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질 고려대 로스쿨 원장 “교육 내실 다지기 집중…공적 영역 진출 확대할 것”
입력 2019-10-15 15:22:10
수정 2019-10-15 15:22:10
[스페셜 리포트Ⅰ] -안효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인터뷰
-“이공계 출신·직장 경력자 등 적극적 도전 기대”
[대담 = 장승규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 정리 = 안옥희 기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한 ‘2019 전국 로스쿨 랭킹’ 조사에서 사립대 1위를 차지했다. 고려대의 법학 교육은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고려대 로스쿨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 중이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 로스쿨에서 10월 7일 안효질 원장을 만나 6년 연속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었던 비결과 로스쿨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안 원장은 “로스쿨의 외형적 성장을 지속하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목표”라며 “취업의 질을 향상시키고 연구 환경도 개선해 고려대 로스쿨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로스쿨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활발한 인적 교류와 소통이 고려대 로스쿨의 강점입니다. 교육 측면에서 본다면 튜터링 제도가 대표적이죠. 튜터링은 교과·변호사시험 등 두 가지로 나뉩니다. 교과 튜터링은 로스쿨의 개설 과목을 이수한 선배 학생이 튜터가 돼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학습 방법과 시험 준비 등에 대해 지도합니다. 변호사시험 튜터링은 로스쿨을 졸업한 선배 변호사가 3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한 교육을 합니다. 이때 학습 방법뿐만 아니라 시험 대비를 위한 컨디션 조절, 스트레스 관리 등 일종 멘탈 교육도 병행하기 때문에 튜더링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2009년 로스쿨 출범과 함께 개원한 공익법률상담소(리걸 클리닉)와 2018년 문을 연 법창의센터도 고려대 로스쿨만의 차별점입니다. 공익법률상담소와 임상 법무 실습 과목, 2018년 설립된 법창의센터(CLC) 간의 연계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동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최근 고려대가 신규 임용 검사가 가장 많은 대학으로 조사됐습니다.
“고려대 로스쿨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검사를 많이 배출해 온 전통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적 부문 진출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로클럭(재판연구원) 분야에도 관심을 갖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어요. 이 같은 노력에 대한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초 발표된 로클럭 서류 전형 결과 고려대 로스쿨 재학생 지원자 10명이 모두 1차에 합격했고 그중 3명은 성적 우수 시험 면제자로 뽑혔습니다. 또한 최근 발표된 검찰 선발 시험 중 면접 대상자가 12명이나 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로스쿨 제도가 출범 10년 차를 맞았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로스쿨 제도의 여러 가지 목적 중 하나는 다양한 배경 지식과 경험을 가진 양질의 변호사를 배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법학 교육과 변호사시험을 일치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그 목적을 일부 달성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 개선할 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로스쿨 입학 전형 방식이 주로 인문사회계 출신과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학부 성적이 좋지 않은 이공계 출신이나 졸업 후 3~5년 정도 직장 경력을 쌓은 사람들에게 로스쿨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려대 로스쿨에서는 이번 입학 전형부터 정성평가에서 전문 자격이나 사회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의 자격증과 사회 경험을 반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현재 각 로스쿨의 입학 전형은 교육부의 지도 또는 통제하에 학부·법학적성시험(LEET) 성적 등 거의 획일화된 기준에 의해 선발하고 있어 각 학교의 자율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후 입학한 로스쿨 학생들이 정해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자격 취득은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미리 변호사시험 합격 정원을 정해 놓고 그 안에 들어가는 학생들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이미 상당수의 오탈자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향후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려대 로스쿨의 발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고려대 로스쿨은 국제 교류, 산학 협력 등 외형적 측면에서 여느 로스쿨과 비교해 큰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 위상에 걸맞게 앞으로는 교육의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게 특히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여야 합니다. 정규 교육과정과 특강·튜터링 등을 더 효과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빈틈없는 변호사시험 준비 시스템’을 제공하도록 노력 중입니다.”
-법률 수요 다양화에 대비한 대응 전략은 무엇입니까.
“다양한 전문 분야의 법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해 고려대 법전원에서 여러 가지 전문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성화 전문 과정으로 국제 비즈니스 전문 과정과 국제 통상 법무 전문 과정을 두고 있고 전문 과정으로 경제법·고용·복지법·금융법·기업법무 등 총 13개의 과정을 두고 있습니다. 또 로스쿨 과정은 아니지만 한 학기별로 운영되는 ESEL 최고위 과정도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2019학년도 1학기에는 제2기 과정으로 ‘해운·조선·물류·수산’을 주제로 바다를 둘러싼 산업과 법률문제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향후 ‘보건의료와 법’을 주제로 한 최고위 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고 앞으로 ESEL 과정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첨단 기술 발전으로 법률 서비스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로스쿨과 변호사의 미래는 어떨까요.
“현행 로스쿨 제도의 여러 단점을 직시하고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회를 이루고 일정한 관계를 맺는 한 법률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를 해결하는 전문가로서 변호사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겁니다. 향후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 법률가에 대한 수요가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컴퓨터나 AI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공감 능력을 흉내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매사에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자세야말로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 법률가가 갖춰야 할 자질이 아닐까요. 공감 능력을 지닌 ‘사람다운 변호사’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을 것입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
-“이공계 출신·직장 경력자 등 적극적 도전 기대”
[대담 = 장승규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 정리 = 안옥희 기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한 ‘2019 전국 로스쿨 랭킹’ 조사에서 사립대 1위를 차지했다. 고려대의 법학 교육은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고려대 로스쿨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 중이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 로스쿨에서 10월 7일 안효질 원장을 만나 6년 연속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었던 비결과 로스쿨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안 원장은 “로스쿨의 외형적 성장을 지속하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목표”라며 “취업의 질을 향상시키고 연구 환경도 개선해 고려대 로스쿨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로스쿨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활발한 인적 교류와 소통이 고려대 로스쿨의 강점입니다. 교육 측면에서 본다면 튜터링 제도가 대표적이죠. 튜터링은 교과·변호사시험 등 두 가지로 나뉩니다. 교과 튜터링은 로스쿨의 개설 과목을 이수한 선배 학생이 튜터가 돼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학습 방법과 시험 준비 등에 대해 지도합니다. 변호사시험 튜터링은 로스쿨을 졸업한 선배 변호사가 3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한 교육을 합니다. 이때 학습 방법뿐만 아니라 시험 대비를 위한 컨디션 조절, 스트레스 관리 등 일종 멘탈 교육도 병행하기 때문에 튜더링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2009년 로스쿨 출범과 함께 개원한 공익법률상담소(리걸 클리닉)와 2018년 문을 연 법창의센터도 고려대 로스쿨만의 차별점입니다. 공익법률상담소와 임상 법무 실습 과목, 2018년 설립된 법창의센터(CLC) 간의 연계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동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최근 고려대가 신규 임용 검사가 가장 많은 대학으로 조사됐습니다.
“고려대 로스쿨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검사를 많이 배출해 온 전통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적 부문 진출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로클럭(재판연구원) 분야에도 관심을 갖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어요. 이 같은 노력에 대한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초 발표된 로클럭 서류 전형 결과 고려대 로스쿨 재학생 지원자 10명이 모두 1차에 합격했고 그중 3명은 성적 우수 시험 면제자로 뽑혔습니다. 또한 최근 발표된 검찰 선발 시험 중 면접 대상자가 12명이나 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로스쿨 제도가 출범 10년 차를 맞았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로스쿨 제도의 여러 가지 목적 중 하나는 다양한 배경 지식과 경험을 가진 양질의 변호사를 배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법학 교육과 변호사시험을 일치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그 목적을 일부 달성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 개선할 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로스쿨 입학 전형 방식이 주로 인문사회계 출신과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학부 성적이 좋지 않은 이공계 출신이나 졸업 후 3~5년 정도 직장 경력을 쌓은 사람들에게 로스쿨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려대 로스쿨에서는 이번 입학 전형부터 정성평가에서 전문 자격이나 사회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의 자격증과 사회 경험을 반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현재 각 로스쿨의 입학 전형은 교육부의 지도 또는 통제하에 학부·법학적성시험(LEET) 성적 등 거의 획일화된 기준에 의해 선발하고 있어 각 학교의 자율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후 입학한 로스쿨 학생들이 정해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자격 취득은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미리 변호사시험 합격 정원을 정해 놓고 그 안에 들어가는 학생들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이미 상당수의 오탈자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향후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려대 로스쿨의 발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고려대 로스쿨은 국제 교류, 산학 협력 등 외형적 측면에서 여느 로스쿨과 비교해 큰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 위상에 걸맞게 앞으로는 교육의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게 특히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여야 합니다. 정규 교육과정과 특강·튜터링 등을 더 효과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빈틈없는 변호사시험 준비 시스템’을 제공하도록 노력 중입니다.”
-법률 수요 다양화에 대비한 대응 전략은 무엇입니까.
“다양한 전문 분야의 법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해 고려대 법전원에서 여러 가지 전문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성화 전문 과정으로 국제 비즈니스 전문 과정과 국제 통상 법무 전문 과정을 두고 있고 전문 과정으로 경제법·고용·복지법·금융법·기업법무 등 총 13개의 과정을 두고 있습니다. 또 로스쿨 과정은 아니지만 한 학기별로 운영되는 ESEL 최고위 과정도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2019학년도 1학기에는 제2기 과정으로 ‘해운·조선·물류·수산’을 주제로 바다를 둘러싼 산업과 법률문제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향후 ‘보건의료와 법’을 주제로 한 최고위 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고 앞으로 ESEL 과정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첨단 기술 발전으로 법률 서비스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로스쿨과 변호사의 미래는 어떨까요.
“현행 로스쿨 제도의 여러 단점을 직시하고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회를 이루고 일정한 관계를 맺는 한 법률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를 해결하는 전문가로서 변호사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겁니다. 향후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 법률가에 대한 수요가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컴퓨터나 AI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공감 능력을 흉내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매사에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자세야말로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 법률가가 갖춰야 할 자질이 아닐까요. 공감 능력을 지닌 ‘사람다운 변호사’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을 것입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