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추진하는 SK하이닉스…차세대 ERP 시스템 구축 완료

[비즈니스 포커스]
- 빅데이터 시대 ‘예측’의 중요성 커져…4시간 ‘최소’ 다운타임으로 성공적 전환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SK하이닉스가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반도체 수율 향상, 효율성 개선 등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최근 반도체 산업은 제조·개발의 미세 공정 난이도 증가 등으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머신러닝·딥러닝으로 최적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뒤따른다.

차세대 IT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력’뿐만 아니라 ‘시스템’ 측면의 변화도 필요하다. 빅데이터 시대에 맞는 기반 기술이 구축돼야 한다. 기존 시스템만으로는 대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가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지능형 경영관리 구축의 첫 단계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전환을 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ERP를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기반인 ‘S/4HANA’로 전환 구축을 완료해 지난 2월 24일 성공적으로 오픈했고 이후 3차례 결산을 통해 성공적인 전환을 확인했다”며 “이정도 규모의 S/4HANA ERP 전환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최초일 뿐만 아니라 국내 4대 대기업 중에서도 최초”라고 말했다.

신기술 플랫폼으로 빠른 전환 전략
ERP는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1990년대 이후 국내에 본격 등장했다. 생산·판매·자재·인사·회계 등 기업의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 관리하기 위한 주요 시스템으로 주목 받으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ERP 도입의 최근 이슈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로서의 ERP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영 환경에서 경영진이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데 주요 기능이 쏠린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판매 제품과 생산방식이 바뀌면서 ERP 시스템도 진화가 필요하다”며 “최초 ERP 도입 이후 2013년부터 약 2년에 걸쳐 1차 ERP 프로젝트로 기존 ERP의 통합을 추진했다면 지난해 4월부터 2차 프로젝트로 메모리 기반의 ERP 전환과 데이터 압축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ERP는 크게 프로세스·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부분으로 구분돼 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1월 G-ERP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ERP 통합 작업을 완료했다. 프로세스와 하드웨어 모두를 교체하는 작업이었다. 각 계열사와 부서에 따라 제각각인 시스템을 하나의 체계로 만든 것이다.

이번 ERP 전환은 그중 하드웨어를 바꾸는 과정이었다.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하드웨어의 성능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데이터 저장 창고가 ‘하드디스크’에서 ‘메모리’ 기반으로 교체됐다. 이와 같이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꾀하는 ERP 전환이 ‘컨버전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ERP 시스템을 재구축한 지 오래되지 않아 프로세스 변화보다 컨버전 방식으로 구축 전략을 모색했다.

새로 구축하려면 통상적으로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야 하는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또한 과거 데이터를 새로운 메모리에 그대로 옮겨 올 수 없다. 이에 반해 컨버전 방식은 과거 업무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고스란히 옮겨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세대 기술을 적용하는 신기술 플랫폼으로 빠른 전환을 고려할 때 효과적인 전략으로 채택된다.

준비 기간 6개월, 구축 기간 1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차세대 ERP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업무 처리의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본사와 해외 생산·판매 법인에 이르기까지 판매·구매, 재무 결산 등 일련의 업무 처리 속도가 이전보다 약 20~100배 향상됐다. 새로운 메모리에서 데이터 압축을 통해 텍스트 기준 8테라바이트의 용량이 1.2테라바이트로 줄어들면서 처리 속도와 성능이 향상됐다.

무엇보다 ‘예측’ 기능이 중요해졌다. 빅데이터 시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미래 전략을 위한 예측이다. 이번 ERP 전환은 데이터를 적시해 활용해 예측 기반 경영관리가 가능하도록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S/4HANA 도입은 미래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차세대 지능형 경영관리 시스템 구축의 1단계 과제였다. ERP 시스템에 향후 머신러닝·딥러닝 등 다양한 첨단 디지털 기술이 연계 될 수 있다. 타 시스템과의 실시간 데이터 통합이 전제돼야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다운타임 줄이는 ‘4-5-1’ 전략
SK하이닉스가 성공적으로 ERP 시스템을 전환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4-5-1’ 전략이 숨어 있다. 일반적으로 ERP를 S/4HANA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평균 50~60시간의 다운타임이 필요하다. ERP 시스템을 사용하는 중에는 데이터를 옮길 수 없어 전사적으로 시스템이 정지돼야 한다. 데이터 양이 많으면 그만큼 전환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장은 연중무휴다. 라인을 세우는 시간이 늘어나면 곧 엄청난 손실로 돌아온다. 이 때문에 ERP 전환을 위한 최소 다운타임으로, SK하이닉스는 4시간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1차 기술혁신을 통해 10시간으로 다운타임을 줄이고 다시 ‘4시간 다운타임-5시간 업타임-1시간 다운타임’을 통해 시간을 최소화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술혁신을 해도 최소 5시간의 다운타임이 필요한 상황에서 공장은 4시간 이상 멈출 수 없는 상황이 가장 큰 장애물이자 도전 과제였다”며 “다운타임과 업타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최소의 다운타임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본사와 해외 법인들에 대한 성공적인 S/4HANA 도입에 힘입어 비즈니스 형태가 다른 소규모 법인 또는 합작 투자사에 대해 별도의 클라우드 ERP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뷰] 송창록 SK하이닉스 DT(Digital Transformation) 담당 전무
“신속한 의사결정 지원…디지털 전환은 지속될 것”

SK하이닉스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 전환을 지휘한 송창록 SK하이닉스 DT 담당 전무는 차세대 ERP 도입은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 혁신”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제조 기업에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이유는.
“반도체 시장의 변화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는 가운데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의 다양성과 품질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제품 개발에 요구되는 기술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의 추진 방향은 무엇인가. 또 ERP 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디지털 혁신의 첫 단계는 2017년까지 진행된 IT-드리븐 이노베이션(Driven Innovation)이었다. 생산 현장-IT 부서-전사 3자 간 협업 체계를 완성하고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혁신을 추진했다. 그다음 단계는 데이터(Data)-드리븐 디시즌(Driven Decision), 즉 모든 의사결정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릴 수 있는 체계 구축이다. 이번 SAP S4/HANA 전환도 이에 포함된다. 향후에는 모든 데이터가 측정되고 지능화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텔리전트 컴퍼니로 나아갈 계획이다. 특히 ERP는 경영 의사결정의 근간이 되는 자원 관리 시스템으로,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시뮬레이션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결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ERP 전환을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진다.”

SAP S/4 HANA ERP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SAP S/4 HANA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In-Memory Database) 시스템이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에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S/4 HANA는 클라우드 버전이 있어 해외 자회사들에 이 클라우드 버전을 적용해 전사의 ERP를 쉽게 통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RP 전환의 성공 비결은.
“우선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번 전환 프로젝트는 국내에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보니 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이 발생했다.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많이 지쳤을 법도 한데 모두들 열정을 가지고 스스로 공부하고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ERP 시스템을 사용하는 현업 부서들과 함께 전환 과정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여러 번의 사전 테스트를 치밀하게 진행한 것도 주효했다.”

ERP 활용 다음 단계의 디지털 혁신은 무엇인가.
“ERP와 연동된 디지털 솔루션들을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현재 진행 중인 마스터 데이터의 정비가 완료되면 회사의 정보와 업무 체계가 표준화돼 데이터들의 상호 연계성이 투명해진다. 향후 메타 데이터를 포함한 전사의 데이터를 담은 데이터 레이크, 확장성을 높인 프라이빗 클라우드(Private-Cloud),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데이터 분석 플랫폼들을 ERP와 결합한다면 임직원 누구나 데이터 분석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한 업무 효율 개선이 가능해져 운영 전문성(Operation Excellency)을 추구하는 인텔리전트 컴퍼니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9호(2019.06.17 ~ 2019.06.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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