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스마트시티, 도로 밑 센서로 실시간 교통상황 파악

[커버스토리=한국 대표 스마트시티를 가다...송도·마곡·대구는 지금]
- 송도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 가보니
- 자체 개발한 운영 플랫폼 해외 수출 성과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 인천 서구 청라 국제도시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오토바이를 타고 몰려온 청소년들이 한 건물에 불을 지르려 하고 있었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지능형 CCTV가 이를 포착했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지능형 CCTV는 곧바로 송도 G타워에 있는 ‘스마트 시티 통합운영센터’에 이를 알렸다.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던 요원은 CCTV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경찰이 출동할 예정이니 당장 행동을 멈추라고 알렸다. 스마트 시티가 방화를 막은 실제 사례다.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인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또 다른 이름은 ‘스마트 시티’다. 송도·영종·청라 등 세 지역을 일컫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국내에서 가장 잘 자리잡은 스마트 시티로 꼽힌다.

해외에서도 인천경제자유구역 스마트 시티를 벤치마킹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송도 G타워 스마트시티운영센터가 문을 연 2014년부터 70개국에서 2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찾아와 인천 스마트 시티의 노하우와 기술에 대해 물었다. 올 3월에는 벨기에 왕비가 스마트 시티 운영센터를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국제도시’, ‘신도시’로 알려진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어떻게 세계적인 스마트 시티로 거듭났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송도 G타워를 찾았다.

◆하나의 플랫폼에 연결된 3개 지역

G타워는 송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바로 옆에 송도 센트럴 파크가 조성돼 있고 1.8km에 달하는 인공 수로를 기준으로 번쩍이는 마천루와 녹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G타워가 송도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이유는 단순히 좋은 입지나 독특한 건물 외관 때문만은 아니다. G타워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스마트 시티 컨트롤타워가 있다. G타워 3층에 있는 ‘스마트 시티 운영센터’가 그 주인공이다. 331㎡(100평) 규모의 스마트 시티 운영센터는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묶인 송도·영종·청라의 스마트 시티 시설물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관리한다.

센터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현황판은 CCTV 영상과 지도·그래프 등 다양한 데이터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모니터에 띄워진 화면에서는 3개 지역에 있는 CCTV·센서·사물인터넷(IoT) 설비 등 4550개의 스마트 시설물에 대한 모든 데이터가 시각화돼 나타난다.

이 데이터들은 인천 자유경제구역의 방범·방재·교통·환경 등 다양한 정보다. 예를 들어 방범 분야에서는 3개 지역의 지능형 CCTV를 통합 관제하며 배회나 월담, 비명소리나 유리가 깨지는 소리 등 데시벨이 높은 소리를 감지해 위험 상황을 탐지한다.

주요 교차로에 설치된 CCTV는 통과 차량의 번호 수집과 수배 차량의 번호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송도로 통하는 5개의 모든 교량에서 진출입 차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화재 등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도 적용됐다. 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많은 인천자유경제구역의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방사다리가 25층 이상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운영센터에서는 사고를 막기 위해 고층 빌딩을 고배율 원적외선 카메라로 감지하고 있다. 또 이를 인천 소방본부·재난안전본부·인천LNG생산기지 등과 연계해 재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교통 분야에서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도로 밑에는 센서가 부착돼 있어 실시간 교통 상황이나 도로 정보에 대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시설물 관리 분야는 시설물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원격으로 시설물의 상태를 파악하고 문제 상황을 고지한다. 이후 시설물 보수 인력을 현장에 출동시켜 효율적인 시설물 관리를 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IFEZ 스마트 시티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세 개 지역의 데이터가 수집되고 관리되는 셈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여의도의 70배 규모에 달하는 이 세 구역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IFEZ 스마트 시티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이 플랫폼에서는 각종 도시 기반 시설의 데이터를 수집해 가공하고 가공된 데이터를 활용해 도시를 운영하면서 스마트 시티의 기반 역할을 수행한다.



모든 데이터는 운영센터 바로 옆에 있는 데이터센터(SDDC)에 모인다. 수많은 데이터가 모이지만 규모는 약 231㎡(70여 평) 남짓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작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소프트웨어 가상화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모든 인프라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해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고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김종원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스마트시티과 정보관리 기술사는 “예전에는 1100여 대의 CCTV를 운영하려면 70~80대의 랙(서버가 탑재된 캐비닛)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한 대 정도로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효율화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으로 도시 혁신성 끌어올릴 것

인천자유경제구역청은 앞으로 스마트시 설물을 통해 도시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스마트 시티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스타트업 벤처 폴리스, 품’ 사업을 통해 스타트업 밸리를 만들 계획이다. 송도에 있는 ‘투마로시티’ 건물을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내년 공개한다.

고철원 인천자유경제구역청 스마트시티과 과장은 “스마트 시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시의 혁신성이 중요하다”며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두 기업이 송도에 자리 잡자 2년 만에 송도가 바이오산업의 메카가 된 것처럼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우리가 구축한 인프라를 통해 장기적으로 지원하면서 도시 전체의 혁신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자유경제구역의 특성을 살려 바이오·정보통신기술(ICT)·MICE 산업 중심의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간 액셀러레이터·투자사·기업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스마트 시티 중심의 스타트업 지원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IFEZ 플랫폼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보다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빅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실증할 수 있도록 도시 전체가 신기술 테스트베드가 된다.

김종원 기술사는 “공공 기관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지만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도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민간과의 협력이 필수인 만큼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데이터를 개방하고 민간 기업의 서비스와 기술 개발을 적극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10월에는 자율주행 환경에 최적화된 5G 인프라 구축도 완료된다. 경제청은 최근 5G망 기반 아래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SK텔레콤과 손잡았다. SK텔레콤은 인천자유경제구역에서 초정밀 전자 지도(HD맵)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위성항법장치(GPS) 기반 지도로는 자율주행차가 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HD맵은 자율주행 차량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센티미터(cm) 수준으로 정밀하게 공간 정보를 제공하는 자율주행 차량 전용 지도를 말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스마트 시티를 표방한 지는 벌써 16년째다. ‘유비쿼터스 도시법’이 재정되기 전인 2003년부터 U시티 설계와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스마트 시티를 위한 기반을 조성할 수 있었다.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스마트 시티의 목표를 ‘지속 가능성’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와 신기술을 많이 제공하는 것보다 도시를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효율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2017년 3개 지역을 통합한 플랫폼을 개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종원 기술사는 “IFEZ 스마트 시티 플랫폼이 바로 U시티 때와의 차별점”이라며 “U시티 시절에는 각종 정보 시스템이 연결되지 않고 방범·교통·환경에 대한 정보가 다 따로 모일 뿐만 아니라 송도·영종·청라에 대한 데이터도 각각 따로 수집됐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플랫폼 개발뿐만 아니라 스마트 시티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2년 국내 최초로 스마트 시티 민·관 협력 법인(PPP) ‘인천스마트시티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계획을 수립하면 인천스마트시티가 이를 설계하고 구축하고 운영까지 일괄적으로 관장한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3개 지역을 통합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일괄 설계와 운영을 위해 PPP 모델을 구축한 국내 유일의 사례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성과인 만큼 통합 플랫폼과 PPP 모델은 국내외에 수출 성과도 보유하고 있다.

김종원 기술사는 “공무원도 순환 보직을 하고 스마트 시티를 운영하는 사업자들도 계속 바뀌다 보면 운영이 체계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며 “일괄적으로 설계부터 운영까지 하고 있는 만큼 구축비와 운영비도 절감했다”고 말했다.



◆데이터 활용과 시민 참여가 관건

인천경제자유구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도시 곳곳이 스마트 시티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정부 주도하에 스마트 시티를 혁신 성장 8대 선도 사업으로 선정하고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유독 ‘스마트 시티’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는 이유다.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 도시가 일제히 스마트 시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는 2025년까지 지구상에 88개의 스마트 시티가 조성되고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70%가 스마트 시티에 거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마트 시티는 인적·물적 자원의 도심 집중으로 생긴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도시 모델이다. 한국은 주로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 시민들의 편의성을 끌어 올리는 기술 주도형 스마트 시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5G·빅데이터·AI 등 다양한 신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아직은 시범 단계이거나 실증 단계인 도시가 많아 스마트 시티의 직접적인 효과를 도출하기는 어렵다. 진정한 스마트시티로 거듭나기 위해 몇 가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먼저 ‘데이터 활용’에 대한 문제다. 한국은 개인 데이터 활용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중복에 의해 중복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없애기 위해 2018년 ‘데이터 3법’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종원 기술사는 “현재 교통 상황 정보나 차량 속도 정보에 대한 내용은 오픈할 수 있지만 실생활 맞춤형 서비스나 AI 개발을 위해서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며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면서도 개인 정보가 될 수 있는 선에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는 곧 신기술 개발의 연료이자 도시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스마트 시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민의 참여도 필수다. 리빙랩 등 시민 주도형으로 이뤄지는 유럽형 스마트 시티와 달리 아직까지 한국에서 시민들의 참여는 미미한 편이다. 지자체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을 각오하고 있다. 도시의 진정한 주인은 시민이기 때문에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각 지자체는 스마트 시티 홍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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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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