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기지 옮기고 브랜드 체험관 열고’…인도 잡기에 나선 기업들

-13억 내수시장, 연 5~7% 고성장 매력…삼성전자·기아차 이어 효성도 스판덱스 공장 완공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인도 진출에 가속도가 붙었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호된 시련을 겪어야만 했던 기업들은 ‘넥스트 차이나’로 인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중국의 다음 타자로 논하는 것은 인도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는 게 최근의 여론이다.
약 13억7000만 명의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수를 자랑한다.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매년 5~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고 외국인 투자에도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인도 공략법이 유독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000억원을 투자해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 노이다에 공장을 짓고 스마트폰 생산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 6800만 대인 현지 스마트폰 생산량을 노이다 1·2공장의 증설로 2020년 말까지 1억2000만 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탈환 노리는 삼성전자
이와 동시에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생산 공장의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 9월 30일 중국 내 남은 마지막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었던 후이저우 공장이 문을 닫았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함께 현지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대신하는 곳은 인도와 베트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설이 완료된다면 인도 공장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공장 중 최다 생산량을 자랑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은 생산 기지 구축과 함께 점유율 확대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시작은 중저가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저가 모델 라인업을 갤럭시 A, 갤럭시 M으로 개편하면서 갤럭시 M10·M20·M30를 인도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이러한 전략은 일단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분기 삼성전자의 인도 시장점유율은 26.3%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중국 샤오미로 28.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양 사의 격차는 1년 사이 2.4%포인트까지 줄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이 차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디 오 SA 이사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인디아 퍼스트’ 전략을 펼치며 부활했다”며 “이 추세를 이어 간다면 올해 하반기 인도에서 1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통해 고가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10월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인도에서 갤럭시 폴드는 10월 4일 사전 예약 판매, 10월 20일 순차 배송된다. 출고가는 16만4999루피(약 279만원)다.
삼성이 인도를 주목하는 것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인도는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다. SA에 따르면 인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3560만 대로 추산된다.
KOTRA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인도에서는 통신망 확충과 스마트폰 열풍으로 전자기기와 부품 수입액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러한 배경을 지닌 인도는 삼성전자엔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 됐다. 삼성전자는 2017년까지만 해도 인도 시장 1위였지만 2018년부터 중국 샤오미에 왕좌를 내준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반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도 인도에 집중돼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월 6일 인도 서부 대도시인 뭄바이를 찾아 현지 법인 관계자에게 모바일 부문 등 사업 현황을 보고받았다. 또 인도 정부가 외국 기업 투자 촉진 방안으로 단행한 TV 핵심 부문 관세 폐지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이번 인도 방문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3월 인도 최고 부호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지난 2월에는 방한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모디 총리 연임으로 ‘외국인 투자’ 활성화
인도 시장 공략을 서두르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기아차는 10월 10일 인도 델리 인근 구르가온 신도시에 해외 최초 글로벌 복합 브랜드 체험관 ‘비트 360 델리’를 개관했다. 기아차는 구르가온 외에도 뭄바이·벵갈루루 등 인도 주요 지역에 순차적으로 비트 360의 구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가 지난 8월 인도에서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는 지난 9월까지 예약 대수 5만 대를 돌파했다.
효성의 인도 첫 스판덱스 공장도 9월 20일부터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 아우랑가바드시 인근 아우릭 공단에 자리해 있고 연간 1만8000톤의 스판덱스를 생산할 수 있다. 효성은 신설 공장을 인도 내수시장 공략의 기지로 삼아 현재 약 60%인 시장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2007년 인도에 첫 진출한 효성은 인도에서 연 3억 달러(약 354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물류 기업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7월 인도 델리와 뭄바이에 영업 지사를 설립했다. 델리와 뭄바이 지사는 완성차, 자동차 부품, 일반 화물, 수출입 물류 등 4개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인도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현지 생산 공장을 갖춘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의 애프터서비스 부품 운송 수주 경쟁에도 참여한다. 특히 최근 인도에 진출하는 한국과 외국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물량 수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위의 인구수를 지닌 인도는 국내총생산(GDP)만 약 2조7200억 달러(약 3211조원)로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이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내수시장이 든든히 뒷받침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내수시장의 잠재력이 크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낮다는 점을 기업들은 주목하고 있다.
KOTRA는 ‘2019 인도 진출 전략’을 통해 인도의 주요 산업군으로 정보기술(IT)·자동차·전기전자·철강 등을 꼽았다.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스마트폰 시장과 함께 자동차 또한 내수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2017~2018 회계연도에 인도 내 승용차 판매량은 328만여 대로 전년도 304만 대에 비해 7.8% 증가했다. 철강 또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인도의 핵심 후방 산업으로 꼽힌다.
‘모디 노믹스’의 연속성이 확보됐다는 점도 인도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한다. 지난 5월 연임에 성공한 모디 총리는 2022년까지 제조업의 GDP 기여율을 현재 16%에서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세웠다. 이는 인도 내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25개 중점 산업을 지정하고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외국인 직접 투자(FDI) 상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7호(2019.10.21 ~ 2019.10.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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