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캔 만원’ 시대 온다”…주세법 개정에 환호하는 수제 맥주업계
입력 2019-06-25 10:11:24
수정 2019-06-25 10:11:24
-생산원가 높아 그동안 가격경쟁 어려워
-종량제 전환에 대기업도 대거 시장 진입 예상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세법 개정과 관련한 수제 맥주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정부가 50여 년간 유지해 온 주세법 개편안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간 국내 주세법은 제조원가에 의해 책정된 이른바 ‘종가세’ 방식이었는데 이를 손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맥주와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이 매겨지는 ‘종량세’가 주세법의 근간이 된다.
이번 주세법 개정을 가장 크게 환영하는 곳은 단연 국내 수제 맥주업계다. 현 주세 체계에서 수제 맥주업계는 일반 맥주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종량세가 도입되면 더 싼값에 자체 생산한 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기존 수제 맥주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가세, 사실상 시중판매 불가능하게 만들어
그 배경은 이렇다. 원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를 풀어 설명하면 저렴한 재료로 만든 술은 세금도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제 맥주는 일반 맥주에 비해 더 비싸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맛이 진하고 풍미가 깊은 맥주를 만들어 낸다. 원가가 높고 세금 부담도 컸다.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도 비싸게 책정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현재 주요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국내 수제 맥주(캔 기준) 1개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3000원 이상이다. 국내 대형 맥주 업체가 생산하는 캔 맥주보다 40% 이상 비싸다. 연중 내내 특가 행사가 이뤄지는 수입 맥주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수제 맥주업계에서는 종량세로 주세가 전환되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금 인하 효과를 누리며 판매 가격이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그만큼 구매 매력도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수제 맥주업계 관계자는 “종량세로 전환되면 캔 기준으로 볼 때 현재보다 최소 1000원 이상 가격을 내려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제 맥주 역시 수입 맥주와 마찬가지로 ‘4캔에 만원’과 같은 다양한 행사를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여러 수제 맥주 업체들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문을 두드리며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영세 업체가 많은 만큼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 맥주 업체는 118개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정부가 소규모 수제 맥주 업체들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하며 판로 확대의 길을 열어줬지만 이들 업체 가운데 실제 시중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수제 맥주를 팔려면 캔이나 병과 같은 용기에 제품을 담아야 하는 만큼 생산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 주세법 체계에서는 소매점에서 수제 맥주를 판매하면 일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굳이 이런 리스크를 감안하면서까지 업체들이 판매를 시도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진만 한국수제맥주협회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많은 수제 맥주 업체들이 맥주 전문점(펍) 매장과 같은 한정적인 공간을 통해 제품을 소진하고 있지만 종량세로 개편되면 마트나 편의점 진출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600억원 규모 시장 더 커진다
수제 맥주 시장의 규모 역시 커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수제 맥주 시장은 불리하게 적용되는 주세법 체계에서도 점차 다양한 맥주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 급성장해 왔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5년 전과 비교해 보자. 50여 개에 불과했던 수제 맥주 생산 업체는 현재 두 배 넘게 늘었고 시장 규모는 무려 4배나 커져 현재 600억원이 넘는 돈이 수제 맥주 시장에서 오간다. ‘더부스’, ‘제주맥주’, ‘카브루’ 등 녹록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매출 50억원이 넘는 업체들도 탄생했다.
수제 맥주 시장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눈여겨보고 여러 대기업도 발을 내디디며 시장 규모를 키웠다.
신세계푸드는 2014년 수제 맥주 펍 ‘데블스도어’를 운영하며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패션 기업인 LF도 지난해 강원도에 양조장을 짓고 수제 맥주 브랜드 ‘문베어 브루잉’을 론칭했다. 편의점업계에서는 GS리테일이 국내 수제 맥주 업체 ‘카브루’와 협업해 수제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주세법이 개정되면 향후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가격 경쟁력을 보완한 만큼 새로운 수제 맥주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대기업들도 계속해 수제 맥주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식품업계 강자인 오뚜기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자사 로고를 부착한 수제 맥주(비매품)를 직원들에게 증정하면서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자본이 몰리고 경쟁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과당경쟁’ 우려가 나오는 것은 시장의 기본적인 원리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라는 것이 수제 맥주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수많은 기업이 경쟁하지만 자사만의 독특한 향으로 독과점 없이 서로 사이좋게 시장을 나눠 갖는 향수처럼 말이다.
한 수제 맥주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저마다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 것이 특징인 수제 맥주는 차별화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몰리는데 대해서도 “스타벅스가 국내에 들어와 커피 시장의 판을 키운 것처럼 대기업들의 수제 맥주 시장 진출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수제 맥주 생산으로 영세한 업체들이 향후 유통 판로를 개척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도 없지는 않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
-종량제 전환에 대기업도 대거 시장 진입 예상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세법 개정과 관련한 수제 맥주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정부가 50여 년간 유지해 온 주세법 개편안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간 국내 주세법은 제조원가에 의해 책정된 이른바 ‘종가세’ 방식이었는데 이를 손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맥주와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이 매겨지는 ‘종량세’가 주세법의 근간이 된다.
이번 주세법 개정을 가장 크게 환영하는 곳은 단연 국내 수제 맥주업계다. 현 주세 체계에서 수제 맥주업계는 일반 맥주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종량세가 도입되면 더 싼값에 자체 생산한 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기존 수제 맥주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가세, 사실상 시중판매 불가능하게 만들어
그 배경은 이렇다. 원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를 풀어 설명하면 저렴한 재료로 만든 술은 세금도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제 맥주는 일반 맥주에 비해 더 비싸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맛이 진하고 풍미가 깊은 맥주를 만들어 낸다. 원가가 높고 세금 부담도 컸다.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도 비싸게 책정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현재 주요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국내 수제 맥주(캔 기준) 1개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3000원 이상이다. 국내 대형 맥주 업체가 생산하는 캔 맥주보다 40% 이상 비싸다. 연중 내내 특가 행사가 이뤄지는 수입 맥주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수제 맥주업계에서는 종량세로 주세가 전환되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금 인하 효과를 누리며 판매 가격이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그만큼 구매 매력도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수제 맥주업계 관계자는 “종량세로 전환되면 캔 기준으로 볼 때 현재보다 최소 1000원 이상 가격을 내려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제 맥주 역시 수입 맥주와 마찬가지로 ‘4캔에 만원’과 같은 다양한 행사를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여러 수제 맥주 업체들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문을 두드리며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영세 업체가 많은 만큼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 맥주 업체는 118개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정부가 소규모 수제 맥주 업체들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하며 판로 확대의 길을 열어줬지만 이들 업체 가운데 실제 시중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수제 맥주를 팔려면 캔이나 병과 같은 용기에 제품을 담아야 하는 만큼 생산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 주세법 체계에서는 소매점에서 수제 맥주를 판매하면 일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굳이 이런 리스크를 감안하면서까지 업체들이 판매를 시도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진만 한국수제맥주협회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많은 수제 맥주 업체들이 맥주 전문점(펍) 매장과 같은 한정적인 공간을 통해 제품을 소진하고 있지만 종량세로 개편되면 마트나 편의점 진출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600억원 규모 시장 더 커진다
수제 맥주 시장의 규모 역시 커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수제 맥주 시장은 불리하게 적용되는 주세법 체계에서도 점차 다양한 맥주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 급성장해 왔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5년 전과 비교해 보자. 50여 개에 불과했던 수제 맥주 생산 업체는 현재 두 배 넘게 늘었고 시장 규모는 무려 4배나 커져 현재 600억원이 넘는 돈이 수제 맥주 시장에서 오간다. ‘더부스’, ‘제주맥주’, ‘카브루’ 등 녹록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매출 50억원이 넘는 업체들도 탄생했다.
수제 맥주 시장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눈여겨보고 여러 대기업도 발을 내디디며 시장 규모를 키웠다.
신세계푸드는 2014년 수제 맥주 펍 ‘데블스도어’를 운영하며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패션 기업인 LF도 지난해 강원도에 양조장을 짓고 수제 맥주 브랜드 ‘문베어 브루잉’을 론칭했다. 편의점업계에서는 GS리테일이 국내 수제 맥주 업체 ‘카브루’와 협업해 수제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주세법이 개정되면 향후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가격 경쟁력을 보완한 만큼 새로운 수제 맥주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대기업들도 계속해 수제 맥주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식품업계 강자인 오뚜기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자사 로고를 부착한 수제 맥주(비매품)를 직원들에게 증정하면서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자본이 몰리고 경쟁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과당경쟁’ 우려가 나오는 것은 시장의 기본적인 원리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라는 것이 수제 맥주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수많은 기업이 경쟁하지만 자사만의 독특한 향으로 독과점 없이 서로 사이좋게 시장을 나눠 갖는 향수처럼 말이다.
한 수제 맥주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저마다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 것이 특징인 수제 맥주는 차별화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몰리는데 대해서도 “스타벅스가 국내에 들어와 커피 시장의 판을 키운 것처럼 대기업들의 수제 맥주 시장 진출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수제 맥주 생산으로 영세한 업체들이 향후 유통 판로를 개척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도 없지는 않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