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환율전쟁 돌입?…‘포치 시대’ 연 위안화

-위안화 끌어내려 미 관세 공격 맞서
-과도한 원화 변동성 막기 위한 ‘대응’ 나서야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포치(破七) 시대를 열었다. ‘7이 무너진다’는 뜻의 포치는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일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1년여 만이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환율 조정은 최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데 대한 ‘반격’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두 경제 대국 간의 무역 전쟁은 환율 전쟁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8월 8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6% 올린(위안화 가치 하락)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미 외환시장에서는 8월 5일부터 위안화 환율이 7위안대로 올라왔지만 중국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기준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5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 넘어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시행하는 중국은 매일 오전 외환시장이 문을 열기 전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공표한다. 인민은행은 전날 시장에서 거래된 위안화 환율과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 바스켓 환율을 고려해 기준환율을 산정한다. 당일 중국 내 시장 환율은 인민은행이 제시한 기준환율 대비 상하 2% 범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한 것을 미국을 겨냥한 보복 조치로 보고 있다. 위안화 시장 환율이 8월 5일부터 나흘 연속 7위안 이상에서 머무르고 있는 데 이어 중국 당국이 미국이 원하는 위안화 가치 방어를 하지 않고 오히려 가치 하락을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추가로 보복 관세를 매길 미국산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가장 먼저 이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위안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놓고 오랜 기간 날 선 공방을 벌여 왔지만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7년 초 위안화 환율이 급등(가치 하락)해 7위안 선에 근접했을 때는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어 가며 7위안 돌파를 막기도 했다.





그랬던 중국 정부가 급기야 포치를 용인한 것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이자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의 충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이 수출하는 제품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외국인 자본이 중국에서 빠르게 빠져나가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일단 달러당 7.2~7.3위안 선까지는 허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그 이상으로 떨어지면 급격한 자본 유출과 주가 폭락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연말에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5위안까지 상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미국이 예고한 대로 9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위안화 환율이 연말까지 달러당 7.3위안 수준으로 상승하고 관세율이 25%까지 올라가면 7.5위안까지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포치 시대는 한국에도 충격을 안길 전망이다. 최근 원화 환율이 위안화 환율을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원화가 더 약세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8월 8일 발표한 ‘미국의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 전개와 영향’ 보고서에서 “미·중 갈등이 커져 위안화 변동성이 확대되면 원화 변동성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KIEP는 “원화 가치의 과도한 하락이 생기면 외환시장 개입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국에 대한 환율 압박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IEP는 또 “(한국도 환율 조작국에 지정되는 것을 막으려면) 원화 환율과 위안화 환율의 동조화라는 구조적 특징을 미국 측에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7호(2019.08.12 ~ 2019.08.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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