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이냐 궐련형이냐…불붙은 전자담배 전쟁

-쥴과 릴 베이퍼, 출시 초반 ‘품귀 현상’…중·장기 반응은 아직 ‘미지수’



(사진)서울 성수동에서 5월 22일 열린 전자담배 쥴랩스 한국 시장 공식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설립자인 아담 보웬(왼쪽)과 제임스 몬시스(가운데)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쥴(JUUL)의 국내 출시에 이어 KT&G가 액상형 전자담배 신제품 ‘릴 베이퍼’를 내놓았다. 그동안 아이코스·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가 주도했던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출시되면서 어떤 시장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KT&G는 5월 27일부터 릴 베이퍼와 전용 카트리지 시드를 편의점 CU와 릴 플래그십 스토어인 릴 미니멀리움, 인천공항 면세점 등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 액상 전자담배 시장 1위인 쥴이 5월 24일 출시되자 국내 담배업계 1위인 KT&G가 쥴과 방식이 유사한 릴 베이퍼를 3일 만에 출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KT&G는 릴 베이퍼가 액상 카트리지를 얼마나 소모했는지 알 수 있는 ‘퍼프 시그널’ 적용 등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개선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이 간편한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 출시는 새로 형성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KT&G의 의지가 반영됐다. 2017년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국내 출시할 당시 KT&G는 6개월 뒤에야 릴을 내놓으면서 이후 점유율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업계 추정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점유율은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60%, KT&G의 릴 30%,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의 글로가 10% 안팎이다.

쥴은 5월 24일 국내시장에 상륙했다. 쥴은 미국에서 2017년 출시된 이후 2년 만에 미국 전자담배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한 제품이다. 니코틴 수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담배를 태우고 USB 단자를 통해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국내 애연가 중에는 이미 해외 직구로 쥴을 구해 사용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인기다. 별도의 버튼이나 스위치가 없어 사용하기가 간편하며 일반 담배 연소 시 발생하는 담배 연기와 담뱃재로부터 자유로워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쥴의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한국은 쥴이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진출하는 지역이다. 또 국내법상 쥴 액상의 니코틴 함량이 미국에 비해 낮다. 그래서 국내 출시된 쥴에는 고유의 온도 조절 시스템을 적용해 미국에 비해 낮아진 니코틴 함량에도 사용자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아담 보웬 쥴랩스 설립자는 5월 2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쥴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12년 전부터 흡연했다”며 “대부분의 흡연자가 건강에 대한 우려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쥴을 만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공동 설립자인 제임스 몬시스 역시 “쥴은 일반 담배와 전혀 다른 제품으로 맛부터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며 “혁신을 통해 담배로부터 생기는 건강 문제와 간접흡연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전자담배 제조업체 죠즈도 6월 내에 클램셸 타입, 캡 분리형, 일회용 등 액상형 전자담배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죠즈는 액상 제품 출시와 함께 한국 법인도 출범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친다.

업계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신제품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만큼 흡연자들을 끌어들일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연기를 마시는 느낌을 뜻하는 타격감의 차이 때문이다. 쥴의 미국 내 니코틴 함량이 3%, 5%인 것과 비교해 최근 국내 출시된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1% 미만으로 차이가 난다. 업계 관계자는 “화려한 디자인으로 ‘쥴’이 초반에 인기를 얻고 있지만 타격감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등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며 “이전에 액상형 담배가 반짝 인기를 얻은 후 시장이 축소된 적이 있어 앞으로 시장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쥴은 매진 사례가 이어지고 예약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후기는 별로라는 반응이 많다.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줄이면서 “밍밍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릴 베이퍼의 니코틴 함량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호기심으로 한 번은 피우더라도 일반 담배(궐련 담배)의 대안으로 자리 잡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사진) 쥴랩스의 액상형 전자담배 쥴


◆성장세 이어지는 궐련형 전자담배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2017년 처음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는 올해 1분기 전체 담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1.8%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대신증권 등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2017년 15억 개비에서 2025년 214억 개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는 액상형 출시 계획이 없는 상태로 기존 궐련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에 집중할 방침이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서울 등 수도권 외에 지방을 공략하기 위해 부산 서면에서 6월 29일까지 ‘아이코스(IQOS)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아이코스’는 5월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현지 시장에도 판매되고 있다.
BAT코리아는 지난 3월 새로운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시리즈2 미니’를 출시했고 5월 말 색상 2종을 추가해 총 4가지로 제품군을 완성했다. 4월 초에는 ‘글로’의 전용 담배 ‘네오(Neo)’의 전체 제품 8종을 업그레이드해 판매를 개시했다. hawlling@hankyung.com

[돋보기] ‘아이코스’ 히트에 호실적 낸 필립모리스
글로벌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올해 1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하나금융투자는 5월 26일 필립모리스의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 1분기 필립모리스의 매출은 6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고 영업이익은 15.5% 감소한 20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부정적 환율 효과 제외 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2%, 9.1% 증가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며 “호실적은 궐련 담배 포트폴리오 호조와 궐련형 전자담배 출하량 증가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1분기 필립모리스의 궐련 담배 판매량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2%나 증가했다. 현재 필립모리스 매출은 궐련 담배 81.6%, 전자담배 18.4%로 구성돼 있다. 심 애널리스트는 “소송비용 등 일회성 비용 제외 시 손익은 가격 인상과 원가절감에 기인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일회성 비용은 캐나다 자회사인 RBH의 연결 분리(2억4000만 달러), 캐나다 담배 소송비용(1억9000만 달러), 파키스탄 공장 폐쇄 관련 비용(2000만 달러) 등 총 4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그는 “재고 조정 영향을 제외하면 1분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는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증가율(10.6%)보다 3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7호(2019.06.03 ~ 2019.06.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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