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프리미엄 스마트폰 공장 이전으로 '들썩'
부동산·금융권 LG 잡기에 '분주'
베트남에 ‘LG’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추가 유치를 인도에 빼앗겼던 베트남은 LG전자 국내 평택 공장의 하이퐁 이전 소식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물론 규모면에서 연간 8000만 대 생산 규모를 인도에 건설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에는 한참 못 미치는 500만 대 규모지만 베트남은 LG전자 스마트폰 생산 라인의 양보다 질에 만족하고 있다.
그동안 LG전자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 공장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거점에 머물렀는데 이번 평택 공장의 하이퐁 이전으로 고가 스마트폰까지 베트남에서 생산하게 된 것이다. 베트남의 기대는 상상 이상이다.
단순히 생산 공장 유치만이 아니라 고가 스마트폰 생산에 따라오는 협력 업체 공장 유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 부동산 개발·공장 분양 기업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융권도 분주하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신한·우리·KB국민·IBK기업·KEB하나은행 등이 LG전자·협력 업체와 거래를 트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국내 한 은행의 하노이 지점장은 “LG전자를 잡기 위해 매일같이 하이퐁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큰 고객은 LG로,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금융사들이 모두 전력을 다해 LG와 LG 협력사들과 연을 맺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이전으로 수익성 개선 전망
평택 공장이 이전하는 베트남 하이퐁은 LG그룹의 최대 생산 거점이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이 한데 모여 통합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어 일명 ‘LG 하이퐁 캠퍼스’로 불리고 있다.
베트남 북부 하노이에서 76km 떨어져 있고 차로 이동하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LG전자는 베트남 내수 공급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흥이옌과 하이퐁 생산 공장을 2015년 통합해 이전했다. 이곳을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하이퐁 캠퍼스의 LG전자 부지만 약 80만㎡로 축구장 114개 크기다. 그동안 LG전자는 이곳에서 TV·스마트폰(중저가)·세탁기·청소기·에어컨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 등을 생산해 왔다.
하지만 평택 공장 이전으로 당장 오는 연말부터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 라인이 추가된다. 현재 공장 부지를 정하고 생산 라인 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산 라인은 기존 생산 라인과 비슷한 규모로 설립될 예정이다. 현재 하이퐁 캠퍼스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약 600만 대 생산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프리미엄 폰 500만 대 이상을 이곳에서 더 생산하게 된다.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 국내 생산을 고수해 왔던 LG전자가 베트남 이전을 결정한 이유는 수익성 개선 때문이다. 전자 업종은 베트남과 한국의 인건비를 비교하면 통상 1 대 6이다. 한국 직원 1명을 고용할 임금이면 베트남에서는 직원 6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협력 업체들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아직 베트남에 생산 공장이 없는 협력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납품하던 때보다 인건비가 줄어들어 수익성이 좋아진다.
이 때문에 이번 스마트폰 공장 이전에 협력 업체들의 이전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미 베트남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희성·혜성·블루컴 등 LG전자 스마트폰 협력 업체들이 상당수 있어 운송비 절감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KOTRA에 따르면 현재 하이퐁 지역의 월평균 최저임금은 418만 동(약 184달러)으로 중국 상하이(365.6달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256.1달러)에 견줘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여건도 좋다. 베트남에 투자한 외국 기업은 첫 4년 동안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LG전자는 이처럼 저렴한 인건비와 현지 세제 혜택을 기반으로 원가를 절감하면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업체에 맞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하이퐁 캠퍼스를 물류 거점으로 삼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흥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하이퐁에선 ‘삼성’보다 ‘LG’
현재 베트남에서 LG 브랜드는 한껏 힘을 받고 있다. 단순히 이번 스마트폰 공장 이전만이 아니라 LG전자가 하이퐁에 투자하는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28년까지 하이퐁 캠퍼스 안에 생산 라인을 꾸준히 신설·증축해 생산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15억 달러(약 1조68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이퐁 캠퍼스에 둥지를 튼 LG이노텍도 현재 약 5억 달러(약 5620억원)의 신규 투자를 확정했고 2016년 하이퐁에 패널 모듈 조립 공장을 착공한 LG디스플레이는 5억 달러를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이퐁 인근의 부동산 개발·공장 분양 기업, 취업을 원하는 인력들이 LG만 바라보고 있다.
베트남 하이퐁에서 부동산 개발·공장 분양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 하이퐁에서 제일 많이 들리는 말이 ‘생큐 엘지’, ‘웰컴 엘지’”라며 “이곳에서만큼은 ‘삼성’이라는 브랜드 네임보다 LG라는 브랜드 네임이 더욱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퐁에 이뤄지고 있는 LG의 대규모 투자에 외부 자금도 모이고 있다. 하이퐁엔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투자금액이 늘었다.
KOTRA에 따르면 하이퐁의 외국인 직접 투자 금액은 1988~2018년 누적 총액에선 베트남 내 6위에 불과하지만 2018년 한 해로 기간을 좁히면 3위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퐁의 연간 외국인 직접 투자 금액은 하노이(58억 달러)와 호찌민에 이어 3위(25억 달러)를 차지했다.
최근 하이퐁에는 국내 금융권의 대규모 부동산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과 코어트렌드 인베스트먼트, 밸류시스템 등 3개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베트남의 호앙 후이투자금융과 하이퐁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5000만 달러의 투자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이퐁 주변에는 물류 창고 건설도 한창이다. 대부분 LG와 협력 업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곳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의 CRE아시아라는 투자 회사로, 현재 하이퐁시에 620만 달러(약 740억원)를 들여 3만㎡ 규모의 창고를 건설하고 있다.
[돋보기] 젊은 총수 구광모가 바꾼 LG “과감하고 신속해졌다”
이번 LG전자 스마트폰 평택 공장의 베트남 이전 결정을 두고 구광모 LG 회장의 리더십이 재평가 받고 있다.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젊은 패기와 도전으로 LG그룹의 사업 구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엔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필요 없거나 성과가 나지 않는 부문이라면 속도감 있게 사업 구조를 바꾼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 회장의 결정력에 회사 내부 직원들도 감탄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LG전자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책임)은 “이번 평택 공장 베트남 이전 결정은 사실 5년 전에 이뤄졌어야 했던 것”이라며 “이제라도 원가절감이라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으니 좀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연구·개발(R&D)과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그동안 결정권자들이 수동적이고 보수적인 사업을 전개한다는 느낌이었는데 구 대표(회장)가 취임한 이후 적극적이고 과감해진 것 같다”며 “이제 뭔가 일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구 회장이 이끈 후 LG에는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수소연료 개발을 위해 5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LG퓨얼셀시스템즈를 지난 2월 과감히 정리했고 투자 대비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도 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이와 반대로 구 회장은 사업성이 보이는 분야에는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다. 8000억원을 베팅했고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이 밖에 LG화학도 최근 미국 듀폰에서 OLED 재료 기술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한경비즈니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6호(2019.05.27 ~ 2019.06.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