친환경차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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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9호(2019.04.08 ~ 2019.04.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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