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의 경제돋보기] 갈 길 잃은 기업들

[경제 돋보기]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행이 11월 5일 발표한 ‘2018년 기업 경영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경영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의 비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규모를 나타내는 이자 보상 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의 비율이 35.2%를 기록했다. 전체 기업 3분의 1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2016년 31.8%, 2017년 32.3%로 서서히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18년 크게 상승해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18년 전체 기업의 이자 보상 비율은 470.9%로, 2017년 537.4%보다 66.5%포인트 하락했다. 이자 보상 비율은 2009년 이후 계속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8년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자 보상 비율이 하락한 것은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2017년 6.1%에서 5.6%로 감소했고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제조업은 석유화학 업종과 자동차 업종에서 부진했다.

비제조업은 도소매업의 경쟁 심화로 마진이 대폭 감소했다. 이자 보상 비율의 하락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나타나 대기업은 7.6%에서 7.2%, 중소기업은 4.0%에서 3.5%로 감소했다.

기업의 수익성뿐만 아니라 성장성 면에서도 악화한 수치가 나타나고 있어 우려스럽다. 제조업에서 수출 증가 폭 축소에 힘입어 매출액 증가율이 9.2%에서 4.0%로 반 토막이 났고 대기업은 7.9%에서 2.7%로, 중소기업은 11.0%에서 5.9%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반 부진하게 되면 3년 연속 이자 보상 비율이 100% 미만 기업을 의미하는 한계기업의 수가 증가하게 된다.

이것은 시장 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을 흔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 무역 갈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1996년 중소기업청이 신설된 이후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기까지 중소·중견기업 육성에 129조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향상되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 수도 정체 상태에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장비 관련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674개 업체 중 73개가 한계기업이었다. 이것은 2012년 578개 업체 중 19개가 한계기업이었던 것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인 정부의 지원책으로 이자 비용은 고사하고 자본 잠식을 감행하면서 연명하는 좀비 기업들은 빠르게 청산돼야 한다.

자유 시장 경제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의 기본은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옥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기술력을 갖추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수 있는 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직접적인 지원보다 규제 철폐를 통해 인프라 투자와 우수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1호(2019.11.18 ~ 2019.11.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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