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호텔방, 도움 필요할 때 ‘호텔지니’를 부르세요

[커버스토리 : 기적을 만드는 최강 영업팀36] KT AI사업단 AI플랫폼사업팀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활용한 기업들의 ‘AI 플랫폼 경쟁’이 거세다. 똑똑한 AI를 만들기 위한 성능 강화부터 동영상 시청이나 쇼핑도 가능한 ‘보는 스피커’까지 바야흐로 AI 스피커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 좋은 AI 스피커라고 하더라도 고객들이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KT AI사업단 AI플랫폼사업팀도 AI 스피커 ‘기가지니’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고민을 시작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AI 스피커의 활용도가 높은 공간을 찾자’였다. 사람들이 자주 오가며 문의할 것이 많은 공간. 정답은 ‘호텔’ 이었다.

◆‘지니야’ 부르면 객실 울려 퍼지는 프러포즈송

“처음 호텔에 도착하면 불은 어디서 켜야 할지, 온도는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헷갈리죠. 수건이나 욕실 용품 등 비품을 요청해야 할 때도 많고요.” 낯선 공간에 조금이라도 빨리 적응하기 위한 도우미로 AI 스피커를 활용하면 어떨까. 김홍준 팀장을 비롯한 AI플랫폼사업팀은 호텔이야말로 AI 스피커를 활용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KT AI플랫폼사업팀은 ‘호텔지니’에 적용할 기능을 검토하기 위해 실제 고객들이 호텔에 처음 도착해 겪는 불편 사항을 크게 10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냉난방 스위치가 어디에 있고 이를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문의가 많았어요. 또 호텔마다 TV 채널이 다르기 때문에 보고 싶은 채널을 찾는 게 어렵다는 건의 사항도 있었죠.”

호텔 투숙객들의 의견을 토대로 KT AI플랫폼사업팀은 호텔 이용 편의를 도모하는 데 집중했다. “지니야, 실내 온도 20도로 맞춰줘”, “지니야, 아이유의 ‘좋은 날’ 틀어줘”라고 명령만 내리면 편안하게 호텔방을 이용할 수 있다.

또 호텔에 설치된 AI 스피커는 기존 형태와 달리 터치스크린을 택해 활용도를 높였다. 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영어 모드’도 지원한다. 만약 외국인 이용객이 입실한다면 호텔지니는 자동으로 영어 모드로 설정된다.

AI 사업단에 따르면 호텔 투숙객들은 1박을 기준으로 약 30번 “지니야”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대면을 선호하는 최근 소비자들의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 직접 호텔 프런트 데스크의 전화를 걸어 조치를 기다리는 것보다 AI 스피커에 말만 걸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직원들도 반복되는 업무를 AI 스피커가 대신해 주면서 효율성이 향상됐다. “사실 투숙객들이 직접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묻는 것은 조식 시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냐는 등 반복되는 질문이 아주 많아요.

이러한 질문들을 호텔지니가 대신 답해 주면서 직원들의 근무의 질도 향상된 거죠.” 총 540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에 4개의 운영팀이 필요하다면 AI 호텔은 3개의 팀만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서비스뿐만이 아니다. 최근 호텔은 투숙을 넘어 파티나 바캉스를 즐기는 여가 공간으로 진화했다. AI플랫폼사업팀에 따르면 투숙객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기능은 ‘음악 재생’이다. 약 30번의 기능 중 8번이 음악 재생 기능이었다. 생일 축하 노래부터 깜짝 프러포즈송까지…. “지니야” 한마디면 손을 쓰지 않고도 원하는 음악을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를 거쳐 지난해 7월, 서울 중구에 있는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레지던스가 국내 최초의 ‘AI 호텔’로 개관했다. 노보텔은 KT의 AI 기술을 집약한 이른바 ‘기가지니 호텔’로 음성과 터치를 통해 24시간 조명과 냉난방 제어, 객실 비품 신청, 호텔 시설 정보 확인은 물론 객실 내 TV 제어와 음악 감상도 할 수 있다.

노보텔이 개관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호텔지니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KT에 따르면 서울 레스케이프, 부산 베이몬드, 부산 루이스해밀턴, 제주 헤이, 엠버서더 풀만 레지던스, 메이필드, 명동로열호텔 등 8곳(시범 운영 2곳 포함)에서 운영 중이다.

이는 AI플랫폼사업팀이 그야말로 ‘전천후’를 도맡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업무를 총괄하는 김홍준 팀장을 중심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맡은 ‘호텔지니의 아버지’ 박영복 과장, 다양한 기가지니의 사용처를 찾는 신규 도메인 확장 업무의 이현덕 과장, 한국을 넘어 글로벌무대로 기가지니의 진출을 추진하는 최윤선 대리 등 4명으로 이뤄져 있다.

◆호텔 개장 전 직접 200개 객실 누비며 설치

AI플랫폼사업팀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텔 객실에 AI 스피커를 설치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 호텔을 상대로 영업하는 것부터 AI 스피커의 작동을 돕는 것까지 우리 팀이 모두 ‘최초’로 시행 중이에요.”

김홍준 팀장과 3명의 팀원은 낮에는 호텔 관계자들을 만나고 밤에는 호텔 시스템을 공부하는 것에 열중했다. “그동안 KT의 영업은 통신 장비 등 ‘회선 중심’의 영업이었지만 호텔지니는 공간 서비스를 접목한 상품이기 때문에 호텔 서비스 관리자들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해요.”

이들은 호텔 중앙 관리 시스템과 호텔지니를 연동시키기 위해 호텔 관리 시스템(PMS)과 객실 관리 시스템(RMS)을 직접 공부했다. 공부를 통해 찾아낸 설치법을 시연하기 위해 헬멧을 쓰고 신축 호텔 공사 현장을 누볐다. 노보텔이 문을 열기 전에는 사업팀이 직접 200여 개의 객실을 하나하나 찾아 호텔지니의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AI플랫폼사업팀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기가지니의 범용성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호텔처럼 비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기가지니를 공급하는 것이다.
“산후조리원이나 요양병원, 혹은 병원 1인실처럼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돼야 하지만 관리자들을 자주 호출해야 하는 곳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기가지니의 수출이다. 호텔지니는 5월 말부터 일본어와 중국어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앞세워 일본·홍콩·말레이시아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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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5호(2019.05.20 ~ 2019.05.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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