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명가’ 신일산업, 종합 가전 업체로 변신 중

[비즈니스 포커스]
-첨단 기술 활용한 서큘레이터·펫 브랜드 경쟁력 강화…매출 2000억원 목표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선풍기 1위’ 업체 신일산업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대도약을 꿈꾸고 있다. 신일산업은 올해 전사적인 연구$개발(R&D)과 품질 강화, 신제품 출시로 종합 가전 업체로 탈바꿈한다는 복안이다.

정윤석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60주년을 맞아 선풍기 회사로 고착된 기업 이미지를 종합 가전 기업으로 재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일환으로 신일산업은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 이미지(CI)와 브랜드 이미지(BI)를 선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2014년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따른 경영권 분쟁으로 중단됐던 TV 광고도 5년 만에 재개했다. 배우 한고은 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친숙하면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 선풍기 대명사 60년…이제 서큘레이터가 매출 효자

토종 기업인 신일산업은 1959년 소형 모터 제조사로 시작해 1964년 독자적인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선풍기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품질력과 탄탄한 유통망 구축을 통해 1978년 선풍기 하루 생산량 1만 대를 돌파했다.

모터 기술력을 기반으로 생활·주방·환경 가전 등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서큘레이터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증가하는 것에 주목해 모터 기술과 신기술을 접목한 서큘레이터 2종(공기 청정 서큘레이터, 2019년형 에어서큘레이터)을 시장에 내놓았다.

공기 청정 서큘레이터는 국내 최초로 선보인 제품으로 공기청정기에 서큘레이터 기능을 더해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맑은 공기를 빠르게 순환시켜 주는 제품이다. 신제품 에어서큘레이터는 DC모터를 채택해 기존 제품 대비 소비 전력과 소음을 최소화했다. 풍량도 다양화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스마트 홈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첨단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기능이 첨가된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해 신일산업은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인공지능(AI)과 IoT 기술을 활용한 음성인식 선풍기를 출시했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여름가전 외에도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제품군에 IoT$빅데이터 등 새로운 ICT를 적용한 프리미엄 라인의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2017년 펫 가전 브랜드 ‘퍼비(Fubby)’ 출시로 반려동물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18년 3조원에서 오는 2027년에는 6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신일산업은 펫 가전 브랜드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과 스타필드 내 ‘몰리스펫샵’에 입점해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시에 공략 중이다. 관련 제품은 반려동물 전용 욕조 ‘스파&드라이’, 자동 발 세척기, 펫 공기 청정 온풍기, IoT 항균 탈취 휘산기, 펫 항균 탈취 스프레이 등이다. 기존 반려견 중심 제품에서 향후 반려묘를 위한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장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 선유도 사옥 이전 ‘제2 도약’

내년 상반기엔 신사옥 이전 계획도 갖고 있다. 신일산업은 창립 60주년을 맞은 올해를 과감한 변화를 통해 종합 가전 기업으로서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적기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선진화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첫 단계로 지난 4월 새로운 CI를 공개했다. 2020년 상반기에는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선유도 신사옥에 입주해 제2의 도약을 달성해나갈 계획이다. 신사옥에는 80명의 직원이 입주할 예정이다. R&D 경쟁력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 선풍기 시장은 신일산업이 42%로 점유율 1위다. 경쟁사인 한일전기는 14%, 삼성전자는 3%를 차지하고 있고 기타 중소·해외 브랜드가 41%다. 매출에서 선풍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46%에 이른다. 이어 서큘레이터(11%), 이동식 에어컨(3%), 히터류(22%), 주방과 생활 가전(18%) 순이다.

선풍기 시장 경쟁 심화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서큘레이터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매출 효자로 부상하고 있다. 서큘레이터는 선풍기보다 멀리 바람을 보내며 공기를 순환해 주기 때문에 여름철 냉방 보조 기기로 쓰인다. 신일산업의 서큘레이터 매출은 2017년 165억원에서 2018년 310억원으로 2배 정도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올해 신일산업이 서큘레이터에서 5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일산업의 실적을 견인할 서큘레이터와 이동식 에어컨 제품은 단독으로도 많이 사용되지만 평균적으로 에어컨 판매량과 궤를 같이한다”며 “서큘레이터 제품의 홈쇼핑 방영이 전년 대비 1개월 빠르게 시작되면서 신일산업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1.3%, 16.5% 증가한 605억원과 95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계절 가전 수요가 폭증하는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 계절 가전 업체의 선풍기, 서큘레이터, 이동식 에어컨 등이 판매 호조가 예상된다.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공기청정기가 계절성 용품이 아닌 사계절 필수품으로 자리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 구조 다각화 효과도 톡톡히 봤다. 신일산업의 홈쇼핑 판매 비율은 2016년 8.9%, 2017년 15.4%, 2018년 3분기 누적 22.3%로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통한 매출액은 올해 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신일산업은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춘 혁신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687억원, 영업이익 147억원의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액은 약 20% 성장한 2000억원을 예상한다.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기까지 우여곡절도 겪었다. 2014년 천안공장 준공 과정에서 발생한 ‘적대적 M&A’ 시도로 경영권이 휘청거렸다. 이 때문에 2015년 매출액 1064억원, 영업손실 51억원을 기록해 한때 부도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최대 주주였던 김영 회장의 지분이 8.4%에 불과해 적대적 M&A 세력의 표적이 됐다.

이후 김 회장 등 회사 우호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성공, 어려운 상황에도 브랜드 마케팅과 R&D 투자에 매진한 결과 2016년 매출액 1240억원, 영업이익 49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신일산업은 60주년을 맞은 올해 ‘위대한 여정의 동행’이라는 비전으로 백년대계를 위해 파트너사와 함께 종합 가전 기업 도약을 목표하고 있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품질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신념으로 전사적으로 R&D와 품질 강화에 매진해 글로벌 종합 가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7호(2019.06.03 ~ 2019.06.09) 기사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