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경쟁’서 고전하지만 IMO 규제 발 빠른 대응…“70척 탈황 장치 설치 끝내”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현대상선이 재도약을 위한 항해를 시작했다. 우선 2020년과 2021년 연이어 투입될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인다. 여기에 ‘IMO-2020(국제해사기구가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 조치)’을 대비해 선박에 스크러버(탈황 장치) 설치를 발 빠르게 진행함으로써 친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
지난 3월 취임한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도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며 현대상선의 신뢰 회복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디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성과 올려
올해 현대상선이 거둔 성과로는 제일 먼저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가입을 꼽을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컨테이너 선사들은 해운 동맹체를 통한 공동 운항을 진행 중이다. 2017년 4월 1일부터 시작한 디 얼라이언스에는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 일본 컨테이너 3사(NYK·MOL·K라인) 합병 법인 ‘원(ONE)’, 대만 선사 ‘양밍’이 속해 있다. 현대상선은 7월 1일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사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협력 기간은 2020년 4월부터 2030년 3월까지 10년이다.
현대상선은 2017년 4월부터 2M 얼라이언스와 ‘2M+H’라는 이름으로 전략적 협력을 해왔다. 다만 정회원이 아닌 준회원으로 협력은 제한적이었다. 컨테이너 선사들은 동맹 내 선사들과 공동 운항과 선복 공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
따라서 현대상선 또한 정식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합류에 대해 롤프 하벤 젠슨 하파그로이드 사장은 “현대상선의 신조 선박으로 디 얼라이언스의 서비스는 질적인 면에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상선이 향후 투입할 선박에 대해서는 “이 선박들은 친환경적이다. 그리고 다수의 최신 선대를 보유하게 될 현대상선이 디 얼라이언스의 최적의 파트너”라고 밝혔다.
배 사장은 “디 얼라이언스 정식 회원 가입이 한국 해운의 자긍심을 되찾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디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의 해운업계에서의 경험과 전략, 경쟁력 있는 선대, 고객 중심의 사고가 집결돼 현대상선의 고객과 임직원을 위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사장은 현대상선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글로벌 행보를 지속 중이다. 지난 4월 배 사장은 유럽 지역의 주요 화주들을 만나기 위해 출장을 떠났다. 런던에 있는 현대상선 구주본부를 방문하고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과 면담해 2020년 황산화물 규제와 향후 있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또 덴마크와 스위스를 방문해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 스위스 선사 MSC와 교류했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세계 정기 컨테이너 선사 협의체인 ‘박스클럽’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IMO 온실가스(GHG) 배출 규제를 포함해 국가별 경쟁법 이슈 등 해운업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또 배 사장은 박스클럽 회의와 함께 진행되는 세계선사협의회(WSC)에도 참석해 이사회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배 사장은 WSC 이사 멤버로 활동 중이며 임기는 2020년 9월까지다.
◆세계 순위 ‘10위권’ 진입했지만 적자는 여전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다시 높이기 위해선 탄탄한 내실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상선은 대형 선박 투입과 IMO 규제 대응을 시행 중이다.
2019년 11월 기준 현대상선의 운영 선대는 사선과 용선을 포함해 컨테이너선(4600TEU~1만3100TEU급) 60척(사선과 용선 포함), 유조선과 제품선 등 벌크선 30척 등 총 90척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1월 기준 현대상선의 글로벌 선사 순위(선복량 기준)는 10위로 총선복량은 37만7877TEU다.
올해 현대상선은 1997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다만 글로벌 선사들에 비해선 여전히 힘에 부친다는 지적이다. 용선의 비율이 여전히 높고 점유율이 1.6%에 그치기 때문이다.
약점으로 꼽힌 선대 규모는 내년부터 차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은 2020년 4월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투입한다. 총선복량만 27만6000TEU다. 이 선박들은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돼 현대상선은 물론 디 얼라이언스의 서비스 네트워크 향상에 기여한다. 현대상선은 이듬해인 2021년 4월 1만5000TEU급 선박 8척을 투입한다.
한편 해운업계는 코앞에 다가온 황 함유량 규제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IMO는 2020년 1월 1일부터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한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선박에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저유황유로 연료를 바꿔야 한다.
현대상선은 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 중이다. 지난해 새로 인도한 1만1000TEU급 선박 2척, 올해 신조 원유운반선(VLCC) 5척에 모두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했다. 또 현재 운항 중인 사선 19척에 스크러버 설치를 진행하고 있고 용선 20~25척 또한 선주 측에서 설치를 진행 중이다.
현대상선의 스크러버 설치는 타 선사들에 비해 한 걸음 앞서 진행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선대 70척 전후에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했다”며 “내년 상반기면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이 전체 선대의 약 70~8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연말 기준으로 전체 선박 중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의 비율이 10%인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상당히 빠른 속도다.
신속한 대처 이유는 현대상선이 저유황유 사용보다 스크러버 설치가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미리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상선은 선박 연료에만 약 7000억원을 지출했다. 스크러버 설치비용도 선박 1척에 70억~80억원이 들지만 장기적으론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유황유는 일반 벙커C유보다 1.5배 비싸기 때문이다. 글로벌 선사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따르고 있다. 머스크라인은 저유황유를 쓰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선회해 스크러버 설치 예산을 늘렸다.
현대상선은 1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5년간 부진한 영업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IMO의 규제가 본격화되는 2020년은 대형 선박의 투입을 통해 경쟁해 왔던 해운사들엔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숙제가 주어지는 시기다. 향후 선사들엔 막대한 비용 지출이 필요한 만큼 현대상선이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1호(2019.11.18 ~ 2019.11.24)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현대상선이 재도약을 위한 항해를 시작했다. 우선 2020년과 2021년 연이어 투입될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인다. 여기에 ‘IMO-2020(국제해사기구가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 조치)’을 대비해 선박에 스크러버(탈황 장치) 설치를 발 빠르게 진행함으로써 친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
지난 3월 취임한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도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며 현대상선의 신뢰 회복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디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성과 올려
올해 현대상선이 거둔 성과로는 제일 먼저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가입을 꼽을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컨테이너 선사들은 해운 동맹체를 통한 공동 운항을 진행 중이다. 2017년 4월 1일부터 시작한 디 얼라이언스에는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 일본 컨테이너 3사(NYK·MOL·K라인) 합병 법인 ‘원(ONE)’, 대만 선사 ‘양밍’이 속해 있다. 현대상선은 7월 1일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사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협력 기간은 2020년 4월부터 2030년 3월까지 10년이다.
현대상선은 2017년 4월부터 2M 얼라이언스와 ‘2M+H’라는 이름으로 전략적 협력을 해왔다. 다만 정회원이 아닌 준회원으로 협력은 제한적이었다. 컨테이너 선사들은 동맹 내 선사들과 공동 운항과 선복 공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
따라서 현대상선 또한 정식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합류에 대해 롤프 하벤 젠슨 하파그로이드 사장은 “현대상선의 신조 선박으로 디 얼라이언스의 서비스는 질적인 면에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상선이 향후 투입할 선박에 대해서는 “이 선박들은 친환경적이다. 그리고 다수의 최신 선대를 보유하게 될 현대상선이 디 얼라이언스의 최적의 파트너”라고 밝혔다.
배 사장은 “디 얼라이언스 정식 회원 가입이 한국 해운의 자긍심을 되찾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디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의 해운업계에서의 경험과 전략, 경쟁력 있는 선대, 고객 중심의 사고가 집결돼 현대상선의 고객과 임직원을 위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사장은 현대상선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글로벌 행보를 지속 중이다. 지난 4월 배 사장은 유럽 지역의 주요 화주들을 만나기 위해 출장을 떠났다. 런던에 있는 현대상선 구주본부를 방문하고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과 면담해 2020년 황산화물 규제와 향후 있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또 덴마크와 스위스를 방문해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 스위스 선사 MSC와 교류했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세계 정기 컨테이너 선사 협의체인 ‘박스클럽’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IMO 온실가스(GHG) 배출 규제를 포함해 국가별 경쟁법 이슈 등 해운업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또 배 사장은 박스클럽 회의와 함께 진행되는 세계선사협의회(WSC)에도 참석해 이사회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배 사장은 WSC 이사 멤버로 활동 중이며 임기는 2020년 9월까지다.
◆세계 순위 ‘10위권’ 진입했지만 적자는 여전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다시 높이기 위해선 탄탄한 내실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상선은 대형 선박 투입과 IMO 규제 대응을 시행 중이다.
2019년 11월 기준 현대상선의 운영 선대는 사선과 용선을 포함해 컨테이너선(4600TEU~1만3100TEU급) 60척(사선과 용선 포함), 유조선과 제품선 등 벌크선 30척 등 총 90척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1월 기준 현대상선의 글로벌 선사 순위(선복량 기준)는 10위로 총선복량은 37만7877TEU다.
올해 현대상선은 1997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다만 글로벌 선사들에 비해선 여전히 힘에 부친다는 지적이다. 용선의 비율이 여전히 높고 점유율이 1.6%에 그치기 때문이다.
약점으로 꼽힌 선대 규모는 내년부터 차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은 2020년 4월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투입한다. 총선복량만 27만6000TEU다. 이 선박들은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돼 현대상선은 물론 디 얼라이언스의 서비스 네트워크 향상에 기여한다. 현대상선은 이듬해인 2021년 4월 1만5000TEU급 선박 8척을 투입한다.
한편 해운업계는 코앞에 다가온 황 함유량 규제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IMO는 2020년 1월 1일부터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한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선박에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저유황유로 연료를 바꿔야 한다.
현대상선은 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 중이다. 지난해 새로 인도한 1만1000TEU급 선박 2척, 올해 신조 원유운반선(VLCC) 5척에 모두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했다. 또 현재 운항 중인 사선 19척에 스크러버 설치를 진행하고 있고 용선 20~25척 또한 선주 측에서 설치를 진행 중이다.
현대상선의 스크러버 설치는 타 선사들에 비해 한 걸음 앞서 진행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선대 70척 전후에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했다”며 “내년 상반기면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이 전체 선대의 약 70~8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연말 기준으로 전체 선박 중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의 비율이 10%인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상당히 빠른 속도다.
신속한 대처 이유는 현대상선이 저유황유 사용보다 스크러버 설치가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미리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상선은 선박 연료에만 약 7000억원을 지출했다. 스크러버 설치비용도 선박 1척에 70억~80억원이 들지만 장기적으론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유황유는 일반 벙커C유보다 1.5배 비싸기 때문이다. 글로벌 선사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따르고 있다. 머스크라인은 저유황유를 쓰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선회해 스크러버 설치 예산을 늘렸다.
현대상선은 1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5년간 부진한 영업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IMO의 규제가 본격화되는 2020년은 대형 선박의 투입을 통해 경쟁해 왔던 해운사들엔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숙제가 주어지는 시기다. 향후 선사들엔 막대한 비용 지출이 필요한 만큼 현대상선이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1호(2019.11.18 ~ 2019.1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