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생태계 핵심은 사람…‘도시청년 시골파견제’ 만든 이유죠”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 인터뷰
-중소기업 정보 데이터화, 맞춤형 지원에 활용 계획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5월 7일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경북경제진흥원 원장실에 들어서자 사무실 구석 한쪽에 빼곡하게 채워진 일정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흥원을 이끌고 있는 전창록(54) 원장은 “도내 중소기업들이 처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기 하려면 직접 만나 어려움이 무엇인지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취임 이후 매주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경제진흥원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 큰 어려움에 빠졌던 경북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경북도 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지원부터 기술 개발, 마케팅, 시장 개척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도내 일자리에 창출을 위한 ‘일자리 종합센터’의 역할도 하고 있다.

전 원장은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정책을 현장에서 직접 수행하는 정책 실행 전문 기관의 수장을 맡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맞춤형 지원을 통해 도내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이를 통해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6개월이 지났습니다.
“민간 기업에서 오래 근무하다 공공 기관으로 가게 됐는데 어떠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많아요. 일단 업무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 약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보통 민간 기업은 업무 속도가 하루 단위로 이뤄집니다. 의사결정이 상당히 빠른 셈이죠. 공공기관은 다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형평성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죠. 그래서 업무 처리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어요.

처음 취임하고 이런 업무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죠. 지금은 완전히 적응했고 업무와 관련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업무 자체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보니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뿌듯합니다. 민간 영역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됐고요.”


-현재 경북도 내 경제 상황은 어떻습니까.
“전반적으로 국내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경북도가 좋을 리 없습니다.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0.3%)를 기록했어요.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경제의 기초 체력이 낮아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경북도와 관련한 지표에서도 나타나죠.

최근 경북 지역 최대 산업단지인 구미공단의 공장 가동률이 55% 정도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전체 공장 중 약 절반 정도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놀고 있는 셈이죠.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환율이나 국제 유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등 굉장히 우리 경제에 불안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매주 경북도 내 중소기업들을 직접 찾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떤가요.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로 노동시간이 단축된 이야기들을 많이 듣습니다. 전반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의견들이 많아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도 업종이나 지역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물론 이런 부분도 중소기업 경영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중소기업들이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국만 봐도 페이스북·아마존·구글·넷플릭스처럼 200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기업들이 경제를 이끌고 있어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기존 대기업들이 주축이 되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여기에 납품하며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떠나니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죠.”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방의 혁신 생태계 조성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치 창출 원동력은 자본이나 자산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죠. 정말 똑똑하고 혁신적인 사람들을 지방으로 끌어와야 혁신 생태계 조성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실 지방은 좋은 일자리가 점차 줄다 보니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또 마냥 손을 놓을 수만도 없죠.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부터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라는 사업을 최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좋은 창업 아이템을 가진 타 지역 청년들이 경북에 와서 창업하게 되면 최대 5명까지 1인당 3000만원씩 지원해 주는 내용이죠. 작년에 시범 사업을 했고 올해 100명을 뽑아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어려워지는 만큼 방식도 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현재 이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현재 500억원의 예산을 갖고 80여 개 지원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발적이면서 일시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느꼈어요. 그런 방식보다 ‘창업’부터 ‘성장’까지 기업의 생애 주기별 단계에 맞춰 그때그때 필요하게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지원이 이뤄져야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기업이 커지면 그만큼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 방문을 통해 단순히 애로 사항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개별 중소기업의 상황을 하나하나 기록해 데이터화하는 작업도 병행 중입니다. 중소기업의 데이터가 쌓이면 각각의 기업의 단계에 맞춰 지원 사업을 연결해 줄 예정입니다. 또 이를 플랫폼화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북경제진흥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체와 공공기관에서 진행 중인 지원 사업들을 경북도 내 중소기업들에 알리고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4호(2019.05.13 ~ 2019.05.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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